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98년 미국에서였다. 아빠가 한국에서 가지고 오신 읽을 거리 중의 하나가 이 책이었는데 식구들이 돌아가며 보고 나서 내 앞에도 오게 되었는데 중고등학교 때에 책을 안읽어서 그런지 영 진도도 나가지를 않고 골치만 아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에 있던 사진은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공지영 씨가 짙은 화장을 하고 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엄마는 20대 때에 면허를 따셨지만 나중에 하실 때까지 운전을 안하셔서 나는 운전을 하는 여자분들을 보면 희안하고 대단하게 보는 경향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 사진을 봤을 때 예쁘다는 생각 보다는 좀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봤던 걸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소설은 공지영씨를 페미니스트로 만들어준 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물론 원래 소설을 거의 안읽어서 모르지만..) 이 책 전체에 흐르는 무게감과 심각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우울해지기도 했다.
결혼이 여자에게 이런 거라면 왜 결혼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히 하던 독신의 결심을 굳히게끔 도와준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97년에 대학을 가서 1학기를 다니고 두번째 학기를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내게는 명문대를 나오고 현란한 글솜씨로 나를 정신없게 하는 꽁지작가님의 존재는 조금 두렵기까지 했다. 명랑하고 활발하시고 재미있으시다고도 하던데 그 책에서 받은 인상은 서울 깍쟁이 같다고 해야하나? 암튼 그랬다.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났고 지금은 일하는 여성들이 전보다 많아지고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아이들의 나이도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우리 아파트 맨 아래층에 어린이집이 있는데 우연히 편의점에 들렀다가 돌아오다가 보면 엄마에게서 떨어지기 싫어서 우는 애기들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한 애기에 한 명씩 붙어 봐주지도 않을텐데 저 애들을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감정이입이 되서 슬퍼진 적도 있다.
살다가 어떤 순간 깨달음이 올 때가 있고 예민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생생하고 강렬한 체험을 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공작가님은 그런 순간들을 표현하는 데에 재주를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섬세하다고 해야할까? 내게는 없는 (감각들을 인화해내는) 그런 점이 부러움을 느끼게 하고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 간접적으로 만나게 되는 공작가님의 모습은 신앙인으로서도 아주 멋있는 것 같다.
내 주변의 남자분들 중에는 여자를 비하하거나 우습게 여기는 분들이 없었고 우리 아빠도 엄마를 존중해주시는 분이었기에 잘 몰랐지만 세상에는 안그런 사람들도 많으니까 이런 글들이 필요하고 페미니즘이라는 어려운 말도 필요한 것 같다. 사회제도가 너무 남성중심으로 되어있기에 이제는 사회에서 여성의 입지가 넓어졌으니까 여성을 위한 제도도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가져보게 되었다. 남성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것도 개선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수님도 여자들을 남자보다 차별하시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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