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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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방영 10부작 내내 화제가 된 일본 드라마가 있다. ‘한자와 나오키이다. 버블경제 시기에 대기업 은행에 입사하며 수많은 사회의 적과 싸우는 정의로운 남자 한자와 나오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직장 미스터리 활극이라 볼 수 이다. 당시 누구나 겪었을 만한 회사내 부당함, 착취, 누명, 오해, 갑을관계 등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이 각박하고 비참한 회사에 마치 사표를 내던지거나, 갑에게 대항하는 상상을 한 번쯤 해본 회사원들에게는 무척 통쾌하고 속 시원한 이야기들로 화제가 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2020년 방영을 앞두고 있는 <한자와 나오키2>의 원작소설이자, 한자와 시리즈의 세 번 책인 <한자와 나오키3: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이다. 시리즈중 독자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3권에는 어떤 이야기로 통쾌함을 선사할까?

 

 

또 조직의 논리인가요?”

모리야마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자네는 그런 걸 싫어하는군.”

한자와가 그렇게 말하자 모리야마는 확실하게 대답했다.

, 싫어합니다. 저희는 여태껏 그런 데 휘둘려온 세대니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조직에도 휘둘리고 세상에도 휘둘리고.

하지만 때로는 그런 것과 정면으로 싸워야 할 때도 있어.

힘 앞에 굴복하기만 하는 건 시시하지 않나?

조직의 논리쯤이야 얼마든지 덤비라고 해!

이 세상에 압력이 없는 일은 없어. 일뿐만 아니라 뭐든지 마찬가지지.

폭풍우가 있으면 가뭄도 있어. 일을 제대로 하려면 그런 걸 극복하는 힘이 있어야 해.

모리야마, 세상의 모순이나 부조리에 물러서지 말고 철저하게 싸워. 나도 그렇게 해왔으니까.”

 

 

도교중앙은행 영업 2부 차장인 하자와 나오키는 은행 내 정치싸움에 휘말려, 도쿄중앙은행의 자회사인 도쿄센트럴증권의 영업부장으로 좌천된다. 그 후 도쿄센트럴증권에는 전 직장의 부장 취임 인사를 하기위해 한 번 만나게 된 하라야마 사장이 찾아온다. 하라야마 사장은 전뇌잡기집단이 창업 15주년을 맞았지만, 최근 몇 년사이 경영 환경이 눈에 띄게 안좋아졌다며, 대담한 전략을 내세운다. 바로 전죄잡기집단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도쿄스파이럴을 인수하고 싶다는 것. 세나 사장이 이끄는 도쿄스파이럴은 히라야마 사장이 이끄는 전뇌잡기 집단과 쌍벽을 이루는 IT벤처기업의 대표주자이다. 대담하지만 결코 성공하기 쉽지 않은 프로젝트. 한자와는 의심스럽고, 모리야마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결국 강력하게 주장한 모로타에 의해 히라야마 사장의 M&A을 수락해 자문을 해주기로 한다.

 

하지만 수수료는커녕 히라야마 사장의 전뇌잡기집단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도쿄센트럴증권사와의 계약을 폐기하고, 새로운 자문회사로 도쿄중앙은행을 지정한다. 갑작스레 프로젝트를 빼앗기게 된 한자와 나오키는 이 사건에 어떤 음모가 있다는 냄새를 맡게 된다. 한편 도쿄스파이럴의 세나 사장은 도쿄중앙은행의 계략으로 주식 30프로를 잃게 되고, 이를 본 한자와 나오키와 모리야마는 세나를 도와 M&A를 막기로 하는데... 과연 도쿄중앙은행과 도쿄센트럴 증권사이의 경쟁이 시작된다!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대결, 과연 을의 위치인 한자와 나오키는 M&A를 막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솔직히 경제나 경영관련 지식이 없고, 한자와 나오키의 2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접하게 돼서 본인에게는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의 한자와 나오키역의 사카이 마사토의 연기와 책에서 묘사하는 한자와 나오키의 싱크로율이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더디게 읽혀도 몰입감이 끊기지 않고 끝까지 읽게 되었다. 또한 드라마를 재밌게 봤거나, 1권을 읽었다면 1권과 비슷한 전개와 교훈을 담고 있기에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에서는 몇권인지는 상관 없을 정도의 일관된 직진적이고 명쾌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그 것은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인 회사라는 공간에서 그 집단의 일원이 피해받은 부당함과 편취에 대해 현실감있게 그려내며, 한자와 나오키라는 진중하고 뜨거운 인물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아마 그 스토리 라인이 주구장창 이어져도 이 시리즈가 여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사회속에 약자로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답답하고 속상하지만 솔직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공감’ ‘이해를 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직접 부당함에 대항하고 갑질에 반항하고 싶지만, 월급노예라는 현실에 입을 꾹 다물고 버틸 수 밖에 없는 독자들의 삶에 이 소설을 읽은 순간만이라도 한자와 나오키라는 인물을 통해 통쾌함’ ‘환호를 마음껏 내지를 수 있는 대리만족때문이 아닐까? 읽어보자! 2020년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 2를 미리보고 싶거나, 회사 내 따돌림, 부당편취, 인격모독, 갑을관계, 도덕성을 버린 동료나 윗선의 음모와 비리를 마주하고 있지만, 돈 때문에 아침마다 발걸음을 회사로 옮길 수 밖에 없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고단함과 우울함을 벗어저리고 해방감과 통쾌함을 맛 볼 수 있으니까.

+@  갑을관계인 힘있는 모회사와 힘없는 자회사 간의 대결이다. (한자와 나오키는 자회사)

일본의 거품 경제가 무너지고 거대한 불경기에 이은 취업 빙하기를 힘겹게 거치며 입사한 '잃어버린 세대'의 젊은 사원 모리야마, 일본의 경제 호황기에 은행에 입사해 인생도 일도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했지만 경제의 붕괴와 부정의를 맛봐야만 했던 '버블경제 세대'의 부장인 한자와 나오키간의 세대차이와 다른 경제배경을 두웠음에도 신뢰, 경의, 동경으로 변화하는 그들간의 관계가 3권의 매력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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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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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로지 윌시의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를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은 자선 가업가로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성공한 이혼 여성 사라가 마흔을 앞두고, 런던 외곽 숲에서 목수일을 하면서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 에디라는 남자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연락도 없이 사라진 남자. 그 남자를 찾는 한 여자의 이야기.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내내 남자가 행방불명된 원인을 찾아가며, 로맨스와 치유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약간의 미스터리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된 소설이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그와 비슷한 소재임에도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 진행, 분위기, 결말들 전혀 달라 좀 더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뜻밖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양봉남찾기 프로젝트, 과연 그 남자와 무사히 재회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알아보죠.”

뭘요?” 로미가 물었다.

그 남자가 로미 씨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은 이유.”

어떻게요?”

차경이 다시 물었다. 질문은 육하원칙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는 묻지 않을 것이었다. ‘어디서에 대한 답은 하담이 할 것이었다.

제주로 직접 가서요. 양봉한다는 그 사람, 양봉남을 찾아서요.”

...지금 하는 말은 술 취한 소리라는 것을 자기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가끔 술은 우리에게 예상치 않은 선물을 준다.

하담의 마음속은 그 순간만은 진정한 열의와 순수한 호기심,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담은 엄숙하게 선언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서칭 포 허니맨>이에요.”

   

3년 전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미는 제주로 향한다. 당시 합동 상품 전시회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독립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업체를 연결해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서, 업체측에서 전시회장에서 상품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 때문이었다. 이왕 간김에 제주도 구경도 하고, 맛집도 갈 요량으로. 하지만 그 곳에서 뜻밖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제주도에 머물며 양봉을 할 상상을 할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를.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로미의 일러스트 팬이라고 하며, 이미 오래전부터 로미의 인스타크램을 팔로하고 있었고, 결국 로미를 만나보기 왔다는 것이다. 인상도 좋고 대화도 잘 통해서 몇 번의 만남을 가지게 된 그. 그는 제주도에서 양봉을 하는 남자로 로미에세 몇가지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다란 식의 신호를 보낸다. 한번이 아닌 두 번 만나러 온 점, 두 번째 만남에서는 더 차려입고 나온 점, 첫발에는 커피였지만 둘째날에는 아무 데서나 구입할 수 없는 선물같은 초콜릿을 전한 점, 둘째날에는 누군가에게 빌린듯한 더 좋은 차를 가지고 나왔다는 점.

 

그가 보낸 신호가 호감이라 생각한 로미는 서울로 올라온 뒤 다정한 분을 만나서 더 즐거웠던 제주라는 적극적인 호감표시용 포스트를 올렸으나, 양봉남에게는 연락도 없고 어느 곳에서도 그를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자신이 없었거나, 연애보다는 일이 더 중요하거나, 유부남이거나 애인이 있거나, 기억상실이라 던 가 한다는 이유 등을 추측하며, 호감을 보냈지만 더는 접근하지 않고 사라진 양봉남에 대한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커져만 가고, 결국 로미와 그녀의 친구 하담과 차경이 제주도로 떠나 그를 찾는 서칭 포 허니맨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크게 보면 한 남자를 찾 기위한 여성들의 프로젝트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각자가 그 큰 목적아래, 진짜 목적과 사정이 있다. 로미는 양봉남을 찾아 자신을 향한 진심을 묻고 싶고, 하담은 양봉과 제주 이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을 계획이고, 차경은 화장품 회사의 신규 사업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서이다. 각자의 목적 달성과는 다르게, 여러사람이 꼬이고 수상한 사건, 거대한 산업적 음모까지 마주하게 된다. 물론, 이런 미스터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로맨스 미스터리인 만큼 세 여자의 로맨스가 현실감 있고 재밌게 쓰여있어 여성들의 연애전선에 더 집중하게 된다.

 

로미는 내향적이라 사람을 경계하지만 제주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한 양봉남을 찾기 시작한다. 양봉남에게 호감을 표시하지만 그녀를 지켜본 스토커가 질투를 느끼며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담은 양봉과 제주이민에 대한 다큐를 제작하다가 대학생 시절 옛 연인이었던 재웅과 재회한다. 그와 영상제작을 했던 시절을 추억하면서 감정이 되살아나고 그간의 오해를 풀며 변화가 시작된다. 차경은 박사 출신인 약혼남이 있지만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서퍼남의 다정함에 끌리게 되고, 약혼자가 아닌 남자와의 호감은 커져만 간다. 이 소설을 읽어보자. 정체 불명의 남성의 시점에서 스릴러적인 분위기로 시작해, 중간에 귀염발랄한 벌꿀들의 만화로 복선을 보여주며,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애나 사회, 인간관계에 대한 대사로 몰입감을 주는 소설. 로맨스가 주 메뉴이고 미스터리는 사이드 메뉴지만 그 조화가 흥미로웠던 로맨스미스터리 <서칭 포 허니맨> 로맨스도 미스터리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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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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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범인잡기에 급급했다. 주어진 증거와 주인공의 탐문수색을 따라가며, 범인이 벌여놓은 트릭이 가득한 추리극에 뛰어든 느낌이랄까? 하지만 애정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나면서 범인의 동기, 이런 이유로도 사람을 상처입히거나 죽일수도 있구나 하면서, 이제는 ? 그래야만 했을까?’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번에 소개할 추리소설은 범죄의 동기를 찾아감으로써 악인과 선인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미스터리이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또 가해자가 되는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가 악몽이 되어 공포감을 맛볼 수 있는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이다.

 

 

저 녀석, 뛰어내릴까?”

?”

정말로 뛰어내릴 것 같아?”

글세...”

내기하자.”

?”

난 안 뛰어내릴 것 같아. 정말로 죽고 싶은 인간은 이렇게 번잡한 곳에서

소란을 떨지 않고 혼자 조용히 죽는 법이거든.”

 

이 소설은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밤에 깨어나]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 [계단실의 여왕] 이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사이키는 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는다. 한달 전 그 일이 있던 터라 걱정이 되던 차, 한 남성에게 전화가 온다. 그는 자신이 딸 리오를 자신이 유괴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 일역시 그의 짓이라고 고백한다. 그 일은 이렇다. 초등학생이 리오가 하교하던 길에 어떤 남자가 리오의 책가방에 서바이벌나이프를 휘둘렀고,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돌아온 딸을 겁에 질려있었고, 아내는 딸의 책가방에 박힌 나이프를 보고 비명을 질렀던 그날의 일.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아님 돈이 목적인가? 생각하던 차, 뜻밖에 남자는 대화를 원한다는 말과 함께, 딸을 살리고 싶다면 역 앞 매그놀리아 거리로 오라는 말을 전한다.

 

도착한 매그놀리아 거리. 경찰에 신고한 뒤, 수사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또 다시 전화가 온다. 범인 마미야이다. 그는 그 곳 한 빌딩에서 생각나는 게 없냐고 묻는다. 세달전 학창시절 친구의 송별회를 하다가 한 사람이 투신자살을 하려던 것을 목격한 일 이 있었다. 당시 자살하려던 남성을 두고 그가 정말 죽을지 말지 친구는 내기를 하자고 부추겼고, 주변사람들이 빨리 뛰어내려라, 남자가 배짱도 없냐?’라는 야유가 끝이지 않았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한마디 거뒀다. 뛰어내리라고, 하필 사이키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성을 투신을 했고 사망했다. 자살자가 아는 사람인가? 사과를 원하는 것일까? 하지만 범인 마미야는 자살자와 아무 연관도 없으며, 근처 빌딩옥상에서 모습을 드러낸채 뜻밖의 제안을 하는데... 사이키 씨는 제가 뛰어내리기 전에 따님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셔야 합니다 과연 사이키는 범인의 자살을 막고 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단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오해, 편견, 실수, 사소하다고 여긴 작은 악의가 풍선처럼 부풀어져 곧 터져버릴 시한폭탄으로 변해 자신에 손에 쥐어지는 듯한 공포감을 맛보게 만든다. 주인공들은 자살자를 구경하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야유를 뱉기도 하고,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잠재적 범인 취급받아 짜증나 타인에게 겁을 주려고 하고, 장난처럼 친구들과 짜고 왕따에게 도둑질 누명이 씌우기도 하고, 자신을 무시하던 이웃이 끄러져 있는 것을 보고 구급차를 부르기 귀찮다는 이유로 외면하기도 한다.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은 평온한 일상이 작은 악의로 인해 어떻게 극단으로 치닫는지, 그 악몽 같은 시간과 위기속에서 공포와 절망을 맛보는 주인공들의 미세한 감정과 생생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읽다보면 궁지에 몰린 인간이 맛보는 분노, 슬픔, 공포를 느끼며, ‘만일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르는 작품으로 짧은 단편이지만 깊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사람의 사소한 오해, 섣부른 판단, 작은 악의가 결국 커다란 대가로 돌아와 뜨끔하고 서늘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을 읽고싶다면, 현대인들이 한번쯤 생각해본 나쁜 생각과 뒤틀린 이기심이 가져오는 악몽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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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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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영중이며, 2019년 하반기 가장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82년생 김지영>이다. 이 영화는 조남주 소설가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34살의 주부 김지영씨가 어느 날 다중인격처럼 주변인물들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내는 정신질환을 앓는 이야기로,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해 보이는 가정의 주부이지만, 엄마와 아내라는 주부로써의 삶을 살면서 자신을 잃어버린 채 속으로 곯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적나라게 보여주며,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번 소개할 책은 이처럼 자신이 아닌 엄마와 아내로 살아가면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젠더적 성향이 있는 소설이다. 비록 20세기이면서 서양권을 배경으로 하나, 남성이 중심인 사회에서 자신을 잃어버려가는 주인공을 그린 소설, <보이지 않는 삶>을 소개한다.


 

버림받은 후 몇 년간 기다는 결혼 생활을 곱씹어보았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일이 있는지, 많은 것을 잘못한 것인지,

그래서 남편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는 찾을 수 없었고, 결론은 늘 같았다.‘

 

에우리시 구스망은 안테노르 캄펠루와 결혼한다. 해군 클럽의 가면무도회에서 둘만의 춤을 추었던 그 3분동안의 사랑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랑의 끝은 첫날밤에 끝나버린다. 침대보에 얼룩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의 처녀성을 의심한 남편은 그녀에게 걸레같은 년이란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후 몇일동안 상황은 나아졌다. 안테노르는 자신의 아내가 집안일을 잘하며 성적욕구를 해결한다는 쓸모있는 도구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의 가정은 평범하지만 비참하게 유지되기 시작한다.

 

어릴적에는 영특하고 재주많은 그녀였다. 입이 부르트고 손가락이 마비되도록 실컷 연주하고 싶은 욕구와 음악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반대로 기회를 놓치고, 현재는 은행원 남편과 결혼한 그녀. 비록 두 아이를 키우며 안정된 삶을 꾸리게 됐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 기계적인 일과에 점점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에루리지시는 그 공허함의 끝을 찾고자, 억눌러왔던 다양한 자아를 바라보게 된다. 뛰어난 요리 솜씨로 요리 책 한권을 만들기도 하고, 솜씨 좋은 재봉사로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하지만 매번 남편의 반대에 부딪치고 그녀가 이룬 성과들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은 그녀는 무관심과 무시속에서도 도서관에 출근하며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어렵지 않은 문체, 얇은 두께라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은 동양권이든 서양권이든, 지금이든 과거든 변함없는 남성 중심의 사회라는 점이 안타까움과 함께 묵직하게 전해져온다. 물론, 현재는 페미니즘 운동과 더불어 많은 사회적 제도로 보호받고 있지만, 여성에게 주어지는 역할인 가사나 육아 부분은 여전히 여성들만의 일로 여겨지며, 가사분담을 할 경우도 몇몇 남성은 도와주는 일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물론 여성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적 문제가 간혹 역차별로 적용되어 남성에게 불평등하게 적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만약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나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인상깊게 읽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보편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듯하지만,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이 아닌 자신 그대로의 삶을 살고자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보이지 않는 삶>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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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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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경제 경영 쪽에는 전혀 상식이 없던 차, 소설로 접해보면 어떨까?라는 의문에서 였다. 최근 김진명의 소설로 역사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던 차, 이 책은 돈과 부동산에 얽힌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의 위기를 소재로한 소설이라 읽게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이기도 해서 좀 더 현실감 있는 상황을 연출해 줄 것만 같았고, <캐피탈>이란 소설이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로 영국 아마존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BBC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금융위기, 부동산 가격, 돈 등 현대에서도 화두에 오르는 소재를 가진 소설, 과연 현대인과 같을지, 다를지, 이 책을 소개한다.

 

 

그는 성공하고 싶었고 또 성공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로 보너스 백만 파운드를 받고 싶었다.

여태 한 번도 그런 금액의 보너스를 받은 적이 없었지만

스스로 그 정도의 몫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

그 보너스가 남성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만큼의 보너스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백만 파운드란 금액이 조금 막연하고 우스운 열망처럼 마음에 품게 되더니

나중에는 점차 각종 청구서 등 가정 경제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데

필요한 실제 금액이 돼 버렸다. 기본 연봉인 십오만 파운드는 아내가 옷값이라 부르기에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두 군데 주택 담보 대출금을 갚아 나가기에는 부족했다.‘

 

피프로 로드, 그 곳에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돈을 딸 확률이 확실한 카지노에 있다는 것과 같았다. 이미 그곳에 살고 있다면 부자였고, 그곳으로 이사하려면 부유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영국은 가진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되는 나라가 돼 버렸고, 피프스 로드에 사는 사람들 역시 이런 양분화 속에 가진자가 돼 있었다. 이 곳의 주민들이 처음부터 부자인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뛰었기 때문이다. 그 뒤 주민들의 최대의 고민거리는 부동산 가격이었으며, 그들의 관심사 역시 집값이었고, 모이기만 하면 그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으며, 서로 견제하듯 집을 좀 더 화려하고 크게 증축해 소란스러운 동네로 변화해 갔다.

 

이 부유한 중산층 동네인 피프스로드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낯선 그에게는 카메라가 들려있고, 그는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 후 주민들에게 한통의 편지와 집을 찍은 사진들이 배달된다. 늙은 과부인 피튜니아, 돈이 많은 은행원 로저와 그의 쇼핑중독 아내인 아라벨라, 파키스탄 출신의 아메드와 그의 남동생 샤히드, 우스만, 세네갈 출신의 축구 영재 프레디와 그의 아버지 패트릭. 그들이 받은 편지에는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는 문구가 쓰여있고, 처음에는 모두 무시하지만 곧이어 영상이 배송되자 주민들은 하나둘 위화감에 휩싸이기 시작하는데...

 

인물들이 많고 복잡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들이 서로 엮이는 형식이 아니라, 파편적으로 한집한집 세밀하게 들여다 보는 편이라 복잡하진 않지만 더디게 읽히는 편이다. 하지만 읽어도 괜찮은 소설이라는 것은 <캐피탈>이 리먼사태가 일어나 세계 경제 위기가 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의 현실의 경제위기속 특히 우리나라처럼 집값에 폭등폭락을 반복하고 경제위기가 도래한 시점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감있고 공감되는 풍자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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