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그널 1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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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사이의 무전은 돌고 돌았던 게 아닐까요.” 간절함이 보내온 신호, <시그널 1권>
:드라마 시그널 그리고 성공적인 소설화에 대하여...

올해 최고의 화제 드라마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시그널’이다. 보통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이 5%이상만 나와도 대박으로 치는 시점에 지상파에서나 나올법한 두 자리 12.5%의 시청률을 갱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였다. 처음부터 딱딱한 수치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드라마의 성적표는 곧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훌륭한 성적표를 받은 모범 드라마 시그널은 시청률만큼이나 특별한 소재를 다룰 것 같지만 사실 이전 드라마와 별다를 것 없는 소재를 다룬다. 바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타임슬립’. 이전에도 많이 다루었던 소재로 분명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인기 있는 소재이나 그만큼 흔한 소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인현왕후의 남자, 닥터 진, 미래의 선택, 나인, 신의선물 14일 등이 방영된 시점이고 이는 타임슬립이란 소재가 더 이상 새로울것이 없으며 매우 치열한 경쟁을 부르는 레드오션 소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널은 ‘성공’했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의 정반대의 두 형사, 이재한과 박해영이 무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가 형과 아버지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를 바꾸려는 ‘나인’과 미제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갑동이’의 장점만 쏙쏙 골라 합작한 작품 같았다. 김은희 작가는 예전부터 쌓아온 장르 드라마의 내공으로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라인과 공감을 일으킬만한 명대사들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생,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과 세밀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원석 PD는 시청자들이 배우들의 미묘한 감정연기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섬세한 영상을 제공했다. 사실 이들의 합작은 기획단계서부터 흥행을 예상할만한 요소였다.  

이런 시그널의 소설화라니! 반갑기도 하고 우려되기도 했다. 영상을 활자로 옴겼을 때 김은희 작가의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개를 따라가려면 호흡이 짧은 문장이어야 필요할텐데 그럼 대본집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고, 김원석 PD의 연출력이 보이는 섬세한 영상미는 소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설화에 대한 우려는 당연한 것 이였다. 하지만 읽고 난후는 걱정이 우스울 정도로 소설화 역시 성공적이였다. 소설은 소설의 맛이 따로 있다. 같은 재료로 다른 요리를 만들 듯이 말이다. 마치 콩으로 비지찌개를 만들고 두부를 만드는게 각각의 다른 맛이 있듯이 이것도 그러했다. 등장인물의 행동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관찰력 있는 전개와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카메라 파인더를 보는 듯한 섬세하고 밀도 있는 심리묘사는 시그널 소설화의 우려를 과감히 깨트렸다. 또한 활자로 곱씹게되는 명대사들은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대부분 소설을 읽고 나서 영상을 보는게 당연시되는데 시그널은 영상을 보고 소설을 읽어도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고 배가 된다. 소설의 활자 따라 드라마의 영상이 떠오르는 것은 상상력을 반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시그널의 스토리를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견인요소로 작용한다, 이렇게 성공적인 시그널 소설, 물론 드라마를 안본사람에게도 권하겠지만 드라마를 봤으니 굳이 책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욱 권하고 싶다.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면 디지털 시대에 영상으로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소설 속 이재한 형사의 시대처럼 아날로그식인 소설로 간직하는 것도 드라마의 향수에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덮어 간직하는 일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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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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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법의학자 ‘송자’ 그의 파란 만장한 삶이 만들어낸 압도적 역사추리소설!

(이 소설은 역사추리소설로 실존인물을 다루고 있다. 첫 문단은 기본적인 배경이니 송자에 대해 알고 있다면 넘겨도 좋다.) 송자는 13세기 송나라에 실존한 중국 최고의 명판관이다. 당시 송나라는 유교적 문화 때문에 해부는 물론 의술도 금기시하던 시대였다. 그런 미개한 시대를 거스르며 자신만의 관점과 지식으로 법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 송자이다. 1247년 그가 편찬한 ‘세원집록’은 역사상 최초의 법의학서이며 현대에 와서도 전혀 어긋남이 없이 타당성을 갖춘 지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시체읽는법, 해부하는법, 현장검수하는법, 판관이 금기시해야할 것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또한 세원집록에는 그가 경험한 수많은 법의학 사건이 기록되어있는데. 안토니오 가리도라는 스페인 작가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화 한 것이 바로 이 책 ‘시체읽는남자’다. 이 ‘시체읽는남자’는 당시에 사람들이 송자를 일컫는 말로 송자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지루한 역사이야기는 여기까지만하고 이제 소설속으로 들어가 보자.

‘자’는 가족과 함께 수도 린안으로 가게된다. 아버지가 린안의 회계관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가족이 함께 이사를 가게된 것이다. 헌데 고집불통 망나니인 형 ‘루’만은 고향에 머물기를 고집한다. 결국 가족들은 형을 고향에 두고 이사를 하게된다. 이사 후'자'는 린안에서 머물게된다. 도청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상관인 ‘펭’판관은 ‘자’의 현명함과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다. ‘펭’은 ‘자’를 곁에 두고 조수로 함께 일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심문이나 시체에 관한 일 등 ‘펭’판관의 일을 도우며 ‘자’는 자연스레 수사학과 해부학을 익히게 되고 날이 갈수록 뛰어난 면모를 보이며 ‘펭’판관의 신임을 얻는다. 또한 국자학의 학생으로서 학문에도 정진한다. 이렇게 열렬히 자신의 재주를 펼치던 그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극의 시작은 할아버지의 죽음이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자 효를 지켜 3년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자’와 가족들은 직업과 집을 버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온 ‘자’는 할 수없이 형 ‘루’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형 ‘루’는 자신을 남겨 두고 떠난 가족에게 앙금이 남았는지 가족들을 멸시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자’에게 집착하며 ‘자’를 집중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공부만 하던 ‘자’는 이제 험한 노동을 하며 형의 학대를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가족은 어느샌가 붕괴되고 부모도 무관심해지면서 ‘자’의 고통은 날로 심해진다. 다행스러운건 ‘자’에게 약혼녀 ‘앵두’가 있었고 ‘자’는 고통의 날속에서도 언젠가 그녀와 결혼하고 다시 린안으로 돌아가 예전의 삶을 되찾을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의 끈은 부질없이 끊어진다. 옛 상관인 ‘펭’판관이 찾아온날, 사건이 터지고야 만다. 논에서 일을 하던 ‘자’는 논에서 약혼녀 ‘앵두’의 아버지 ‘샹’의 시신을 발견한다. ‘펭’판관의 도움으로 사건을 수사해보니 범인은 다름아닌 ‘자’의 형인 ‘루’라는 것이다. 이제 ‘자’는 살인범 형을 두었으며 사랑하는 여인인 ‘앵두’네 집과는 철전지 원수가 되었다. 형 ‘루’는 이제 참형을 면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자’는 형인 ‘루’를 외면하지 못한다. 결국 그를 구하기로 결심하는 ‘자’. 이리저리 형을 구명할 방도를 모색하지만 난관에 부딪치면서 힘에 부친 ‘자’는 그리운 ‘앵두’를 찾아가나 문전박대 당한다. 결국 거지꼴로 ‘앵두’의 집앞에서 거적을 두르고 잠을 청하는데 커다란 굉음과 비명소리가 천지를 뒤흔든다.

산사태가 일어났다. ‘자’의 집을 포함한 동네가 한순간에 흙더미에 파묻히고 쑥대밭이 되버렸다. 신이 ‘자’의 고난을 시험하는 것일까? 잔인하게도 파묻힌 건 집뿐만이 아니였다. 이 재해로 병 때문에 다른집에 보내진 여동생을 뺀 일가족 전부를 잃게 된다. 부모의 장례식을 하고 형이 가진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한 ‘자’. 그러나 이마저도 부정한 관리가 자신이 몰수할 땅이라며 그 돈을 앗아간다. 땅을 샀던 만석꾼은 ‘자’를 도둑으로 몰고 이제 도망자가 된 ‘자’는 병약한 여동생을 데리고 린안으로 도망치게 된다.

돈 없이 아픈 여동생을 데리고 나졸을 피해다니는 ‘자’. 우여곡절 끝에 린안에 당도하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묘지에서 일하는 점쟁이 '슈'를 도와 일을 하게된다. 예전에 린안에서 ‘펭’판관에게 배운 지식과 수사 경험으로 시체들이 죽은 연유를 찾는 일을하는 ‘자’. 그는 스스로 다시 검시관으로써의 자질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날 이제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밍학원의 학생들이 실습을 오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을 소견을 말한 ‘자’는 ‘밍’교수의 눈에 들게 되고 밍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밍학원은 송나라 최고의 수사판관을 양성하는 곳으로 ‘밍’교수 역시 그 분야의 최고 실력자였다. 이제 무언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그에게 고난이 찾아온다. 그의 뛰어난 재능을 시기하는 동무의 계략으로 몇번의 위기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실력을 쌓아가는 ‘자’.

어느날 그 실력을 빛을 보게 되는데. 그 일은 황궁의 시체검안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시체를 판독해 황제의 눈에 든 것이다. 결국 황궁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이제 실력도 인정 받았겠다 큰일도 맞았겠다 평탄할것만 같은 ‘자’이다. 또한 그곳에서 반갑게도 ‘펭’판관을 만나게 되며 그를 의지하고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하지만 추리소설 답게 마지막 거대한 위기와 반전이 ‘자’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가 수사를 진행할수록 잔인무도하게 살해된 살인사건의 현장보다 더 잔인한 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추리소설의 탈을 쓴 무한대 소설: 추리소설로 재미를, 역사소설로 교훈을, 성장소설로 감동을 주는 소설.


얼마 전 꽃도령 유랑단이 그랬다. 장르는 로맨스인데 여러 가지 장르 요소가 곳곳에서 튀어나와 가지가지 매력을 발산하는 흥미로운 소설. 요즘 추세가 한 가지만 오롯이 하기에는 부족한 시대인가 보다. 시체 읽는 남자도 그렇다. 장르는 추리소설인데 추리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까웠다. ‘자’의 고난과 역경이 어찌나 방대한지. 이렇게 너덜너덜해지는 주인공은 처음이다. 하지만 전쟁이 위대한 영웅을 만들 듯. 바보스러울 정도로 미련하고 한심한 송자가 위기를 겪으며 점차 단단해져가고 학문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관점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이 막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어떤 용기의 메세지를 줄수도 있다. 반면 솔직히 말하면 추리소설로 ‘추리’부분이 뒤쪽에 몰아져있어서 집약된 느낌이라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수도 있다. 초반의 성장소설 같은 송자의 개인사에 못 이기고 아쉬움으로 섯불리 책장을 덮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약된 만큼 강렬한 배신과 음모 잔인한 진실이 반전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책장을 덮기에는 이르다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여러 장르가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주인공의 스펙타클한 고난기를 읽고 싶다면 과감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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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더 이노센트
레이첼 애보트 지음, 김성훈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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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죄 없는 사람들만 고통받게 되겠지.”
누구에게 돌을 던질지 정하라! 살인자인가, 아니면 살인당한 사람인가?

화창한 날씨. 유리창으로 아찔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뭐하나 빠짐없이 꼼꼼하게 단장한 여자, 그녀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고 특별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지의 근육이 긴장되고 어깨가 잔뜩 힘이 들어간 그녀. 그녀가 아예 굳어버리기 전에 마침내 그가 도착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조차 매력적인 완벽한 그가 들어왔다. 그는 그녀가 이곳에 올 줄 알았다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훑었다. 그녀의 꼼꼼한 준비만큼 남자의 만족감도 높아졌다. 그녀는 그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도발적이고 위험하게. 그에게 옷을 벗으라 명령하고 침대에 누워기다리라고 명령했다. 남자의 눈은 욕망으로 번뜩였고 여자의 눈은 소름과 두려움이 뒤엉켜 있었으나 그걸 감추려 애를 쓰는 듯 보였다. 여자는 남자의 사지를 실크 스카프로 침대 기둥에 묶었다. 그리고 그의 눈을 가렸다. 그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여자는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채비’를 마쳤다. 잠시 후 돌아온 여자는 남자의 눈을 가린 스카프를 내려 그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남자는 이제 깨달았다. 곧 있음 여자가 자신을 죽인다는 사실을. 남자는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여자는 준비해온 주사기를 들어 그를 잠재웠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북부에서 근무하던 톰 더글라스가 이혼 후 런던 경찰청으로 새로 부임하고 맡게 된 첫 사건이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두어잔정도 마신 와인이 원망스럽다. 첫 사건부터 부하인 베키 로빈슨에게 대리운전을 시키는 꼴이라니. 뭔가 시작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곧 이여 베키가 말하는 피해자 신분을 들으니 역시나 런던에서의 시작은 좋지 않다. 피해자는 휴먼 플레처. 그는 재벌 자선사업가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하는 유명인사. 특히 매춘소녀들을 구출하고 그녀들이 새 삶을 살수있도록 후원해줘서 여왕에게 작위까지 받은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의 재단 알리움은 꽃 이름으로 양파처럼 여러겹 포개져 있는 알뿌리로 시작되지만 강하고 단단한 줄기를 땅 위로 뻗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꽃. 어린 소녀들도 자라날 환경만 잘 갖춰주면 아름답게 핀다는 그의 소신이 담긴 재단이다. 이렇게 훌륭한 재단을 운영하는 도덕적인 그가 괴이한 죽음을 맞이했다. 전라 상태로 침대에 묶인채 살해당한 것이다.

괴이한 것은 사체뿐만이 아니였다. 샴페인잔에서 채취한 지문은 피해자것 이외에는 데이터 베이스에서 발견되지 않으며, 칼이라는 흉기가 있으나 쓰인 흔적이 없다. 재갈이 물린 나체 사체를 보아하니 정황은 가학적 성행위를 즐긴 경우 같아 보이는데 몸에 가학 행위도 성 행위 흔적도 없다. 손목에 멍자국이 있으나 오르가즘을 느낄 경우 몸부림을 쳐서 남을수도 있다고 한다. 모든 증거가 별 증거가 되지 않는 상황. 단지 예감할 수 있는 것은 저항 없이 침대에 묶였다는 것. 그렇다면 면식범의 소행. 결국 용의선상에 제일먼저 오른 것은 휴먼 플레처의 아내 로라 플레처. 남편의 죽음으로 영국으로 돌아온 아내 로라는 재벌 아내로 화려함이 있어야 하지만 수척하고 피폐해진 수수한 모습. 결혼당시의 반짝거리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그녀.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앞에두고 슬퍼한다. 그리고 사건당시에 이탈리아에 있었다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슬퍼하는 모습과 알리바이로 인해 제1용의자(로라)가 용의선상에서 제거되자 수사는 난항을 겪고 반향을 전환하게 된다. 휴먼 플래처의 자선사업과 관련된 사람들. 그의 주변의 여성들이 연이어 수사망에 오르나 이또한 별다른 진전은 없다. 헌데 피해자의 주변을 조사할수록 피해자 휴먼플레처의 또 다른 이면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또한 그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소녀들이 하나둘씩 실종되어가는 기이한 사건들이 서서히 밝혀지는데...


- 북플라자 다운 소설. 충격, 소름, 경악의 합주. ‘다루기 어려운 소재’의 추리소설 : 뒤통수 맞을걸 알면서 맞는데도 놀라운 소설!


읽고 난후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북플라자 출판사 다운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소재에 색이 짙고 가독성 높은 추리소설이 딱 북플라자 다웠다. 헌데 재밌는건 분명한데 서평쓰기가 조심스럽다. 내가 서평을 조심해서 쓰고 말을 아끼는 이유는 휴먼 플래처의 정체가 누구도 상상 못할 ‘극악’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충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를 읽어보면 겉보기에는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휴먼 플래처가 뒤가 음침, 음습하다는 사실을 책을 읽기전에 대강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읽으면서 대부분의 추리소설처럼 앞과 뒤가 다른 피해자의 비밀들이 속속들이 터져 나오면서 피해자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피의자였다는 사실에 반전이 나오는데 이 또한 별다를 것 없는 플롯이다. 하지만 그 ‘비밀’이, 휴먼 플래처의 ‘이면’이 정말 극악수준이고 경악을 금치 못할 소재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독특함이 있다. 이 소설은 휴먼 플래처를 살해한 단순 범인을 찾는데 급급한 소설이 아니다. 독자가 예상한 피해자 휴먼 플래처에게는 당연히 비밀이 있는데 그 비밀 내용이 절대 당연하지가 않다. 그래서 뒤통수 맞을걸 알면서 맞는데도 그 세기와 강도에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독자는 분명 예감하고 있다. 그의 뒤가 어둡다는 것을 하지만 그 어둠의 크기와 질감을 경험하면 어떠한 말로도 형언할수 없는 캄캄함을 맞이하게 된다. 중간 중간에 회상과 로라가 이모젠(로라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가 톰의 수사진행과 함께 오르골의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갈 때 그 오르골에서 들려주는 음은 한번 들으면 헤어나올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충격적이라 귀에 맴도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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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 잭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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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리버스 컬렉션 그 네번째 이야기: 하원의원 ‘그레고리 잭’의 ‘하우스오브카드’가 무너진다!

  

스릴러 소설은 표지와 제목을 보면 어느 정도 내용이 추리 가능하다. 스트립 잭도 그러했다. 갈기갈기 조각난 카드 트럼프 카드 잭. 그리고 ‘스트립 잭’이라는 제목. 특히나 ‘스트립 잭’은 명사 두 개의 조합으로 제목 짓길 좋아하는 이언 랜킨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제목을 지었다. 매듭과 십자가, 숨바꼭질처럼 농담조의 제목을 찾다가 ‘스트립 잭 네이키드’라는 카드 게임을 발견했고 이 게임은 상대방의 패를 모두 빼앗아야 끝나는 게임이다. 

 

자, 갈기갈기 조각난 카드 잭 그리고 상대방의 패를 모조리 빼앗아야 승리하는 게임. 감이 오는가? 이 소설은 모든 것을 가진 하원의원 ‘그레고리 잭’의 모든 것을 빼앗아 난도질하려는 세력과 진실을 밝히려는 '존 리버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버딘 출신의 왓슨은 독실한 교인으로 죄악과 방탕을 혐오하는 총경이다. 정보원이 제공한 매음굴 단속을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제공된 주소가 망설일 여지를 준다. 뉴 타운에서도 깨끗하기로 소문난 동네. 변호사와 의사 교수들 기득권층의 밀집지역에 매음굴이라니. 우연히 서장이라도 맞닥뜨리면 어떡하는가 말인가! 망설임과 우스갯소리로 매음굴 불시 단속 브리핑이 끝나고 왓슨과 존 리버스와 그의 동료들은 매음굴 불시 단속을 시작하는데.

  

수치와 당혹감 혹은 분노 뻔뻔함들로 무장한 매수자들이 줄줄이 잡히는데. 홈스 경사가 리버스를 조용히 부른다. 그리고 직접보라고 한 방을 안내하는데. 그곳에는 놀랍고도 어이없게도 하원의원 그레고르 잭이 있는게 아닌가! 그는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며 스캔들 없이 깨끗한 주변과 젊은데 유능하기까지한 하원의원이다. 거기다 아름다운 부인까지 두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이 완벽한 그가 이런 매음굴에 있다니. 비애에 찬 눈으로 오해라는 말뿐인 의원. 이 상황도 이상한데 더 이상한 것은 불시 단속임에도 귀신같이 알아챈 언론들이 개떼처럼 냄새를 맡고 매음굴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의원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것일까? 정보는 어디선 센것일까? 의원이 말한 오해는 무엇인가?

  

이상한 것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음굴에서 체포된 의원 잭을 기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내용을 기자들은 이미 냄새를 맡은 시점. 정치인의 문란한 성스캔들보다 물고 뜯고 씹기 좋은 안주거리가 어디있단 말인가. 당연히 잭의 기사는 헤드라인감인데 이상하게 그에 대한 신문 기사는 발표되지 않는다.

  

이 이상한 일뒤에 더 큰 미스터리가 이어진다. 의원 잭의 부인 엘리자베스가 실종된다. 남편의 외도가 충격적인 탓이였을까? 그녀와 관련된 곳을 곳곳이 수색하지만 찾을 방도는 없고 수사는 미궁에 빠질 무렵. 엘리자베스는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제 그레고르 잭은 깨끗한 정치인이 아니라 더러운 매음굴 매수자가 되었고 자상한 남편이 아니라 부인을 무참히 살해한 용의자가 되버렸다. 무소속의 청렴결백해보인 그가 진흙탕에 나뒹굴다 못해 진흙탕에 빠져 정치적 생명은 물론이고 사회적 생명까지 익사하기 직전이다.

  

한편 존 리버스에게 책 절도 사건이 떨어졌다. 에든버러 대학에 신학을 담당하는 교수의 사무실에 누군가가 몰래 침입해 희귀서적 몇권을 가져갔다. 단순절도인가? 경매장, 수집가, 서점 등을 수사하고 다니는데 그중 수이 북스라는 서점을 가게된다. 그런데 서점주인은 절도사건이 아닌 매음굴 사건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잭에 관해 궁금해 하는 눈치다. 그리고 결국 수이 북스의 주인이 의원 잭과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되는데... 매음굴 사건과 엘리자베스살인사건 책 절도사건이 맞물리는 접점은 무엇일까? 그레고르 잭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존리버스의 믿음대로 그는 함정에 빠진 것일까?

  

이번 존리버스 시리즈는 스트립잭은 덜 잔인하나 더 통렬했다. 단순한 매음굴의 성스캔들이 부인 살해사건으로 이어지고 단순한 고서 절도 사건으로 인해 밝혀지는 의원을 둘러싼 인간들의 관계와 놀라운 비밀. 얽히고 설킨 관계들의 복잡 미묘함이 하나씩 그 진면목을 보여주며 한톨 한톨 벗겨지는데 경악을 감출길이 없다. 이언 랜킨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지킬과 하이드 캐릭터를 담아냈는데 점잖음 뒤에 본성을 숨긴 인간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밝혀지는 유인원을 닮은 악당의 외모. 이런 점들이 스티븐슨의 이야기 속 하이드 씨를 상기시킴과 동시에 그것을 넘어섰다.  이런 스릴러적 요소 외에 요소도 독보인다. 이번에 새로이 등장하는 여자와의 존리버스의 동거로 인한 줄타기 러브라인. 주변 동료들과의 우정. 작가 특유의 농담섞인 시니컬한 유머까지. 주조연 케릭터의 합과 더불어 작가의 뛰어난 문체까지 견비되었으니 이번작도 성공적 아니 훌륭한 작품이다.

 

간혹 너무 재밌거나 훌륭한 소설을 만나면 서평에 별다른 말을 쓰질 못하는데 이 경우가 그렇다. ‘재미있다’ 라는 말 이외에 어떤 수식어가 필요하겠는가?

 

 

​- 출판사가 대표하는 시리즈의 간판 작가 작품은 언제나 옳다 :

(타출판사 시리즈물에 대한 내용도 있음으로 지루한 사설임)

   

책을 좀 읽다보면 선호하는 출판사가 생기기 마련이다. 비슷한 느낌의 스토리라인, 같은 장르,선호 작가와의 계약으로 특정 출판사는 자기만의 색이 담긴 책들을 출간한다. 그러다보니 반복적으로 자신의 취향의 책을 사다보면 같은 판형의 같은 출판사책이 좌르륵 서재 한 칸을 차지하게 된다.

  

비채는 스릴러 매니아에게 최초로 인정받은 ‘모중석 스릴러 클럽’를 출발로 시작했다. 숲, 도로변 십자가, 잠자는 인형, 소녀의 무덤, 심플 플랜, 덱스터 시리즈,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최근에 읽은 ‘결백’까지... 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특징을 보여주는 이 시리즈는 스릴러 매니아들 사이에는 이미 최고의 시리즈로 뽑힌다. 모중석이라는 얼굴없는 미스터리한 기획자는 자신의 화려한 경력이나 이력을 어필하지 않고 이름 석자와 뛰어난 기획력만으로 승부를 보았고 그의 시리즈는 언제나 기발하고 독특하며 재미까지 견비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다음 명맥을 이어간 것이 북유럽스릴러 강풍을 몰고 온 주자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였다. 헤드헌터도 재밌었지만 폭발적으로 터트린건 해리 홀레 시리즈중 ‘스노우맨’이였다. 그 이후 오슬로 3부작이 장인정신이 담긴 스릴러라는 평판을 얻으며 그의 작품은 날개 돋친 듯 가열차게 판매되었고 모중석 스릴러 클럽을 이은 비채의 2번째 명타자가 되었다.

  

알에이치코리아는 유명작가의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신작이라도 작가의 네임벨류덕에 일정량의 판매고를 올리는 그야말로 공무원 연금같은 시리즈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형사 해리보슈 시리즈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알에이치코리아가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는 간판 시리즈이다.

  

북로드는 트랜디한 신간으로 화제가 많이 출간되는 출판사다. 그중 시작은 여성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표지로 넬레 노이 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로 시작했다. 표지만큼이나 훌륭한 시리즈는 독일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열었고 그중 가장 많이 팔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아직까지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다. 거기에 스티븐킹을 비롯한 스릴러 거장들이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릴러 작가 마이클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현재까지 2권 출간되었고 최근에 스탠얼론 1권 밖에 출간되지 않았으나 신선한 설정으로 거장들의 마음만큼이나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아 벌써 북로드의 두 번째 간판작품이 되었다.

 

아르테는 아르테누와르라는  굵직한 누와르 추리소설을 전용으로하는 라인을 만들었다. 대표작가는 디온메이어. 한국에서는 흔히 접할수 없는 아프리카 작가의 아프리카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아프리카의 어두운 이면을 여실히 담은 이 소설들은 제3세계의 치안,비리,빈부격차,에이즈,영아강간 등의 사실을 낱낱이 고발해 사실이기에 더 몰입하게되는 마력이 있다. 또한 아프리카는 이색적인 국가색때문에 추리매니아들에게 희소성이 있는 작품으로 소장욕을 불러일으키고있다. 최근 베니그리설형사 시리즈로 악마의 산과 13시간이 출간되었는데 인간적인 캐릭터와 발버둥칠만한 극악한 사회의 만남은 꽤나 훌륭했다.

  

사설이 길어졌다. 그럼 이언랜킨의 스트립잭이 담긴 출판사는 어떠한가? 오픈하우스는 본격 장르문학 시리즈 ‘버티고 시리즈’을 내놓았다. 작고 컴팩트한 체형에 가벼운 종이질. 그립감이 좋고 소지하기도 좋다. 재생지 같은 가벼운 종이질 덕분인지 가격대도 조금은 저렴한편. 책 분량도 가벼워 그에 맞게 속도감 있는 전개가 있는 이 시리즈에는 주목받은 작가가 3명 있다. 이언 랜킨, 리 차일드, 제이슨 매튜스. 리 차일드는 최근 영화개봉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잭 리처 컬렉션을 완성 했으나 이 대단한 시리즈는 잭 리처 컬렉션으로 버티고와는 다르게 분류할 수 있다. 제이슨 매튜스의 레드 스패로우 역시 영화를 앞둔 시리즈로 국외에서는 인기있는 시리즈이다. 작가가 실제 CIA요원으로 산 경력이 있어 스파이에 관한 방대한 지식으로 스파이에 관한 디테일한 묘사를 했으나 그 점이 다소 좋다와 지루하다로 나뉘어 국내에서는 호불호로 나뉜 실정이다. 그렇다면 버티고 시리즈의 왕좌를 차지하는 것은? 그렇다. 당연히 이언 랜킨의 존리버스 컬렉션이다.

  

이언 랜킨의 존리버스는 실로 대단한 시리즈이다. 일단 작가부터가 대단하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국민작가이자 유럽 범죄문학의 거성이다. 영국에서 팔려나가는 전체 범죄소설 중 무려 10퍼센트가 이 대단한 작가의 존 리버스 컬렉션이다. 그는 출간한 모든 작품은 출간되고 3개월 안에 평균 5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타탄 누아르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 작가는 타탄이라느 스코틀랜드의 전통 무늬 직물처럼 눅눅하고 음습한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작품을 써내려갔다.

  

첫 작품인 매듭과 십자가를 시작으로 숨박꼭질, 이빨자국 이번이 네 번째인 스트립 잭이 출간되었다. 에든버러 경찰 존 리버스 경위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끔찍한 범죄를 냉소적이고 하드보일드한 필체로 그려내는데다가 주인공에게 인간적인 모습을 부여하고 개성있는 조연들의 활약으로 강약조절이 탁월한 잘짜여진 무대같은 소설이다.


인기있는 미드와 비교하자면, 명망높은 하원의원의 매음굴 성스캔들부터 그의 아내의 살인사건까지 미드 스캔들와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적절히 섞어놓은듯한 소재는 초반 설정부터가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권한다면, 묵직하고 사실적인 정치암투극을 원한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미드,소설)를, 러브라인과 막장요소 들어간 정치인의 성스캔들과 개성있는 조연들의 활약을 볼려면 스캔들(미드)를, 이것들에 더불어 비밀을 파해치고 수사하는 매력적인 주연의 발로 뛰는 활약과 질주하는 스릴러를 겸한것을 찾는다면 스트립 잭(소설)을 추천한다. 


언제나 출판사의 간판 시리즈의 작품은 옳다. 이번에도 이언랜킨의 스트립잭은 옳았고 앞으로 오픈하우스에서 출간할 그의 존리버스 시리즈는 옳을 거라는 일종의 '믿음'을 스트립 잭은 훌륭하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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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령 유랑단
임현정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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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천하일색! 꽃도령이외다!” : 6명의 꽃도령과의 은별의 저잣거리 로맨스!

한양 저잣거리에 정체불명 6명의 꽃도령 유랑단이 나타난다. 명망있는 장악원 악생 가문의 적자였으나 가문의 몰락으로 해금쟁이가 된 이지, 책쾌의 지식인 덕에 많은 글을 접해 풍부한 지식을 자랑하는 놀이극 글쟁이 문지, 천자문을 겨우 뗀 단순무식 과격파지만 출중한 무예실력을 갖춘 칼춤꾼 예호랑, 약초꾼 아비 덕에 약초에 관해 빠삭한 홍삼, 조방꾼 아비에게 태어나 어릴 때부터 기생집에서 구른탓에 여심사냥에 뛰어난 방정, 기녀 빰치는 외모을 가졌으나 어두운 영혼을 데리고 다니는 점복사 말똥이까지... 독특하고 이색적인 6명의 남자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지녔는데 그것은 평민이고 양반이고 할것없이 조선 여인네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려한 외모의 꽃도령이라는 것. 이 꽃도령 유랑단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으니, 단순무식 예호랑의 겁 없는 납치사건으로 남장여자 은별이 새로운 단원으로 입단하게 되었는데. 헌데 은별은 여자이나 남장을 하였고 눈이 보이지 않아 지팡이질을 하는 양반집 순면도령의 책비. 납치할 정도로 탐이나는 인물이 아닌데 꽃도령 유랑단은 왜 그녀를 납치하였을까? 또한 은별에게는 남장을 해야만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그 비밀은 무엇일까? 한편 궁에서는 두세력의 암투와 비밀이 도사리는데 공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폐비와 가문의 권력을 위해 공주를 이용, 부마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 왕의 개, 공유. 두세력이 공주를 차지하기위한 싸움이 시작되고 이 싸움 한복판에 꽃도령 유랑단과 한별이 존재하는데...

- 꽃도령 유랑단 이전의 사극로맨스의 풍토 : 식상한 흥행불패 공식에 대하여...


구르미 그린 달빛과 성균관 스캔들의 공통점은? 신데렐라 스토리와 남장여자 그리고 삼각관계(혹은 그 이상의 다각관계)의 조합이다. 그렇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지극히 뻔하고 정형화된 공식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 지극히 뻔한 정형화된 결과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소설을 읽는 이유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소설이 영화보다 위대한 점은 현재의 촬영기술이나 화면표현, 장소나 시간의 제약 없이 작가의 펜대만으로 무한함을 표현하는데 있으니 그것과 비슷하다. 즉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꿈꾸게 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희박한 이야기,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 - 재투성이 가난뱅이 소녀가 지체 높은 신분을 만나고, 남아선호사상에 여자가 천대되는 시절에 남자들의 틈에서 남장을 하고 그들의 삶 가까이 함께하며 그들의 보호와 사랑을 한몸에 받고, 그 중에서 제일가는 매력남들이 여주를 가운데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 말이 안되는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여자라면 한번쯤 꿈꾸는 스토리, 그것을 머릿속에서나마 가능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뻔하지만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공식의 이유이다.

이 공식은 이미 방송가에서는 흥행불패 공식으로 통한다. 그렇다면 소설에서는? 사극로맨스 소설에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비단꽃신, 연록흔, 춘궁 궁에도 꽃피는 봄이 온다까지 그 공식은 그야말로 난공불락, 파죽지세, 불패신화의 공식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스토리 라인에 이 소설이 저 소설 같고 저 소설이 이 소설 같고, 때로는 물린 음식을 꾸역꾸역 소화해내는 독자들은 사극 로맨스 소설의 ‘맛’을 잃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 그 나물에 그 밥 같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의 식상함이 판을 치는 사극로맨스판에 새로운 맛을 그려낸 소설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번에 읽은 소설 ‘꽃도령 유랑단’이다.


- 베스킨 라빈스식 사극 로맨스 : 여자가 정녕 원한 건 신분과 돈뿐만이 아니다!


이 소설은 앞서 말한 공식 중 신데렐라 공식에서 벗어나 대세를 따르되 그길에서 조금 빗겨나간 소설이다. 인물들의 초반 신분이 공식에서 벗어난다. 천한 여주와 천한 남주들이 저잣거리에서 유랑단을 꾸려 달콤 살벌한 놀이극 한판을 벌인다. 왕세자나 명문가의 자식이 아닌 떠돌이 유랑단 남자주인공들과 비밀에 쌓인 신분을 가진 여주인공은 이미 신데렐라 공식에서 벗어난 설정이다. 남주가 왕자(재력가)가 아니면 매력이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사실 여자가 원하는건 신분이나 재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은 여실히 보여준다. 이 소설은 가진 것 없는 남자들이 맨몸둥이 하나로 한결같은 마음 하나로 여심을 흔드는데 그 이력과 성품이 개성 넘쳐 두루두루 보는 재미가 있다. 차갑고 무심하지만 은별에게만은 다정한 이지, 지적이고 단정한 문지, 단순무식하나 짐승남인 예호랑, 예의바르고 속을 알 수 없는 신비남 홍삼, 자유롭고 가벼운 바람 같은 사내 방정, 툭툭거리지만 남모르게 챙겨주는 츤데레 말똥이까지. 6명이 각자 다른 이야기와 개성으로 6가지 색깔을 지녔다. 이는 각기 다른 다양한 여성독자들의 이상형과 로망을 고루 충족시켜줌으로 로맨스 공식을 벗어났지만 새로운 공식으로 베스킨 라벤스식 로맨스를 완성했다. (그리고 신데렐라 스토리를 벗어나다보니 흔해빠진 궁중로맨스가 아닌 저잣거리로맨스로 배경이 바뀌어 새로운 맛을 더하는데 한 몫을 하게 되었다.)


- 문어발식 장르 걸치기 : 로맨스 소설이지만 로맨스 소설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소설    


꽃도령 유랑단은 로맨스소설이지만 로맨스소설 같지 않다. 로맨스소설의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벗어나 미스터리하고 장황한 스토리 라인을 구사해 낸다. 로맨스 소설이 알콩달콩한 주인공들의 달달한 연애담으로 두근거리는 심쿵유발이 페이지를 넘기는 힘이라면 이 소설에서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은 더 다양하고 막강하다. 많은 인물들의 과거와 사정, 비밀이 얽힌 스토리라인, 역사소설 버금가는 암투, 추리소설 같은 떡밥 단서, 스릴러소설 같은 막판 스퍼트 반전, 고전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순문학 문체와 액자식 구성이 바로 이곳 저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매번 다른 감성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결국 말하자면 단순한 로맨스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벗어나 장르를 문어발식으로 걸쳐놓은 느낌이다. 아마 초반부터 로맨스한 분위기를 기대한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쉽게 덮을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끝까지 봐야 진정으로 다양한 맛과 색을 느낄수 있다. 곱게 펼쳐진 사극로맨스에 다양한 장르의 만남은 풍성한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새로운 복합로맨스의 장을 열어줄것이다. 결국 그로 인해 여성독자뿐만 아니라 남성독자가 봐도 괜찮고 로맨스소설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여러 장르의 독자들이 함께 읽어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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