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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야수 ㅣ 디즈니의 악당들 2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석가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평점 :
사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하기 되기까지, 그 과정에 순수한 ‘사랑’만이 있다고 자부할 수 없다. 남녀가 첫눈에 반하는 시간은 몇 초라는 연구결과만 봐도 그렇고, 우리는 상대방의 외적 조건을 본다. 외모, 재력, 능력, 학력 등 이러한 것들이 마치 사랑을 시작하기 전, 거쳐야할 통과의례처럼 말이다. 그 중 단연, ‘외모’가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최근 <뷰티 인사이드>만 봐도 그렇다. 자고 나면 얼굴이 바뀌는 병에 걸린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자주인공, 심지어 추한 노인이 된 여주인공을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은 아마 모든 여성들의 로망을 극대화시킨 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지만, 그렇기에 바라게 되는 ‘사랑의 無조건’. 여기, 사랑은 ‘의도’나 ‘조건’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임을 강조하는 동화가 있다. 그 주인공은 <미녀와 야수>의 야수. 과연 야수가 들려주는 ‘사랑’은 어떤 이야기 일까?
‘이제 야수를 위로해주는 단 하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사랑은 그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감정이었다. 야수는 죽을 것만 같았다.
살아본 자만이 죽을 수 있다. 야수는 사랑을 찾고 나서야 마침내 인생을 살아보았노라고 말할 수 있었다.’
- <미녀와 야수> 중 미녀가 아닌 야수의 관점에서 풀어낸 프리퀄.
왕자는 왜 저주받은 야수가 되었는가?
저주에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왕자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그때 왕자는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젊은이인데다가 아름다운 외모, 넘치는 재력, 우러러 볼 지위를 가진 남자였다. 그는 사냥을 즐기고, 술집에서 아가씨들에게 키스 세례를 받았으며, 모두가 왕자를 사랑하고 숭배하고, 왕자도 그 사실을 알았다. 이런 왕자에게 딱 어울리는 약혼녀가 생긴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키르케. 그녀는 한 눈에 왕자를 사로잡는다. 왕자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둘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의 친구 개스톤이 키르케가 '돼지를 키우는 가난한 농부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왕자는 미천한 상대와 결혼하는 일은 망신이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백성들도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에게는 외교적 수완도 없을 것임을 계산해 이 약혼은 부당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개스톤의 말이 전부 거짓이라 여기고, 개스톤은 왕자에게 함께 그녀의 집을 방문하자고 한다. 작은 농가에 도착하자, 왕자는 실망을 넘어서 노여움에 사로잡힌다. 진흙을 잔뜩 묻힌 채 돼지우리 안에서 돼지 밥을 주고 있는 추한 약혼녀의 모습에 혐오스러운 표정과 잔인한 말투로 그녀를 버리게 된다. 키르케는 뒤늦게 왕자를 찾아가 장미를 주며 사랑을 고백하지만, 왕자는 그녀의 진심을 짓밟고, 그녀에게 입힌 상처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돌아오게 되는데...
- <미녀와 야수> 속 저주받은 야수의 '사랑찾기'
‘저주’는 사실 ‘축복’이었을지도?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이야기
<디즈니의 악당들>은 디즈니가 기획하고 세레나 발렌티노가 집필한 악당들의 이야기이다. 그 중 두 번째 주인공은 자만과 오만의 외로운 캐릭터 ‘야수’이다. <미녀와 야수> 속의 야수는 진정한 사랑의 아이콘으로 다뤄진 캐릭터로 벨의 사랑으로 저주를 푸는 것에 대해 집중하지, 그 어디에도 그가 어떤 이유로 저주에 걸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저주받은 야수> 야수가 어떻게 저주에 걸렸는지 그 비밀의 사건과 야수의 내면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 한다.
상대방의 조건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조건이 완벽하게 맞으면 그만큼 사랑이 쉬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야수가 되기 전, 왕자의 사랑은 무수한 조건이 전제되어야만 했다. 약혼녀의 외모, 신분, 재력, 외교적 능력을 따져보고, 그녀가 백성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왕자의 사랑은 ‘의도’와 ‘조건’의 산물이고, 남의 눈에 보여질 겉치레나 다름없었다. 이로 인해 한 여인을 배신하고, 그 죄값으로 ‘저주’를 받지만, 야수가 된 왕자는 또 다시 실수하게 된다. 모든 것을 갖춘 튤립공주를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만다. 거듭 실수를 하지만 결국 진실된 사랑으로 저주를 풀고, 야수의 저주를 푼 것은 키르케나 튤립공주보다 모든 조건에서 뒤떨어지는 평범한 ‘벨’었다.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왕자가 키르케의 관계에서는 ‘권선징악’과 ‘용서의 의미’를, 왕자와 개스톤의 관계에서는 ‘친구와 우정의 의미’를, 왕자와 튤립공주의 관계에서는 ‘완벽한 조건이 곧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왕자와 벨의 관계에서는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그 감정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녀와 야수>에서 미녀의 관점에서 진행된 이야기는 ‘아름다운 사랑’을 다루지만, <디즈니의 악당들 2>는 야수의 관점에서 다양한 교훈과 더불어 '사랑의 자체'에 관해 다시 한번 되묻게 만든다. 어쩌면, 진실한 사랑을 찾고,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왕자에게 ‘저주’는 ‘축복’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