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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손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치 친구 같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자식으로의 연민이 철철 넘치는 무한의 사랑이 느껴지는 관계일 것이다.

우리 동양 사상에서도 나이가들어가면서 어린아이가 된다고 하는
옛 말이 있듯이, 그만큼 어린 손주와의 공감대가 더 쉬워지는게 아닐런지도 모르겠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에서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다가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일곱살 소녀 '엘사'는 이제 곧 여럷살 생일을 앞두고 있지만, 나이 답지 않게 굉장히 조숙하고 세상의 이치에 밝은 맹랑한
아이로 나온다. 그녀의 할머니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거침없는 돌발 행동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이른바 못말리는
할머니로 그려진다.
어린 소녀 '엘사'와 할머니는 둘만의 암호로 이야기도 하고
동화 속 세상과 현실을 빗대어 가면서 둘만의 궁전을 지키면서 환상의 모험담을 나누는 사랑 넘치는 친구로 지내오고 있었다.하지만,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할머니를 뒤로 하고 '엘사'는 할머니가 곳곳에 숨겨놓은 편지를 찾아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보물찾기와 같은 할머니와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그녀의 모험은 이어지게 된다.
솔직히 일곱살 이라고하기에는 너무나 영악한 소녀의 설정과
이야기들이 조금은 과하다 싶기는 하지만, 순수한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의 공감을 위한 장치로 어느정도는 이해할 법하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추억을 좇으면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각 입주자들간의 알수 없는 관계와 과거의 그늘에 가려졌던 숨겨진 이야기들이 벗겨지면서 하나 둘 퍼즐을 꿰맞추어가는 과정들도 무척
흥미롭다.
마치 노망난 노인 처럼 엽기적인 행동으로 주변의 비난도
받으면서, 가족들과도 원만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숨겨진 과거는 무엇이었을까? 할머니가 동화속 나라를 지키기 위한 기사로 소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무엇이었는지? 아이의 눈에는 모두가 동화 속 주인공들 처럼 그려지고,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동료들을 만들어 나가고자 힘차게 노력을
한다.
이 책에서는 유난히도 <해리포터>의 이야기가 무척
많이 나온다. '엘사'는 해리포터의 녹색 목도리를 애지중지하면서 소설 속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과 대입하기도 하고, <스파이더맨>과
<엑스맨>등 만화와 영화 속 슈퍼히어로 주인공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끌어 들인다.
일곱살짜리 어린 아이에게는 슈퍼히어로가
필요하기에...
그녀 눈앞에 나타난 절대 쓰러질 것 같지 않던 여러
슈퍼히어로들도 병으로 쓰러지고, 과거의 실수로 상처를 받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인생을 내려 놓기도 하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의
모습들을 찾아보게 된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에서는 상처 받은 여러 인물들이 다시금 삶의 의미와 꿈을 찾아 가게 되는 과정을 맹랑한 꼬마 숙녀의 엉뚱함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의 슈퍼 히어로 파워를 지니고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