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던 때 생각을 해보았다... 난 그때 꽁지작가님과 페친이어서 작가님의 활동들을 보며 책을 야금야금 읽어나가고 있었다... 우리 엄마도 우리 언니도 어디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이지만 공작가님이 딸에게 조곤조곤 말씀하시듯이 쓰신 책을 읽으면서 자상하고 좋은 언니나 엄마처럼 느껴지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었다. 다른 책에서도 느껴지듯이 좋은 엄마이실 것임에는 의심할 필요도 없지만 이제 다 큰 딸에게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가르쳐주면서 하는 이야기들은 팬이니까 그런 거일 수도 있지만 정말 다정하게 느껴졌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인지 남과 나를 비교해서 초라함을 느끼고 비참함을 느끼곤 한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교양으로 듣던 철학 과목 숙제로 레포트를 써야 하는데 내가 아프고 많이 피곤해하고 헤매고 있어서 언니가 써주기로 했었다. 그래서 결국 언니가 써준 걸 제출하고 혼자 읽어봤는데 도무지 무슨 소린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언니는 4학년이고 나는 1학년이니까 그런 거겠지 그게 당연하지 생각하고 말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십년이 지나도 그 이상이 지나도 다시 봐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니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공작가님이 2,30대 때 쓰신 글들을 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다. '왜 난 이해가 안될까? 이건 도대체가 무슨 소리일까?'ㅋㅋ

깊이 생각을 안해봐서일 수도 있고 생각이 짧고 골치 아픈 건 피해버리는 삶의 스타일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지능이나 지적 수준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습관처럼 작가님 책을 펼치면 미소가 번지다가 웃음이 터져나오는데 꼭 웃겨서만은 아닌 것 같다. 광기인가 보다.ㅎㅎ 지금 현재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현실 도피적으로 다른 데에 마음이 가있고 그래서 웃고 있는 것이다. 길 가다가도 웃고 다른 사람들이 유심히 보면 정말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 내 모습에 나도 당황하곤 한다.

암튼 나는 우수한 머리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다른 것들(별로 발견되진 않았지만)이 분명 있을텐데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만 아쉬워하는 것 같다. 나와 달리 동생은 일단 하는 것은 다 잘한다. 미술, 음악, 요리, 공부... 마음만 먹으면 다 잘하는 아이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것 하나 잘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배우는 데에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중도에 포기하기도 하고 별로 관심이 없다. 책에 꽂혀서 책을 읽고 있다는 거 외에 대학 중퇴 이후의 내 삶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겉모습은 늙어가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쓴 글 읽다보면 내게 글재주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ㅠㅠ 요리보다는 먹는 거에 관심이 많고...

엄마한테 오뎅국이나 미역국 끓이는 법을 배운 적이 있고 어릴 때 엄마 안계실 때에는 엉터리 김치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는 했지만... 요즘은 내가 하는 요리라고는 라면끓이기 밖에는 없다.ㅠㅠ 아 맞다! 고기는 내가 구워 먹는다. 삼겹살 같은 것은...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컨디션이 좀 괜찮은 날 레시피를 찬찬히 본 후에 요리에 도전해 봐야지 했는데 매일 말 뿐이고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최근에 요리책도 몇 권 생겼는데 연구해봐야겠다. 하다보면 늘겠지... 나 혼자 살 때 대비하려면 엄마한테 배워두어야겠다.

만약 공작가님을 뵙게되면 죄송하단 말씀을 드려야겠다... 귀찮으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이다... 내 존재를 잊어버리신지 오래이실 수도 있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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