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야수 디즈니의 악당들 2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석가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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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하기 되기까지, 그 과정에 순수한 ‘사랑’만이 있다고 자부할 수 없다. 남녀가 첫눈에 반하는 시간은 몇 초라는 연구결과만 봐도 그렇고, 우리는 상대방의 외적 조건을 본다. 외모, 재력, 능력, 학력 등 이러한 것들이 마치 사랑을 시작하기 전, 거쳐야할 통과의례처럼 말이다. 그 중 단연, ‘외모’가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최근 <뷰티 인사이드>만 봐도 그렇다. 자고 나면 얼굴이 바뀌는 병에 걸린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자주인공, 심지어 추한 노인이 된 여주인공을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은 아마 모든 여성들의 로망을 극대화시킨 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지만, 그렇기에 바라게 되는 ‘사랑의 無조건’. 여기, 사랑은 ‘의도’나 ‘조건’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임을 강조하는 동화가 있다. 그 주인공은 <미녀와 야수>의 야수. 과연 야수가 들려주는 ‘사랑’은 어떤 이야기 일까?

‘이제 야수를 위로해주는 단 하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사랑은 그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감정이었다. 야수는 죽을 것만 같았다.

살아본 자만이 죽을 수 있다. 야수는 사랑을 찾고 나서야 마침내 인생을 살아보았노라고 말할 수 있었다.’

- <미녀와 야수> 중 미녀가 아닌 야수의 관점에서 풀어낸 프리퀄.

왕자는 왜 저주받은 야수가 되었는가?

저주에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왕자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그때 왕자는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젊은이인데다가 아름다운 외모, 넘치는 재력, 우러러 볼 지위를 가진 남자였다. 그는 사냥을 즐기고, 술집에서 아가씨들에게 키스 세례를 받았으며, 모두가 왕자를 사랑하고 숭배하고, 왕자도 그 사실을 알았다. 이런 왕자에게 딱 어울리는 약혼녀가 생긴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키르케. 그녀는 한 눈에 왕자를 사로잡는다. 왕자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둘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의 친구 개스톤이 키르케가 '돼지를 키우는 가난한 농부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왕자는 미천한 상대와 결혼하는 일은 망신이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백성들도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에게는 외교적 수완도 없을 것임을 계산해 이 약혼은 부당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개스톤의 말이 전부 거짓이라 여기고, 개스톤은 왕자에게 함께 그녀의 집을 방문하자고 한다. 작은 농가에 도착하자, 왕자는 실망을 넘어서 노여움에 사로잡힌다. 진흙을 잔뜩 묻힌 채 돼지우리 안에서 돼지 밥을 주고 있는 추한 약혼녀의 모습에 혐오스러운 표정과 잔인한 말투로 그녀를 버리게 된다. 키르케는 뒤늦게 왕자를 찾아가 장미를 주며 사랑을 고백하지만, 왕자는 그녀의 진심을 짓밟고, 그녀에게 입힌 상처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돌아오게 되는데...

- <미녀와 야수> 속 저주받은 야수의 '사랑찾기'

‘저주’는 사실 ‘축복’이었을지도?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이야기


<디즈니의 악당들>은 디즈니가 기획하고 세레나 발렌티노가 집필한 악당들의 이야기이다. 그 중 두 번째 주인공은 자만과 오만의 외로운 캐릭터 ‘야수’이다. <미녀와 야수> 속의 야수는 진정한 사랑의 아이콘으로 다뤄진 캐릭터로 벨의 사랑으로 저주를 푸는 것에 대해 집중하지, 그 어디에도 그가 어떤 이유로 저주에 걸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저주받은 야수> 야수가 어떻게 저주에 걸렸는지 그 비밀의 사건과 야수의 내면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 한다.


상대방의 조건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조건이 완벽하게 맞으면 그만큼 사랑이 쉬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야수가 되기 전, 왕자의 사랑은 무수한 조건이 전제되어야만 했다. 약혼녀의 외모, 신분, 재력, 외교적 능력을 따져보고, 그녀가 백성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왕자의 사랑은 ‘의도’와 ‘조건’의 산물이고, 남의 눈에 보여질 겉치레나 다름없었다. 이로 인해 한 여인을 배신하고, 그 죄값으로 ‘저주’를 받지만, 야수가 된 왕자는 또 다시 실수하게 된다. 모든 것을 갖춘 튤립공주를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만다. 거듭 실수를 하지만 결국 진실된 사랑으로 저주를 풀고, 야수의 저주를 푼 것은 키르케나 튤립공주보다 모든 조건에서 뒤떨어지는 평범한 ‘벨’었다.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왕자가 키르케의 관계에서는 ‘권선징악’과 ‘용서의 의미’를, 왕자와 개스톤의 관계에서는 ‘친구와 우정의 의미’를, 왕자와 튤립공주의 관계에서는 ‘완벽한 조건이 곧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왕자와 벨의 관계에서는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그 감정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녀와 야수>에서 미녀의 관점에서 진행된 이야기는 ‘아름다운 사랑’을 다루지만, <디즈니의 악당들 2>는 야수의 관점에서 다양한 교훈과 더불어 '사랑의 자체'에 관해 다시 한번 되묻게 만든다. 어쩌면, 진실한 사랑을 찾고,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왕자에게 ‘저주’는 ‘축복’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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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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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니아들 사이에서 제2의 히가시노 게이고란 평이 오가는 작가가 있다. 48세의 다소 늦은 나이로 데뷔했지만, 등단이후 7년간 28편이나 작품은 써낸 나카야마 시치리이다. 그에 대해 언급할 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이 나온 이유는 그가 다작작가이면서 평균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을 써내며, 본격, 서스펜스, 법의학, 경찰, 코미디, 음악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모두 소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감성미스터리에 도전한다. 최근까지 미세한 본격 혹은 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써낸 그가 돌연 ‘감성’이라니. 독자의 입장에선 다소 당황스러울 것이다. 최근 경향이 감성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과연 그가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여기, 그가 또한번 다작작가이면서 장르불문이란 명성을 확인시킬 작품이 있다. 그의 대표 캐릭터 이누카이 형사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환상적인 콜라보는 덤! <날개가 없어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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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게 신에게 빌고 싶어졌다. 왼쪽 다리를 잃었을 때 신을 얼마나 원망했던가.

왜 하필 내가. 왜 하필 다리를. 하지만 이제 원망하지 않는다.

원망하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편이 되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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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사이 날개를 잃어버린 소녀, 절망의 피해자인가? 교묘한 살인마인가?

이누카이 형사 X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대결, 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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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팀에 입단한 사라는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전도유망한 육상선수이다. 모든 일상은 육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녀의 꿈은 올림픽 대회 단상에 오르는 것이다. 선수권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면 올림픽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그녀는 땀에 절고 숨이 차올라도 그 목표만을 위해 달린다. 이제 대회까지는 한달앞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자신의 기록을 깨며 일본기록 역대 9위란 쾌거를 이룬다. 이 페이스라면 올림픽은 결코 꿈의 무대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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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소꼽친구인 이웃 다이스케가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그 피해자는 바로 사라였고, 그녀는 그가 몬 차에 치여, 한쪽 다리를 절단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다리는 걷는 것을 넘어서 삶의 목적이자 꿈이었다. 그녀의 세상은 그렇게 무너졌지만, 어이없게도 피의자인 다이스케와 그 집안은 사과나 보상은 커녕 거액을 투자해, 변호사를 선임, 보석과 감면을 노리고 있다. 그날밤 사라는 다이스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다음날 다이스케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모든 사람이 사라의 장애 때문에 그녀를 용의선상에 제외하지만, 담당형사인 이누카이는 범행동기가 가장 뚜렷한 사라를 의심하고, 그런 와중에 얼마 전 다이스케가 고액의 보험을 들었고, 그 보험의 수령보좌인이 변호사 미코시마 레이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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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미스터리지만 '감성'에 초점이 맞춰진, 하지만 전혀 아쉬울게 없는

추리미스터리 가면을 쓴 뭉클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는 '스포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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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날개가 없어도>는 그의 작품 창작 동기에 딱 맞는 작품이다. 그는 편집자의 요청에 의해 ‘젊은 여성이 치열한 투쟁 끝에 뭔가를 얻어내는 속 시원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작품이다. <날개가 없어도>는 두 가지 이야기로 진행된다. 하나는 감성미스터리의 ‘감성’에 속하는 부분은 다리를 잃은 선수가 의족으로 다시 달리는 투쟁기이다. 다른 하나는 ‘미스터리’에 속하는 부분으로 다이스케를 죽인 범인을 찾는 이누카이 형사의 추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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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작품의 초점은 창작동기인 ‘감성’파트에 두드러진다. 하루밤사이에 다리를 잃어버린 전도유망한 육상선수의 고통, 좌절, 포기, 고립을 철저할만큼 완벽하게 그려내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삶의 추락이며, 사회적으로 도태되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현실적 난관이 안타까움을 넘어서 아플만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음주운전이나 심신미약상태의 운전이 오히려 감형이 될수 있는 아이러니한 사법구조, 상업성이 떨어지는 비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미비한 투자와 무관심, 비장애인들과 장애인을 구분짓는 사회의 불합리한 태도와 편견 등 다양한 화두와 시사성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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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작품의 대부분은 한 여성이 치열한 투쟁과 극복을 다루는 ‘스포츠 드라마’인 사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물론 여전히 작가 특유의 가독성 넘치는 전개와 놀랄만한 반전이 숨겨져있는 잘 짜여진 ‘추리 미스터리’도 함께한다.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다소 트릭이나 반전이 약하고, 기대했던 이누카이 형사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콜라보가 생각만큼 꽉 차여진 구조는 아니지만, 그 요소들은 작품에서의 제 위치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감성 미스터리지만 감성에 초점을 둔, 추리매니아들은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는 작품이지만 읽어볼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짜릿한 반전보다 잊지못할 만큼 여운깊은 뭉클한 드라마가 펼쳐지니까.


+@ 비장애인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 그 변화되는 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쓰여져 있다.

다리를 잃고 극복하는 과정, 그 속에 과학과 의학의 산물인 '의족'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의족이나 장애인 스포츠는 대부분의 독자가 알거나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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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크르
서진연 지음 / 답(도서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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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주인공은 렌즈를 통해 게임에 접속하고, 현실이 가상현실로 되어 RPG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게임을 즐길수록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게임속에서 죽였던 인물이 실제 현실에서 죽음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처럼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 게임의 산업발전을 점점 발전하고 있고, 그것은 곧 가까운 미래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여기,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있다. ‘매트릭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장자의 ‘호접지몽’이 떠오르기도 한다. 진짜는 무엇이고,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가기어려울 지경에 이르는 인물들의 이야기.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현실일까? 가상일까?

 

 

‘어른들은 왜 그렇게 쓸 만한 물건과 식량을 쌓아 놓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할아버지는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대재앙 이전의 풍요로운 세상에서 갈았던 기억이 그들을 죽게 한다고 했다. 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죽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기억이 없으니 절망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루는 그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 무엇이 진짜 현실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확실할 수 있을까?

세 개의 전혀 다른 시공간의 네 인물. 시뮬라크룸(거짓,모조)은 어디일까?

 

완은 전날 전시회파티에서 진탕 술을 마신 후, 한 남자와 지나친다. 다음날, 산책을 하다 또다시 그 남자를 지나친다. 그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트레이닝 복을 입었기 때문일까?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힌 채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소녀를 지나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그 소녀의 모습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다. 배경은 절벽과 붉은하늘 그리고 하늘에는 세 개의 비행물체같은 것이 떠있다. 그리고 소녀는 그것을 바라보고 서있다.

 

소녀 루는 지구의 대재앙 후 광야의 삶을 살고 있다. 루가 살고 있는 세계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대재앙 후 사람은 둘로 나뉘었다. 땅 위의 사람들과 땅 아래의 사람. 땅 아래의 사람들은 재난을 피해 땅 아래로 들어가 살게 되었고, 다시 땅위로 올라오자 눈과 귀가 퇴화 되어 있었다. 이들은 땅 위의 소수 살아남은 사람들을 사냥해 삶아 먹기 시작했고, 그 중 몇몇은 사냥꾼들의 길눈으로 키워진다. 그것이 소녀 루이다. 할아버지와 루는 땅 아래 사람들(사냥꾼들)이 식량이 떨어지자, 곧 자신들을 먹을 것임을 알고, 도망쳐 굴에 살게된다. 그리고 현재, 루는 굴에서 나와 사냥꾼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도시로 향한다.

 

에이전시 사장 세영은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그래서 온라인 카페에서 만난 카멜과 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녀가 준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이 것은 일종의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것. 세영은 프로그램을 통해, 떠난 남편과 똑같은 아바타와 일상을 함께한다. 매 순간 행복하지만, 그는 가상의 것으로 버그가 발생하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세영은 카멜이 버그를 고쳐주길 바란다. 한편, 혁은 기억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채 익숙한 듯 낯선 세상을 살아간다. 오감을 느낄 수 없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아내 세영이 퇴근 후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짓곤 하는데, 마치 자신을 보는게 아니라 자신 넘어의 무엇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 현실, 가상, 대재앙 이후의 세계, 각자의 세계속에 살고있는 네 사람.

무엇이 진짜 세계인지 끝없이 반문하게 만드는 소설.

철학적인 주제를 SF로 풀어낸 단편소설이자, 한 권의 소설.


‘시뮬라크르’는 가상, 거짓, 그림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시뮬라크룸에서 유래한 말로, 시늉, 흉내, 모양이란 뜻이다. 이 라틴어는 영어 안에도 그대로 흡수되어서 모조품, 가짜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제목처럼 이 이야기는 네 인물이 살고 있는 세계가 실존하는지 허상인지를 다룬다. 네 인물은 허구일지도 모르는 현재와 온라인 속 가상의 공간, 대재앙 이후의 퇴화된 약육강식의 세계에 각자 살고 있다.

 

소설은 네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진행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너무도 다르지만, 묘한 접점을 가지며, 일종의 ‘복선’과 같은 내용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현재에 살고 있던 ‘완’이 길에어 마주친 한 소녀에게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이 대재앙 이후 세계를 살고있는 소녀 ‘루’가 살고있는 세계의 모습이다. 또한 ‘완’이 몇 번이고 지나친 기시감이 든 남자는 세영이 죽은 남편을 그리워해 만든 가상속의 아바타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다른 세게를 인물들을 통해 이어버리고, 그들의 관계는 점점 엉켜 무엇인 진짜이고 가짜인지 그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프레임 밖에서 내가 주인공인 그림이 존재할까?’.라는 작가의 의문에서 시작된 소설이자, 끝까지 네 인물과 세가지의 세계 중 진짜는 무엇인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모호한 이야기. 철학적인 주제를 재미있는 SF적 소재로 풀어낸 소설 ‘시뮬라크르’를 읽어보자, 네 명의 이야기가 부분적으로 보면, 전부 흥미롭다곤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접점을 통해 풀어나가는 전체적인 이야기는 계속해서 진짜를 구분하려는 독자들의 열의로 호기심을 유발시키니까.


 

+@ 호불호가 갈릴 소설이다. 다소 모호하고 난해한 면이 있다. 결론을 독자에게 맡기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전부가 재미있진 않지만, 대재앙 이후 소녀 '루'의 이야기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호평을 받을만큼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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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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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추리소설, 범죄소설에서의 독자의 역할은 ‘형사’이다. 처참한 살해현장에 도착하고, 범인이 남긴 증거를 수집해, 범인을 추적하여 정체를 밝히고 검거한다. 여기, 독자에게 ‘형사’가 아닌 ‘판사’ 혹은 ‘배심원’의 역할을 맡긴 소설이 있다. 한 마을에 일가족 살해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은 이미 자신의 죄를 밝혔으며, 이미 검거, 수감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독자는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독자는 누가 범인이냐가 아니라, 왜 범죄를 저질렀으며, 주인공이자 연쇄살인의 피의자인 17살 소년 로더릭 맥레이를 비롯해, 어느 증인의 말을 믿을 수 있느냐를 판가름해야한다. 범인의 뒤쫓는 맹렬한 추격도,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예리한 추리도 없다. 하지만, 어떤 범죄소설보다 ‘범죄’와 ‘범인’을 날렵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다. 범죄소설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소설, <블러디 프로젝트>. 엇갈리는 증언 속에 진실을 밝혀내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할 준비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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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그냥 라클런 브로드를 이 세상에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내 손을 빌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죽는 순간 자신의 생명을 끊은 자가 바로 나 로더릭 맥레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족을 괴롭힌 대가로 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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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살인 사건에 얽힌 서로 다른 기록들!

열일곱 살 소년 로더릭 맥레이의 일가족 살인사건, 소년은 왜 살인자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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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스코클랜드 북부의 한 마을,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자, 열일곱 살 소년 로더릭 맥레이가 세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세 명의 피해자는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주민인 라클런 일가. 마을 치안관으로 새로 부임한 중년의 남성 라클런, 그의 십대 딸 플로라와 세 살된 아들 도널드까지. 십대소년은 왜 이웃집 일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했을까? 순순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자백하는 로더릭, 그는 현재 일가족 살해 죄목으로 기소,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곧 그에 대한 재판이 열린 것이다. 결과는 사형이 의심되는 가운데.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로와 범행동기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과 진술이 엇갈리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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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아주머니: ‘로더릭을 어릴 때부터 알았어요. 예의바르고 친절한 아이에요. 그 아이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피 칠갑을 하고 돌아왔을 때, 난 그 애가 크게 다친 줄 았았어요. 그 아이가 살인을 했다고 고백하자, 솔직히 전 본능적으로 그 아이를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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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 주민: ‘로더릭이 이상한 아이이긴 했지만, 원래 그런지 아니면 가족한테 학대를 당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정신이 건강하다면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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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교구 주민이라면 맥레이가 범인이라는 소식에 놀라지 않을 겁니다. 그 아이는 늘 사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의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고 독실한 신자였으며 그런 그가 사악한 자식의 짐을 지게 되다니,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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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로더릭은 굉장히 똑똑했어요. 그리고 그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절대 잔인한 행동을 즐길 아이가 아니였습니다. 그애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은 솔직히 믿기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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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클런 매케니의 사촌, 주민: ‘얼릴 때부터 동물을 학대하고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부수곤 했어요. 악마처럼 교활한 놈이죠. 예전에 방화사건이 있었는데 그 때의 범인도 분명 그놈이에요.’

심지어 검사와 변호사, 의사와 학자들까지 그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데... 로더릭 맥레이 그는 불우한 환경에 놓인 피해자인가? 예의바르고 착한 소년의 가면을 쓴 괴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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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예한 갈등과 대립 속에 진실은 무엇인가?

소설의 허구와 실화의 실존의 경계가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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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각종 기록과 참고문헌을 총 망라해 이 소설을 창작했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이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두고 진실공방이 이루어 지는데,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사람들의 진술서, 로더릭 맥레이의 옥중 비망록 (왜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해명), 부검 보고서, 재판기록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시점또한 1인칭 로더릭 맥레이의 시점과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 주변인물의 시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진실을 찾기란 여간 어렵다. 각자의 인물의 자신의 사정과 기억, 편견을 가지고 있기에, 독자는 이 부정확한 증언중에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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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가 달린 집
소피 앤더슨 지음, 김래경 옮김 / B612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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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연구로 저명한 정신의학자, 퀴블러 로스.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죽음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라고. 하지만 보통사람에게 죽음은 삶의 반대이며, 곧 두려움의 대상이다. 여기, 삶과 죽음, 운명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누구나 겪고, 겪어야할 것들이지만, 설명과 정답이 어려운 주제들. 이 소설은 이런 무거운 주제를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까지 읽을 수 있도록 풀어낸 판타지 소설이다. <빨간 머리 앤>처럼 말썽쟁이 소녀가 <유령신부>의 죽은 자들과 함께 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이 ‘닭다리가 달린 집’에서 산다면? 이색적인 러시아 민담에 개성있는 상상력을 더한 <닭다리가 달린 집>을 소개한다.


"할아버지는 죽은 걸 아세요?"

"아, 그럼요. 우린 둘 다 이 순간을 꽤 오래 기다려왔어요"

할아버지가 팔로 아내를 감싼다.

"이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어서 우린 정말 기쁘답니다."

 

- 죽은 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수호자 ‘바바 할머니’

어디든 성큼성큼 뛰어다니는 ‘닭다리가 달린 집’

고집과 열정 가득한 사춘기소녀 ‘마링카’의 위기와 모험 그 감동의 이야기!

 

12살 소녀 마링카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할머니는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야가’라는 수호자이며, 집은 ‘닭다리가 달린 집’으로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살던 곳을 떠나곤 한다. 그녀의 일상 또한 별나다. 집 주위에 뼈와 해골로 울타리를 짓고, 닭다리가 달린 집과 술래잡기를 한다. 밤이면 죽은 사람들을 위한 파티에 참석한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마링카의 시선은 늘 마을로 향해있다. 이제 죽은사람이 아닌 산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링카. 그런 마링카에게 할머니는 ‘처음부터 모든 게 정해진 일들도 있어. 그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야.’ 라며 마링카가 수호자가 될 운명이라 한다.

 

현재의 삶과 운명이 끔찍한 마링카. 결국 사람과 만나면 안된다는 금기를 어기고, 한 소년을 만난다. 그와 친구가 될 뻔하지만, 닭다리가 달린 집이 이 사실을 알고 한밤중에 멀고 먼 사막으로 떠나버린다. 친구를 사귈 기회를 놓친 마링카는 분노과 슬픔에 빠진다. 그 후, 또 우연한 기회가 찾아온다. 말이 통하는 소녀영혼을 발견한 것이다. 마치 산사람과 다름없어 보이는 소녀영혼 니나. 마링카는 할머니 몰래 니나를 저승으로 보내지 않고 숨겨둔다. 결국 둘은 친구가 되고, 함께 집을 떠나 바다로 향한다. 물장구를 치며 자유를 느끼는 순간. 그때, 갑자기 마링카의 몸이 서서히 사라진다! 겁먹은 마링카는 급히 집으로 돌아오고, 투명해진 손녀를 본 할머니는 감춰둔 비밀을 털어 놓는다. 한 순간의 일탈로 엉망진창이된 마링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저승문'을 건너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 애니메이션 <코코>보다 재미있는, ‘죽음’은 곧 ‘여행’이라는 죽음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

운명에 대한 ‘순응’과 ‘선택(극복)’을 함께 다룬, 현실적인 판타지.

 

<닭다리가 달린 집>은 명작이 갖출 모든 조건을 갖췄다. 가벼운 판타지 소설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 재미, 의미, 반전, 감동이 모두 들어있다. 특히, 훌륭한 점은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삶과 죽음, 운명과 선택에 관한 철학적인 주제를 러시아 민담인 ‘바바 야가’에서 차용해 풀어낸다. 게다가 단순히 빌리는 것에 그치지지 않고, 작가만의 상상을 더해 특별한 재미로 탄생시킨다.

 

민담속의 바바 야가는 숲속의 마녀로 ‘닭다리가 달린 집’에서 살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이 무서운 민담을 동화적으로 순화시키기 위해, 마녀를 저승문 수호자로, 닭다리가 달린 집은 괴상한 외형이지만 주인공을 수호하는 요정과 같은 역할로 변화시킨다. 또한 이승에서 저승으로 통하는 저승문. 죽은 자들의 화려한 환송파티, 우주 한가운데 같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사후세계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판타지적 재미를 맘껏 누리게 만든다. 

 

이렇게 재미난 소설이 단순재미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다. 첫 번째는 ‘죽음은 곧 여행이고,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부분은 애니메이션 <코코>가 연상되기도 한다.) 저승으로 안내하는 존재는 무서운 사신이 아니라 다정한 바바 할머니이고, 저승문을 건너기전에 벌어지는 죽은자들의 춤과 노래의 파티, 한 편의 시같이 감성적인 고별사, 영혼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편안한 태도는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두 번째는 '운명에 순응과 선택을 함께 선택해 타협하라'는 것. 보통 운명을 극복하라는 주제가 많은 것에 비해, 상당히 현실적이다. 마지막, 마리카는 자신의 운명인 '수호자의 삶'과 본인이 선택한 '인간의 삶'을 함께 살아간다. 이것은 이미 주어진 운명을 소중히 여기고 받아들이되,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꿈꾸고 선택할 기회는 분명 존재한다는 희망을 전한다.

 

이 소설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반전 끝에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도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불만스러운 삶을 운명이라 여기는 어른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고 사후세계를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닭다리가 달린 집’ 만큼이나 멋진 여행과 놀라운 감동을 선물할 것이다.


+@죽음과 상실을 예민하게 반영하면서도 삶의 기쁨과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숨겨져 있다. 이것들은 때론 가슴아픈 절망을, 때론 코끝찡한 감동을 준다.

동화책처럼 중간중간 작은 삽화와 배경이 있어 눈이 즐거운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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