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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ㅣ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평점 :

-추리소설분야 역주행 1위 ‘데드맨’의 작가, 가와이 간지의 신작!
엽기적 살인사건이 보여주는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
그러나 그 이면에 깔린 인간의 처연함과 한없는 연민
군마 현의 산골마을 히류무라. ‘잠자리의 낙원’이라 불리는 이 곳은 형형색색의 온갖 잠자리들이 서식하고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이즈미는 선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장애인이다. 이즈미는 친구가 없어 대신 작은 생물들을 만지며 함께 놀고는 했는데, 날아다니는 곤충은 눈이 안보이는 탓에 만질 수가 없다. 헌데 유일하게 만지며 놀 수 있는 곤충이 있다. 드래곤플라이, 잠자리는 언제나 조용히 이즈미곁에 내려와 앉고는 했다. 그리고 그 잠자리가 무엇인지 볼 수는 없고 느낄 수만 있는 이즈미에게 잠자리의 이름을 알려주는 두 친구가 생긴다. 유스케와 겐. 어느날 유스케는 전설의 거대 잠자리를 보여주고, 그들은 그렇게 진실 같은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산골 마을에서 꿈같이 달콤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서로를 위해 목숨을 바칠 만큼 뜨겁고 순수한 우정을 키워나가는 아이들. 그러나 이즈미가 일곱 살이 되던 해 그녀의 부모가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된다.
현재. 끔찍한 살인사건이 또 다시 발생한다. 니코타마가와 강변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목에서 배까지 갈라 식도와 내장을 모두 제거하고 불에 새카맣게 탄 시체. 시체 회손이 심해 증거가 될 유일한 것은 시체 옆에 놓여있는 잠자리 모양의 은목걸이 뿐. 모두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단정짓는 가운데 특유의 직감으로 추리를 하는 가부라기 형사가 등장하고 그를 중심으로 특수수사팀이 꾸려진다. 가부라기는 은목걸이를 단서로 수사를 진행하고, 그것이 군마 현에 있는 액세서리 가게 드래곤플라이의 주인 시즈에를 통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 목걸이는 10년전 이즈미가 유스케에게 선물한 것으로 결국 피해자는 유스케로 추정되고. 한편 유스케와 겐, 이즈미의 고향인 히류무라는 하류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촌장 다누마 야스오는 하류댐 건설을 맡은 건설사와 내통하면서 약 15억 엔의 수몰 보상금을 가로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즈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피해자인 유스케의 전화. 죽은 유스케가 전화는 건 것이다. 20년전에 은폐되었던 살인사건과 그에 얽힌 진실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데...
- 전작 데드맨과는 다른 행보. 그러나 가부라기 시리즈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소설.
전작 데드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안개속을 걷는듯한 알 수 없는 구조와 허점같이 느껴지는 추론이 많지만 결국 얼기설기 얽힌 그물에 대어를 낚아 올린격이랄까? 치밀한 구조와 섬세한 트릭을 자랑하는 일본추리소설 답지 않은 구석이 있으나 충격적인 반전이라는 대어를 낚는 묘하고도 신선한 소설이다. 기발,독창,신선하다는 그에 대한 평가에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얇은 두께만큼 흡입력 있는 서사의 힘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분명했다. 하지만 치밀하다고 보여지지는 않았다.
이번 드래곤 플라이는 바로 이 아쉬운 점을 보완한 소설이다. 20년전 이즈미의 부모의 미제살인사건, 현재 벌어진 유스케 살인 사건, 댐건설을 둔 비리가 유착관계를 가지며 치밀한 구조를 보여줬고, 더불어 세 아이들이 처연한 인간애를 더해 묵직해진 두께만큼 더 진한 울림을 안겨준 소설이다.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반쯤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다만 ‘왜’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읽다보면 점점 깊숙이 빠져들다 끝에 뜨거운 울컥함이 치밀어 오른다. 단순히 범인을 쫓는 추리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왜’ 라는 질문뒤에 꽁꽁 숨겨둔 사람들의 일그러진 욕망과 사회 부조리에 관한 추한 진실, 그리고 그것에 맞서 싸우는 처연함과 연민. 가와이 간지가 다음에는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