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 진정한 저널리즘이란 질문 앞에 놓여진 치열하고 처연한 인물들
7년 전 오보를 바로잡을 단 한 번의 기회에 뛰어든 맹렬한 이야기


주오신문 사회부 경시철 수사 1과 담당 세키구치 고타로는 기사 한줄을 위해서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내는 그야말로 특종에 목숨 건 사나이다. 때문에 ‘기레기’와 기자 사이에 외줄타기를 한다고나 할까? 제보자에게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기사를 쓰기도 하고, 한밤이든 새벽이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앞뒤 사정없이 들이닥쳐 세찬 질문을 퍼붓는다. 속도는 인터넷 기사에 밀리고, 현장감은 뉴스에 밀려도 이런 라이벌 매체가 주는 속도감과 현장감을 담아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이곳저곳 발로 뛰는 무지막지한 기자이다. 이런 그가 한 사건을 맡는다. 초등학생 연쇄 유괴 살인 사건을 추적하게 된 것이다. 여자아이 셋이 유괴 되었고 그 중 두 명은 성폭행 후 바로 살해되었다. 경찰의 끈질긴 추격 끈에 범인이 잡힌 가운데 나머지 한 아이만 발견되지 못한 상황. 이 때 동료인 사회부 담당인 마쓰모토 히로후미는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장 다카이를 만나러 간다. 범인의 체포 소식과 함께 세 번째 실종자인 기요카와 아이리에 대한 취재를 하기 위해서이다. 히로후미는 다카이에게 유도심문을 하듯 질문을 건내고 부서장은 ‘멋대로 하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비치지만 평소 그의 말투를 아는 히로후미는 그의 애매한 답변을 긍정의 뜻으로 해석한다. 히로후미는 범인이 은신처를 불었고 그곳에 포클레인이 동원된다는 소식을 자신의 속한 주오신문 사회부에 알린다. 그 소식에 주오신문 사회부 기자인 고타로는 교정지에 손을 보고 행방불명 여아가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내게 된다. 이대로 라면 특종인데 이 특종이 크나큰 오보가 되고 만다. 또 다른 사회부 담당인 후지세 유리가 여아가 살아있다고 소식을 전하고 부서장인 도야마는 다급하게 취소를 외치지만 신문은 이미 발송된 후 였다. 이 오보로 인해 고타로와 팀원들은 모두 좌천되고 만다. 또한 이 오보에 각종 매스컴은 살을 붙여 구출된 여아가 성폭행을 당했을 거라는 추측성 기사로 잔인한 스캔들을 퍼트린다. 한번의 오보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7년후. 가나자와 지국으로 쫓겨난 고타로는 사이타마현 동부에서 7년전 그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여아 유괴 미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미수에 그치지만 7년전 그 사건이 떠오르게 된다. 범인이 2인조인 것 같다는 목격담 때문이다. 7년전 고타로는 범인이 2인이라 생각했지만 증거나 증인이 없었고, 잡힌 범인이 사형 집행 전에 증언을 뒤집어 단독범행이라 자백했기 때문이다. 오보와 더불어 이제는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고타로는 기자의 직감으로 7년전 그 사건과 현 사건의 연결고리를 추적하게 된다. 현 유괴 미수사건을 발판으로 추적하는 도중 세 번째 여아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앞의 두건의 사건처럼 미수사건이 아닌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되어 발견된다. 7년전과 같은 수법으로 말이다. 고타로와 동료들은 현사건 아니 7년전 그 사건을 다시 추적하게 된다. 과연 7년전 오보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 기자출신 작가가 쓴 메소드 추리소설. 리얼과 픽션 그 경계의 어디쯤. 


혼조 마사토는 기자출신의 작가이다. 소설의 주인공 고타로는 기자이다. 메소드 추리소설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리얼과 픽션 그 경계의 어디쯤에 놓인 소설. 바로 미드나잇 저널이다. 작가가 기자출신이여서 인지 스토리는 추리소설인데 인물은 다큐멘터리이다. 그만큼 소설은 작가본인이 마주해왔던 기자 시절을 회상한다. 가혹한 신입교육, 소득 없는 야간 취재를 되풀이하는 구식 취재 방법, 신문사와 경찰 조직 내부의 주도권 경쟁등이 세밀하게 그려져 리얼리티가 살아 숨신다. 인물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말투조차 기자들의 움직임이 연상된다. 작가는 소설이 허구임에도 허구안에 진실이라는 그 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색다른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정밀한 트릭과 기막힌 반전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메리트가 있는가? 싶겠지만 디메리트가 메리트가 되는 묘한 경험을 하게된다. 정밀한 트릭과 기막힌 반전이 현실에 얼마나 있을까? 현실은 치밀한 두뇌싸움보다는 발로 뛰며 추격하는 경우가 많다. 셜록같이 천재적인 추리력이 아닌 열정만으로 가득찬 주인공이 발로 현장을 뛰며 밤을 새우고 초취한 모습으로 아침을 맞고, 피곤에 쩔어 시체처럼 걷지만, 수사 관계자들의 의표를 찔러 정보를 캐고 뒷이야기를 들을 때 그때만큼은 벌겋게 번뜩이는 눈빛이 보인다.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보인다. 즉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들의 열의,열망이 뜨겁게 타오른다. 소설 속 열띤 기자들의 취재 현장은 보도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것, 잘못된 것을 밝혀 바로 잡으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탐사 보도가 기자의 소명이며 이들이 소명을 쫓아 불굴의 의지로 물고 늘어지는 집요한 취재 과정은 불신의 시대를 살고있는 현 시대의 독자들에게 신뢰 회복이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기 때문에 이미 추리소설의 경계는 벗어난다. 현실이 토대가 된 추리, 다큐멘터리 인물이 전하는 리얼리즘, 추리소설을 벗어난 뜨거운 열정. 이 세가지만 보더라도 괜찮은 소설임은 분명하다.  

+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워싱턴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닉슨 대통령 시대의 ‘워터게이트사건’의 진상을 파헤친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추적한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앞선 두 영화를 흥미롭게 봤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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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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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여기서 빠진 걸 찾아봐, 수잔.”

오래전 이혼한 전남편이 보낸 짧은 편지와 긴 원고,

그것은 평온한 주부의 일상을 뒤흔드는 재앙의 서막이었다

 

: 수잔에게 한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이혼한 전 남편 에드워드가 연락을 한 것이다. 수잔과 에드워드는 오래전 이혼을 한 사이다. 과거 에드워드는 작가가 되겠다며 로스쿨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제대로된 작품하나를 완성하지 못했고 이래저래 변명만 늘어놓는 탓에 수잔과의 부부관계는 점점 소월해져갔다. 무능력한 에드워드에게 지친 수잔은 이웃인 심장 전문의 아놀드와 간통을 저지르고, 결국 수잔은 에드워드와 이혼하고 아놀드와 재혼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아놀드와 함께 사는 중이다. 중산층의 여유로운 삶을 누리며 아이 셋을 낳고 한가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가 된 수잔. 그런 수잔에게 20년만의 전 남편의 편지는 정말 뜻밖의 일이다. 전 남편 에드워드는 자신이 쓴 소설을 읽고 무엇이 빠지고 부족한지 알려달라는 편지를 쓴것. 그 소설의 이름은 <녹터널 애니멀스>. 처참한 비극과 핏빛 복수로 얼룩진 에드워드의 소설을 수잔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수록 수잔은 불안과 혼돈에 휩싸인다.

 

<녹터널 애니멀스>의 소설은 토니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 소설은 수잔이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의 주인공 토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작되는 스릴러 소설이다.

 

<녹터널 애니멀스>: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토니는 여름휴가를 위해 아내와 딸과 함께 별장으로 향한다. 늦은 밤 고속도로를 달리는 토니의 가족들. 그때 상식을 벗어난 포악한 운전자를 만나게 된다. 그 차는 갑자기 달려들어 토니의 가족들이 타고 있던 차를 밀어냈고 이 차사고로 인해 타이어에 펑크가 나게 된다. 상대방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은 차에서 내려 적반하장으로 토니 가족들을 뺑소니로 몰아가고 토니 가족들도 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토니는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그들이 차를 고처 준다고 막무가내로 일단 내리라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린다. 펑크 난 타이어 교체를 하고 이제 경찰서로 가려고 하는데 그들은 갑자기 가족을 나눠서 차에 타자고 한다. 토니 가족들은 거절했지만 그들이 무력을 쓰는 바람에 결국 토니는 모르는 남자의 차에 타게 되고, 아내와 딸은 낯선 남자가 운전하는 토니의 차를 타게 된다. 그들은 베를리 경찰서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을 한다. 하지만 토니가 탄 차는 마을이 아닌 숲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토니와 함께 차에 탄 남자는 낯선 숲에 토니를 끌어내린 후 토니를 버리고 떠나게 된다. 토니 가족은 무사할 수 있을까?

 

 

-흔하지 않는 액자식 구성, 탁월한 긴장감의 분배!

여성 화자를 등장시키는 섬세한 심리 스릴러

 

예전에도 언급한 부분이다. 스릴러 소설에서 액자식 구성을 흔하지 않다. 작가는 위험한 모험을 한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은 스릴러는 시간을 순차적으로 나열해 진행한다. 사건사고를 질주하듯 즐비해 놓고, 살인사건이 연쇄으로 빵빵 터지면서 폭발적인 긴장감을 곳곳에 배치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게 스릴러의 정석이다. 하지만 액자소설은 다르다. 다른 주인공과 다른 시공간이 존재하며 독자의 사고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는다. 잘 쓰면 긴장감을 쥐었다 풀었다 할수 있지만 잘못하면 단편을 짜깁기한 소설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액자식 구성이다. <토니와 수잔>는 액자식 구성으로 탁월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토니의 이야기는 스릴러로서 몰입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잘 쥐어준다. 중간에 일상으로 돌아오는 수잔의 이야기는 토니를 통해 투영하는 상념같은 부분은 긴장감의 완화를 준다.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게 된다. 구성면에서는 <트랩>을 연상하게 하는 구성이다. 겉이야기와 속이야기가 퍼즐 조작처럼 서서히 맞춰지고 서로가 의미하는 바를 찾아가게 되는 구성이다. 내용 면에서 보면 <나를 찾아줘>를 떠오르게 만든다. 완벽한 일상을 살아가는 듯 한 여성 화자에 의해 폭로되는 추악한 이면에 대한 섬세한 심리극은 남편의 부정과 자신의 욕망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는 수잔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트랩>이나 <나를 찾아줘>를 재밌게 보았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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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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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처음으로 누려본 완벽한 1년,
새해 첫날 벼락처럼 그를 찾아온 마법의 선물!

1월 1일, 여느 때처럼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요나단.

그는 자신의 자전거 핸들에 다이어리가 들어있는 가방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삶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요나단 그리프는 대저택과 유명 출판사를 소유한 재력 있는 남자이다. 일을 돈으로 해결하며, 삶도 돈으로 살아가는 이 남자.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한 일생을 살아가는 듯 보여도 그에게는 남다른 과거가 존재한다. 하나, 사랑하는 아내는 자신의 절친과 눈이 맞았다.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충분한 재력을 가진 그가 머리 벗겨진 배불뚝이 절친에게 아내를 빼앗긴 것. 누가 봐도 자신보다 한참 모자란 절친을 왜 아내가 사랑하는지 이해 못할 노릇이다. 더군다나 아내는 새해면 매년 달콤한 초콜릿을 선물한다. 뭐하자는 상황인지. 장난하는 건가? 둘, 현재 요나단이 운영하는 출판사의 이전 사장이었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게 된다. 아직 자신만의 경영철학이 없는 요나단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경영을 한다. 월급사장인 마르쿠스는 출판사 매출이 부진을 못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고, 전통적으로 순수문학을 출간해온 출판사가 이제 대중문학을 받아들여야하는지의 여부를 두고 고전을 하게 된다. 출판계와 어울리지 않는 철학전공인 그. 바지사장이였던 그에게 도전이 시작된다. 셋, 이 다이어리가 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없다. 어릴적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는 그를 떠나고, 연락이 끊어지면서 그는 어머니에 대한 결핍과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헌데 이 다이어리의 손글씨가 떠나버린 어머니의 글씨체와 꼭 닮아있는 것. 그는 유실물센터로 가던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다이어리 주인을 찾으면 어머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 다이어리는 ‘완벽한 1년’에 대한 계획이 있다. 요나단은 이제 그 ‘완벽한 계획’에 따라 삶을 살아가 보도록 한다. 이 일기장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어머니를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한편, 요나단이 다이어리를 줍게 되는 시점에서 2달전. 또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의 이름은 한나 마르크스. 한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친구와 준비한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 사업이 성공 조짐을 보이고, 사랑하는 남자친구 지몬이 곧 청혼해 결혼을 할 것만 같다. 그런 그녀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지몬의 상황이 달라진 것. 지몬은 직장과 건강을 잃고 의욕마저 상실하게 된다. 병원에서 그에게 암선고를 내린 것이다. 한나를 너무나 사랑한 지몬은 그녀에게 짐이 되길 원치 않아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주기 위해 이별을 선언한다. 갑작스러운 비극적 상황. 하지만 다행이도 안나는 불행의 그림자를 이겨내는 긍정적인 정신의 소유자로 지몬을 위한 새해 다이어리를 준비한다. 다이어리 제목은 ‘당신의 완벽한 1년’. 그녀는 새로운 한 해 동안 자신과 지몬이 어디서 무엇을 할지를 작성하며 지몬과의 함께할 앞날을 계획한다. 꿈과 희망은 어떤 상황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한나. 하지만 지몬의 병세는 날로 심각해지고 지몬은 결국 한나가 새해 선물로 준 다이어리의 새 주인을 찾아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1월1일. 그 다이어리는 요나단의 자전거 핸들에 걸리게 된다.

-서로 다른 시공간의 교차.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배경의 소유자인 남녀. 
우연 같은 필연의 연속. 끝내 빠져드는 운명 같은 사랑이야기.

이 소설은 요나단과 한나의 시점이 교차된다. 요나단이 한나의 다이어리를 발견하면서 삶이 변화하는 이야기와 한나가 요나단의 다이어리를 쓰게 되는 배경이야기가 교차된다. 중반까지는 다이어리의 주인이 발견되지 않아서 누가 왜 다이어리를 요나단에게 전했는지에 관한 궁금증으로 추리물처럼 급속도로 빠져들게 된다. 중반이 넘어가면 다이어리에 얽힌 이야기가 밝혀지고 비로서 가슴 아프고도 설레는 로맨스가 펼쳐진다. 서로 다른 시점의 교차 플롯이 탄탄한 짜임새를 가진다는 말이다. 또한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남녀가 가지는 로맨스는 흥미롭다. 요나단은 걸어다니는 시계 같은 남자이다. 인생에 대한 별 생각도 없고 그저 돈으로 삶을 살아가며 정해진 계획대로 살아가는 삶에 의미가 없는 남자이다. 반면 한나는 긍정적인 정신의 소유자이며 정해진 계획대로보다는 우연에 삶을 맡기는 여자이다. 각기 다른 사고방식의 남녀가 우연히 주운 다이어리를 계기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로맨스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만날 듯 못 만나고 끝내 만나고. 전혀 호감이 아닌 인상으로 시작되지만 급속도로 빠지는 사랑. 결국 드라마같이 사랑하고 이별하는 모습들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사람의 인생과 운명을 보여준다. 한편 로맨스와 더불어 요나단의 삶의 변화도 흥미롭다. 사장으로써 성장하는 이야기와 아버지와의 관계의 변화, 새로운 친구이자 멘토인 노숙자의 등장으로 외적으로 완벽한 그가 내적으로 완벽해지는 성장기는 어느덧 꼬장꼬장한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여러모로 볼것이 많은 소설이다. 불치병 소재가 들어가서 <미비포유>와 비교되지만 다른 느낌이다. <미비포유>가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로맨스이고, 로맨스에 전념했다면 <당신의 완벽한 1년>은 가슴 설레는 로맨스이고, 로맨스 외에도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소설이든 재미는 보장되니 취향 따라 읽어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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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전집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스 테그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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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 또는 그런 문예 작품. 대체로 공상적, 서정적, 교훈적인 내용으로 되어있는 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의 정의는 이렇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로 알려진 것이 동화인데 이 책은 <안데르센 동화전집>이라는 제목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를 가진다. 안데르센 동화가 최초의 근대 아동문학이고 세기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고 재창조되어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이 동화가 아이들만의 동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단순하지만 나이를 넘어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의미와 교훈을 가진다. 이 책은 그런 목적으로 아이들을 넘어 어른들에게도 읽혀지기 위한 책이다. 안데르센은 1835년부터 1872년까지 총 160여편의 동화를 썼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고, 최근까지도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 인어공주,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 미운오리새끼 등 많은 작품이 존재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156편의 작품이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12편을 더해 국내 최초로 168편의 이야기가 모두 수록한 것이 이 책이다. 64장의 클래식 일러스트 또한 수록되어 있어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담아낸다.

 

길어진 이야기가 되었지만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 책은 그동안 동화가 어린이라는 연령층에 한정되어있는 것이 오류라는 것, 그리고 국내 최초의 168편이 모두 수록 되어 있다는 것, 빡빡한 텍스트와 더불어 고전미가 있는 펜화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는 것. 이 세 가지가 특징이다. 이제 책에 대한 내용을 언급해 보자면 168편의 동화.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가 어른이 된 지금 읽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혹은 별 다를 내용이 있겠어?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습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보다 모르는 동화가 많다.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동화에 당혹스러움도 느끼게 된다. 오히려 알고 있는 동화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며 알고 있는 동화도 안데르센의 원작과 의도는 좀 다르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 동화 같은 경우) 그림 형제의 민담집이 원래는 잔인하고 선정적이여서 그런 부분을 삭제, 수정하여 아이들을 위해 다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점을 다시 원작으로 복원하여 19금을 붙여 출간한 책이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드림동화>라는 책이다.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당시 충격,경악의 감정은 아직까지도 존재한다. 최근에 읽은 <펜타메로네> 역시 탐미스럽고 부정적이고 그로테스크적이라 여지껏 알고 있던 동화를 뒤엎는 반전소설 같은 면모가 있었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앞선 이야기한 책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재미나 자극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교훈적이고 지혜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풍부한 상상력이 있고 아름다운 문장이 있어 미소가 지어진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삶을 동화로 쓰기로 유명해서 그의 삶을 보고 그의 지혜를 빌려 읽는 느낌도 든다. 어머니를 모델로한 <성냥팔이 소녀> 자신을 모델로한 <인어공주>, <엄지공주>,<벌거벗은임금님>,<미운오리새끼> . 가난한 구둣가게 주인의 아들이고 볼품없는 새싹인 그가 꽃을 피우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어른들이 읽어보면 어릴적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즐기던 경험이 떠오를 것이다. 또한 작품속에 안데스센이 말하고자 한 보편적 진리와 사회적 진실을 통해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깨닫게도 될 것이다. 세기를 넘은 보편성을 가진 이야기.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특별함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 짧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기에 짧은 시간 한편의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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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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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분야 역주행 1위 ‘데드맨’의 작가, 가와이 간지의 신작!
엽기적 살인사건이 보여주는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
그러나 그 이면에 깔린 인간의 처연함과 한없는 연민

군마 현의 산골마을 히류무라. ‘잠자리의 낙원’이라 불리는 이 곳은 형형색색의 온갖 잠자리들이 서식하고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이즈미는 선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장애인이다. 이즈미는 친구가 없어 대신 작은 생물들을 만지며 함께 놀고는 했는데, 날아다니는 곤충은 눈이 안보이는 탓에 만질 수가 없다. 헌데 유일하게 만지며 놀 수 있는 곤충이 있다. 드래곤플라이, 잠자리는 언제나 조용히 이즈미곁에 내려와 앉고는 했다. 그리고 그 잠자리가 무엇인지 볼 수는 없고 느낄 수만 있는 이즈미에게 잠자리의 이름을 알려주는 두 친구가 생긴다. 유스케와 겐. 어느날 유스케는 전설의 거대 잠자리를 보여주고, 그들은 그렇게 진실 같은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산골 마을에서 꿈같이 달콤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서로를 위해 목숨을 바칠 만큼 뜨겁고 순수한 우정을 키워나가는 아이들. 그러나 이즈미가 일곱 살이 되던 해 그녀의 부모가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된다.

현재. 끔찍한 살인사건이 또 다시 발생한다. 니코타마가와 강변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목에서 배까지 갈라 식도와 내장을 모두 제거하고 불에 새카맣게 탄 시체. 시체 회손이 심해 증거가 될 유일한 것은 시체 옆에 놓여있는 잠자리 모양의 은목걸이 뿐. 모두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단정짓는 가운데 특유의 직감으로 추리를 하는 가부라기 형사가 등장하고 그를 중심으로 특수수사팀이 꾸려진다. 가부라기는 은목걸이를 단서로 수사를 진행하고, 그것이 군마 현에 있는 액세서리 가게 드래곤플라이의 주인 시즈에를 통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 목걸이는 10년전 이즈미가 유스케에게 선물한 것으로 결국 피해자는 유스케로 추정되고. 한편 유스케와 겐, 이즈미의 고향인 히류무라는 하류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촌장 다누마 야스오는 하류댐 건설을 맡은 건설사와 내통하면서 약 15억 엔의 수몰 보상금을 가로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즈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피해자인 유스케의 전화. 죽은 유스케가 전화는 건 것이다. 20년전에 은폐되었던 살인사건과 그에 얽힌 진실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데...

- 전작 데드맨과는 다른 행보. 그러나 가부라기 시리즈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소설.

전작 데드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안개속을 걷는듯한 알 수 없는 구조와 허점같이 느껴지는 추론이 많지만 결국 얼기설기 얽힌 그물에 대어를 낚아 올린격이랄까? 치밀한 구조와 섬세한 트릭을 자랑하는 일본추리소설 답지 않은 구석이 있으나 충격적인 반전이라는 대어를 낚는 묘하고도 신선한 소설이다. 기발,독창,신선하다는 그에 대한 평가에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얇은 두께만큼 흡입력 있는 서사의 힘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분명했다. 하지만 치밀하다고 보여지지는 않았다.

이번 드래곤 플라이는 바로 이 아쉬운 점을 보완한 소설이다. 20년전 이즈미의 부모의 미제살인사건, 현재 벌어진 유스케 살인 사건, 댐건설을 둔 비리가 유착관계를 가지며 치밀한 구조를 보여줬고, 더불어 세 아이들이 처연한 인간애를 더해 묵직해진 두께만큼 더 진한 울림을 안겨준 소설이다.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반쯤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다만 ‘왜’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읽다보면 점점 깊숙이 빠져들다 끝에 뜨거운 울컥함이 치밀어 오른다. 단순히 범인을 쫓는 추리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왜’ 라는 질문뒤에 꽁꽁 숨겨둔 사람들의 일그러진 욕망과 사회 부조리에 관한 추한 진실, 그리고 그것에 맞서 싸우는 처연함과 연민. 가와이 간지가 다음에는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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