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세트 - 전2권
강미강 지음 / 청어람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포없음)

장르: #시대물 #궁중로맨스 #짝사랑 #신분차이 #절절로맨스 #톡톡로맨스 #사랑싸움 

정조(이산):#왕#도꺠비처럼 무서움 #시어머니처럼 까탈스러움 #절제남 #지엄함 군주

               #첫사랑 #10번찍는 도끼남 #때론 소년스러움 #츤데레의 정석

궁녀(덕임):#궁녀 #가늘고 길게살기 #현명녀 #철벽녀 #대쪽녀 #솔직녀 #당당녀

               #사랑앞에서만 솔직하지 못해서


 

 

-도깨비보다 무섭다는 왕이 있었다. 가늘고 길게 살고픈 궁녀도 있었다.
이상스레 서로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다가섰다. 그래도 다가서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서로를 마음에 담았다.


궁안, 흥정당 동남쪽, 동궁이 머무는 전각이 있다. 다들 그 전각을 도깨비 전각이라 불렀다. 밤마다 수상한 그림자가 일렁이거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여 그리 불렀다. 도깨비가 사는 곳인가? 이 전각에는 도깨비보다 무서운 동궁이 산다하여 그리 불리게 되었다. 동궁 즉 왕세자의 성품은 고약하기 그지 없었다. 환관과 궁녀라면 학을 뗐다. 꼭 필요할때가 아니면 근처에도 못 오게 내쳤다. 환관은 양물을 거두게 했으며 궁녀들은 종아리를 때렸다. 모두 동궁이라면 벌벌 떨며 꼬랑지를 감추기 일 수 있다. 이 을씨년스럽고 황량한 전각, 그 구석 후미진 곳에 궁녀 덕임은 귀동냥으로 세자의 강론을 엿듣곤 했다. 그래서 세자의 얼굴은 모르나 목소리는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 목소리가 듣게 되었다. 그 목소리의 사내가 난데없이 별간에 찾아와 덕임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다. 사흘 전 흉악한 자가 세자의 침궁 앞마당에 괴이한 글을 던지고 간일을 조사하는 것인데, 엄한 사람 붙들고 회유와 협박을 하니 꼬락서니가 아니꼬운 궁녀 덕임은 그를 내쫓고야 만다.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첫만남이 좋지않은 만큼 뒤이은 만남도 달갑지만은 않았다. 덕임은 세자를 피하고 싶었지만 낮은 신분탓에 총대를 매게 된다. 도깨비보다 무섭고 시어머니보다 고약한 세자저하를 지척에 모시게 되었으니 자유와 평범한 삶을 살긴 원한 덕임, 그 앞날은 창창하지 만은 않은데... 


* 이 소설은 정조 이산, 그리고 왕의 단 한번의 사랑 의빈 성씨인 궁녀 덕임에 대한 로맨스 소설입니다.

책소개 에디터님 말씀과 역사의 기록이 있기에 결말이 새드라는 점은 스포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질질대고 절절대는 진중하기만 한 슬픈 사극물이 아니다.
현대물에서 볼법한 불꽃 튀는 남녀의 극적인 로맨스가 함께한다.

왕 정조는 맹호스럽고, 도깨비스럽다. 어린 소년 같기도 하고 어른 남자 같기도 하다. 사납기도하고 냉철하기도 하지만 가슴에 불꽃한줌을 삼킨 사내이다. 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자이다. 반면 궁녀 덕임은 한결같다. 궁녀임에도 불구하고 현명하고 솔직하며 때로는 그 지나침이 맹랑하기까지 하다. 다른 궁녀들이 왕의 눈에 들어 지체 높은 신분을 얻기를 갈망하나. 아주 꽂꽂하여 대쪽같은 면이 있다. 쉽게 넘어가질 않은 여자. 결국 왕은 무거운 용포를 거두고 끊임없이 도끼질을 한다.

 

하여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톡톡 튄다. 역사를 배경에 둔 로맨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슬픈 사극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질질대며 절절대는 진중한 사극물과는 그 맛을 달리한다. 극과극인 남녀주인공이 서로 기 싸움을 펼치는 데 그 팽팽한 연애가 현대물 같기도 하다. 그들은 현대 우리들의 연애의 모든 것을 한다. 다른 사극물처럼 네네 거리는 순종적인 여인이 아닌 되바라진 여인은 왕의 눈에 들긴 커녕 가늘고 길게 살고 싶기에 왕의 사랑을 새차게 밀어낸다. 왕 또한 현대에서 말하는 츤데레적인 성격으로 일평생 단 한번 찾아온 사랑을 거칠게 다룬다. 쓴소리로 타박하고 귀찮게 잔소리하고 고생스러운 난제를 내며 그녀를 시험에 들게 한다. 결국 이들은 우리들처럼 만남, 밀당, 헤어짐, 재회를 한다. 우리들의 연애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왕과 궁녀라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남녀로써의 충실한 연애를 보여준다. 그러기에 독자는 이 책에 더 몰입되고 더 다가서게 된다.



-정말 사랑 했을까? 정말 사랑 했다.
감춰둔 감정, 전하지 않은 마음, 소리 내어 뱉어 못한 고백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

톡톡 튀는 현대 연애물을 보여주는 왕과 궁녀. 감정에 충실한 연애를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았기에 이들의 연애가 달달에서 절절로 넘어가는 시점은 엄청난 슬픔을 동반한다. 이 책의 결말에 울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목구멍이 따끔다끔해지고 눈시울이 아리다 책장에 눈물이 툭 떨어질까 소매춤으로 눈가를 훔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현대극같은 연애를 보여줬다. 따박따박거리고 투닥투닥거리고 달달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정작 단 한번 제대로 된 고백한번 하지 못했기에 안타까움이 만들어내는 슬픔은 배가 된다.


궁녀는 두려웠다. 왕을 사랑할때도 임심을 했을때도 지체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도. 시국과 신분이 만들어내는 환경과 사내가 아닌 왕의 사랑은 상처가 될 뿐이라는 마음가짐에 스스로를 옭아맸다. 결국 왕의 사랑을 밀어내기에 바빴고 상처주기에 애썼다.


왕도 두려웠다. 궁녀를 사랑할때도 그녀를 보내야만 했을때도. 저만의 사정과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으로 사랑을 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사랑해버렸고 사랑을 거절당했을 때도 그저 곁에만 있으면 된다 여겼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확인하고 싶었고 확인 받는게 두려웠다.


“정녕 신첩을 아끼셨사옵니까? 하면 다음 생에선 알은체도 마소서”
“끝까지 이럴 테냐? 넌 정녕 내게 조금도 마음을 주지 않았어?”
“정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달아났을 것이옵니다”
“제대로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갖지 않는게 낫다더니...”

“...내가 너를 은애하였다.”
왕은 말했다. 한번도 겉으로 소리내어 해본 바 없었다.
“그래서 네가 그립다”


 

 

그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뜨겁게 사랑했다. 하지만 정작 단 한번의 고백다운 고백을 하지 못했다. 특히 덕임의 마음은 독자도 중간중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한 면이 있다. 그래서 그 모호함들이 모여 긴장감을 주었다. 역사로 그들의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또한 모호함으로 꽁꽁 감춰두고 꼭꼭 숨겨온 마음이 이별이 다가와서야 제대로 터져 나올 때, 그들의 사랑이 가엽고 안타까워서 슬픔은 배가 되었다. 감춰둔 감정, 전하지 않은 마음, 소리 내어 뱉어보지 못한 고백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아둔 마음만큼 그 끝에 폭발적인 애달픔을 가져온다.

 

“날 사랑해라.
알고 보니 시간이 많지 않더구나 기다릴 여유도 없었고
그러니까 날 사랑해라”

정조는 역사의 기록처럼 병사한다. 그 병은 화병이라 한다. 꾹꾹 눌러 담아놓은 그 마음이 병이 된 것이다. 작가는 결말에 비로써 왕이 아닌 한 사내의 고집스러운 고백을 들려준다. 그리고 궁녀가 아닌 한 여인의 대답과도 같은 말간 웃음을 보여준다. 사경을 헤매는 순간의 환영인지 꿈인지 죽음인지 모른다. 다만 그 순간은 곧 영원은 되었다. 그리고 독자의 여운 또한 영원이 되었다. 이처럼 결말을 안탑깝고 저리게 그려내는 소설이 또 있을까?


 

+@ 진중하고 절절대기만 하는 새드 사극물이 아니다. 톡톡 튀는 밀당 연애담이 있다.

성질 고약한 왕도 되바라진 궁녀도 솔직하게 사랑싸움을 하며 치열하게 연애한다.

허나 정작 말하지 못한, 전하지 못한 마음이 결말까지 참고참다가 폭발해서 슬픔음 배가 된다.

작가가 17살부터 8년에 걸친 고증된 역사에 충실하고 꼼꼼한 줄거리는 작품성 또한 빛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