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1등만 했대요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16
노경실 지음, 김진화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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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좀 쌀쌀해져서 나가기가 싫었다. 이번 주는 미사를 두 번 다 차로 다녀와서 더 운동량이 적었다. 그래서 급하지는 않지만 수프리모도 살 겸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우선 가서 가방을 풀고 책들을 반납하고 반납한 6권 만큼 또 6권을 대출해 왔다. 그중 그림책 두 권을 집에 와서 읽었다. '아빠는 1등만 했대요.'를 읽고 나서 혼자 웃었다. 아빠 생각이 나서였다. 아빠는 경북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나오신 수재이셨는데 오스트리아 린쯔에서 유학하실 때에는 박사과정을 1등으로 졸업하셨다.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1등만 한 분이다.

아빠는 어릴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기르셨고 그 후론 어른이 될 때까지 친척 집에서 학교를 다니셨다. 아빠의 친할머니, 나의 증조할머니는 아빠가 부모 없이 자라니까 더 잘 되게 하시려고 엄하게 아빠를 기르셨다고 한다. 성적표가 나오면 1등을 해도 점수가 떨어지면 무조건 때리셨다고 한다. 부모도 안 계신 불쌍한 아빠를 너무 괴롭히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우리에게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시곤 했지만

"나도 공부하기 싫어했어." 하고 내 동생이 공부 안 할 때 도움이 안 되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머리가 좋으셔서 공부를 싫어해도 1등이었다지 않는가!!

나이가 들수록 아빠 생각이 나면 참 마음이 아프다. 우리 아빠는 부모한테서 사랑을 못 받아봐서 아빠 노릇을 하시는 게 좀 어색했다. 난 그런 아빠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돌아가시고 나서 내가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아빠가 이해가 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맨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셨는지 내가 대학을 중퇴하고 나서 빌빌할 때 푸시하시고 나중에는 상처 주는 말까지도 하셨었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한바탕 혼이 났다. 아빠는 내가 걱정이 되시는 거였다. 결혼도 못 할 것 같은데 보호해 주시지 못하니까 정신 차리게 하려고 매정하게 날 대하셨던 것 같다.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빽이 되어 주시는 건지 나는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많이 좋아졌다. 하긴.. 정신 차릴 때도 됐지...

우리 부모님은 어릴 때 천재 소리를 들으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의 자녀로서 기대에 부응하기 못한 게 죄송하지만 지금이라도 내 강점을 찾아서 열심히 갈고닦아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학교를 다시 다니는 건 부담스러우니까 나 혼자서 책 읽고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도 좀 더 읽을 수 있고 글도 조금 더 잘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ㅎㅎ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올 한 해도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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