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은 끝났다. ‘6’에서 아쉽게 멈췄다. 결승에 못 나갔다. 사상 첫 야구 월드컵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초대 챔피언 꿈도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이 ‘위대한 승리자’라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비록 19일 일본전은 패했어도 한국 야구는 이미 세계 정상급 실력을 과시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원없이 최선을 다해 뛰었고,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19일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대형전광판을 통해 중계되는 한국-일본의 WBC 준결승전을 보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그리고 온 국민은 지난 보름간 야구에 흠뻑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100% 이상 발휘한 실력은 물론이고 승리를 향해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을 자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몸을 던진 선수들의 허슬플레이와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최상의 전력을 이끌어낸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은 이미 ‘세계 최강’으로 손색없다는 인정을 받았다. 이는 수백억원대 연봉의 메이저리거 스타들이 즐비한 야구 종주국 미국이 한국 앞에 모래알처럼 흩어지며 무너져내린 것과 비교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6승1패 한국은 결승 탈락, 4승3패 일본은 결승 진출. 한·일 맞대결에서 2승1패한 한국 탈락, 1승2패한 일본 진출.

주최국 미국 위주로 짜여진 요상한 경기 방식 탓에 한국이 온당치 않은 결과를 맞았다는 점은 모두가 안다. 딱 한번 졌다고 해서 ‘최강 한국’의 위상이 떨어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 언론은 이번 대회를 “한국을 위한 잔치”라고 했다. 미국이 ‘야구 세계화’를 내걸고 야심차게 벌여놓은 이번 대회는 21일 결승전에 상관없이 한국을 위한 무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대만을 제치고 일본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세계 8강에 나설 수 있을까.’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초 도쿄 1라운드에서 대만·중국을 완파한 데 이어

  이승엽 의 짜릿한 역전포로 일본까지 제압하며 한국은 신바람을 일으켰다. 미국 애너하임 2라운드에서도 메이저리그 올스타인 멕시코를 누른 데 이어 ‘최강’ 자만심에 휩싸인 미국마저 보기 좋게 깨뜨리며 놀라운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 연승 행진을 ‘기적’이라 칭했던 이들은 그때부터 기적이 아닌 현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명실상부한 우승후보로 대접했다. 지난 16일 벼랑 끝에 몰린 일본을 다시 한번 완벽하게 제압한 것은 세계 야구팬의 앙코르에 화답한 승리였다.

  박찬호 (샌디에이고)·서재응(LA 다저스)·김병현(콜로라도)·구대성(한화)·손민한(롯데)·정대현(SK)·오승환(삼성)….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철벽 계투 삼진 퍼레이드에 온 국민이 환호했다.

  이진영 (SK)·박진만(삼성)·이범호·김민재(이상 한화)의 그림같은 수비는 7경기 무실책 금자탑을 쌓으며 한국 야구를 ‘명품’으로 끌어올렸다.

이승엽(요미우리)·최희섭(LA 다저스)의 홈런포는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날리는 청량제였다.

김인식 감독이 이끈 코칭스태프가 보여준 응집력을 극대화하는 용병술은 ‘한국의 힘’이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It ain’t over till it’s over)”메이저리그 전설의 스타 요기 베라의 말이다. 한국 야구도 이날 패배로 끝난 게 아니다. 당당한 ‘세계 정상권’이라는 자신감을 얻었고, 정상에 한 걸음 부족한 부분을 배웠다. 대한민국의 힘을 모아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1위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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