대통령을 기소하다
빈센트 불리오시 지음, 홍민경.최지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블리오시의 단단한 용기에 박수를 

 이라크 전쟁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파병반대 촛불을 들던 내 분노는 잠잠해졌다.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은 없었음에도. 이라크에서 계속되는 참화가 실린 기사를 볼 때, 어느덧 내 시선은 숫자와 통계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저지르는 오만가지 범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꿈과 사랑을 짓밟는지 머리로 안다고 해도 그건 가슴으로 내려 오지 않고 ’그렇지 뭐 세상이’ 무심결에 뱉어내는 냉소에 머무를 때가 훨씬 많았다. 

블리오시 검사가 내민 기소장을 들여다보는 동안 나는 무뎌진 내 분노의 촉수를 점검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기적인 결정이 파괴하는 사람들의 삶과 꿈을 보면서 ’나쁘군, 잘못됐어.’에 멈춰서는 것이 어느새 다반사가 되었다. 어쩌면, 내 일상사가 멈춰서지 않는 한 한동안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블리오시는 긴 시간 신문의 숫자를 사람들로, 삶으로 보았고, 대통령 부시의 일상을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계 맺은 사람들의 삶으로 확장시켰다. 7년 재임기간 동안 단순히 쉬거나 놀거나 하는 것 말고도 휴양지나 별장이나 목장이나 특별한 곳으로 가서 즐긴 휴가만 2년 반인 부시.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여길 여지를 두지 않고 그 기간 계속되는 전쟁과 전쟁의 참화에 잠긴 사람들로 확장시켜내는 블리오시의 끈질긴 시선은 정의롭다. 

’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을 읽을 때, ’아담 스미스 구하기’를 읽을 때, 어느결에 노예의 생각에 젖어들고만 내 이성이 부끄러웠다. 광우병 촛불 앞에서도 그랬다. 바다 건너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블리오시의 기소장은 법정 밖으로 나섰다는 데 주목한다. 
마땅히 세워져야 할 정의는 누군가의 용기있는 행동이 없고서는 저절로 서는 법이 없다는 것을 일상 속에 끊임없이 빠져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일깨우기를 기대한다. 생활의 쐐기에 발묶여 늘 멈춰서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 보다, 탄핵하고 소환할 수 있는 힘을 국민 모두가 갖는 것. 이 길은 기소 보다 멀고 오래 걸리는 일일 수 있겠다. 허나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에 내보일 수 있는 최선의 경고장이 아닐가 여긴다. 이 점에서 블리오시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2008 촛불을 들었던 우리 국민들의 용기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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