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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ㅣ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었을 때를 기억해보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 동안 기르던 강아지가 죽었고 아빠는 간암으로 전이된 위암 말기를 선고받으시곤 투병 중이셨다.
그때 아빠는 돌아가실 때까지 무리하게 직장에 나가셨었다.
꽃동네대학교 총장이셨던 아빠는 한시간 동안 천천히 몸을 움직여서 엄마의 도움으로 겨우 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신으시고 구두도 아주 어렵게 신으실 정도로 극도로 쇠약해져 계셨다. 청주에 관사에 계셨는데 우리 강아지의 죽음으로 힘들 거라고 고양이들까지 싣고 그곳으로 내려가서 함께 지내라고 배려해주셨다.
이 책은 그 무렵 읽은 책 중의 한권이었다. 어떤 힘에 이끌리거나 무언가에 홀리듯 멍했는데도 이책은 잡은 즉시 놓지 않고 다 읽었다. 원래 나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니다. 거의 난독증에 가깝게 책을 못읽어내는 사람이었다.
삼십대초반이었던 나는 연애경험도 거의 없으니 사랑에 대해 짝사랑 말고는 어떤 게 사랑인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고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가 `사랑`이었다.
공작가님은 사랑에 관해서 책을 쓰신 것도 처음이었고 해피엔딩으로 마친 것도 처음이었다고 이 책에 쓰셨다.
리뷰를 쓰기 전에 이 책을 대충 눈으로 훑으면서 생각했다.
`아.. 그땐 너무 우울했구나`...
내가 청주로 간지 얼마 안되서 아빠는 결국 돌아가셨고 나는 아빠 없는 애가 되었다. 가끔 아빠가 살아계신 것처럼 `나중에 아빠한테 물어보면 되겠다.` 생각할 때도 있고 목소리가 쟁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빠는 육신으로는 뵐 수가 없다. 천국에서 기도해주시며 나를 지켜봐주시는 건 믿지만 책 읽는 것, 혼자 공부하는 것도 도와주시는 게 느껴질 정도로 내 상태가 좋아지고 있지만 많이 그립다.
이 책이 꼽혀져있는 걸 볼 때면 아빠 생각이 저절로 나는 건 내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다.
작가가 못된다 해도 나도 아빠가 물려주신 좋은 자질들을 계발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살고 싶다.
다른 식구들처럼 빼어나고 우수하진 못해도 마음을 갈고 닦아 착한 심성을 가진 좋은 사람이 되도록 수행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리고 죽기 전에 연애 같은 연애를 꼭 해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