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쇼핑 - 살과 피로 돌아가는 경제
도나 디켄슨 지음, 이근애 옮김, 이은희 감수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누군가 당신의 심장을 노리고 있다. '

'한 명만 죽어주면 서넛은 살리고도 남아.'

 

[공모자들]영화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인체쇼핑]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장기가 거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갔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아가면서 내 주변에만 관심가지고 살기에도 벅차다. 그래서 놓쳐 버리는 것들이 많이 있다. 장기밀매도 그런 것 중 하나가 아닐까. 나와 직접적인 일이 되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가까이 하기에 먼 주제이다.

 

[인체소핑]에서는 8장에서 "내 몸이 곧 자본인가"라는 주제로 장기매매를 다루고 있다. 동남아 어느 지역의 여성들은 생계를 목적으로 자신의 신장을 팔기도 한단다. 수술이 잘 못되면 건강은 더 악화되고 가난은 더 심해진다. 조금 더 잘 살아볼까 위험을 무릎쓰고 한 일인데 결과적으로는 더 안좋아지는 것이다.

혹은 자신의 형제에게 장기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 자체를 축복받아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태어나는 것, 나중에 그것을 알게 되면 어떨까. 존재 가치에 의문을 품게 되지 않을까.

 

저자 도나 디켄슨은 영국의 의료윤리학자이다. 죽음과 임종, 안면 이식과 손 이식, 임신 및 출산에 대한 권리, 줄기세포 연구에서 여성의 인체 조직을 사용하는 문제 등과 같은 중요한 생명 윤리 사안들을 다루고 강의도 하며 언론매체에 출연도 한다. 이 책에서도 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황우석교수'가 이슈화 되었을 때도 내가 관심이 없어 몰랐던 내용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인권 단체 사람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제대혈' 딸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임신출산 박람회에 가서 계약할 뻔 했던 것이다. 지금은 임신출산 박람회를 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때(지금 딸아이 5살)만 해도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며 산부인과에서도 크게 홍보를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제대혈를 추출하는 과정이 산모와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다. 출산은 그 순간에만 집중해야 한다. 산모와 새로 태어나는 생명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기에 의료진들이 태반에서 줄기세포까지 추출해야하니 신경이 쓰일 것이다. 언젠가 일어날지 안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이 위급해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내가 '제대혈'상품 상담을 받을 때는 그러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 간단하다고만 들었다.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무서워지는 경우가 이때다.

 

줄기세포를 만들 때 여성의 난자가 필요하다. 그 난자추출과정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정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자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없으면 생산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난자는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고유한 개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므로 난자를 추출하게 되면 원래 가지고 있던 것에서 내어주는 것이 된다. 한달에 한번 배란이 되지만 뭔가 목적을 가지고 한꺼번에 몇 개씩 꺼낸다? 그 여성은 어떻게 될까? 어떤 경우에는 과도한 난자 추출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경우도 있다고 한다. 황우석 박사 사건이 있을 때 여성 연구원은 자신의 난자를 기증하기를 강요받았다고 한다. 단지 연구원이라는 이유로 강요받아야했던, 자신의 신체를 희생해야 했던 그 현실이 안타깝다. 

 

나라마다 법이 다르니 프랑스 불임부부들은 스페인에 가서 난자를 구하기도 한단다. 스페인 여대생들은 학비를 위해 생활비를 위해 자신의 난자를 팔기도 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의 소유인가?' 지금까지 나는 내 몸은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의료업계에서는 사람의 몸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것을 의료폐기물로 판단하고 어디서 추출했든 그것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게 된단다. 무서운 이야기다. 내 생각과 다른 현실이다. 

 

p.253 이런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현대 생명공학에서 우리 몸의 여성화와 비슷한 현상이다. 몸의 여성화가 남성에게도 일어나야 비로소 자유의 침해가 주목을 받는다. 사람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여성의 난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이런 현상을 “소거된 여성의 목소리”라고 부른다. 줄기세포와 관련된 논쟁은 배아의 지위가 문제의 전부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난자가 치료용 복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한다. 통렬한 복제 전쟁이 이런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남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특허 취득의 문제는 학자들이 자신의 논문에 대대적으로 다루고, 격렬한 대중 담론의 주제가 되었다. 이것이 단지 우연일까?

 

생명, 신체, 인간 자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 [인체쇼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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