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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더 이노센트
레이첼 애보트 지음, 김성훈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 “결국 죄 없는 사람들만 고통받게 되겠지.”
누구에게 돌을 던질지 정하라! 살인자인가, 아니면 살인당한 사람인가?
화창한 날씨. 유리창으로 아찔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뭐하나 빠짐없이 꼼꼼하게 단장한 여자, 그녀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고 특별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지의 근육이 긴장되고 어깨가 잔뜩 힘이 들어간 그녀. 그녀가 아예 굳어버리기 전에 마침내 그가 도착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조차 매력적인 완벽한 그가 들어왔다. 그는 그녀가 이곳에 올 줄 알았다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훑었다. 그녀의 꼼꼼한 준비만큼 남자의 만족감도 높아졌다. 그녀는 그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도발적이고 위험하게. 그에게 옷을 벗으라 명령하고 침대에 누워기다리라고 명령했다. 남자의 눈은 욕망으로 번뜩였고 여자의 눈은 소름과 두려움이 뒤엉켜 있었으나 그걸 감추려 애를 쓰는 듯 보였다. 여자는 남자의 사지를 실크 스카프로 침대 기둥에 묶었다. 그리고 그의 눈을 가렸다. 그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여자는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채비’를 마쳤다. 잠시 후 돌아온 여자는 남자의 눈을 가린 스카프를 내려 그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남자는 이제 깨달았다. 곧 있음 여자가 자신을 죽인다는 사실을. 남자는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여자는 준비해온 주사기를 들어 그를 잠재웠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북부에서 근무하던 톰 더글라스가 이혼 후 런던 경찰청으로 새로 부임하고 맡게 된 첫 사건이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두어잔정도 마신 와인이 원망스럽다. 첫 사건부터 부하인 베키 로빈슨에게 대리운전을 시키는 꼴이라니. 뭔가 시작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곧 이여 베키가 말하는 피해자 신분을 들으니 역시나 런던에서의 시작은 좋지 않다. 피해자는 휴먼 플레처. 그는 재벌 자선사업가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하는 유명인사. 특히 매춘소녀들을 구출하고 그녀들이 새 삶을 살수있도록 후원해줘서 여왕에게 작위까지 받은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의 재단 알리움은 꽃 이름으로 양파처럼 여러겹 포개져 있는 알뿌리로 시작되지만 강하고 단단한 줄기를 땅 위로 뻗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꽃. 어린 소녀들도 자라날 환경만 잘 갖춰주면 아름답게 핀다는 그의 소신이 담긴 재단이다. 이렇게 훌륭한 재단을 운영하는 도덕적인 그가 괴이한 죽음을 맞이했다. 전라 상태로 침대에 묶인채 살해당한 것이다.
괴이한 것은 사체뿐만이 아니였다. 샴페인잔에서 채취한 지문은 피해자것 이외에는 데이터 베이스에서 발견되지 않으며, 칼이라는 흉기가 있으나 쓰인 흔적이 없다. 재갈이 물린 나체 사체를 보아하니 정황은 가학적 성행위를 즐긴 경우 같아 보이는데 몸에 가학 행위도 성 행위 흔적도 없다. 손목에 멍자국이 있으나 오르가즘을 느낄 경우 몸부림을 쳐서 남을수도 있다고 한다. 모든 증거가 별 증거가 되지 않는 상황. 단지 예감할 수 있는 것은 저항 없이 침대에 묶였다는 것. 그렇다면 면식범의 소행. 결국 용의선상에 제일먼저 오른 것은 휴먼 플레처의 아내 로라 플레처. 남편의 죽음으로 영국으로 돌아온 아내 로라는 재벌 아내로 화려함이 있어야 하지만 수척하고 피폐해진 수수한 모습. 결혼당시의 반짝거리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그녀.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앞에두고 슬퍼한다. 그리고 사건당시에 이탈리아에 있었다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슬퍼하는 모습과 알리바이로 인해 제1용의자(로라)가 용의선상에서 제거되자 수사는 난항을 겪고 반향을 전환하게 된다. 휴먼 플래처의 자선사업과 관련된 사람들. 그의 주변의 여성들이 연이어 수사망에 오르나 이또한 별다른 진전은 없다. 헌데 피해자의 주변을 조사할수록 피해자 휴먼플레처의 또 다른 이면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또한 그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소녀들이 하나둘씩 실종되어가는 기이한 사건들이 서서히 밝혀지는데...
- 북플라자 다운 소설. 충격, 소름, 경악의 합주. ‘다루기 어려운 소재’의 추리소설 : 뒤통수 맞을걸 알면서 맞는데도 놀라운 소설!
읽고 난후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북플라자 출판사 다운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소재에 색이 짙고 가독성 높은 추리소설이 딱 북플라자 다웠다. 헌데 재밌는건 분명한데 서평쓰기가 조심스럽다. 내가 서평을 조심해서 쓰고 말을 아끼는 이유는 휴먼 플래처의 정체가 누구도 상상 못할 ‘극악’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충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를 읽어보면 겉보기에는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휴먼 플래처가 뒤가 음침, 음습하다는 사실을 책을 읽기전에 대강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읽으면서 대부분의 추리소설처럼 앞과 뒤가 다른 피해자의 비밀들이 속속들이 터져 나오면서 피해자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피의자였다는 사실에 반전이 나오는데 이 또한 별다를 것 없는 플롯이다. 하지만 그 ‘비밀’이, 휴먼 플래처의 ‘이면’이 정말 극악수준이고 경악을 금치 못할 소재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독특함이 있다. 이 소설은 휴먼 플래처를 살해한 단순 범인을 찾는데 급급한 소설이 아니다. 독자가 예상한 피해자 휴먼 플래처에게는 당연히 비밀이 있는데 그 비밀 내용이 절대 당연하지가 않다. 그래서 뒤통수 맞을걸 알면서 맞는데도 그 세기와 강도에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독자는 분명 예감하고 있다. 그의 뒤가 어둡다는 것을 하지만 그 어둠의 크기와 질감을 경험하면 어떠한 말로도 형언할수 없는 캄캄함을 맞이하게 된다. 중간 중간에 회상과 로라가 이모젠(로라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가 톰의 수사진행과 함께 오르골의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갈 때 그 오르골에서 들려주는 음은 한번 들으면 헤어나올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충격적이라 귀에 맴도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