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매니아들 사이에서 제2의 히가시노
게이고란 평이 오가는 작가가 있다. 48세의 다소 늦은 나이로 데뷔했지만, 등단이후 7년간 28편이나 작품은 써낸 나카야마 시치리이다. 그에
대해 언급할 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이 나온 이유는 그가 다작작가이면서 평균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을 써내며, 본격, 서스펜스,
법의학, 경찰, 코미디, 음악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모두 소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감성미스터리에 도전한다. 최근까지
미세한 본격 혹은 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써낸 그가 돌연 ‘감성’이라니. 독자의 입장에선 다소 당황스러울 것이다. 최근 경향이 감성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과연 그가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여기, 그가 또한번 다작작가이면서 장르불문이란 명성을 확인시킬 작품이 있다. 그의 대표
캐릭터 이누카이 형사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환상적인 콜라보는 덤! <날개가 없어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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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게 신에게 빌고 싶어졌다. 왼쪽 다리를 잃었을 때 신을 얼마나 원망했던가.
왜 하필 내가. 왜 하필 다리를. 하지만 이제 원망하지 않는다.
원망하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편이 되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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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사이 날개를
잃어버린 소녀, 절망의 피해자인가? 교묘한 살인마인가?
이누카이 형사 X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대결, 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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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팀에 입단한 사라는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전도유망한 육상선수이다. 모든 일상은 육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녀의 꿈은 올림픽 대회 단상에 오르는 것이다. 선수권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면 올림픽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그녀는 땀에 절고 숨이 차올라도 그 목표만을 위해 달린다. 이제 대회까지는 한달앞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자신의 기록을 깨며 일본기록 역대 9위란 쾌거를 이룬다. 이 페이스라면 올림픽은 결코 꿈의 무대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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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소꼽친구인 이웃 다이스케가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그 피해자는 바로 사라였고, 그녀는 그가 몬 차에 치여, 한쪽 다리를 절단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다리는 걷는 것을 넘어서
삶의 목적이자 꿈이었다. 그녀의 세상은 그렇게 무너졌지만, 어이없게도 피의자인 다이스케와 그 집안은 사과나 보상은 커녕 거액을 투자해, 변호사를
선임, 보석과 감면을 노리고 있다. 그날밤 사라는 다이스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다음날 다이스케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모든 사람이
사라의 장애 때문에 그녀를 용의선상에 제외하지만, 담당형사인 이누카이는 범행동기가 가장 뚜렷한 사라를 의심하고, 그런 와중에 얼마 전 다이스케가
고액의 보험을 들었고, 그 보험의 수령보좌인이 변호사 미코시마 레이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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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미스터리지만
'감성'에 초점이 맞춰진, 하지만 전혀 아쉬울게 없는
추리미스터리 가면을 쓴
뭉클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는 '스포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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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날개가 없어도>는 그의
작품 창작 동기에 딱 맞는 작품이다. 그는 편집자의 요청에 의해 ‘젊은 여성이 치열한 투쟁 끝에 뭔가를 얻어내는 속 시원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작품이다. <날개가 없어도>는 두 가지 이야기로 진행된다. 하나는 감성미스터리의 ‘감성’에 속하는 부분은
다리를 잃은 선수가 의족으로 다시 달리는 투쟁기이다. 다른 하나는 ‘미스터리’에 속하는 부분으로 다이스케를 죽인 범인을 찾는 이누카이 형사의
추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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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작품의 초점은 창작동기인
‘감성’파트에 두드러진다. 하루밤사이에 다리를 잃어버린 전도유망한 육상선수의 고통, 좌절, 포기, 고립을 철저할만큼 완벽하게 그려내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삶의 추락이며, 사회적으로 도태되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현실적 난관이 안타까움을 넘어서 아플만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음주운전이나 심신미약상태의 운전이 오히려 감형이 될수 있는 아이러니한 사법구조, 상업성이 떨어지는 비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미비한 투자와 무관심, 비장애인들과 장애인을 구분짓는 사회의 불합리한 태도와 편견 등 다양한 화두와 시사성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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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작품의 대부분은 한 여성이 치열한
투쟁과 극복을 다루는 ‘스포츠 드라마’인 사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물론 여전히 작가 특유의 가독성 넘치는 전개와 놀랄만한 반전이 숨겨져있는
잘 짜여진 ‘추리 미스터리’도 함께한다.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다소 트릭이나 반전이 약하고, 기대했던 이누카이 형사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콜라보가 생각만큼 꽉 차여진 구조는 아니지만, 그 요소들은 작품에서의 제 위치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감성 미스터리지만 감성에 초점을
둔, 추리매니아들은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는 작품이지만 읽어볼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짜릿한 반전보다 잊지못할 만큼 여운깊은 뭉클한 드라마가
펼쳐지니까.
+@ 비장애인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 그 변화되는 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쓰여져 있다.
다리를 잃고 극복하는 과정, 그 속에 과학과 의학의
산물인 '의족'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의족이나 장애인 스포츠는 대부분의 독자가 알거나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