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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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법의학자 ‘송자’ 그의 파란 만장한 삶이 만들어낸 압도적 역사추리소설!

(이 소설은 역사추리소설로 실존인물을 다루고 있다. 첫 문단은 기본적인 배경이니 송자에 대해 알고 있다면 넘겨도 좋다.) 송자는 13세기 송나라에 실존한 중국 최고의 명판관이다. 당시 송나라는 유교적 문화 때문에 해부는 물론 의술도 금기시하던 시대였다. 그런 미개한 시대를 거스르며 자신만의 관점과 지식으로 법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 송자이다. 1247년 그가 편찬한 ‘세원집록’은 역사상 최초의 법의학서이며 현대에 와서도 전혀 어긋남이 없이 타당성을 갖춘 지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시체읽는법, 해부하는법, 현장검수하는법, 판관이 금기시해야할 것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또한 세원집록에는 그가 경험한 수많은 법의학 사건이 기록되어있는데. 안토니오 가리도라는 스페인 작가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화 한 것이 바로 이 책 ‘시체읽는남자’다. 이 ‘시체읽는남자’는 당시에 사람들이 송자를 일컫는 말로 송자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지루한 역사이야기는 여기까지만하고 이제 소설속으로 들어가 보자.

‘자’는 가족과 함께 수도 린안으로 가게된다. 아버지가 린안의 회계관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가족이 함께 이사를 가게된 것이다. 헌데 고집불통 망나니인 형 ‘루’만은 고향에 머물기를 고집한다. 결국 가족들은 형을 고향에 두고 이사를 하게된다. 이사 후'자'는 린안에서 머물게된다. 도청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상관인 ‘펭’판관은 ‘자’의 현명함과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다. ‘펭’은 ‘자’를 곁에 두고 조수로 함께 일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심문이나 시체에 관한 일 등 ‘펭’판관의 일을 도우며 ‘자’는 자연스레 수사학과 해부학을 익히게 되고 날이 갈수록 뛰어난 면모를 보이며 ‘펭’판관의 신임을 얻는다. 또한 국자학의 학생으로서 학문에도 정진한다. 이렇게 열렬히 자신의 재주를 펼치던 그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극의 시작은 할아버지의 죽음이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자 효를 지켜 3년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자’와 가족들은 직업과 집을 버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온 ‘자’는 할 수없이 형 ‘루’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형 ‘루’는 자신을 남겨 두고 떠난 가족에게 앙금이 남았는지 가족들을 멸시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자’에게 집착하며 ‘자’를 집중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공부만 하던 ‘자’는 이제 험한 노동을 하며 형의 학대를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가족은 어느샌가 붕괴되고 부모도 무관심해지면서 ‘자’의 고통은 날로 심해진다. 다행스러운건 ‘자’에게 약혼녀 ‘앵두’가 있었고 ‘자’는 고통의 날속에서도 언젠가 그녀와 결혼하고 다시 린안으로 돌아가 예전의 삶을 되찾을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의 끈은 부질없이 끊어진다. 옛 상관인 ‘펭’판관이 찾아온날, 사건이 터지고야 만다. 논에서 일을 하던 ‘자’는 논에서 약혼녀 ‘앵두’의 아버지 ‘샹’의 시신을 발견한다. ‘펭’판관의 도움으로 사건을 수사해보니 범인은 다름아닌 ‘자’의 형인 ‘루’라는 것이다. 이제 ‘자’는 살인범 형을 두었으며 사랑하는 여인인 ‘앵두’네 집과는 철전지 원수가 되었다. 형 ‘루’는 이제 참형을 면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자’는 형인 ‘루’를 외면하지 못한다. 결국 그를 구하기로 결심하는 ‘자’. 이리저리 형을 구명할 방도를 모색하지만 난관에 부딪치면서 힘에 부친 ‘자’는 그리운 ‘앵두’를 찾아가나 문전박대 당한다. 결국 거지꼴로 ‘앵두’의 집앞에서 거적을 두르고 잠을 청하는데 커다란 굉음과 비명소리가 천지를 뒤흔든다.

산사태가 일어났다. ‘자’의 집을 포함한 동네가 한순간에 흙더미에 파묻히고 쑥대밭이 되버렸다. 신이 ‘자’의 고난을 시험하는 것일까? 잔인하게도 파묻힌 건 집뿐만이 아니였다. 이 재해로 병 때문에 다른집에 보내진 여동생을 뺀 일가족 전부를 잃게 된다. 부모의 장례식을 하고 형이 가진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한 ‘자’. 그러나 이마저도 부정한 관리가 자신이 몰수할 땅이라며 그 돈을 앗아간다. 땅을 샀던 만석꾼은 ‘자’를 도둑으로 몰고 이제 도망자가 된 ‘자’는 병약한 여동생을 데리고 린안으로 도망치게 된다.

돈 없이 아픈 여동생을 데리고 나졸을 피해다니는 ‘자’. 우여곡절 끝에 린안에 당도하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묘지에서 일하는 점쟁이 '슈'를 도와 일을 하게된다. 예전에 린안에서 ‘펭’판관에게 배운 지식과 수사 경험으로 시체들이 죽은 연유를 찾는 일을하는 ‘자’. 그는 스스로 다시 검시관으로써의 자질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날 이제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밍학원의 학생들이 실습을 오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을 소견을 말한 ‘자’는 ‘밍’교수의 눈에 들게 되고 밍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밍학원은 송나라 최고의 수사판관을 양성하는 곳으로 ‘밍’교수 역시 그 분야의 최고 실력자였다. 이제 무언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그에게 고난이 찾아온다. 그의 뛰어난 재능을 시기하는 동무의 계략으로 몇번의 위기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실력을 쌓아가는 ‘자’.

어느날 그 실력을 빛을 보게 되는데. 그 일은 황궁의 시체검안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시체를 판독해 황제의 눈에 든 것이다. 결국 황궁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이제 실력도 인정 받았겠다 큰일도 맞았겠다 평탄할것만 같은 ‘자’이다. 또한 그곳에서 반갑게도 ‘펭’판관을 만나게 되며 그를 의지하고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하지만 추리소설 답게 마지막 거대한 위기와 반전이 ‘자’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가 수사를 진행할수록 잔인무도하게 살해된 살인사건의 현장보다 더 잔인한 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추리소설의 탈을 쓴 무한대 소설: 추리소설로 재미를, 역사소설로 교훈을, 성장소설로 감동을 주는 소설.


얼마 전 꽃도령 유랑단이 그랬다. 장르는 로맨스인데 여러 가지 장르 요소가 곳곳에서 튀어나와 가지가지 매력을 발산하는 흥미로운 소설. 요즘 추세가 한 가지만 오롯이 하기에는 부족한 시대인가 보다. 시체 읽는 남자도 그렇다. 장르는 추리소설인데 추리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까웠다. ‘자’의 고난과 역경이 어찌나 방대한지. 이렇게 너덜너덜해지는 주인공은 처음이다. 하지만 전쟁이 위대한 영웅을 만들 듯. 바보스러울 정도로 미련하고 한심한 송자가 위기를 겪으며 점차 단단해져가고 학문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관점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이 막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어떤 용기의 메세지를 줄수도 있다. 반면 솔직히 말하면 추리소설로 ‘추리’부분이 뒤쪽에 몰아져있어서 집약된 느낌이라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수도 있다. 초반의 성장소설 같은 송자의 개인사에 못 이기고 아쉬움으로 섯불리 책장을 덮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약된 만큼 강렬한 배신과 음모 잔인한 진실이 반전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책장을 덮기에는 이르다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여러 장르가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주인공의 스펙타클한 고난기를 읽고 싶다면 과감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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