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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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멸망하면 어떤 생명체가 남을까? 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예전 어떤 과학자가 주저없이 ‘바퀴벌레’라고 한 기억이 어렴풋 나면서 보기 시작한 애니메이션 <테라포마스>.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로 까지 이어진 이 만화는 ‘바퀴벌레 vs 인간의 생존전쟁’을 다룬다. 먼 미래 지구의 종말을 예감한 인류가 화성에서의 생존가능성을 알기위해, 미리 바퀴벌레를 화성에 풀어놓았는데, 이 바퀴벌레들이 진화되어 괴물이 되었고, 인간을 학살하자, 사람에게 곤충의 유전자를 심어 대항한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바퀴벌레가 공포, 혐오의 대상이 된 이유는 더러움과 극한의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생존력과 더불어 우리 주변에서 언제라도 출몰가능하다는 접근성에 있다. 이번에 소개할 <올 킬>은 이런 바퀴벌레에 대한 공포심을 소재로, 이웃에 대한 기피와 혐오를 건드리는 근질거리고 오싹거리는 소설이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닙니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근데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데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이겁니다.

과연 그런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박멸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바퀴벌레는 인간의 친구다 생각하면서 함께 산다는

그럼 마음가짐으로 공존공영의 길을 가느야.

이렇게 봤을 때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제말은.‘

- 이웃과 함께 찾아온 공포의 바퀴떼들!

세상 끝까지 쫓아가 더러움을 박멸한다는 궁극의 서비스는?

어릴적 해병대 출신이자 환경미화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결벽증의 완벽주의자인 고광남. 그는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한 시간의 사투 끝에 변기에 잡아 버린 뒤, 각종 집기들을 세척하고 태우고 몇 번씩 손을 씻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런 강박적인 성격으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 운좋게 결혼까지 성공하지만 결국 그의 이런 성격으로 아내에게 이혼요구를 받고, 아들을 둔채로 홀로 산자락에 오두막을 짓고 살게 된다. 먼지 한 톨, 머리카락 한 올조차 용납하지 않은 그. 이런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혐오 그 자체인 ‘바퀴벌레’가 등장한다.

얼마 전, 유명 건축가 부부가 자신의 오두막 옆에 집을 짓기 시작한다. 언론에 친환경집으로 소개된 전원주택의 실상은 더러움과 소란 그 자체이다. 그 이웃이 온 뒤로 디젤차 연기가 피어오르고, 음식물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온갖 벌레들이 꼬이게 되고, 몇날 며칠 시끄러운 굉음같은 소음이 시작된다. 그리고 고광남의 집에 등장하기 시작한 바퀴벌레들. 결국 고광남은 ‘해충 구제 전문회사’인 ‘올 킬’에게 바퀴벌레 소탕을 위한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고, 하얀 방호복을 입은 올 킬의 직원은 이 모든 사태가 이웃이 원인이라며, 수상한 VIP 프리미엄 서비스를 권하게 되는데...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 박멸한다는 궁극의 프리미엄 서비스의 정체는?

- 읽는 내내, 닭살이 돋고 온 몸이 근질근질한 공포 소설

그 안에 담긴 이웃에 대한 공생과 혐오에 관한 사회이야기는?


최근 들어 한국소설은 문학적인 아름다움, 뭔가 꾸며지고 의미를 덧붙이는 ‘작품성’보다는 ‘신선함’ ‘충격적’인 소재로 눈길을 끄는 것들로 승부수를 띄우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도 그렇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고도 불편한 대상인 ‘바퀴벌레’와 ‘이웃’을 한 데 묶어 버리는 작가의 역량에 놀랍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블랙 코미디와 사회적인 공포감을 친숙하면서도 불쾌감있는 소재로 소화하다니, 실로 놀라울 수 밖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오로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공영공생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그 것이 개인의 이익과 편리와 부딪힐 경우, 불편함과 혐오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제거하느냐 인내하느냐에 대한 문제에 놓이게 된다. 이 소설은 청결함을 인생의 최대 가치로 생각하는 강박증적인 한 인물의 평온함을 깨트리는 ‘바퀴벌레’에 대한 공포로 시작되지만, 이 바퀴벌레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웃’에 대해, 박멸 할 것인가와 공생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묻고 있다.

공포나 스릴러장르를 좋아하고, 기괴함과 불편함을 즐기는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독자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그로테스크한 묘사력이 마치 온 몸에 바퀴벌레가 기어 다닐 듯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바퀴벌레를 방역하는 서비스가 시작되자, 사라지는 이웃 부부와 돼지를 키우는 양씨 축사 앞에 배달되는 ‘의문의 고기가 든 택배 두 상자’는 독자의 온갖 상상력을 발동시키며, 점점 바퀴벌레 환상에 시달리며 정신과 삶이 파멸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 편의 호러 소설을 읽는 듯한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또한 그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 이웃의 이사와 계속되는 방역서비스는 인간이 자기 원칙과 윤리를 지키면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드는 나름의 주제성도 가지고 있으니 꽤나 멋진 한국소설이다. 

단순 공포소설로 시작되지만 알고 보면 공포는 물론 유머와 비장함,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잘 버무린 소설. 이재량작가와의 첫 만남이라 확실히 평가할 순 없지만, 이 작품으로만 보면 다음작품이 기대되는 저자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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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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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주 수목 밤을 기다리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장르명가 OCN에서 방영되는 이요원 주연의 <달리는 조사관>이다. 원래 OCN에서는 <보이스> <트랩> <터널> <나쁜녀석들>등 추리, 스릴러, 공포 등의 장르물 드라마로 유명한 방송사이다. 특히 어두운 색감의 영상미에, 실제 사건이나 사회적인 문제를 소재로, 과격한 액션의 형사와 잔혹한 살인마의 대결구도를 그려왔다. 반면, <38 사기동대> <플레이어> 같은 작품은 세금 징수 공무원이나 사기꾼 같은 독특한 직업을 가진 캐릭터 조합원들의 코믹 통쾌한 활극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드라마 원작소설 <달리는 조사관>은 양쪽의 색을 모두 가진다. 한국사회의 실제 있거나 있을법한 사건을 소재로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이며, 동시에 다소 생소한 직업인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을 주인공으로 삼아, 사건의 진실을 쫓아 진정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팀원들의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인간에게 과연 진실을 밝혀낼 능력이 있긴 있는 걸까 의심이 돼.

경찰은, 검사는, 판사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거고 그들이 하기로 정해져 있는 거야.

인권위는 그 과정에서 절차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돼.

절차나 권리 위반은 잘못된 판단을 낳기 쉬우니까.‘

- 경찰도 탐정도 아닌,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의 진실 찾기!

이요원 최귀화 주연의 수목드라마 <달리는 조사관> 원작소설!

‘인권증진위원회’는 진정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움직이는 기관이다. 피의자와 피해자들 간에 인권침해와 차별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 인권위 조사관은 공무원이긴 하지만 형사나 경찰과는 달리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단지 엇갈린 증언속에 인권에 대한 침해여부를 찾아내기 위한 조사만을 수행한다. 즉 그들에게는 유죄냐 무죄냐 하는 판단이나, 단죄를 할 능력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인권증진위원회에 알려진 인물이 있다. 한윤서는 조사관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름을 알리게 된다. 한 정치인의 수행비서 성희롱 사건에서 인권침해를 밝히고, 사퇴를 하게 만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부에서는 이런 그녀에게 또 한 건의 성추행 사건을 맡기기로 한다.

그 사건은 국내 자동차 대기업인 오성기업의 조동조합 국장인 이은율이 조합원인 소지혜를 성희롱했다는 사건이다. 소지혜는 자신이 성희롱 당한 사건을 언론에 알려 이미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이며. 자동차노조 간부가 조합원을 성희롱했다는 보도가 인터넷에 쫙 깔려, 인권증진위원회에까지 그 이목이 집중된 상태이다. 성적인 파문만큼 도덕성에 직격탄을 날리는 이슈는 없다. 선정적이고, 눈길을 끌고, 싸잡아 비난하기 좋은. 한윤서는 이 골치 아픈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사건의 개요는 평소 선후배사이였던 이은율과 소지혜가 강윤오의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신뒤, 취한 소지혜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자, 이은율이 그녀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나간뒤, 그녀가 구역질을 하자, 한 빌딩 건물 지하1층으로 데려가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은율은 이를 부인하며, 소지혜가 자신에게 접근을 했는데 거부해서 앙갚음으로 거짓고발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 탐정과 형사에 질렸다면, 이젠 '조사관'이다! 원작소설보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조합!

현재 한국사회에 당면한 문제들을 소재로 삼지만, 전통 추리극 못지않은 디테일한 설정과 반전은?


드라마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원작소설이다. <달리는 조사관>은 일반 추리미스터리소설에서 등장하는 탐정도 형사도 검사도 없다. 끈질기게 추격해야만 하는 범인도 없다. 저자는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국을 모델로 한 가상기구인 인권증진위원회를 만들었고, 그 곳의 조사원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 점이 다른 타 추리소설에서 맛볼수 없는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들은 형사나 경찰처럼 공무원이지만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다. 그들은 피해사실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를 밝히는게 그들의 일이지만, 사건을 조사할 수 록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목도하고, 이 것에 대해 여러 딜레마에 빠진다.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본분이지만, 한 개인의 인생을 짓밟는 국가권력에 대한 분노를 마주하기도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인간으로써의 연민을 마주하기도 한다.

읽어보자! 송시우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질 만큼 멋진 소설이니! 진짜 인권은 무엇인가 독자스스로 생각하게하며, 우리사회의 각종 문제를 다루는 시의성 있는 소재를 각 사건별 단편처럼 써내는 작품, 강자와 약자사이 악인과 선인사이에 고민하고 동화하고 독단과 정의사이를 오가는 조사원들이 그 사건마다 각자의 개성과 역할을 뽐내며 독자와 함께 달려나가는 소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인권이 살아있는 세상을 꿈꾸며, 진실의 무게을 밝히는 이색적인 추리미스터리인 <달리는 조사관>. 드라마처럼 러브라인이나 공조하는 느낌은 적거나 없지만, 각자 캐릭터별 존재감과 전통추리극 같은 전개가 엿보이는 소설이니 아마, 드라마보다, 아니 드라마보다 더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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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곤베리 소녀
수산네 얀손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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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릴러 소설하면 떠오르는 몇몇 이미지들이 있다. 혹한의 살을 애는 듯한 추위,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고요한 설원, 바람소리마저 유령의 울음소리 같은 적막한 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살인의 풍경. 북유럽 소설가로 알려진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이나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북유럽 스릴러는 이런 서늘한 날씨에 적막하고 건조한 잿빛도시를 배경으로 하며, 마약, 연쇄살인, 킬러, 범죄조직 등을 등장시켜 무게감 있는 적나라한 범죄소설을 선보여 왔다. 헌데, 이번에 소개할 북유럽 소설을 다르다. 이 소설은 ‘북유럽 스릴러 소설의 가능성을 넓혔다’ 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태까지의 북유럽 스릴러와는 확연한 색다름을 선보이는 소설. 습하고 기묘한 늪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라와 인신공양 풍습, 알 수 없는 공포심의 늪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소설 <링곤베리 소녀> 소개한다.



삽이 단단한 물체에 부딪혔다.

그러자 마야는 삽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뒤로 나자빠졌다. 그곳에 뭔가가 있었다.

‘뭔가가 있어…….’
그녀가 몸을 숙여 방금 손에 닿은 물건이 뭔지 살펴보았다.

차갑고 뻣뻣하고 길쭉한 것이 마치…….
손가락 같았다. 하나, 둘, 셋, 넷. 

사람의 손이 땅 위로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 제물을 원하면 날씨가 험해진다. 제물이 정해지면 분노는 평화가 된다.

늪이 집어삼킨 여덟건의 시체와 한건의 살인미수, 유령의 짓인가? 사람의 짓인가?

 

 

늪지로 유명한 스웨덴의 외딴 마을 모스마르켄. 그 곳 출신인 생물학자 나탈리에는 십여년만에 마을로 돌아온다. 온실효과와 습지의 부패과정에 관한 연구논문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십여년전 살인사건이 벌어진 뒤, 증발하듯 마을을 떠났어야만 했던 이유. 그녀는 남모를 과거사가 있다. 가족의 죽음과 자살과 관련이 있는 사건. 아직도 그 진실을 모르는 그녀는 답을 찾기 위해 복잡한 심경으로 고향땅을 밟는다. 그리고 그녀는 또 한 번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나탈리에는 마을에 있는 동안 머물 숙소근처에서 한 남성을 만난다. 그는 근처 예술학교의 학생인 요한네스로.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 늪지 주변을 달린다. 그렇게 만난 둘은 우연히 말을 섞게되고 호감을 가진채 함께 밤을 보낸다. 하지만 과거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싶은 나탈리에는 복잡한 심경에 빠지고, 서둘러 그 곳을 벗어난다. 나탈리에가 그를 피하던 어느날, 갑작스럽게 날씨가 변한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황급히 그를 찾아간다. 무언가를 예감한 듯이. 그리고 그 예감대로 그가 평소 달리던 늪지에서 둔기로 인해 머리가 으르러진 채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마야는 가끔 경찰을 도와 사건 현장을 찍곤 하는데, 요한네스의 사건 역시 그녀가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찍은 현장사진에서 기원전 인신공양의 제물로 바쳐진 미라화된 소녀 시신 ‘링곤베리 소녀’와 요한네스 사건간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 찾아간 현장 부근의 늪지, 마야는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데.... 늪 속에서 차례로 떠오르게 되는 사람들. 마치 늪지의 제물인 듯, 떠오르지 못하게 장대와 주머니 속 가득한 동전은 기묘한 공포의 냄새를 풍기는데... 과연 사람의 짓인가 유령의 짓인가? 



- 피 한 방울 없이 오컬트적 상상력으로 공포감을 몰고 오는 범죄소설!

불가사의한 늪지의 알 수 없는 죽음, 저주처럼 번져가는 살인의 냄새...

 

 

읽다보면 왜 이 소설이 주목받았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신선함’ 때문이다. 북유럽소설은 주로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시체 또한 꽁꽁 얼어 그 피해자가 죽음의 공포를 마주하는 순간의 생생한 표정을 담은 채로 발견된다. 또한 추운 기후에 걸맞은 냉혹한 연쇄살인마의 등장, 잔혹한 시그니처, 피가 낭자한 살인사건 현장을 묘사한다. 하지만 이 북유럽 소설은 다르다. 잿빛도시가 아닌 안개가 자욱하고 통제할 수 없는 아름답지만 기분나쁜 늪지, 그 신비스러운 공포의 공간이 배경이다. 또한 전설처럼 내려오는 유령의 이야기, 인신공양이라는 마을 풍습, 마치 저주가 실존하며 현재도 진행중이라는 듯한 불가사의한 실종과 계속된 시신의 발견, 여타 북유럽소설이 하드함과 노골적인 범죄사건 묘사로 스릴러를 표현했다면, 이 소설의 알 수 없는 기괴함과 기묘함을 빚어내는 오컬트적인 분위기 묘사로 서스펜스를 표현한 것이다. 

 

<링곤베리 소녀>가 범죄소설인 만큼, 분명 사람의 행위일텐데 저자의 풍경과 분위기에 대한 묘사력이 훌륭하고,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올것 같은 저주(괴담)나 (제물에 관한)보편적인 역사를 살인 사건과 연류시키면서, 독자가 그것의 정체가 인간이 아닌 혹 초자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서서히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뿌연 안개속을 걷는, 갈피를 못잡게 만드는 기묘한 매력이 이랄까? 반면, 저자의 데뷔작인 만큼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는 데, 범죄소설이라 범죄자와 동기가 있지만, 그것들이 다소' 미신적'이기 때문에 독자가 인정할 만한 합당한 트릭이나 이해가능한 동기나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진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허무하다거나 허술하다(뜬금없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스릴러나 서스펜스를 즐겨읽는 매니아독자라면,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이유는 여태껏 보지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북유럽스릴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과 공포소설과 범죄소설의 분위기를 두루 느껴볼 수 있는 저자만의 개성넘치는 분위기 주도력과 이색적인 소재로 흥미로움을 유발할 '희귀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오싹오싹한 늪지의 미라, 과연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둘씩 시체로 떠오르는 늪과 마을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독자의 초자연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눅진눅진한 공포소설로 시작해,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으로 끝나는 범죄소설, 스릴러 매니아라면 도전해보시길! 단, 대중적인 스릴러를 기대하진 말것!


+@ 이색적인 북유럽 소설을 찾는다면, 스릴러소설의 매니아로 여러느낌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오컬트로 시작하나 범죄소설로 끝난다.

트릭, 복선, 반전적인 요소는 기대하진 말것! 초자연적인 소재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다소, 케바케인 작품. (주변에 이 책을 읽고 좋다는 사람과 나쁘다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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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가정식 - 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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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다이어트, 혼밥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유행할 부분이다. 이젠 트렌드가 아니라 생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혼자 사는 1인가구의 급증으로 나홀로족을 위한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중 인스턴트와 배달앱 음식 또한 1인을 타겟으로 해 용량과 가격을 낮춰 판매되고 있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혼술을 위한 맛이 좋은 1인 안주거리(야식)류와 예쁜 몸매를 위한 저칼로리의 1인 건강식류의 증가인데, 혼자서 맛과 건강을 챙기는 음식을 만들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은 가정식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 <혼자의 가정식>은 맛과 건강을 모두 잡는 ‘잘 먹기’에 관한 에세이이다. 맛좋고, 영양만점인 집밥을 만들 의욕이 샘솟을 에세이, <혼자의 가정식>을 소개한다.

 



‘이 음식이 내 몸에 이로울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입에 넣기 전에 생가한다.

신선한 채소를 사고 손수 요리해 먹는 집밥이 나를 지탱하는 기본이라 믿는다.‘

 

 



- ‘먹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입니다.’

온기와 정성을 다해 차리는 나만의 밥상!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이자 칼럼리스트 출신인 작가 신미경은 일중독과 쇼핑중독을 생활화한다. 결국 남들이 한창때라 말하는 20대에 건강에 적신호가 찾아온다.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생활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것이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수술대까지 오르자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을 위한 삶이 무엇인지’ 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건강’에 주목한 그녀. 결국, ‘인풋과 아웃풋이란 정직한 일인데, 먹는 것과 내 몸 또한 다르지 않다’ 는 것을 깨닫고, 바쁜 일상속에서도 실행가능한 영양만점 가정식 만들기에 도전하기로 한다. 맛과 간편함을 우선시한 인스턴트와 외식문화에서 절제와 부지런함이 필요하지만 건강을 되찾고 식비를 절감하는 식생활까지. 느리고 편안하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자신만을 위한 밥상, 이 책은 그 과정의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깃든, 그녀의 일상이자 건강이자 음식에세이이다.

 



- 맛과 영양을 고루 잡은 혼밥 에세이, 건강에세이인가 음식에세이인가?

저자의 요리 일상부터, 소소한 요리팁과 쉽고 간편한 레시피까지!

 


스트레스, 불면증, 만성피로를 경험하거나, 갑작스러운 병환을 앓아본 적이 있다면, 무척 공감할 에세이이다.(나도 젊은 나이에 수술대에 올라봤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경험이 있기에 건강식을 실천중이다). 아마, 한 번이라도 건강에 위험신호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한줄 한줄이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소중한 것은 잃어본 후에게 그 중요성을 깨닫는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언제나 건강할거라 자만하지만, 소리소문 없이 찾아오는 질병이나 가볍게 여기는 피로감은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더 나아가 일상에 짜증과 무기력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행복하게 사는 삶에서 ‘건강’은 필수조건이며, 건강을 위한 음식을 먹는 것은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건강한 가정식을 만드는 것은 곧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첫걸음인 것이다.


이 책은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그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한걸음 한걸음 느리지만 차분하게 자신만의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능숙한 주부9단도 아니고, 요리사도 아니기에 기초적이고 심플한 음식만들기를 실천한다. 신선한 재료를 저렴하게 다량 구매해 1인분씩 소분 냉동하는 습관, 단 음료나 술보다는 아침을 가볍게 만드는 따뜻한 차 한잔, 야식으로 시켜먹던 햄버거 대신 토마토와 치즈를 올린 오픈 버거, 간식으로 먹던 각 종 당류와 탄수화물 범벅(빵,과자,초콜릿등) 대신 요거트와 제철과일, 무절제한 폭식대신 생각하고 음미하는 먹기가 그녀의 삶으로 들어온다. 그러면서 그와 관련된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음식사진, 그 때의 연관된 재미난 일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요리팁, 초보도 따라할 수 있는 간편 레시피, 조리시간을 줄여주는 음식고유의 페어링(식재료궁합)등이 저자가 직접 체험한 몸과 생활의 변화들과 함께 쓰여있다.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무엇을 먹느냐가 곧 나 자신’ 이라는 유명한 문구처럼, 이 에세이는 단순히 음식에 관한 에세이가 아니라, '가정식을 만드는 일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잔소리이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고, 식재료를 고르고, 가정식을 만들고, 천천히 음미하며 먹고, 부엌을 정돈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에 의미를 발견하고 건강을 되찾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 온기와 정성을 들인 만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변화하는 삶을 맛볼 수 있는 에세이. 자, 이제 이 책과 함께 변화해보자. 푸짐하고 화려한 한상차림보다 간소하고 소박한 나만의 가정식, 결코 어렵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나를 사랑하는 첫 걸음이 될테니.

 


+@ 가정식 만들기까지의 동기, 과정, 실천, 결과들이 음식사진과 같이 기록된 에세이

초보자도 가능한 쉬운 건강한 가정식 만들기 팁과 레시피가 함께 기록되어 있다.

가정식이라해서 복잡한 조리과정의 ‘한정식’을 생각했는데, 한식 양식 디저트 가리지 않은 싱글여성들도 쉽게 만들 단 몇분 소요의 음식들이다. 전문 요리책이 아니기 때문에 기발한 레시피나 화려한 요리스킬은 기대한다면 비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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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버리기 기술 -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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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로 자기계발서의 베스트 셀러 작가로 떠오른 작가 마크 맨슨. 그가 이번에는 희망에 관한 도발적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왜 ‘도발적’이냐면, 그가 하는 희망에 관한이야기는 타 도서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자기계발서는 ‘희망을 가져라’ ‘행복을 선택해라’ ‘최선을 다해 노력해라’ 등 인데, 이 책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한다. ‘희망을 버려라’ ‘고통을 선택해라’ ‘무언가를 포기해라’ 라고 한다. 엥? 분명 자기계발서인데, 의욕을 저버리는 저 부정적인 주장들은 무엇인가? 저자는 삶을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희망보단 고통을 선택하라 충고한다. 그가 말하는 참으로 ‘진실된 자기계발’은 무엇일까?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을 바꾸겠다고 완전히 새롭고

전혀 다른 누군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한다.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이 욕망은 우리를 다시 희망을 채운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자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희망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 운명의 주인이고,

꿈꾸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믿음이 수백 년간 지속된 이유다. 하지만 그 통설은 틀렸다.‘

- 희망을 버리라고? 고통을 선택하라고?

비관주의자나 낙관주의자 말고,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나아가는 법!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희망을 버리는 기술’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있음에도, 더 치열하게 경쟁하며 더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며 우울증과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의 행복 평균 점수가 10점 기준 7점이란 사실만 봐도, 벼락같은 어마어마한 행운이 찾아와도 그것이 결코 인생 전체에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풍요롭지만 상실의 시대인 아이러니한 현재,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목적과 가치를 찾아낼 수 있을까? 저자는 그 답을 ‘희망을 버리고, 행복을 찾지 말고, 고통을 선택해라’라고 말한다.

책은 크게 2부로 [희망의 역학]과 [희망 너머의 세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희망의 역학]에서는 지나친 낙관주의자나 나르시스트라면 충격받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는 진보의 역설을 언급하며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우리에게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으며, 노력만 있으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며, 때론 막연한 희망이 자기파과적인 성향을 가질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희망 너머의 세상]은 긍정적인 것보단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라 말한다. 그는 희망이 아닌 고통을 선택하라 말하고, 우리는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으면 더 강해지는 시스템 ‘안티프래질’을 가지있다고 한다. 삶이 아무리 ‘좋아’지건 또는 ‘나빠’지건 고통은 존재하며, 그 고통은 곧 실패를 의미하며 우리는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더 성장하는 이익을 가진다는 것이다.

-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전혀 다른 반대로 말하는 ‘진실된 자기계발서’

인생에 진짜 도움되는 내용, 쉽게 읽히는 문체, 절학적인 지혜까지?

이 책은 요즘 대세의 자기계발서와는 확연히 다른 색을 가진다. 그래서 이 책을 두고 ‘도발적’이라는 광고문구가 쓰인 것 아닐까? 최근 자기계발서는 대체적으로 이런류들이 많다. ‘노력하면 뭐든 이뤄진다’, ‘자존감을 기르자’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꿈을 꿔라’. 이 책은 모두에 대해 반대되거나 해당사항 없음이 전제된다. 이 책은 ‘희망을 버려라’ ‘행복을 찾지 마라’ ‘고통을 선택해라’라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다소 비관적이고 충격적이게 다가올 이야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직시적인 이야기이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삶의 목적과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막연한 희망보다 고통,비극,고난,역경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아픈만큼 성장한다’라는 이야기가 그가 말하고자하는 바이다. 즉 저자는 우리가 모든 것을 노력만하면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고, 이뤄낼 수 있다는 식의 생각, 독자들의 비현실적인 꿈과 완벽한 자기통제력을 부정한다. 이는 위험한 희망일 수 있고, 비현실주의적인 낙관론자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 참으로 현실적인 뼈때리는 조언들이다.

이 책을 읽어보자.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하고 위험보다는 안주를 선택한다. 때론, 스트레스가 닥쳐올 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때 이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나뉠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간의 노력과 믿음에 대한 배신감으로 좌절감과 허무감에 허덕이다 파멸할 것이고, 이 책을 읽었다면, 당면한 문제는 행복한 사람이건 불행한 사람이건 상관없이 찾아오는 것이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강인해질 수 있는 무기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비관주의자나 낙관주의자가 아닌,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방법, 솔직해서 좋고, 실용적이라 더욱 좋은 <신경끄기의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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