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지음, 소은선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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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 가장 따뜻한 비밀과 뜨거운 사랑이 있는 곳.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의 비밀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목욕물처럼 담아낸 마을을 데우는 가족 소설.

강철 멘탈 대인배 엄마 후바타는 행복목욕탕의 주인이다. 현재는 휴업중이지만, 그 계기는 철없는 남편 가즈히로 때문이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목욕탕이자 가업을 내팽겨치고 여자와 바람나 가출해 버린 것이다. 후바타는 고등학생 딸 이즈미와 함께 텅 빈 행복목욕탕 만큼 허전한 집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여고생인 이즈미는 아직도 엄마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는 엄마바라기이다. 그 나약함 때문인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학교생활에 부적응중이다. 이런 불행은 아무것도 아닌 매사 긍정적인 강철 멘탈 후바타. 이런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두통과 현기증으로 몸이 안 좋은 후바타는 어느 날 병원에서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시한부’란다. 후바타의 나이 겨우 마흔둘이다. 젊고 파릇파릇하진 않아도 죽음과는 먼 나이. 더군다나 혼자 서지 못하는 딸이 있다. 결국 후바타는 죽음앞둔 상황을 절망할 시간은커녕 평범한 사람보다 더 바쁜 삶을 계획한다. 집 나간 남편 찾아오기, 망해가는 목욕탕 일으켜 세우기, 약해빠진 딸 홀로 서게 하기, 자신의 비밀 털어놓기. 그 첫걸음으로 탐정을 고용해 남편을 찾기로 한다. 남편만 찾으면 한숨 돌릴 것 같았건만, 찾은 남편은 10년전 바람을 피워 낳았다는 딸 아유코와 함께 이웃마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후바타는 둘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정열 가득한 엄마는 다시 가족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영화 한편 볼 이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짧막하지만 의외의 감동이 있는 소설

레트로 감성의 목욕탕 소재, 시한부의 엄마, 개성넘치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

한데 엮기 어려운 것들이 엮어 만들어내는 가슴 따뜻한 가족애


이 소설은 애초에 영화가 기반이 된 소설이다. 나카노 료타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상업영화 <행복 목욕탕>의 원작 소설이니 말이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기반이 된 소설이라 그런지 작은 크기와 얇은 두께 만큼 빠르고 편하게 진행된다. 마치 영화한편을 감상하는 것처럼. 실제 읽는 시간도 영화 한편을 볼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힌다. 하지만 이 작은 소설이 담은 메시지는 묵직하니 가슴 한 구석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 목욕탕 덕분에 어릴 적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고, 가족의 사랑을 가장 충만이 받은 시절인 어릴 때가 떠올라 기분좋은 가족에 관한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그 덕에 더 따뜻한 시선으로 페이지를 바라보게 된다.

개성 넘치는 가족. 정열 가득한 시한부 엄마, 가출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서툰 아빠, 왕따를 당하는 내성적인 딸 아즈미, 친엄마에게 버림받은 반항기 딸 아유코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 만큼 엉뚱하리만큼 유쾌한 면이 곳곳에 보인다. 시한부 엄마라는 설정을 두고 있음에도 마냥 칙칙하고 무겁기만 한것이 아니라,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부분이 군데군데 익살스럽게 튀어나온다. 일본영화의 특징이랄까? 전혀 상황에 맞지 않은 코드를 유발해 전혀 반대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의외성이 넘치는 전개가 이 소설에도 보인다. 이렇게 가볍게 읽히다가도 중간 중간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소소하고 따뜻한 장면과 결말부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으니 책장을 덮고 난 후에는 복잡한 감동에 휩싸이게 된다. 혈연관계에 의한 책임과 의무에 의해 할 수 없이 한 집에 사는 가족이 많은 이 시대, 진정한 가족애와 일본영화 같은 개성 넘치지만 소소한 맛이 긴 듯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영화한편 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히나 묵직한 뒷맛이 따르는 가슴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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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라이터즈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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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인생을 다시 살고 싶다!
그 욕망을 무섭게 비틀고 짜릿하게 맛보여주는 대담한 소설.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희망을 주는 메시지까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만족하기보다는 불만족하며 살 때가 많다. 하여 뜻대로 되지 않은 인생을 다시 설계하여 살고 싶거나, 과거로 되돌아가 다시 살 찬스를 얻기를 원한다. 이런 사람의 욕망을 무섭게 비틀고 짜릿하게 맛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이 책 <고스트라이터즈>이다.
 

<초반: 통쾌함>

극중 김시영은 유령작가로 을의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듯 말이다. 이런 그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설계할 능력을 가짐으로써 주는 쾌감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의 단편이다. 그 능력으로 돈을 얻어 갑질을 한 상사에게 돈을 던지고 일을 때려 치는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달콤한 상상이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누군가가 꼭두각시처럼 인생을 달리 살게 된다면? 그것은 데스노트보다 유혹적이며, 신처럼 전지전능하지 않을까? 그런 힘을 가짐으로써 한낱 평범한 자신이 위대하고 특별해지는 순간을 맞이함으로 그는 더 이상 엑스트라보다 못한 유령작가가 아닌 비로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보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히 통쾌하다. 매력적이다 못해 유혹적이다. 하지만 모든 소설이 그렇듯 고난은 반드시 찾아온다.

<중반: 짜릿함>

김시영이 맞이하는 고난은 그야말로 스펙타클하다. 그의 능력이 그 한명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그의 능력이 위대한 만큼 탐을 내는 악의 무리가 존재한다. 사람은 누구나 막강한 힘 앞에서 두려움을 보이지만 실상 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기회가 보이면 광기어린 갈망으로 번뜩이기 마련이다. 결국 김시영은 그런 스스로의 욕심과 외부의 압력이 만들어낸 피 튀기는 난장판, 그 한복판에서 고군분투하게 된다. 그 사건들을 하나하나 돌파할 때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적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묘사, 모바일 연재의 특징인 속도감, 시나리오 작가출신의 날 것 같은 생생한 명대사는 한편의 액션스릴러 영화를 보는듯 짜릿하다.  즉 장르소설로써 만족할만한 오락감을 선사한다. 주인공은 생고생 중인데 독자는 미칠 듯이 흥분한다.


<결말: 의외의 따뜻함>


"그래, 그렇게 견디며 하는거야. 재능 있는 놈들은 많아.

중요한 건 재능을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야.
재능을 가질 수 있는 재능도 가져야 해"
"그게 뭔데? 재능을 가지는 재능이?"
"견디는 거"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그래. 희망하지 말것, 절망하지 말것, 매일 조금씩 뭐라도 할것.

그렇게 그는 곡식을 씹듯 글귀를 곱씹고, 다시 글을 썼다.

조금씩, 매일.


장르소설이 주는 짜릿함, 오락성인 ‘재미’만을 이야기 한다면, 이 소설을 인스턴트식품과도 같을 것이다. 맛은 좋으나 몸에 나쁜 것처럼 말이다. 보통 장르소설을 읽을 때는 쾌감이 따르나 읽고 나선 시간 낭비한 것 같은 허무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 이 소설은 독자의 그런 허무감 혹은 죄책감을 말끔히 씻어주는 교훈적인 결말을 내놓으며 따뜻한 희망을 전한다. 작가는 처음부터 일종의 트릭을 썼다. 능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써진 글의 주인공이 진심을 다해 읽어야만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설정, 일종의 부적 혹은 주문 같은 것이다. 결국 판타지적인 위대한 힘을 조정하는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간절한 염원이라는 것이다. 또한 마지막 결말부의 김시영은 편안한 모습으로 그저 한줄, 행복을 위한 한줄, 스스로를 위한 한줄을 쓴다. 우리도 그렇게 하루, 행복을 위한 하루, 스스로를 위한 하루를 보내라는 것이다. 작가는 꾸준하게 주어진 하루에 충실하라 말한다. 결국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희망을 전함으로 독자에게 죄책감이 아닌 교훈을 선사한다.  

 

+@오락성과 교훈성을 모두 가진 작품

시나리오 출신 작가의 생생한 명대사와 모바일 연재 소설의 특징인 빠른전개가 긴박감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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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세트 - 전2권
강미강 지음 / 청어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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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음)

장르: #시대물 #궁중로맨스 #짝사랑 #신분차이 #절절로맨스 #톡톡로맨스 #사랑싸움 

정조(이산):#왕#도꺠비처럼 무서움 #시어머니처럼 까탈스러움 #절제남 #지엄함 군주

               #첫사랑 #10번찍는 도끼남 #때론 소년스러움 #츤데레의 정석

궁녀(덕임):#궁녀 #가늘고 길게살기 #현명녀 #철벽녀 #대쪽녀 #솔직녀 #당당녀

               #사랑앞에서만 솔직하지 못해서


 

 

-도깨비보다 무섭다는 왕이 있었다. 가늘고 길게 살고픈 궁녀도 있었다.
이상스레 서로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다가섰다. 그래도 다가서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서로를 마음에 담았다.


궁안, 흥정당 동남쪽, 동궁이 머무는 전각이 있다. 다들 그 전각을 도깨비 전각이라 불렀다. 밤마다 수상한 그림자가 일렁이거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여 그리 불렀다. 도깨비가 사는 곳인가? 이 전각에는 도깨비보다 무서운 동궁이 산다하여 그리 불리게 되었다. 동궁 즉 왕세자의 성품은 고약하기 그지 없었다. 환관과 궁녀라면 학을 뗐다. 꼭 필요할때가 아니면 근처에도 못 오게 내쳤다. 환관은 양물을 거두게 했으며 궁녀들은 종아리를 때렸다. 모두 동궁이라면 벌벌 떨며 꼬랑지를 감추기 일 수 있다. 이 을씨년스럽고 황량한 전각, 그 구석 후미진 곳에 궁녀 덕임은 귀동냥으로 세자의 강론을 엿듣곤 했다. 그래서 세자의 얼굴은 모르나 목소리는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 목소리가 듣게 되었다. 그 목소리의 사내가 난데없이 별간에 찾아와 덕임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다. 사흘 전 흉악한 자가 세자의 침궁 앞마당에 괴이한 글을 던지고 간일을 조사하는 것인데, 엄한 사람 붙들고 회유와 협박을 하니 꼬락서니가 아니꼬운 궁녀 덕임은 그를 내쫓고야 만다.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첫만남이 좋지않은 만큼 뒤이은 만남도 달갑지만은 않았다. 덕임은 세자를 피하고 싶었지만 낮은 신분탓에 총대를 매게 된다. 도깨비보다 무섭고 시어머니보다 고약한 세자저하를 지척에 모시게 되었으니 자유와 평범한 삶을 살긴 원한 덕임, 그 앞날은 창창하지 만은 않은데... 


* 이 소설은 정조 이산, 그리고 왕의 단 한번의 사랑 의빈 성씨인 궁녀 덕임에 대한 로맨스 소설입니다.

책소개 에디터님 말씀과 역사의 기록이 있기에 결말이 새드라는 점은 스포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질질대고 절절대는 진중하기만 한 슬픈 사극물이 아니다.
현대물에서 볼법한 불꽃 튀는 남녀의 극적인 로맨스가 함께한다.

왕 정조는 맹호스럽고, 도깨비스럽다. 어린 소년 같기도 하고 어른 남자 같기도 하다. 사납기도하고 냉철하기도 하지만 가슴에 불꽃한줌을 삼킨 사내이다. 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자이다. 반면 궁녀 덕임은 한결같다. 궁녀임에도 불구하고 현명하고 솔직하며 때로는 그 지나침이 맹랑하기까지 하다. 다른 궁녀들이 왕의 눈에 들어 지체 높은 신분을 얻기를 갈망하나. 아주 꽂꽂하여 대쪽같은 면이 있다. 쉽게 넘어가질 않은 여자. 결국 왕은 무거운 용포를 거두고 끊임없이 도끼질을 한다.

 

하여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톡톡 튄다. 역사를 배경에 둔 로맨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슬픈 사극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질질대며 절절대는 진중한 사극물과는 그 맛을 달리한다. 극과극인 남녀주인공이 서로 기 싸움을 펼치는 데 그 팽팽한 연애가 현대물 같기도 하다. 그들은 현대 우리들의 연애의 모든 것을 한다. 다른 사극물처럼 네네 거리는 순종적인 여인이 아닌 되바라진 여인은 왕의 눈에 들긴 커녕 가늘고 길게 살고 싶기에 왕의 사랑을 새차게 밀어낸다. 왕 또한 현대에서 말하는 츤데레적인 성격으로 일평생 단 한번 찾아온 사랑을 거칠게 다룬다. 쓴소리로 타박하고 귀찮게 잔소리하고 고생스러운 난제를 내며 그녀를 시험에 들게 한다. 결국 이들은 우리들처럼 만남, 밀당, 헤어짐, 재회를 한다. 우리들의 연애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왕과 궁녀라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남녀로써의 충실한 연애를 보여준다. 그러기에 독자는 이 책에 더 몰입되고 더 다가서게 된다.



-정말 사랑 했을까? 정말 사랑 했다.
감춰둔 감정, 전하지 않은 마음, 소리 내어 뱉어 못한 고백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

톡톡 튀는 현대 연애물을 보여주는 왕과 궁녀. 감정에 충실한 연애를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았기에 이들의 연애가 달달에서 절절로 넘어가는 시점은 엄청난 슬픔을 동반한다. 이 책의 결말에 울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목구멍이 따끔다끔해지고 눈시울이 아리다 책장에 눈물이 툭 떨어질까 소매춤으로 눈가를 훔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현대극같은 연애를 보여줬다. 따박따박거리고 투닥투닥거리고 달달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정작 단 한번 제대로 된 고백한번 하지 못했기에 안타까움이 만들어내는 슬픔은 배가 된다.


궁녀는 두려웠다. 왕을 사랑할때도 임심을 했을때도 지체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도. 시국과 신분이 만들어내는 환경과 사내가 아닌 왕의 사랑은 상처가 될 뿐이라는 마음가짐에 스스로를 옭아맸다. 결국 왕의 사랑을 밀어내기에 바빴고 상처주기에 애썼다.


왕도 두려웠다. 궁녀를 사랑할때도 그녀를 보내야만 했을때도. 저만의 사정과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으로 사랑을 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사랑해버렸고 사랑을 거절당했을 때도 그저 곁에만 있으면 된다 여겼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확인하고 싶었고 확인 받는게 두려웠다.


“정녕 신첩을 아끼셨사옵니까? 하면 다음 생에선 알은체도 마소서”
“끝까지 이럴 테냐? 넌 정녕 내게 조금도 마음을 주지 않았어?”
“정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달아났을 것이옵니다”
“제대로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갖지 않는게 낫다더니...”

“...내가 너를 은애하였다.”
왕은 말했다. 한번도 겉으로 소리내어 해본 바 없었다.
“그래서 네가 그립다”


 

 

그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뜨겁게 사랑했다. 하지만 정작 단 한번의 고백다운 고백을 하지 못했다. 특히 덕임의 마음은 독자도 중간중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한 면이 있다. 그래서 그 모호함들이 모여 긴장감을 주었다. 역사로 그들의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또한 모호함으로 꽁꽁 감춰두고 꼭꼭 숨겨온 마음이 이별이 다가와서야 제대로 터져 나올 때, 그들의 사랑이 가엽고 안타까워서 슬픔은 배가 되었다. 감춰둔 감정, 전하지 않은 마음, 소리 내어 뱉어보지 못한 고백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아둔 마음만큼 그 끝에 폭발적인 애달픔을 가져온다.

 

“날 사랑해라.
알고 보니 시간이 많지 않더구나 기다릴 여유도 없었고
그러니까 날 사랑해라”

정조는 역사의 기록처럼 병사한다. 그 병은 화병이라 한다. 꾹꾹 눌러 담아놓은 그 마음이 병이 된 것이다. 작가는 결말에 비로써 왕이 아닌 한 사내의 고집스러운 고백을 들려준다. 그리고 궁녀가 아닌 한 여인의 대답과도 같은 말간 웃음을 보여준다. 사경을 헤매는 순간의 환영인지 꿈인지 죽음인지 모른다. 다만 그 순간은 곧 영원은 되었다. 그리고 독자의 여운 또한 영원이 되었다. 이처럼 결말을 안탑깝고 저리게 그려내는 소설이 또 있을까?


 

+@ 진중하고 절절대기만 하는 새드 사극물이 아니다. 톡톡 튀는 밀당 연애담이 있다.

성질 고약한 왕도 되바라진 궁녀도 솔직하게 사랑싸움을 하며 치열하게 연애한다.

허나 정작 말하지 못한, 전하지 못한 마음이 결말까지 참고참다가 폭발해서 슬픔음 배가 된다.

작가가 17살부터 8년에 걸친 고증된 역사에 충실하고 꼼꼼한 줄거리는 작품성 또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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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하트힐
토머스 H. 쿡 지음, 권경희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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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H 쿡표 미스터리 로맨스 스릴러
첫사랑에는 왜 늘 잔혹한 진실이 숨겨져 있을까?


남북전쟁 종전 후 남부 앨라베마의 촉토. 작은 시골 동네에 묘한 매력을 지닌 켈리라는 여학생이 이사온다. 그리고 그 마을에 살고 있던 소년 벤은 켈리에게 첫사랑의 설레임을 느낀다. 두 사람은 함께 학급 신문 <살쾡이>이를 발행하면서 촉토지역의 사회, 문화에 대해 함께 조사, 논의하면서 사이가 점점 가까워진다. 벤은 점점 켈리에게 빠져들고 결국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어려울 지경에 이른다. 풋풋한 소년 소녀의 로맨스가 이어갈 듯 하지만 곧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첫사랑의 잔혹한 추억이 시작되고 만다

브레이크하트힐 언덕에서 소녀 켈리가 피투성이가 돼서 발견된 것이다. 혼자 언덕 정상에 올라간 켈리는 비탈길에서 시체로 발견되자 평온한 마을은 순식간에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 현장에서는 마을의 건달 라일이 목격되고 그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리고 30년 후 켈리의 친구였던 벤과 루크는 켈리의 죽음에 숨겨진 비극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조 R 랜스테일의 <밑바닥>과 토머스 H 쿡의 <채텀 스쿨 어페어>의 만남
키워드는 ‘인종차별’, ‘첫사랑’
‘사랑은 때론 파멸을 부른다.’

글쎄, 먼저 일단 본인은 <밑바닥>을 읽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헌데 왜 서평 타이틀에 <밑바닥>을 적어 놓았는가? 책을 읽고 지인에게 넘겨줬는데 얼마 후 지인이 <밑바닥>에서 느낀 잔상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 <밑바닥>에 관한 서평을 읽어 봤는데 꽤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됬다. ‘인종차별’을 소재로 둔 것과 과거회상이 등장하는 전개. 그리고 궁금했다. ‘뭐가 더 재미있나?’ 지인은 <밑바닥>에 한 표를 던졌다. ‘왜?’ 라고 묻자. ‘토머스 H 쿡의 언어는 어려워!’ 라는 이유에서 였다.


그에 언어에 대해선 뒤에 이야기 하고. 또 그의 전작인 <채텀 스쿨 어페어>를 언급한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채텀 스툴 어페어에서 소재로 쓰인 ‘사랑’이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점이 같기 때문이다. 한적한 마을에서 전원적인 풍경에 고전스러운 로맨스가 삽시간에 끔찍하고 흉물스럽게 변하가는 과정이 같다. 그래서 읽는 내내 좀 찝찝함과 압박감을 많이 느꼈던 작품이다. 이 책도 그렇다. 뭔가 뒷맛은 좋지 않은데 여운은 오래간다. 그 여운이 좋지 않아서 문제지만.


앞에 언급한 언어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그래 솔직히 토머스 H 쿡의 소설은 어렵다. 추리적인 요소가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문장 자체가 고전스럽고 유려하다. 시적인 감성과 서정적인 표현이 아주 차분하게 쓰인다. 그래서 읽다보면 ‘안개 낀 안경을 쓰고 읽는 느낌’ 이랄까. 뭔가 확실하고 명확하고 스피디하지가 않다. 하지만 그 점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집중력을 필요하는 피곤함은 있지만 스릴러 소설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또한 그 만의 개성이라고 볼 수 있으니.


+@사랑은 아름답지만은 않고, 사람의 감정은 순간이며, 편견이 가져오는 무서움 등을 느낄 사람, 혹은 순문학 같은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 전개가 느려 집중하면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읽고 난 후 압박감과 여운을 동시에 느낄 사람에게 추천한다.
<채텀 스쿨 어페어> 보단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 소설이지만 읽어볼만한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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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할머니, 할아버지 뿔났다?!
21세기의 로빈 후드, 스웨덴의 홍길동이 된 할머니 할아버지들!


전편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가 바로 이 책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이다. 아직 전편을 읽지 않았음으로 또한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조금 집고 넘어가고 자 한다.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 79세 할머니 메르타 안데르손은 팍팍하고 답답한 노인 요양소에 산다. 감옥보다 못한 요양소 원칙에 할머니는 화가 났고, 친구들을 꼬드겨 노인 강도단을 결성한다. 목표는 ‘감옥에 들어가기’. 차라리 요양소 보다 감옥이 낫다는 할머니는 획기적인 범죄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국립 박물관에서 엄청난 값의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을 훔치고 그림 값을 받으면 돈을 잘 숨겨 두었다가 그림을 무사히 돌려주고 감옥에 간 뒤 감옥에서 나오면 숨겨둔 돈을 찾아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 값의 절반은 폭풍우 통에 잃어버리고, 훔친 그림은 누군가에 의해 사라지는데...(출판사 줄거리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대충 전작의 스토리를 살펴보면 이 책은 답답한 현실과 노인복지를 비판 풍자하는 데 목적을 둔 노인들의 모험 활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노인은 점잖고 삶을 정리하는 사람들 이라는 편견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획기적이고 재기발랄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럼 다음 작인 신작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는 어떨까? 대놓고 ‘라스베이거스’라는 화려한 도박천국을 배경으로 둔 것을 보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결코 전작보다 못하지 않은 엄청난 모험담이 기다리고 있으리란 것을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 이제는 지명 수배까지 내려진 어엿한? 범죄 조직단이 된 메르타 할머니가 속한 노인 강도단. 이번에는 스웨덴을 떠나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진출한다.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닌 더욱 대담한 행보. 한 번 사는 인생 끝장을 보자라는 심보인지 그들의 모험은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이번에는 박물관이 아닌 카지노를 털기로 하는 노인 강도단. 인생 도박이지 뭐 있어? 라는 심보의 그들은 전동 휠체어를 이용한 획기적인 방법으로 카지노 칩을 훔친다. 또한 기가 막힌 행운으로 보석상을 턴 강도들과 맞닥뜨려 그들이 흘린 다이아몬드까지 손에 넣게 된다. 부자가된 그들은 마치 로빈후드처럼 노인, 청소년 시설 등 어려운 곳에 익명으로 기부를 한다. 하지만 행운은 여기서 끝. 훔친 돈을 행방불명되고 다이아몬드는 세관원과의 실랑이 끝에 잃어버리고 만다. 더군다나 정착하러 온 빌라촌의 이웃은 폭주족이었으니, 바람잘난 없는 노인 강도단의 좌충우돌 모험기는 그 빌어먹을 태풍과도 같은데... 



- 좌충우돌 노인 강도단이 만들어내는 블랙 코미디와 사회 풍자극

한잔의 레몬 사이다 같은 새콤달콤 톡 쏘는 이야기


노인들의 모험을 다룬 소설들은 지루할 정도로 많다.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한 메르타 할머니>까지. 아직 본인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브릿마리 여기 있다>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에 가다>만 읽어 봤지만 이들 소설에 관한 이야기는 꽤나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본인의 첫 노인소설인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매우 재밌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지나친 유행 같은 느낌과 귀에 딱지 않을 정도로 전해들은 이야기로, 오히려 손이 안 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아 인기가 있는책은 역시나!’ 라는 생각이 확고히 들게 되었다.


이 책은 노인의 이미지를 과감히 부셔버린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은 삶을 정리하는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들 이라는 편견에 돌을 던진다. 노인 강도단은 한적하고 지루한 요양소를 벗어나 부당한 사회현실, 즉 극심한 빈부격차나 빈약한 노인복지현실에 분개할뿐 아니라 직접 뛰쳐나가 끊임없이 뭔가를 벌이고 바꾸려고 노력한다. 남은 일생을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 젊음이 느껴지는 유쾌한 모험, 황당하고 재기발랄한 사고는 소설 한 가운데를 시원하게 질주하며 통쾌한 맛을 전한다. 다소 어이없는 정말 ‘소설’틱한 전개가 무리하게 이어지지만 그마저도 배꼽 빠지는 너털웃음을 가져오니 굳이 리얼리티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이런 재미가 그득그득 담긴 모험소설인 메르타~는 딱 재미에서만 그치지도 않는다. 외롭고 어려운 노인사회의 복지현실을 전한다. 이런 꼬집을 땐 확실히 꼬집고 넘어가는 솔직한 비판과 강렬한 풍자 또한 찌릿찌릿한 맛이 있다. 이 소설은 주는 맛은 한잔의 레몬사이다를 원샷하는 느낌이랄까. 새콤달콤한 모험활극 주고, 속이 뻥 뚫리는 쾌감풍자극을 주는 소설. 읽고난 후의 느낌은 '속이 다 시원하다!'라고 외칠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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