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봄날 .......임 영조


      얼마 전, 섬진강에서
      가장 이쁜 매화년을 몰래 꼬드겨서
      둘이 야반도주를 하였는데요

      그 소문이
      매화골 일대에
      쫘악 퍼졌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도심의 공원에 산책을 나갔더니


      거기에 있던 꽃들이 나를 보더니만
      와르르- 웃어젖히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거기다 본처같은 목년(목련!)이
      잔뜩 부은 얼굴로 달려와
      기세 등등하게 넓다란 꽃잎을
      귀싸대기 때리듯 날려대지요

      옆에 있는 산수유년은
      말리지도 않고 재잘대기만 하는 폼이
      꼭 시어머니 편드는
      시누이년 같아서 얄밉기만 하고요

      개나리도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꼼지락거리며
      호기심어린 싹눈을 내미는데요

      아이고,
      수다스런 고 년들의 입심이 이제
      꽃가루로 사방천지에 삐라처럼 날리는데요,
      이 대책없는 봄을 어찌해야겠습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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