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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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표지에 <숨, 소리 : 02>로 

상단에 표기가 되어 있는데,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의 여러 소리, 우리 삶의 생생하고 진솔한 

내면의 소리를 담아내며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문학 시리즈로 그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책 두께라서 

가볍게 읽기에도 부담 없는 이야기책이었다.


사이즈는 작은 책이지만 그 안에는 총 여섯 작가의 단편 

소설을 담아 놓았기에, 서로 다른 주제의 여러 목소리를 

들어 볼 수 있어서 훨씬 흥미롭게 읽기 편한 소설이었다.

<별 사이를 산책하기> 표제작을 비롯한 여섯 작품은 

'여성동아 문우회' 회원들의 작품을 모았다고 하는데, 

작고하신 박완서 님을 비롯해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작가들의 모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작품집도 내어 왔다고 한다.



유덕희 작가의 <별 사이를 산책하기>, 박재희 <홀연>,

유춘강 <레몬>, 한수경 <나비머리핀>, 이남희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 권혜수 <그 여름 뙤약볕> 

이렇게 총 6편의 짧은 단편 작품들을 하나로 모았다. 

그중에서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창작 소설이 

아닌 에세이 작품이고, 마지막 그 여름 뙤약볕은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 그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그 어머니 영빈 이씨의 삶을 소설 형식을 빌려서 

재조명한 이야기이기에 또 다른 독특한 구성이었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의도한 주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각기 다른 스토리를 대표하는 

주인공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는 

다름이 아닌 어머니와 아버지 그들의 부모에 

대한 내용이었다. 부모의 삶을 엿보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있지만 여유롭지 못한 

현실에 자의반 타의 반으로 홀로 세상에 내버려진 

주인공은 생존의 삶을 겪게 되지만 나 역시 

수레바퀴처럼 또다시 부모가 되어가기도 하고, 

부모 세대의 불편한 시대적 상황 아래에서 파탄 나는 

가정에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도 하는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주로 그려졌다. 


가장 첫 번째 작품인 <별 사이를 산책하기>에서는, 

한국에서 고단한 어머니와의 삶을 도피하듯이 찾아온 

필리핀 사설 어학원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어학연수를 온 한국 아이들의 삶도 돌아보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구김 없어 보이고 화목해 보이는 

가정도 그 속내에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지,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도 부모의 삶이 어떻게 

우리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고민하게 된다.


두 번째 <홀연>에서는, 엄마의 바람을 뒤로하고 

속세를 떠나 출가를 하기로 한 주인공이 찾는 구도의 

길에서, 다시금 되새겨 보는 여자로의 삶과 어머니가 

그에게 남겨놓은 마음의 빚의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다음 작품인 

<레몬>에서는, 어린 시절 원만하지 않던 부모의 삶으로 

 결국 고모의 손에 위탁하여 커나간 주인공은 첫사랑의 

아픔과 험한 세상에 홀로 서고자 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나비머리핀>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지배하던 

우리 부모 이전 세대에 결국 파행적으로 치닫던 

기형적인 가족 구성 역시 암묵적으로 자행되던 

당시의 모습을 철없는 딸아이의 눈에 비추고 있다.


나 역시 부모가 되면서 내 아이를 위하는 가슴에 

그 무게감과 책임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던 시대적 상황의 

폐해에 내몰린 아이들과 요즘도 뉴스에 간간히 

보도되는 부모로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만행을 

벌이는 사건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별 사이를 산책하기 작품 중 유일한 에세이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6.25 전란을 겪으신 

저자 부모님의 힘겨웠던 부산 피난살이를 

떠올리면 현재의 삶을 비교해 보는 '몸시계와 마음시계 

맞추기'와 어린 시절 마음을 잡지 못했던 저자의 

인생의 길을 안내해 주는 어머니와 선생님의 모습을 

현재에 다시 닮아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 본다.

마지막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시점에서 

자식의 죽음 앞에 나서지 못하고, 그 아픔을 가슴으로 

담아내야 했던 <그 여름 뙤약볕> 역시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말문을 터뜨리는 

말은 '엄마'라는 단어일 것이다. 그만큼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터인데 

그 끈이 끊어진다면, 홀로 맞이해야 하는 세상 가장 

큰 암흑이 너무나 두렵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다.

뱃속에서부터 나를 감싸 안아주고 세상의 등불이 

되어 준 엄마라는 존재는 다시 또 자식에게 

대물림되면서 그 존귀함은 계속 이어질 터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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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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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소설은 분량이 그렇게 많은 

페이지의 긴 장편 소설은 아니지만, 마치 그 옛날 

고대 그리스 영웅들을 읊었던 서사시처럼 독특한 문체로 

문장 하나하나 곱씹게 만드는 시와 같은 글이기에 

기존과 다른 굉장히 새로운 느낌으로 접해 볼 수 있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젊은이들도 독일과의 전쟁에 참전을 하게 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알파라는 세네갈 청년이 

전투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에 경제, 

문화 등 여러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접적인 화마에 휩싸여 있는 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은 

더욱 큰 아픔과 충격 속에 하루를 나고 있을 듯싶다.

과거 전쟁에서는 지금보다 더 직접적으로 적군과 

대치하면서 피 튀기는 전투를 했을 것이다.

이제 갓 스물이 된 어린 알파와 그의 친구 마뎀바는 

총알받이와도 같은 돌격 방식의 전투 현장에서 

하루하루를 죽음의 그늘 아래서 맞설 수밖에 없었다.

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친구가 고통스러운 죽음의 

시간을 내 품 안에서 거두게 되는 끔찍한 현장에서 

신을 향해 독백을 하며 이야기가 시작하게 된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저자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세네갈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프랑스에서 대학을 

나오고 18세기 불문학 학자로 활동하면서 현재 

남불의 포(PAU) 대학에서 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영혼의 형제>로 각종 국제 공쿠르 상을 

휩쓸고 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책의 서문에 '혼혈의 싦을 전해 주신 내 부모님께' 

문구를 보면, 세네갈과 프랑스의 감성을 모두 지녔기에 

저자 역시 사회의 부조리와 편견에 대한 목소리로 

우리 세대에도 더욱 공감 가는 역사 이야기인 듯싶다. 

저자는 실제 프랑스와 독일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세네갈의 증조부가 당시에 대해 남겼던 몇 줄의 

편지에서 영감을 얻고 이 소설을 집필을 했다.

...(중략)...

그들은 적들이 그들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에 

만족해했다. 그들은 자신의 두려움을 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왼손엔 총을 들고, 

오른손엔 가지치는 칼을 쥐고 포복하다가 

땅 밖으로 몸을 내던지며 와하고 튀어나올 때면, 

그들의 얼굴은 광기 어린 눈빛으로 번들거렸다.

_p. 26

프랑스 군은 식민지 아프리카 여러 종족들의 

청년들을 징집해서, 그들의 검은 피부와 야만성을 

과시하기 위한 커다란 칼을 전투 무기로 쥐여 주고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전쟁에 임했다고 한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주인공인 알파는 거의 

친형제와 다를 바 없이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 마뎀바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시작을 한다.

적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퇴각한 친구는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알파의 손으로 

죽여달라고 하지만 그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없었다.

그가 그렇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본인이 그를 선두에 뛰도록 부추겼다며, 이미 

자신으로 인해 한번 죽임을 당한 친구를 두 번 

죽이는 것은 인간의 율법과 조상들의 율법을 

거역할 수 없었고 인간적이지 못한 행동이라 여긴다.

그렇게 친구의 험한 죽음을 망연자실하게 목도하며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에 자책을 하게 된다. 점점 

광기 어린 전투 속에 그 자신도 자신의 존재를 

점점 잃어가면서 스스로 광기 그 자체가 되어 간다. 

"너희들은 아프리카의 초콜릿이다."라면서 

야만인이 되어 주기를 강조하는 아르망 대위의 

진격을 알리는 호각 소리와 함께, 참호 속에서 

뛰쳐나와 적진을 향해 달려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프랑스가 원하는 것은 제국주의를 위한 헌신이나 

애국심보다도, 적군들에게 더욱 야만적인 모습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게 우선이었던 그들이었다.

불타오르는 애국심으로 나라를 위한 전투 역시 

그 아픔은 클 수밖에 없을 텐데 자신의 조국도 아닌 

제국주의의 희생양으로 총칼 앞에 놓인 그들은, 어쩌면 

일제강점기의 우리 선조들 모습에 투영되기도 한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문체가 일상의 문장이 

아니라, 영웅들의 서사시를 노래하듯이 구전되어 

전달되었던 그런 고대시와 같은 구성이라서 

잔인하고 끔찍한 전투의 장면 묘사들도 하나의 

오페라 연극처럼 아름다운 수식어로 연결되었다. 

어쩌면 하늘의 신에게 지상의 벼룩만큼 작은 

하찮은 인간들의 무의미한 전쟁을 알파를 통해서 

개탄하는 목소리로 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의 절친, 형제보다 가까운 너의 벗을 죽이지 

마라. 그의 삶을 거두어 가는 사람은 네가 아니야.

신의 손이 할 일을 네가 나서지 마라. 악마의 

손이 할 일을 너의 몫으로 여기지 마라. 

알파 니아이, 만약 네가 그를 죽인다면, 

파란 눈의 적이 시작한 한일을 네가 

마무리했다는 사실을 가슴에 품고서, 어떻게 

마템바의 부모님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있겠니?"

_P. 43


알파는 그의 친구를 죽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슬픔 따위는 아랑곳 없이 진격과 퇴각을 반복하는 

소모전의 전투 과정에서 퇴각 명령이 떨어진 이후에, 

그는 적진에 몰래 잠입해서 적군의 손목을 잘라오고 

총도 탈취해서 돌아오는 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파란 눈의 적군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친구 

에게 해주지 못했던 적의 삶을 마감시켜주었다. 

그는 마침내 진정한 인간성을 되찾았다고 하늘의 

신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있는듯했다.

그렇게 총 일곱 개의 적군의 손목을 전리품으로 

들고 오면서, 군에선 처음에는 그를 영웅으로 칭하면서 

훈장까지 사사했지만 점점 그를 악마로 여기면서 

프랑스 군에서도 그를 피하게 되고 퇴출시키려 한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알파는 악마와 같은 야만인이 

되어가고 전쟁의 광기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정작 그렇게 만들었던 당사자들은 오히려 그 죄를 

그에게 짊어지게 하고 쓰레기처럼 치워버리길 원했다.

이제 갓 스물 어린 나이의 한 청년이 세상에 나와 

살육의 현장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당사자가 

아니라면 상상이 가지 않는 환상과도 같을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선조들도 그렇게 많은 

침략과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들었던 히스토리가 있기에, 전쟁의 공포를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슬픔과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진격 호각이 불리면, 참호 속에서 뛰쳐나가고 

다시 퇴각 명령에 되돌아오는 도돌이표 같은 

전투에서 누구라도 끔찍한 공포심이 가득할 것이다.

군대에서는 직속 명령만이 존재하기에, 명령에 

불복종했던 알파의 다른 동료들은 적군이 아닌 

자신의 대위에게 오히려 즉결 처분을 받게 되었다.

..(중략)...

전쟁터에서 미친놈은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그 미친놈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백인이건 흑인이건, 대적한 적군의 

총탄을 향해 조용히 몸을 던질 수 있도록 미친놈을 

연기했다.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큰 두려움 없이 

죽음 앞에 내달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_P. 50

마치 기계처럼 살인을 위한 전투 로봇 같던 

알파는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전쟁의 분노와 

광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멈추기를 바란다.

그의 절친과의 만남,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 등 알파의 

역사도 세상의 편견과 사랑 사이에서 힘겨운 

모습의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들로 연결되었다. 

점점 악마 군인으로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 후회와 회환만이 가득 차 있는 자신을 

돌아보는 참회와 회개를 담은 자서전과도 같았다.

아직 꽃을 채 피우지 못한 젊은 청년에게 전쟁보다도 

사회의 통속적인 편견과 인종 차별 등.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악마와 같은 관습과 행동들 속에서 

과연 누가 악마인지 묻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중략)...

만일 그 순간, 그의 파란 눈이 완전히 빛을 

잃지 않았다면, 나는 그의 옆에 누워 그의 

얼굴을 내 머리 쪽으로 돌려 그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바로 그의 멱을 딴다. 인간적으로 

말이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_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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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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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 년 전 개봉했던 브레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월드 워 Z>는, 기존에 보아왔던 B급 호러 스타일의 

좀비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재난 영화와 같은 전개라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스펙터클한 SF 장르 영화였다.

그 영화의 동명 원작 베스트셀러 작가인 맥스 브록스가 

이번에 새롭게 펴낸 또 다른 크리처 물인 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라는 부제와 함께 핏빛이 연상되는 

숲속의 장면의 표지 디자인만 보고는, 다시금 좀비 

시리즈로 이어지는 속편을 발표한 게 아닌가 싶었다.

미국 아마존 에디터 선정 베스트 SF 소설로, 

<뉴욕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선정, 

SF 소설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로커스상 최종 후보에 

오른 데볼루션 장편 소설은, 전설 속에서나 존재했던 

거대한 거인 유인원 괴수인 빅풋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저자의 전작이었던 <월드 워 Z>는 영화로 먼저 접해 

보았었기에, 원작 소설과의 비교는 정확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하고 있었다. 

영화 초반에 이산화 탄소 배출량이 높아지고 이상 현상이 

계속되면서 우리 인류에게 몰아닥친 자연재해에 대한 

경고 뉴스 보도로 시작되면서, 알 수 없는 좀비 감염으로 

도심 전체가 마비되어 버리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었었다.




이번 신작 데볼루션 역시 빅풋이라는 괴생명체가 

습격해오는 괴물 크리처 장르 소설이기는 하지만, 

기본 배경에는 화산 폭발로 인한 혼란 속에서 점점 

피폐해지는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을 찾아보게 되고,

 자연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이상주의자들의 값비싼 

친환경 공동체 생활의 이면에는 보잘것없는 인간의 

자만심이 부르는 이중적 잣대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소설의 말미 에필로그에는 영화화를 위해서 

판권을 돌려받았다고 하는데, 조만간 이번 작품도 

스크린에서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맥스 브룩스는 현대전 연구소와 대서양 위원회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략 보안 센터의 선임 연구원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전 세계정세의 흐름을 읽으면서 

조금 더 사회 비판적인 글을 써내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작품 속 배경으로 그려지는 고립된 숲속의 

고급 친환경 공동체인 그린루프의 지도가 그려진 

카드도 도서와 함께 한 장 들어있기에, 각 사건 장소를 

떠올리며 훨씬 더 입체적인 상상을 펼칠 수 있었다.

데볼루션 소설의 서문 도입 부분부터 바로 '빅풋'의 

존재에 대해서 밝히고 있고, 한마을이 모두 파괴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시작을 한다.

이미 사건이 다 벌어진 후에 다시금 당시를 되짚어가는 

시간 역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기에, 무언가 

알 수 없는 괴수의 존재를 밝히면서 찾아가는 

추리 방식의 긴장감이 필요한 전개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빅풋의 존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지의 생명체와 맞서 싸우는 험난한 과정과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이 만들어 내는 공포감이 

더욱 극대화되면서 벌어지는 참혹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작가가 13개월 동안 실종 

상태인 케이트의 일기장을 책으로 출간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그 사건을 하나하나 전개하고 있다.

미국 내 레이니어 화산 폭발로 그린루프라는 친환경 

공동체 시설이 깊은 숲속에서 고립이 돼버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구조대는 새까맣게 타버린 

그린루프의 잔재와 함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케이트 홀랜드의 일기장이 발견이 

되면서 충격적인 빅풋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안에 그들의 생존을 건 사투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이야기의 화자는 책을 출간하기로 한 주인공 외에, 

실제 사건 속에서 케이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마치 다큐멘터리 사건을 보도하는 듯한 

방식이기에 실제 일어났던 사건인 듯 현실감이 높았다.

특히 각 챕터 별로 실존 자료가 첨부되어 있는데, 

실제 화산을 연구했던 미국 지질 학자의 무전 내용과, 

과학 논문, 뉴스 보도를 비롯한 과학 자료들을 

서두에 배치하기도 하고, 케이트 일기 내용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산림 감시원과의 인터뷰 등을 삽입하면서 

마치 빅풋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실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한때 유행했던 공포 영화 중에 페이크 다큐 

스타일 영화의 시발점이었던 <블레어 위치>와 같은 

모큐멘터리 영화가, 마치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처럼 보이기에 더욱 무서움을 느낄 수 있었었다.

그 후에도 수많은 아류 영화들을 양산하고 있기에 

페이크 임을 알고 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훨씬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구성임에는 틀림없다.

데볼루션 장편 소설에서도 그렇게 실제 사건의 

내용과 자료들을 뒤섞어 놓고 있기에, 케이트의 

일기에 남겨진 내용을 함께 읽어내려가다 보면 

정말 깊은 숲속 어디선가 빅풋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친환경 공동 주택을 목표로 건립된 이상적인 

그린루프 타운은 바이오 가스를 사용하고, 

태양열 전지로 전력 공급도 하면서 녹색 사회를 

꿈꾸는 바람직한 미래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동체 일원으로 입주하게 된 인원들은 

학식과 덕망만 높은 하이클래스 인물들이었는데, 

서로 의지하는 공동체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독단적이고 나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집단일 뿐이었다.

게다가 자연을 위하면서 공생을 꿈꾸는 도시를 

건립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정작 지역 거주인들은 

조금 더 편리한 문명의 이기와 생활을 더 바라고 있다.

...(중략)...

카르멘 퍼킨스는 ······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세균 공포증이라고 단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와 악수를 하자마자 손소독제를 바르고 

딸도 발랐는지 확인한 뒤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권했다.

_P. 34


갑작스럽게 화산이 폭발하고 산속에 고립되어 버린 

그린루프 타운의 지역인들은 통신이 모두 끊겨 버리자, 

골짜기를 내려가보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하는데 

라하로 뒤덮여서 모든 산 아래 통로가 막혀버렸다고 한다.

본문에서 라하가 자주 언급되길래, 인터넷 백과사전을 

검색해 보았더니 화산 폭발 후 화산 쇄설물이 물과 

결합해서 걸쭉한 반죽을 이루면서 계곡을 따라 시속 

100km의 빠르게 흐르는 퇴적작용을 말한다고 한다. 

실제 화산 폭발 후 직접 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라하로 

인해서 수만 명이 휩쓸려 사망한 사건도 보도가 되었고, 

하류의 주변 도시까지 큰 피해를 입힌 사례도 다양했다.

깊은 숲속에 은둔자처럼 무소유로 지내려는 자연인이 

아닌 그들은, 마치 휴양림에서 호화스러운 생황을 

만끽하듯이 드론을 통해서 생필품을 배송받기도 하고 

클라우드에 올려놓은 음악과 영화를 관람하는 식으로 

더욱 문영의 이기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작 과학의 발전과 녹색 혁명이 함께 진보해 나가는 게 

이처럼 이율 배반적이고 가당키나 한가 싶었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인한 고립으로 타운의 주민들은 

패닉에 빠지고, 생존에 필요한 식량 해결에 당장 

문제에 빠지게 되면서 양극단으로 파벌이 나뉘게 된다.

철저히 공동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공동체를 꾸리자는 

인원이 있는 반면, 눈과 귀를 닫고 구조대가 곧 올테니 

나 혼자 알아서 생존하겠다는 막가파들이 대립을 하게 된다.

하지만 거대한 빅풋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그린루프 

주변에 방어 준비 태세를 하려는 팀과, 유인원은 

초식 동물이며 건드리지 않으면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지식을 뽐내면서, 최첨단 경보 시스템을 믿고 

구조를 요청하자는 파로 또다시 설전과 대립을 하게 된다.

...(중략)...

짜증이 밀려왔다. 식단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왜 모스타르의 말도 안 되는 '배급 계획'으로 나를 

괴롭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녀의 말처럼 

이곳에 고립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_P. 109

그리고 화자가 선임 산림 감시원 조세핀 셀과의 

인터뷰 내용도 이어지는 이야기 중간 삽입되면서, 

현재 발견된 사건의 정황을 다시 되짚어 보기도 한다. 

...(중략),,, 

우리는 뼈를 찾았어요. 뼛조각들이었어요.

미치광이가 망치를 휘두른 것처럼 아주 박살이 

나 있었어요. 발굽, 치아, 털을 보니 사슴이더군요.

남은 게 많지 않았어요. 살점은 아예 없었고요.

_P. 110


마치 모큐멘터리 영상을 보듯이 케이트의 일기 

내용을 따라가면서, 점점 어둠 속의 포식자가 그들의 

생활 터전 가까이 덮쳐오는 과정이 숨 가쁘고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고대 화석과 진화론 등 과학 자료 

설명과 지금도 목격되고 있는 빅풋과 사스콰치, 또는 

설인 등으로 표현되는 거인 괴수들의 사례도 가득했다.

데볼루션 스토리 중반 이후부터는 점점 커지는 

위협 속에서, 과연 그린루프의 주민들과 피에 굶주린 

 빅풋 간의 살육과 전쟁에 가까운 대결 장면들이 

꽤나 강렬하게 묘사가 되고 있어서 마지막 장까지 

숨죽이면서 긴장을 멈출 수 없는 스릴러 SF 소설이었다.

단순히 괴수 공포를 그린 내용이 아니라, 우리 역시 

자연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동물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중략)...

자연은 순수하다. 자연은 진짜다. 자연과의 교감은 

우리의 가장 좋은 면을 끌어낸다. 평생 흙이라고는 

밟아 본 적도 없으면서 에덴동산에서 길을 잃지 못해 

안달이 나서는 매년 등산복 차림으로 이곳을 찾는 

불쌍하고 멍청하고 한심한 인간들에게 늘 듣는 말이에요.

그 사람들은 며칠 뒤 괴저성 상처를 입은 채 

굶주림과 탈수에 지쳐 진창을 기어가다 발견돼요.

그들은 모두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싶어 해요. 

하지만 그중 몇몇은 뒤늦게 깨달아요. 

자연이 절대 조화롭지 않다는 사실을.

_P.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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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 시간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다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위정훈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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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되면서, 

SF 영화 속 미래의 모습이나 상상의 장면들이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도서에서는, SF 영화 중에 

단골 소재로 삼고 있는 우주와 시간여행 등에 대해서 

실제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어느 정도 현실로 가능한 

상황이며 픽션과의 차이에 대한 내용을 쉽게 소개하고 있다.


사실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가 다양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가끔은 말이 안 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아크로바틱 액션 

장면들도 과연 실제로도 가능할까 궁금하기만 했었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책에서는 이렇듯이, 우리가 

평소에 궁금했던 영화 속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실제 우주 물리학자로 스티븐 호킹의 연구실에서 

연구도 했던 만큼, 물리학 접근으로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던 

상상의 산물과 현실 팩트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설명하고 있다.




본문에는 총 12편의 할리우드 대표 SF 영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각 챕터 안에는 그와 유사한 작품들도 예시로 

여럿 소개하고 있기에 각 영화들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부제로는 '시간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다'라고 하는데, 

저자는 우주론 전문가로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기에,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그가 물리학 수업으로 거론하고 있는 

영화들은, 과거나 미래로 떠나는 시간여행과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SF 영화들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어린 시절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환상적인 우주 전투의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영화 <스타워즈>는 누구라도 명작임을 인정할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아직 우리가 밝혀진 사실은 정말 

티끌 같은 정보 밖에는 없겠지만, 그래도 전투기로 날아다니며 

우주 공간을 누비면서 벌이는 전투 장면과 레이저 광선검 등 

살짝 의구심이 드는 장면들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뭐든지 가능하기에 무한한 상상을 키우기에 충분했었다.

그 외에도 총을 꺾어서 쏘면 총알이 휘어져 날아가는 콘셉트의 

영화도 관람하는 내내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영화 자체에 몰입하면서 그런 사실은 크게 

문제가 안되는 엔터테인먼트 볼거리로 그리 문제가 되진 않았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예시로 제시하는 12가지 

대표 영화들은, 1부 시간에 대하여, 그리고 2부에서는

우주에 대하여 라는 큰 주제의 틀을 가지고 있다.

1장의 주제는 시간여행의 가능성과 한계로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들고 있고, 2장은 

과거로 돌아간 수사관에게 자유의지가 있을까? 

<데자뷰>, 3장은 '역행'이라는 새로운 시간여행 <테넷>, 

4장 살인 기계는 5차원 세계를 여행해서 왔을까? 

<터미네이터> 시리즈, 5장 한없이 시간이 멈춘 세계를 

느끼고 싶다면? <히어로즈> 시리즈를 들고 있다.

정말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과거에 내가 저지른 실수를 

다시 되돌려서 지금은 속 편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과거의 나를 만나서 실수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교육한다거나 복권 번호를 알려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각 주제로 선정된 대표 영화에 대한 기본 스토리와 상황을 

전달한 후에, 저자의 관람평과 문제점 등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대표 되는 물리학 이론을 실존 증명을 하고 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같은 경우도, 과거로 여행을 하기도 

하고 또 미래로 날아가서 본인의 자식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라 지금도 손꼽는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2부 속편 영화 개봉 당시에 미래 세상으로 그려졌던 배경이, 

사실은 2015년이기에 지금 우리에겐 이미 과거의 설정이다. 

당시 그려졌던 미래 세상과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의 

비교도 여러 미디어에서 재미있게 풀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백 투 더 퓨처> 2편 미래 장면에서는 지문 인식을 통해서 

요금을 지불하는 장면도 나오고, 홀로그램 광고나 

영상 통화를 하는 장면 등 지금은 이미 상용화되어서 

우리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영화 속 상상은 뜬금없는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삶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있는 장면도 꽤 많이 차용이 되고 있는 듯싶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본문에서는 이렇듯 세세한 

장면들에 대한 비교 분석을 하기보다는, 시간여행이라는 

큰 틀에 초점을 맞추어서 상대성 이론과 가장 문제가 되는 

타임 패러독스 등에 대한 과학적 견해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타임머신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들이 지금도 여전히 제작되면서 사랑받는 흥미로운 

아이디어 중 하나인데, 2020년 제작되었던 영화 <테넷>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설정이라 꽤나 충격적이었었다.

우리가 시간여행이라 하면 타임머신 기계를 타고 이동을 

하거나, 아니면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직접 우리 몸의 

원자가 재구성되면서 번쩍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나타나는 

그런 순간 이동식의 장면이 그동안 익숙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영화 <테넷>은 시간을 역행한다는 설정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시간이 아니라, 동시에 거꾸로 거슬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과거로 이동한다는 이야기였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해설 내용에서는, 사실 아직도 

증명이 되지 않은 이론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무작정 영화 속 상상이 거짓이라고만 치부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서 전문적인 

과학 지식과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을 하고 있기에, 

복잡한 공식 없이 어린 학생들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었다. 

또한 지금 우리에게는 실현하기 어려운 상상의 설정에 대해서 

앞으로 그 가능성도 조심스레 열어 두면서, 실제 물리 이론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현실성을 조심히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려운 수업을 듣는 느낌이 아니라 영화적 재미도 

살리는데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흥미 있게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이미 기초 과학의 

이론에 배반되는 장면들도 분명히 삽입되어 있음을 

몇몇 영화의 예를 들어서 확실하게 못 박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장면들도 효과적인 연출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었다.

2부에서는 우주에 대하여 주제를 중심으로 다루는데, 

6장 우주로 내동댕이 처졌을 때 최후의 이동 수단 <그래비티>, 

7장 가정용 전자오락기로 달 착륙을 시도하다 <퍼스트 맨>, 

8장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또 다른 이유 <마션>, 

9장 논문으로도 제시된 블랙홀의 생생한 모습 <인터스텔라>, 

10장 성간비행의 필수 앱 <스타워즈> 시리즈, 

11장 우주인과 교류한다면 마스크를 잊지 말자 <컨택트>, 

12장 우주인의 시력과 항성의 밀접한 관계 <브이(V)> 

각 주제로 이야기하는 대표 작품들 외에도, 애니메이션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영화 <12몽키즈>, 영화 

<패신저스> 등 여러 유사 작품들에 대해서도 비교하고, 

미래 기술에 대해서 현실적 개발 방향도 제시해 보고 있다.

우주여행을 다루는 최근 할리우드 작품들인 영화 <마션>을 

비롯해서 <인터스텔라> 등 그들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실제 저명한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자문으로 

직접 영화 제작에도 참여를 하고 있기에 더더욱 실제와 같은 

생생한 장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공공연한 사실일 깃이다.

실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영화 속 장면들도 명확하게 해설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히어로즈> 

시리즈물과 영화 <엑스맨> 유니버스 속에 등장하는 '퀵실버' 

처럼 시간을 멈추는 능력에 대한 경우도 그 한 예이다.

영화 속에서 시간을 멈추어서 공중에 떠있는 물건의 위치를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거나, 날아오는 총알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궤도를 바꾸기도 하는 장면이 참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멈춘다면, 빛조차도 도달할 수 없기에 

암흑 속에 갇혀버리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발사된 

총알 역시 강력한 운동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설령 시간이 멈추어 있다고 하더라도 손을 총알에 댄다면 

그 순간 손가락이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도서는 대표 작품으로 꼽고 있는 

SF 영화들의 각 장면들을 하나하나 꼬투리 잡는 게 아니라, 

배경 스토리상 가장 큰 틀인 시간여행과 우주 공간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들을 예시로 과학자의 시점으로 조금은 더 물리학의 

흥미롭고 재미있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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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통조림 - 지식을 쌓으려면 통째로, 조목조목! 잡학사전 통조림 1
엔사이클로넷 지음, 이강훈 그림, 이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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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문제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주거나 잘 알지 못하는 그런 우리 주변의 

자잘하고 사소한 문제들이 꽤 궁금할 때가 종종 있다.

잡학사전 통조림 도서는 일본 최고의 잡학 상식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야의 유익한 지식을 재미있게 

풀어서 전하고 있다. 특히 지식을 통째로 조목조목 

이해하고 연결하면서 새로운 지식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잡학사전 통조림 안에는 총 414가지의 다양한 

잡학 상식을 담아두고 있는데, 책의 제목처럼 

지식을 조목조목 그리고 통째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주제가 서로서로 연결되도록 나열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지구인 80억 명이 한꺼번에 지르는 

소리가 달까지 들릴까?'라는 질문에, 우주 공간에는 

공기가 없기에 전혀 소리가 전달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질문인 '불을 끌 때 찬물과 

뜨거운 물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해답은, 

물체에 물이 닿으면 순간적으로 수증기가 발생해서 

가연 물질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공기가 차단돼서 

불이 꺼지는 원리라고 한다. 그래서 뜨거운 물은 

찬물보다 물체에 점착성이 높기에 더 효과적이라 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질문과 해답을 통해서, 우리는 

공기가 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열과 불을 

전달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이렇듯 잡학사전 통조림 구성은 작지만 궁금했던 질문과 

해법을 다양한 분야에 맞추어서 9장의 챕터로 분류했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과학 상식에서부터, 우리가 

평소에 먹고 마시는 음식들의 유래와 식재료에 관한 

궁금증도 들어볼 수 있고, 전 세계에 새롭고 독특한 직업과 

역사에 대해서도 현지 가이드처럼 안내를 받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쓰잘데기 없는 듯하지만, 누구나 궁금해서 

검색하고 찾아보게 만드는 일상의 자잘한 호기심들까지 

전 세계적으로 무궁무진한 잡학 상식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굳이 책의 순서대로 읽어내려갈 필요 없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주제를 짧게 찾아봐도 좋은 거 같다.

책이 젖지만 않는다면, 화장실이나 욕실에 두고 

무료한 시간에 몇 가지 토픽을 가볍게 읽기 좋은 

짧은 잡학 지식들이 부제처럼 사전처럼 분류가 되었다.

시간을 때우기 좋은 심심풀이 인문학 도서이기도 

하겠지만, 여러 분야에 대한 수많은 상식도 늘어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저 당연한 게 아니라 조금은 

더 의문형으로 깊이 있는 관찰을 해보게 되는 거 같다.

각 토픽에는 잡학사전 통조림 책의 제목처럼 

각기 다른 색의 통조림 모양의 배경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글로 옮기면서 톡톡 튀는 국내 유명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도 재치 있는 대사와 함께하고 

있어서, 마치 웹툰을 보듯이 그림만 보아도 

웃음이 절로 나는 유쾌한 상식의 대향연이었다.

'여성이 아름답게 보이는 날씨는?' 이런 질문의 

토픽은 과연 우리가 평소에 생각이나 했을까? 싶은 

너무나 재치 넘치는 궁금증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그러한 날씨가 있기나 한 걸까? 질문 

자체에도 모순이 있는 게 아닐는지 더욱 궁금해졌는데, 

실제 비 오는 날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면서 과학적인 

근거를 조목조목 대고 있어서 넘 흥미롭기만 했다.

'바닷물은 투명한데 바다는 왜 파랗게 보일까?' 

'바닷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호수의 투명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마치 우리 어린 아기가 세상에 처음 눈을 뜨고 

여기저기 궁금한 게 많아서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듯이, 이렇게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이 되면서 너무 재미있는 문답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잡학사전 통조림 여러 토픽 주제 중에서는, 

평소에 우리가 습관적으로 행동하거나 알고 있던 

내용들 중에 잘못 알거나 미쳐 몰랐던 내용도 있었다.

두 명이 무거운 가구와 같은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올라갈 때 위에서 잡아당기는 사람이 힘들까? 

아니면 아래쪽 사람이 무거운 무게의 중력에 의해서 

밑에 있는 사람이 더 힘들까?라는 문제로 티격태격 

싸우면서 자리를 바꾸기도 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역학적으로는 무거운 짐이 

두 사람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면 두 사람에게 

실리는 무게는 정확하게 2분의 1이라 똑같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래에서 물건을 받치기 위한 

자세가 꽤나 불편하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와는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테니깐 역시 역학적으로 설명하는 게 맞을 듯싶다.


이렇게 우리 실생활에서 겪거나 마주하게 되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마치 포털 사이트에 지식 

검색 답변을 달아주듯이 명쾌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때로는 가족이 대형 쇼핑몰에 갔다가 서로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겼다면, 그 자리에 있는 게 

나을까? 찾아다니는 게 나을까라는 정말 황당한 

질문도 있었는데, 과학 상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살짝 웃음이 나올만한 효과적인 충고의 해답도 있었다.

그렇게 상식으로 설명이 안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질문에도 유쾌한 해법을 제시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한 

잡학 상식들을 짤막짤막하게 전달하고 있다.

'중국집 식칼은 왜 네모날까?'

우리가 주방에서 평소 사용하는 식칼은 뾰족하고 

곡선을 그리는 길쭉한 형태이지만, 중식도는 

정말 네모난 박스형으로 크기도 크고 평평한 형태이다.

얼추 예상이 가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중화요리에서는 마늘이나 생강은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이기에 식칼의 넓은 면으로 으깨서 

만드는 요리가 많다고 한다. 새우나 두부 등도 이렇게 

으깨는 요리가 많다 보니 네모난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폭이 넓은 만큼 무게감도 있어서 자르는 작업을 

할 때에도 힘이 덜 들기에, 중국요리 전통 방법에 맞추어 

사용하게 되었다는 명확한 근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과학적인 증명이나 해법이 필요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현지인이라도 제대로 알 수 없던 

지명의 유래라든지, 가구의 구조나 우리 주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상품에 대한 의미 등도 찾아볼 수 있었다.

'맨해튼 칵테일 이름의 유래는?' 

'인도 아기의 이유식은 카레다?'

'비행기 납치를 왜 '하이잭'이라고 부를까?' 

등등 너무나 흥미로운 주제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평범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펼칠만한 직종에 근무하는 게 아니라면, 일상에서는 

간단하게 수다 떨면서 새롭게 이야기의 흐름을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넓은 의미의 상식이었다.

근본적인 원리에 다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내용도 

많이 다루고 있었지만, 본문에 우리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주제도 꽤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 '소고기'라고 하지만 

흔히 줄여서 '돼지' 먹으러 간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소'를 가리키는 단어가 '옥스', 

'카우', '비프' 그리고 '돼지'는' 피그'이지만 돼지고기는 

'포크', '양'은 '시프' 양고기는 '머튼' 이렇게 여러 이름으로 

달리 부르는 이유도 역사학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지식을 쌓으려면 통째로, 조목조목! 

잡학사전 통조림 본문에 소개하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의 내용들은, 어찌 보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잡학 지식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려는 욕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에 

입시 시험 문제에 기계적으로 공부를 하는 대다수의 

국내 학생들에게도 청량음료 같은 도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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