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 잭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 존리버스 컬렉션 그 네번째 이야기: 하원의원 ‘그레고리 잭’의 ‘하우스오브카드’가 무너진다!

  

스릴러 소설은 표지와 제목을 보면 어느 정도 내용이 추리 가능하다. 스트립 잭도 그러했다. 갈기갈기 조각난 카드 트럼프 카드 잭. 그리고 ‘스트립 잭’이라는 제목. 특히나 ‘스트립 잭’은 명사 두 개의 조합으로 제목 짓길 좋아하는 이언 랜킨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제목을 지었다. 매듭과 십자가, 숨바꼭질처럼 농담조의 제목을 찾다가 ‘스트립 잭 네이키드’라는 카드 게임을 발견했고 이 게임은 상대방의 패를 모두 빼앗아야 끝나는 게임이다. 

 

자, 갈기갈기 조각난 카드 잭 그리고 상대방의 패를 모조리 빼앗아야 승리하는 게임. 감이 오는가? 이 소설은 모든 것을 가진 하원의원 ‘그레고리 잭’의 모든 것을 빼앗아 난도질하려는 세력과 진실을 밝히려는 '존 리버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버딘 출신의 왓슨은 독실한 교인으로 죄악과 방탕을 혐오하는 총경이다. 정보원이 제공한 매음굴 단속을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제공된 주소가 망설일 여지를 준다. 뉴 타운에서도 깨끗하기로 소문난 동네. 변호사와 의사 교수들 기득권층의 밀집지역에 매음굴이라니. 우연히 서장이라도 맞닥뜨리면 어떡하는가 말인가! 망설임과 우스갯소리로 매음굴 불시 단속 브리핑이 끝나고 왓슨과 존 리버스와 그의 동료들은 매음굴 불시 단속을 시작하는데.

  

수치와 당혹감 혹은 분노 뻔뻔함들로 무장한 매수자들이 줄줄이 잡히는데. 홈스 경사가 리버스를 조용히 부른다. 그리고 직접보라고 한 방을 안내하는데. 그곳에는 놀랍고도 어이없게도 하원의원 그레고르 잭이 있는게 아닌가! 그는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며 스캔들 없이 깨끗한 주변과 젊은데 유능하기까지한 하원의원이다. 거기다 아름다운 부인까지 두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이 완벽한 그가 이런 매음굴에 있다니. 비애에 찬 눈으로 오해라는 말뿐인 의원. 이 상황도 이상한데 더 이상한 것은 불시 단속임에도 귀신같이 알아챈 언론들이 개떼처럼 냄새를 맡고 매음굴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의원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것일까? 정보는 어디선 센것일까? 의원이 말한 오해는 무엇인가?

  

이상한 것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음굴에서 체포된 의원 잭을 기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내용을 기자들은 이미 냄새를 맡은 시점. 정치인의 문란한 성스캔들보다 물고 뜯고 씹기 좋은 안주거리가 어디있단 말인가. 당연히 잭의 기사는 헤드라인감인데 이상하게 그에 대한 신문 기사는 발표되지 않는다.

  

이 이상한 일뒤에 더 큰 미스터리가 이어진다. 의원 잭의 부인 엘리자베스가 실종된다. 남편의 외도가 충격적인 탓이였을까? 그녀와 관련된 곳을 곳곳이 수색하지만 찾을 방도는 없고 수사는 미궁에 빠질 무렵. 엘리자베스는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제 그레고르 잭은 깨끗한 정치인이 아니라 더러운 매음굴 매수자가 되었고 자상한 남편이 아니라 부인을 무참히 살해한 용의자가 되버렸다. 무소속의 청렴결백해보인 그가 진흙탕에 나뒹굴다 못해 진흙탕에 빠져 정치적 생명은 물론이고 사회적 생명까지 익사하기 직전이다.

  

한편 존 리버스에게 책 절도 사건이 떨어졌다. 에든버러 대학에 신학을 담당하는 교수의 사무실에 누군가가 몰래 침입해 희귀서적 몇권을 가져갔다. 단순절도인가? 경매장, 수집가, 서점 등을 수사하고 다니는데 그중 수이 북스라는 서점을 가게된다. 그런데 서점주인은 절도사건이 아닌 매음굴 사건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잭에 관해 궁금해 하는 눈치다. 그리고 결국 수이 북스의 주인이 의원 잭과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되는데... 매음굴 사건과 엘리자베스살인사건 책 절도사건이 맞물리는 접점은 무엇일까? 그레고르 잭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존리버스의 믿음대로 그는 함정에 빠진 것일까?

  

이번 존리버스 시리즈는 스트립잭은 덜 잔인하나 더 통렬했다. 단순한 매음굴의 성스캔들이 부인 살해사건으로 이어지고 단순한 고서 절도 사건으로 인해 밝혀지는 의원을 둘러싼 인간들의 관계와 놀라운 비밀. 얽히고 설킨 관계들의 복잡 미묘함이 하나씩 그 진면목을 보여주며 한톨 한톨 벗겨지는데 경악을 감출길이 없다. 이언 랜킨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지킬과 하이드 캐릭터를 담아냈는데 점잖음 뒤에 본성을 숨긴 인간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밝혀지는 유인원을 닮은 악당의 외모. 이런 점들이 스티븐슨의 이야기 속 하이드 씨를 상기시킴과 동시에 그것을 넘어섰다.  이런 스릴러적 요소 외에 요소도 독보인다. 이번에 새로이 등장하는 여자와의 존리버스의 동거로 인한 줄타기 러브라인. 주변 동료들과의 우정. 작가 특유의 농담섞인 시니컬한 유머까지. 주조연 케릭터의 합과 더불어 작가의 뛰어난 문체까지 견비되었으니 이번작도 성공적 아니 훌륭한 작품이다.

 

간혹 너무 재밌거나 훌륭한 소설을 만나면 서평에 별다른 말을 쓰질 못하는데 이 경우가 그렇다. ‘재미있다’ 라는 말 이외에 어떤 수식어가 필요하겠는가?

 

 

​- 출판사가 대표하는 시리즈의 간판 작가 작품은 언제나 옳다 :

(타출판사 시리즈물에 대한 내용도 있음으로 지루한 사설임)

   

책을 좀 읽다보면 선호하는 출판사가 생기기 마련이다. 비슷한 느낌의 스토리라인, 같은 장르,선호 작가와의 계약으로 특정 출판사는 자기만의 색이 담긴 책들을 출간한다. 그러다보니 반복적으로 자신의 취향의 책을 사다보면 같은 판형의 같은 출판사책이 좌르륵 서재 한 칸을 차지하게 된다.

  

비채는 스릴러 매니아에게 최초로 인정받은 ‘모중석 스릴러 클럽’를 출발로 시작했다. 숲, 도로변 십자가, 잠자는 인형, 소녀의 무덤, 심플 플랜, 덱스터 시리즈,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최근에 읽은 ‘결백’까지... 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특징을 보여주는 이 시리즈는 스릴러 매니아들 사이에는 이미 최고의 시리즈로 뽑힌다. 모중석이라는 얼굴없는 미스터리한 기획자는 자신의 화려한 경력이나 이력을 어필하지 않고 이름 석자와 뛰어난 기획력만으로 승부를 보았고 그의 시리즈는 언제나 기발하고 독특하며 재미까지 견비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다음 명맥을 이어간 것이 북유럽스릴러 강풍을 몰고 온 주자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였다. 헤드헌터도 재밌었지만 폭발적으로 터트린건 해리 홀레 시리즈중 ‘스노우맨’이였다. 그 이후 오슬로 3부작이 장인정신이 담긴 스릴러라는 평판을 얻으며 그의 작품은 날개 돋친 듯 가열차게 판매되었고 모중석 스릴러 클럽을 이은 비채의 2번째 명타자가 되었다.

  

알에이치코리아는 유명작가의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신작이라도 작가의 네임벨류덕에 일정량의 판매고를 올리는 그야말로 공무원 연금같은 시리즈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형사 해리보슈 시리즈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알에이치코리아가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는 간판 시리즈이다.

  

북로드는 트랜디한 신간으로 화제가 많이 출간되는 출판사다. 그중 시작은 여성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표지로 넬레 노이 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로 시작했다. 표지만큼이나 훌륭한 시리즈는 독일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열었고 그중 가장 많이 팔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아직까지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다. 거기에 스티븐킹을 비롯한 스릴러 거장들이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릴러 작가 마이클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현재까지 2권 출간되었고 최근에 스탠얼론 1권 밖에 출간되지 않았으나 신선한 설정으로 거장들의 마음만큼이나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아 벌써 북로드의 두 번째 간판작품이 되었다.

 

아르테는 아르테누와르라는  굵직한 누와르 추리소설을 전용으로하는 라인을 만들었다. 대표작가는 디온메이어. 한국에서는 흔히 접할수 없는 아프리카 작가의 아프리카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아프리카의 어두운 이면을 여실히 담은 이 소설들은 제3세계의 치안,비리,빈부격차,에이즈,영아강간 등의 사실을 낱낱이 고발해 사실이기에 더 몰입하게되는 마력이 있다. 또한 아프리카는 이색적인 국가색때문에 추리매니아들에게 희소성이 있는 작품으로 소장욕을 불러일으키고있다. 최근 베니그리설형사 시리즈로 악마의 산과 13시간이 출간되었는데 인간적인 캐릭터와 발버둥칠만한 극악한 사회의 만남은 꽤나 훌륭했다.

  

사설이 길어졌다. 그럼 이언랜킨의 스트립잭이 담긴 출판사는 어떠한가? 오픈하우스는 본격 장르문학 시리즈 ‘버티고 시리즈’을 내놓았다. 작고 컴팩트한 체형에 가벼운 종이질. 그립감이 좋고 소지하기도 좋다. 재생지 같은 가벼운 종이질 덕분인지 가격대도 조금은 저렴한편. 책 분량도 가벼워 그에 맞게 속도감 있는 전개가 있는 이 시리즈에는 주목받은 작가가 3명 있다. 이언 랜킨, 리 차일드, 제이슨 매튜스. 리 차일드는 최근 영화개봉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잭 리처 컬렉션을 완성 했으나 이 대단한 시리즈는 잭 리처 컬렉션으로 버티고와는 다르게 분류할 수 있다. 제이슨 매튜스의 레드 스패로우 역시 영화를 앞둔 시리즈로 국외에서는 인기있는 시리즈이다. 작가가 실제 CIA요원으로 산 경력이 있어 스파이에 관한 방대한 지식으로 스파이에 관한 디테일한 묘사를 했으나 그 점이 다소 좋다와 지루하다로 나뉘어 국내에서는 호불호로 나뉜 실정이다. 그렇다면 버티고 시리즈의 왕좌를 차지하는 것은? 그렇다. 당연히 이언 랜킨의 존리버스 컬렉션이다.

  

이언 랜킨의 존리버스는 실로 대단한 시리즈이다. 일단 작가부터가 대단하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국민작가이자 유럽 범죄문학의 거성이다. 영국에서 팔려나가는 전체 범죄소설 중 무려 10퍼센트가 이 대단한 작가의 존 리버스 컬렉션이다. 그는 출간한 모든 작품은 출간되고 3개월 안에 평균 5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타탄 누아르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 작가는 타탄이라느 스코틀랜드의 전통 무늬 직물처럼 눅눅하고 음습한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작품을 써내려갔다.

  

첫 작품인 매듭과 십자가를 시작으로 숨박꼭질, 이빨자국 이번이 네 번째인 스트립 잭이 출간되었다. 에든버러 경찰 존 리버스 경위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끔찍한 범죄를 냉소적이고 하드보일드한 필체로 그려내는데다가 주인공에게 인간적인 모습을 부여하고 개성있는 조연들의 활약으로 강약조절이 탁월한 잘짜여진 무대같은 소설이다.


인기있는 미드와 비교하자면, 명망높은 하원의원의 매음굴 성스캔들부터 그의 아내의 살인사건까지 미드 스캔들와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적절히 섞어놓은듯한 소재는 초반 설정부터가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권한다면, 묵직하고 사실적인 정치암투극을 원한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미드,소설)를, 러브라인과 막장요소 들어간 정치인의 성스캔들과 개성있는 조연들의 활약을 볼려면 스캔들(미드)를, 이것들에 더불어 비밀을 파해치고 수사하는 매력적인 주연의 발로 뛰는 활약과 질주하는 스릴러를 겸한것을 찾는다면 스트립 잭(소설)을 추천한다. 


언제나 출판사의 간판 시리즈의 작품은 옳다. 이번에도 이언랜킨의 스트립잭은 옳았고 앞으로 오픈하우스에서 출간할 그의 존리버스 시리즈는 옳을 거라는 일종의 '믿음'을 스트립 잭은 훌륭하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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