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쉬운 사진 -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
유창우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2002년 부모님께서 일본여행 갔다오시는 길에 디지털카메라를 사주셨다.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올해가 2012년 이나 10년 동안 디카가 있었던 셈이다. 그 디카는 회사에서 사진찍다가 망가져버려서 아쉽다. 그 카메라 덕분에 사진에 눈뜨게 되었다.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 중 하나가 작업 사진 관리였다. 그래서 매일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그 일을 주신 과장님께 참 감사하다. 어떻게 하면 저 장면을 잘 찍을까, 어떻게 하면 저 꽃을 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몇 달을 장미만 찍은 적도 있었다. 장미현황표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때 기억으로 지금은 꽃만 보면 사진기를 들이댄다. 그렇게 길들인 내 사진습관은 단점이 있다. 꽃, 풍경만 찍다보니 사람을 잘 못찍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어떻게 찍을까?

내가 기대했던 것은 사진기법이었다. 그런데 첫장부터 내 기대를 져버렸다. 작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내 기대를 져버려서 더 좋았다. 저자는 '조작법'을 잊고 '즐거움'을 찾아라고 한다.

저자 유창우는 중앙대 여술대학원에서 영상매체를 공부했고 1994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현재 C영상 미디어에서 <조선일보>여행 섹션 "주말매거진 2+"의 사진 등을 찍고 있다. 사진 칼럼 "유창우의 쉬운 사진"을 연재하고 있다.

첫 장에서는 사람을 찍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눈빛을 살려라, 가족 사진은 거울을 활용하라, 나만 아는 '당신'을 담다. 친구사진은 찍을 때도 찍고 나서도 즐겁게 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각도에서 이렇게 찍어라가 아니라 찍히는 대상을 마음으로 보라고 한다.

친구들을 만날 때 사진기를 들고 나갔다. 저자는 기왕이면 즐겁게 찍어라고 조언한다. 찍는 장소와 시간,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하다. 친구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아야 자연스럽게 나온다. 친구들이 다른데 집중하고 있을 때 한장 찍었다. 나름 흡족한 사진이 나왔다.

어딜가나 음식 사진을 찍는 편이다. 습관이 들어서 가족이든 친구들이든 먹기 전에 나를 한번 쳐다본다. '안찍어?'하는 표정으로. 어느새 사진이 생활화 되어버렸다. 저자는 음식 사진을 찍을 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한다. '무엇을 찍을건지' '무엇을 안찍을건지' 선택하라고 한다. 다 담으려고 하면 복잡해진다.

한숟갈 크기로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실내조명보다는 밖에서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볕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햇빛을 좋아한다. 무엇이든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사진 속의 내 모습은 부자연스럽다. 언제쯤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 전까지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이는 세상을 자연스럽게 담아봐야지.

p.76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자꾸 '잔(盞)'을 찍는 걸까. 유행이 식을 때도 된 것 같은데, 오늘도 또다시 누군가가 카페에 앉아 그가 마시는 음료를 담은 잔을 사진으로 찍어 웹에 전송하는 걸 목격했따. 뭐가 그렇게 매력적인 걸까.

갸우뚱하는 내게 아내가 "요즘 <잔>이라는 책도 나왔다"고 일러줬다. 말 그대로 찻잔만 모아서 그림을 그린 책이다. 저자 박세연은 책에 이렇게 썼다.

"차를 마시면 자국이 남는다. 비싼 잔은 잔 가장자리가 섬세한 각도로 되어 있어 커피 방울이 잔 바깥으로 흐르지 않지만 카페에 있는 대부분의 잔은 그리 고가가 아닌지라 섬세하게 커피잔 입구까지 신경 쓰지는 못하나보다. 하지만 나는 입술에 묻었던 커피가 잔을 타고 흘러내려 말라버린 얼룩을 좋아한다. 내가 이곳에 있었다는 흔적같다."

이 대목을 읽고 나니 비로소 "아, 이런 거였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커피진을 찍으면서 잠시 어디엔가 걸터앉아 음료를 마시면서 한 박자 쉬어가는, 짧지만 달콤한 휴식의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찾아온 것이다. 커피잔을 찍는 건 단순히 잔이나 예쁜 음료를 찍는 일일 수도 있지만, '휴식'을 기록하는 의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p.101 어떤 상황에서든 바로 총을 꺼내들 수 있도록 준비한다. 여행 사진도 이와 비슷하다. '사진을 찍는다'는 뜻의 영어 단어 '슛(shoot)'엔 '총을 쏘다'는 뜻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카메라는 일단 항상 켜두자. 가장 깊숙이 넣어두는 대신, 언제 어디서나 바로 찍을 수 있도록 어깨나 목에 건다. 방전될까 걱정돼서 꽁꽁싸두고 꺼놓으면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 있다.

p.145 난 그래서 꽃 사진을 처음 찍는 사람에게 "여자친구 찍듯 찍어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꽃이란 피사체를 그저 정물처럼 바라보면서 찍는 사진과 애정을 가지고 살아있는 생명을 대하는 마음으로 찍는 사진은 무척 다르기 때문이다.

p.155 시인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낯설기 하기'란 말이 있따. 너무 익숙해서 새로울 것도 참신할 것도 없는 것을 새롭게 표현하는 기법을 일컫는 말이다. 영국의 셰익스피어나 독일의 브레히트 같은 시인들은 바로 이 '낯설게 하기'기법으로 숱한 걸작을 남겼따. 그런데 이게 꼭 시인의 전유물만은 아닌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때도 이 기법은 유용하게 쓰인다.

p.226 왜 다들 먼 곳에서만 사진 소재를 찾을까. 멀리 가려면 일단 돈과 시간이 든다. 낯선 곳에 갔으니 뭘 찍을지 몰라서 헤매기도 한다. 간 김에 뭔가를 건져오겠다는 부담감에 편하게 사진 찍을 즐거움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늘 다니는 곳, 가까이에 있는 물건, 늘보는 얼굴부터 찍으면 일단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좀 더 친숙한 각도에서 더 나은 장면을 찾아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