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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은 일본에서 1999년에 초판이 소개 되었지만,
밀리언셀러에 오르면서, TV 드라마 시리즈와 연극 무대에도 오르고 국내 영화로도 제작될만큼 꾸준히 사랑 받아 오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그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작품으로도 접해보지 못하고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백야행]을 처음
접해보았다.
총 두 권 시리즈로 출간된 만큼 분량도 상당해서 처음에는 두
권을 언제 다 읽을까라는 고민도 해보았지만, 스토리의 빠른 전개와 쉴틈없이 몰아치는 사건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입체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오사카의 한 지역 전당포 사장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어진다. 특별한 사건의 동기도 발견 되지 않았고, 사체 역시 버려진 낡은 건물에서 흉기에 찔린채 의문의 죽음을 당한 형태라 뚜렷한
단서 하나 없이 결국에는 흐지 부지 미궁에 빠지면서 기나긴 미해결 사건의 고리를 따라가게 된다.
70년대 시작된 하나의 살인 사건에서 1990년대에까지 장장
20년의 세월이 관통하고 있는 대하 드라마 스토리로, 이어지는 의문의 사건들 주변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모습들도 시대별 사회상과 함께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1 권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어느정도 사건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어서, 미해결 사건에 대한 궁금증은 더이상 독자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범인 일까?라는 의문 보다도
왜? 어떻게? 라는 믿기지 않는 사실들에 충격적이기만 하다.
2권에 이어지면서는 서서히 윤곽이 드러난 범인이 진실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마치 숨바꼭질 처럼 두뇌 싸움이 이어지게 된다.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철저하게 베일에 숨어버리고 좀처럼 자그마한
실마리도 흘리지 않는 영리하고 대담한 범인의 냉철한 수법은 등장 인물들 뿐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내내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일본의 거품 경계와 부동산 붐등 사회 경제적 배경으로,
처음에는 삶이 어려운 이들이 소중한 물건 하나 맡기면서 돈을 빌리는 전당포를 통해서 힘겨운 삶의 무게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어서 종이
서류를 대신 하는 초창기의 퍼스털 컴퓨터의 등장과 신용 카드등 경제 활동의 모습들 역시 변모하고 있음을 반영 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돈을 쫓아서 새로운 은행과
프로그램, 컴퓨터 환경을 앞서가는 욕심의 모습들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지는 않는 듯 하다.
20년의 세월 만큼이나 여러 인물들이 어린 시절 부터 성인의
모습까지 성장기를 동시에 다루고 있기에, 등장 인물들도 각양 각색의 색깔과 저마다의 고민들이 실타래처럼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심증이 가는
범인의 거침없는 행동들은 갈수록 끝을 찾을 수 없게 된다.
한 손에 묵직한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어낼 만큼 무척이나
흡입력있게 이야기가 전개 되고 있다. 그리고 숨겨진 진실들 역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짙은 어둠의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우리가 추적해온 범인의 냉혹한 가면 뒤에 숨은 본모습은
끔찍한 괴물일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자문을 해보게 된다. 그 괴물을 키우게한 당사자들은 그보다 더한 괴물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가슴
속에 괴물을 키우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의 자신은 과연 공평한 선택의 조건이 주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급격하게 발전하던 당시 일본의 사회, 경제 속 문제들과 그
안에서 희생되어지진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각 세대와 시대간 괴리감들을 피부에 와닿는 세밀한 묘사로 표현되고 있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어두운
진실들을 바라보면서 더욱 소름끼치는 전개가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