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과거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범인잡기에 급급했다. 주어진 증거와 주인공의 탐문수색을 따라가며, 범인이 벌여놓은 트릭이 가득한 추리극에 뛰어든 느낌이랄까? 하지만 애정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나면서 범인의 동기, 이런 이유로도 사람을 상처입히거나 죽일수도 있구나 하면서, 이제는 ? 그래야만 했을까?’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번에 소개할 추리소설은 범죄의 동기를 찾아감으로써 악인과 선인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미스터리이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또 가해자가 되는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가 악몽이 되어 공포감을 맛볼 수 있는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이다.

 

 

저 녀석, 뛰어내릴까?”

?”

정말로 뛰어내릴 것 같아?”

글세...”

내기하자.”

?”

난 안 뛰어내릴 것 같아. 정말로 죽고 싶은 인간은 이렇게 번잡한 곳에서

소란을 떨지 않고 혼자 조용히 죽는 법이거든.”

 

이 소설은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밤에 깨어나]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 [계단실의 여왕] 이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사이키는 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는다. 한달 전 그 일이 있던 터라 걱정이 되던 차, 한 남성에게 전화가 온다. 그는 자신이 딸 리오를 자신이 유괴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 일역시 그의 짓이라고 고백한다. 그 일은 이렇다. 초등학생이 리오가 하교하던 길에 어떤 남자가 리오의 책가방에 서바이벌나이프를 휘둘렀고,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돌아온 딸을 겁에 질려있었고, 아내는 딸의 책가방에 박힌 나이프를 보고 비명을 질렀던 그날의 일.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아님 돈이 목적인가? 생각하던 차, 뜻밖에 남자는 대화를 원한다는 말과 함께, 딸을 살리고 싶다면 역 앞 매그놀리아 거리로 오라는 말을 전한다.

 

도착한 매그놀리아 거리. 경찰에 신고한 뒤, 수사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또 다시 전화가 온다. 범인 마미야이다. 그는 그 곳 한 빌딩에서 생각나는 게 없냐고 묻는다. 세달전 학창시절 친구의 송별회를 하다가 한 사람이 투신자살을 하려던 것을 목격한 일 이 있었다. 당시 자살하려던 남성을 두고 그가 정말 죽을지 말지 친구는 내기를 하자고 부추겼고, 주변사람들이 빨리 뛰어내려라, 남자가 배짱도 없냐?’라는 야유가 끝이지 않았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한마디 거뒀다. 뛰어내리라고, 하필 사이키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성을 투신을 했고 사망했다. 자살자가 아는 사람인가? 사과를 원하는 것일까? 하지만 범인 마미야는 자살자와 아무 연관도 없으며, 근처 빌딩옥상에서 모습을 드러낸채 뜻밖의 제안을 하는데... 사이키 씨는 제가 뛰어내리기 전에 따님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셔야 합니다 과연 사이키는 범인의 자살을 막고 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단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오해, 편견, 실수, 사소하다고 여긴 작은 악의가 풍선처럼 부풀어져 곧 터져버릴 시한폭탄으로 변해 자신에 손에 쥐어지는 듯한 공포감을 맛보게 만든다. 주인공들은 자살자를 구경하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야유를 뱉기도 하고,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잠재적 범인 취급받아 짜증나 타인에게 겁을 주려고 하고, 장난처럼 친구들과 짜고 왕따에게 도둑질 누명이 씌우기도 하고, 자신을 무시하던 이웃이 끄러져 있는 것을 보고 구급차를 부르기 귀찮다는 이유로 외면하기도 한다.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은 평온한 일상이 작은 악의로 인해 어떻게 극단으로 치닫는지, 그 악몽 같은 시간과 위기속에서 공포와 절망을 맛보는 주인공들의 미세한 감정과 생생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읽다보면 궁지에 몰린 인간이 맛보는 분노, 슬픔, 공포를 느끼며, ‘만일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르는 작품으로 짧은 단편이지만 깊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사람의 사소한 오해, 섣부른 판단, 작은 악의가 결국 커다란 대가로 돌아와 뜨끔하고 서늘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을 읽고싶다면, 현대인들이 한번쯤 생각해본 나쁜 생각과 뒤틀린 이기심이 가져오는 악몽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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