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령 유랑단
임현정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천하일색! 꽃도령이외다!” : 6명의 꽃도령과의 은별의 저잣거리 로맨스!

한양 저잣거리에 정체불명 6명의 꽃도령 유랑단이 나타난다. 명망있는 장악원 악생 가문의 적자였으나 가문의 몰락으로 해금쟁이가 된 이지, 책쾌의 지식인 덕에 많은 글을 접해 풍부한 지식을 자랑하는 놀이극 글쟁이 문지, 천자문을 겨우 뗀 단순무식 과격파지만 출중한 무예실력을 갖춘 칼춤꾼 예호랑, 약초꾼 아비 덕에 약초에 관해 빠삭한 홍삼, 조방꾼 아비에게 태어나 어릴 때부터 기생집에서 구른탓에 여심사냥에 뛰어난 방정, 기녀 빰치는 외모을 가졌으나 어두운 영혼을 데리고 다니는 점복사 말똥이까지... 독특하고 이색적인 6명의 남자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지녔는데 그것은 평민이고 양반이고 할것없이 조선 여인네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려한 외모의 꽃도령이라는 것. 이 꽃도령 유랑단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으니, 단순무식 예호랑의 겁 없는 납치사건으로 남장여자 은별이 새로운 단원으로 입단하게 되었는데. 헌데 은별은 여자이나 남장을 하였고 눈이 보이지 않아 지팡이질을 하는 양반집 순면도령의 책비. 납치할 정도로 탐이나는 인물이 아닌데 꽃도령 유랑단은 왜 그녀를 납치하였을까? 또한 은별에게는 남장을 해야만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그 비밀은 무엇일까? 한편 궁에서는 두세력의 암투와 비밀이 도사리는데 공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폐비와 가문의 권력을 위해 공주를 이용, 부마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 왕의 개, 공유. 두세력이 공주를 차지하기위한 싸움이 시작되고 이 싸움 한복판에 꽃도령 유랑단과 한별이 존재하는데...

- 꽃도령 유랑단 이전의 사극로맨스의 풍토 : 식상한 흥행불패 공식에 대하여...


구르미 그린 달빛과 성균관 스캔들의 공통점은? 신데렐라 스토리와 남장여자 그리고 삼각관계(혹은 그 이상의 다각관계)의 조합이다. 그렇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지극히 뻔하고 정형화된 공식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 지극히 뻔한 정형화된 결과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소설을 읽는 이유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소설이 영화보다 위대한 점은 현재의 촬영기술이나 화면표현, 장소나 시간의 제약 없이 작가의 펜대만으로 무한함을 표현하는데 있으니 그것과 비슷하다. 즉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꿈꾸게 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희박한 이야기,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 - 재투성이 가난뱅이 소녀가 지체 높은 신분을 만나고, 남아선호사상에 여자가 천대되는 시절에 남자들의 틈에서 남장을 하고 그들의 삶 가까이 함께하며 그들의 보호와 사랑을 한몸에 받고, 그 중에서 제일가는 매력남들이 여주를 가운데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 말이 안되는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여자라면 한번쯤 꿈꾸는 스토리, 그것을 머릿속에서나마 가능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뻔하지만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공식의 이유이다.

이 공식은 이미 방송가에서는 흥행불패 공식으로 통한다. 그렇다면 소설에서는? 사극로맨스 소설에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비단꽃신, 연록흔, 춘궁 궁에도 꽃피는 봄이 온다까지 그 공식은 그야말로 난공불락, 파죽지세, 불패신화의 공식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스토리 라인에 이 소설이 저 소설 같고 저 소설이 이 소설 같고, 때로는 물린 음식을 꾸역꾸역 소화해내는 독자들은 사극 로맨스 소설의 ‘맛’을 잃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 그 나물에 그 밥 같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의 식상함이 판을 치는 사극로맨스판에 새로운 맛을 그려낸 소설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번에 읽은 소설 ‘꽃도령 유랑단’이다.


- 베스킨 라빈스식 사극 로맨스 : 여자가 정녕 원한 건 신분과 돈뿐만이 아니다!


이 소설은 앞서 말한 공식 중 신데렐라 공식에서 벗어나 대세를 따르되 그길에서 조금 빗겨나간 소설이다. 인물들의 초반 신분이 공식에서 벗어난다. 천한 여주와 천한 남주들이 저잣거리에서 유랑단을 꾸려 달콤 살벌한 놀이극 한판을 벌인다. 왕세자나 명문가의 자식이 아닌 떠돌이 유랑단 남자주인공들과 비밀에 쌓인 신분을 가진 여주인공은 이미 신데렐라 공식에서 벗어난 설정이다. 남주가 왕자(재력가)가 아니면 매력이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사실 여자가 원하는건 신분이나 재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은 여실히 보여준다. 이 소설은 가진 것 없는 남자들이 맨몸둥이 하나로 한결같은 마음 하나로 여심을 흔드는데 그 이력과 성품이 개성 넘쳐 두루두루 보는 재미가 있다. 차갑고 무심하지만 은별에게만은 다정한 이지, 지적이고 단정한 문지, 단순무식하나 짐승남인 예호랑, 예의바르고 속을 알 수 없는 신비남 홍삼, 자유롭고 가벼운 바람 같은 사내 방정, 툭툭거리지만 남모르게 챙겨주는 츤데레 말똥이까지. 6명이 각자 다른 이야기와 개성으로 6가지 색깔을 지녔다. 이는 각기 다른 다양한 여성독자들의 이상형과 로망을 고루 충족시켜줌으로 로맨스 공식을 벗어났지만 새로운 공식으로 베스킨 라벤스식 로맨스를 완성했다. (그리고 신데렐라 스토리를 벗어나다보니 흔해빠진 궁중로맨스가 아닌 저잣거리로맨스로 배경이 바뀌어 새로운 맛을 더하는데 한 몫을 하게 되었다.)


- 문어발식 장르 걸치기 : 로맨스 소설이지만 로맨스 소설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소설    


꽃도령 유랑단은 로맨스소설이지만 로맨스소설 같지 않다. 로맨스소설의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벗어나 미스터리하고 장황한 스토리 라인을 구사해 낸다. 로맨스 소설이 알콩달콩한 주인공들의 달달한 연애담으로 두근거리는 심쿵유발이 페이지를 넘기는 힘이라면 이 소설에서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은 더 다양하고 막강하다. 많은 인물들의 과거와 사정, 비밀이 얽힌 스토리라인, 역사소설 버금가는 암투, 추리소설 같은 떡밥 단서, 스릴러소설 같은 막판 스퍼트 반전, 고전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순문학 문체와 액자식 구성이 바로 이곳 저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매번 다른 감성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결국 말하자면 단순한 로맨스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벗어나 장르를 문어발식으로 걸쳐놓은 느낌이다. 아마 초반부터 로맨스한 분위기를 기대한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쉽게 덮을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끝까지 봐야 진정으로 다양한 맛과 색을 느낄수 있다. 곱게 펼쳐진 사극로맨스에 다양한 장르의 만남은 풍성한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새로운 복합로맨스의 장을 열어줄것이다. 결국 그로 인해 여성독자뿐만 아니라 남성독자가 봐도 괜찮고 로맨스소설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여러 장르의 독자들이 함께 읽어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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