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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먹은 바둑이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1
노경실 지음, 신가영 외 그림 / 사계절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우리 집에는 고양이 세 마리가 있다. 예전에 개를 길렀었는데 지금은 죽고 없다.
20년이 넘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사택에 살았었고 그때 개를 길렀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길렀던 개들을 생각했다. 우람이와 예돌이를...
두 마리 다 강아지일 때부터 길렀었는데 집안에서 기르다가 쫓겨 나서 밖에서 살았다.
둘 다 공통적으로 쫓겨난 이유가 책을 물어뜯어서이다.
그것도 아빠가 아끼시는 책들을...
우람이는 내가 고 3때 교통사고로 죽었고 예돌이는 그 후에 길렀는데 심장 사상충으로 죽었다.
이사를 가야 하는데 예돌이를 줄 데가 없어서 아빠가 총장으로 계셨던 꽃동네대학교에
보내려고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에서 죽었다.
우리 식구들은 무척 슬퍼했다. 피오줌을 싸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심장 사상충이라고 했고
며칠도 안돼서 죽었다. 내가 예돌이에게 미안했던 건 밤에 자꾸 문을 두드려서 산보시켜 주고 오고
또 쿵쿵거리면 나가서 야단을 쳤었는데 그게 아파서였던 것 같다.
개는 말을 못 하니까 춥고 아프다는 표현을 문을 두드려서 표현한 거였나 보다.
내 이름이 예진이고 예돌이는 내 동생이라고 예돌이라고 지은 거였는데...
예돌이가 떠나던 새벽이 생각이 난다. 새벽에 간호를 하다가 항문 근처에 뭐가 묻었길래 닦다가 깜짝 놀랐다.
사람도 죽으면 몸 밖으로 대소변이 나온다는데 예돌이가 죽어서 똥이 나온 거였다.
눈을 뜬 채로 죽어 있었다. 동생 마리아를 깨우고 죽음을 알렸다. 동생과 나는 끌어안고 울었다.
그때 아빠가 투병 중이실 때라서 엄마가 청주에서 계시다가 예돌이가 죽었다고 전화를 했더니 급하게 새벽에 시외버스를 타고 오셨다.
동생과 차로 엄마를 터미널에서 픽업해서 집으로 왔고 엄마는 담요에 싸이고 몸이 딱딱해진 예돌이를 안고 우셨다.
두 마리가 기르던 시기가 다른데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동시에 두 마리를 기른 것처럼 쓴 것 같다.ㅠㅠ
아무튼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건 너무 슬프다... 예돌이가 죽고 나서 한 달도 안돼서 아빠가 돌아가셨다.
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건 반려동물의 죽음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나는 예돌이가 죽었을 때 이별연습을 한 것 같다. 아빠를 보내드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정말 2,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울고 아빠가 꿈에 나오시고 우울했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었다. 동물은 사람 같은 영혼은 없고 각혼이라는 게 있다는데 나는 죽으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심지어는 아빠가 천국에서 우리가 기르던 개, 고양이와 함께 계실 거라는 생각까지 한다. ㅎㅎ
우람이와 예돌이 둘 다 보고 싶다. 우람이도 영리하고 사랑스러웠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서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산보시키려고 하면 엄청난 힘으로 나를 끌고 다녔다는 것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 힘이 되게 셌다.
우람이는 어릴 때부터 다른 애들보다 덩치가 컸고 어느 정도 자라서 뒷동네 교수님 집에서 키우기로 해서 보냈는데 자꾸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개집을 끌고...ㅋㅋㅋ
제일 못생겨서 다른 데 줘도 구박 받을지도 모른다고 언니가 다른 애들보다 우람이를 길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을 해서 우리가 기르게 됐다. 언니는 자기가 우람이 엄마 할 거라고 하며 자기 새끼처럼 이뻐했다.
우리 집 식구들이 워낙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람이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책만 안 물어뜯었으면 집안에서 살 수 있었겠지만...ㅎㅎ
지금 기르고 있는 고양이들도 나이가 많다. 우람이와 예돌이는 열 살에 죽었는데 우리 고양이들은 지금 셋 다 10살이 넘었다. 고양이들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문득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고양이들이 죽어서 내가 감당을 못할까 봐... 아빠도 보냈는데 그까짓 고양이들이야..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정이 많이 들었다... 고양이들이 고도비만이라서 얼마 못 살더라도 너무 슬퍼하진 말아야겠다. 지금까지 함께 산 것도 너무나 감사하니까 말이다.
지나고 후회하고 미안하지 않게 우리 고양이들과 행복한 추억들 많이 만들게 해주세요~~
하느님! 이 귀한 생명들을 돌보게 해주신 거 감사드립니다... 저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