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가 달린 집
소피 앤더슨 지음, 김래경 옮김 / B612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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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연구로 저명한 정신의학자, 퀴블러 로스.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죽음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라고. 하지만 보통사람에게 죽음은 삶의 반대이며, 곧 두려움의 대상이다. 여기, 삶과 죽음, 운명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누구나 겪고, 겪어야할 것들이지만, 설명과 정답이 어려운 주제들. 이 소설은 이런 무거운 주제를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까지 읽을 수 있도록 풀어낸 판타지 소설이다. <빨간 머리 앤>처럼 말썽쟁이 소녀가 <유령신부>의 죽은 자들과 함께 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이 ‘닭다리가 달린 집’에서 산다면? 이색적인 러시아 민담에 개성있는 상상력을 더한 <닭다리가 달린 집>을 소개한다.


"할아버지는 죽은 걸 아세요?"

"아, 그럼요. 우린 둘 다 이 순간을 꽤 오래 기다려왔어요"

할아버지가 팔로 아내를 감싼다.

"이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어서 우린 정말 기쁘답니다."

 

- 죽은 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수호자 ‘바바 할머니’

어디든 성큼성큼 뛰어다니는 ‘닭다리가 달린 집’

고집과 열정 가득한 사춘기소녀 ‘마링카’의 위기와 모험 그 감동의 이야기!

 

12살 소녀 마링카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할머니는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야가’라는 수호자이며, 집은 ‘닭다리가 달린 집’으로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살던 곳을 떠나곤 한다. 그녀의 일상 또한 별나다. 집 주위에 뼈와 해골로 울타리를 짓고, 닭다리가 달린 집과 술래잡기를 한다. 밤이면 죽은 사람들을 위한 파티에 참석한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마링카의 시선은 늘 마을로 향해있다. 이제 죽은사람이 아닌 산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링카. 그런 마링카에게 할머니는 ‘처음부터 모든 게 정해진 일들도 있어. 그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야.’ 라며 마링카가 수호자가 될 운명이라 한다.

 

현재의 삶과 운명이 끔찍한 마링카. 결국 사람과 만나면 안된다는 금기를 어기고, 한 소년을 만난다. 그와 친구가 될 뻔하지만, 닭다리가 달린 집이 이 사실을 알고 한밤중에 멀고 먼 사막으로 떠나버린다. 친구를 사귈 기회를 놓친 마링카는 분노과 슬픔에 빠진다. 그 후, 또 우연한 기회가 찾아온다. 말이 통하는 소녀영혼을 발견한 것이다. 마치 산사람과 다름없어 보이는 소녀영혼 니나. 마링카는 할머니 몰래 니나를 저승으로 보내지 않고 숨겨둔다. 결국 둘은 친구가 되고, 함께 집을 떠나 바다로 향한다. 물장구를 치며 자유를 느끼는 순간. 그때, 갑자기 마링카의 몸이 서서히 사라진다! 겁먹은 마링카는 급히 집으로 돌아오고, 투명해진 손녀를 본 할머니는 감춰둔 비밀을 털어 놓는다. 한 순간의 일탈로 엉망진창이된 마링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저승문'을 건너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 애니메이션 <코코>보다 재미있는, ‘죽음’은 곧 ‘여행’이라는 죽음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

운명에 대한 ‘순응’과 ‘선택(극복)’을 함께 다룬, 현실적인 판타지.

 

<닭다리가 달린 집>은 명작이 갖출 모든 조건을 갖췄다. 가벼운 판타지 소설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 재미, 의미, 반전, 감동이 모두 들어있다. 특히, 훌륭한 점은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삶과 죽음, 운명과 선택에 관한 철학적인 주제를 러시아 민담인 ‘바바 야가’에서 차용해 풀어낸다. 게다가 단순히 빌리는 것에 그치지지 않고, 작가만의 상상을 더해 특별한 재미로 탄생시킨다.

 

민담속의 바바 야가는 숲속의 마녀로 ‘닭다리가 달린 집’에서 살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이 무서운 민담을 동화적으로 순화시키기 위해, 마녀를 저승문 수호자로, 닭다리가 달린 집은 괴상한 외형이지만 주인공을 수호하는 요정과 같은 역할로 변화시킨다. 또한 이승에서 저승으로 통하는 저승문. 죽은 자들의 화려한 환송파티, 우주 한가운데 같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사후세계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판타지적 재미를 맘껏 누리게 만든다. 

 

이렇게 재미난 소설이 단순재미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다. 첫 번째는 ‘죽음은 곧 여행이고,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부분은 애니메이션 <코코>가 연상되기도 한다.) 저승으로 안내하는 존재는 무서운 사신이 아니라 다정한 바바 할머니이고, 저승문을 건너기전에 벌어지는 죽은자들의 춤과 노래의 파티, 한 편의 시같이 감성적인 고별사, 영혼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편안한 태도는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두 번째는 '운명에 순응과 선택을 함께 선택해 타협하라'는 것. 보통 운명을 극복하라는 주제가 많은 것에 비해, 상당히 현실적이다. 마지막, 마리카는 자신의 운명인 '수호자의 삶'과 본인이 선택한 '인간의 삶'을 함께 살아간다. 이것은 이미 주어진 운명을 소중히 여기고 받아들이되,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꿈꾸고 선택할 기회는 분명 존재한다는 희망을 전한다.

 

이 소설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반전 끝에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도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불만스러운 삶을 운명이라 여기는 어른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고 사후세계를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닭다리가 달린 집’ 만큼이나 멋진 여행과 놀라운 감동을 선물할 것이다.


+@죽음과 상실을 예민하게 반영하면서도 삶의 기쁨과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숨겨져 있다. 이것들은 때론 가슴아픈 절망을, 때론 코끝찡한 감동을 준다.

동화책처럼 중간중간 작은 삽화와 배경이 있어 눈이 즐거운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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