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물

수퍼보울에서 MVP로 뽑힌 하인스 워드(30)의 스토리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교육 목적으로 그의 일생을 영화로 만들어 한인 2세들에게 보여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GI와의 결혼에 대한 한국사회의 냉대, 흑인 혼혈아가 겪어야 하는 성장과정의 고통, 영어 못하는 한국 여성의 자녀 양육권을 둘러싼 비극, 미국사회의 인종차별, 그리고 수퍼보울에서의 실수와 전화위복의 플레이 등 그가 걸어온 삶의 내용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유명해진 혼혈아의 경우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본인들이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북해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미국인인데 왜 자꾸 한국인의 피 운운하느냐”는 것이 이들의 속마음이다.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코리안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하인스 워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흑인들이 코리안이라고 놀려대 학교 갈 때는 친구들이 자기 엄마를 볼까봐 차에 엎드려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에서 헤어지던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가득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그의 인생의 새 출발점이 되었다. 그 후로는 “그래 난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나의 운명이다”라고 마음먹고 친구들의 놀림에 당당하게 맞섰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의 이같은 자세는 2월4일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 잘 나타나 있다.
“수퍼보울에서 우승하고 싶다. 스틸러스를 위해서,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고 어머니의 조국을 위해서” “나의 오른 팔 문신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한국어로 새겨진 나의 이름이다. 나는 한국인의 피가 섞인 것을 자랑하고 싶다” “내가 성공해서 아무리 어머니를 잘 해준다 해도 어머니의 은혜를 갚을 수는 없다” “어머니는 내 인생의 전부다”.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55)는 미국에 오자마자 이혼 당한데다 영어를 못한다 하여 양육권까지 빼앗겼다. 아들 워드와 함께 살게 될 때까지의 재상봉 과정은 눈물로 수놓아져 있다. 아들과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 해 하루에 세 잡을 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드는 이번 경기에서 쿼터백이 던져준 첫 번째 터치다운 공을 놓쳐 하마터면 일평생 내내 후회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막판에 43야드의 패스를 받아 터치다운시키는데 성공해 극에서 극을 달리는 스릴 만점의 박력 있는 플레이를 보였다. “가슴 떨려 수퍼보울 경기를 못 보겠다”며 경기장 가는 것을 주저했다는 어머니 김영희씨가 이해된다.
영국 여왕이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것처럼 풋볼선수에게도 눈물은 금기다. 그러나 워드는 어머니에 관해 화제가 옮겨지면 눈물을 글썽인다. 오죽하면 AP기자가 “워드를 울리려면 어머니 이야기를 하라”고 썼을까. 그는 스틸러스와 4년 연봉을 2,600만달러로 계약갱신 하자마자 어머니에게 집과 고급 차부터 사주었다.
올해 이루고 싶은 그의 소원 중의 하나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아직도 일하는 어머니를 은퇴시키는 것과 4월에 어머니의 고향 한국을 가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지극한 효심 때문에 워드는 지금 스포츠계의 화제다. 어머니 김영희씨의 꿈은 아들 워드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는 것이었고 워드의 꿈은 고생한 어머니에 보답하기 위해 수퍼보울에서 MVP가 되는 것이었다. 꿈을 가진 사람들과 꿈이 없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다른가를 이들 모자가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투자 중의 투자는 자녀에 대한 투자라는 것도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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