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 사이를 산책하기 표지에 <숨, 소리 : 02>로 

상단에 표기가 되어 있는데,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의 여러 소리, 우리 삶의 생생하고 진솔한 

내면의 소리를 담아내며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문학 시리즈로 그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책 두께라서 

가볍게 읽기에도 부담 없는 이야기책이었다.


사이즈는 작은 책이지만 그 안에는 총 여섯 작가의 단편 

소설을 담아 놓았기에, 서로 다른 주제의 여러 목소리를 

들어 볼 수 있어서 훨씬 흥미롭게 읽기 편한 소설이었다.

<별 사이를 산책하기> 표제작을 비롯한 여섯 작품은 

'여성동아 문우회' 회원들의 작품을 모았다고 하는데, 

작고하신 박완서 님을 비롯해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작가들의 모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작품집도 내어 왔다고 한다.



유덕희 작가의 <별 사이를 산책하기>, 박재희 <홀연>,

유춘강 <레몬>, 한수경 <나비머리핀>, 이남희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 권혜수 <그 여름 뙤약볕> 

이렇게 총 6편의 짧은 단편 작품들을 하나로 모았다. 

그중에서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창작 소설이 

아닌 에세이 작품이고, 마지막 그 여름 뙤약볕은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 그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그 어머니 영빈 이씨의 삶을 소설 형식을 빌려서 

재조명한 이야기이기에 또 다른 독특한 구성이었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의도한 주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각기 다른 스토리를 대표하는 

주인공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는 

다름이 아닌 어머니와 아버지 그들의 부모에 

대한 내용이었다. 부모의 삶을 엿보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있지만 여유롭지 못한 

현실에 자의반 타의 반으로 홀로 세상에 내버려진 

주인공은 생존의 삶을 겪게 되지만 나 역시 

수레바퀴처럼 또다시 부모가 되어가기도 하고, 

부모 세대의 불편한 시대적 상황 아래에서 파탄 나는 

가정에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도 하는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주로 그려졌다. 


가장 첫 번째 작품인 <별 사이를 산책하기>에서는, 

한국에서 고단한 어머니와의 삶을 도피하듯이 찾아온 

필리핀 사설 어학원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어학연수를 온 한국 아이들의 삶도 돌아보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구김 없어 보이고 화목해 보이는 

가정도 그 속내에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지,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도 부모의 삶이 어떻게 

우리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고민하게 된다.


두 번째 <홀연>에서는, 엄마의 바람을 뒤로하고 

속세를 떠나 출가를 하기로 한 주인공이 찾는 구도의 

길에서, 다시금 되새겨 보는 여자로의 삶과 어머니가 

그에게 남겨놓은 마음의 빚의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다음 작품인 

<레몬>에서는, 어린 시절 원만하지 않던 부모의 삶으로 

 결국 고모의 손에 위탁하여 커나간 주인공은 첫사랑의 

아픔과 험한 세상에 홀로 서고자 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나비머리핀>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지배하던 

우리 부모 이전 세대에 결국 파행적으로 치닫던 

기형적인 가족 구성 역시 암묵적으로 자행되던 

당시의 모습을 철없는 딸아이의 눈에 비추고 있다.


나 역시 부모가 되면서 내 아이를 위하는 가슴에 

그 무게감과 책임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던 시대적 상황의 

폐해에 내몰린 아이들과 요즘도 뉴스에 간간히 

보도되는 부모로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만행을 

벌이는 사건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별 사이를 산책하기 작품 중 유일한 에세이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6.25 전란을 겪으신 

저자 부모님의 힘겨웠던 부산 피난살이를 

떠올리면 현재의 삶을 비교해 보는 '몸시계와 마음시계 

맞추기'와 어린 시절 마음을 잡지 못했던 저자의 

인생의 길을 안내해 주는 어머니와 선생님의 모습을 

현재에 다시 닮아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 본다.

마지막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시점에서 

자식의 죽음 앞에 나서지 못하고, 그 아픔을 가슴으로 

담아내야 했던 <그 여름 뙤약볕> 역시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말문을 터뜨리는 

말은 '엄마'라는 단어일 것이다. 그만큼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터인데 

그 끈이 끊어진다면, 홀로 맞이해야 하는 세상 가장 

큰 암흑이 너무나 두렵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다.

뱃속에서부터 나를 감싸 안아주고 세상의 등불이 

되어 준 엄마라는 존재는 다시 또 자식에게 

대물림되면서 그 존귀함은 계속 이어질 터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