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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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는 대학교 때 친했던 선배가 계신데 젬마회(이대 가톨릭학생회)회장을 했던 선배이시다. (엄마도 회장을 하셨었다...) 우리가 이모라고 부르는데 이모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한국에서 안장식을 하시러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오랜만에 나오셨다. 원래는 이민 가셔서 뉴질랜드에 사시지만...
고양이 개 얘기를 하다보니 그런 얘기들이 나왔다. 할머니(이모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기르던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아파 죽었다고...

그래서 내가 얘기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한달쯤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다고 말이다.
주인 대신 개가 죽는다는 말이 있어 우린 아빠가 안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가셨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모가 말씀하시기를 집에서 기르던 동물이 주인보다 먼저 죽는 건 ‘길을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공지영 씨의 소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에서는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처럼 아프시다가 살아나실 때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개가 하나둘씩 죽는 것을 보고 경악하는 여자아이의 시각으로 그 소설을 그려내고 있다. 집에서 갑 중의 갑인 할머니가 어리고 약한 것들의 생명을 빼앗아간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기르던 동물이 길을 내는 거라고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우리 개의 생명을 빼앗아서 아빠가 생명을 연장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우리 아빠는 돌아가시게 됐을 때 하는 심폐소생술 조차도 하지 말라시는 분이었으니...

두 번 읽어봤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엽기적이고 무섭고 이상하다. 꽁지작가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이 소설은 십년 전에 썼던 것이고 작가님은 엽기적이고 무서운 걸 무척 좋아하신다고 한다. 앞으로도 그런 글들을 쓰실 거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소설집에는 공작가님 자신의 얘기라고도 할 수 있는 자전적 소설들이 있고 맨뒤에 실려있는 소설(맨발로 글목을 돌다)은 작가님만의 특유의 심각함이 느껴진다.

앞쪽에 있는 소설에서 공작가님의 막내가 몸이 약해서 자주 아프다고 나오던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아프기 시작한 20대 이후로 이러고 살고 있으니까 내가 더 안된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자주 아픈 사람 또는 늘 아프고 있는 사람을 보면 참 안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 엄마가 만 서른아홉에 동생을 낳으셨는데 동생은 건강한 걸 보면 작가님이 노산으로 낳으셔서 아이가 자주 아픈 건 아닐 거라고 위로해드리고 싶을 정도로 막내에 대해 마음을 쓰시는 것 같다.

장편을 쓰고 계신다는데 기대가 된다. 30년 동안 글을 쓰셨다지만 단 한 권의 책도 내가 완전히 이해한 책은 없지만 그래도 난 계속 팬으로 남아 있을 생각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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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리아 2017-06-2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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