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딱 한번 살다가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던지 간에 멋진 삶을 원한다. 물론 사람마다 멋진 삶에 대한 정의가 다를 것이다.


나에게 누군가 묻는다면, 물론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도 멋진 삶에 속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머리 속에 무엇을 집어 넣고 있는가, 무엇을 생각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는 가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 순간마다 자신이란 사람을 구성하는 컨덴츠를 바꾸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글 읽기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멋진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지만 우리들은 글 읽기를 통해서 시공간을 초월해서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글을 읽는다.


며칠이라도 강연이나 그 밖의 활동 때문에 글 읽기가 소월해지면 머리가 자꾸 비어가는 느낌을 갖는다.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몇 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안락한 의자에 누워서 세상만사를 제쳐주고 글 읽기에 몰입해 들어간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런 글 읽기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본능인 정복욕도 충족시켜 준다는 점이다. 이 책 저 책을 가리지 않고 광대한 지식의 지평을 달리다 보면 어느 새 머리 속이 꽉 찬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런 충전이 수시로 이루어질 때마다 세상을 맞설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게 된다. 글 읽기는 이처럼 집중적인 시간을 만들어서 하지만 대개는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내서 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기다릴 때, 잠시 머리를 식힐 때, 머리를 다듬기 위해 기다릴 때, 언제 어디서나 나는 나만의 세계로 용감하게 돌진할 수 있다. 짧은 순간이지만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글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자유와 여유를 갖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데 나는 남의 지식을 얻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어떻게든지 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성과를 내는 일을 맡으면서 내가 확실히 깨우치게 된 사실은 맡겨지면 하겠지만 그런 일들에 아주 신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구경꾼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직접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오랫동안 알아왔던 지인과 나눈 대화 가운데 이런 대목이 들어 있었다. 무엇인가 만족할 수 없는 대목에 대해 그 분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지요. 외형도 그럭저럭 성장을 하고 조직원들도 열심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직접 생산하지 않고선 그렇게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네요.”


그분은 창조하려는 욕망이 강한 사람이다. 이따금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남에게 시켜서 남이 잘 하는 것을 보면서 기뻐하는 사람이 있지만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때 기쁨을 더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나는 내가 주어진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의 인물이긴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그렇게 경영자로서 느끼는 그런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 분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되는 그런 스타일의 인물이다.


나는 이런 단순한 사실을 몇 번의 전직으로 통해서 깊이 깨우치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읽고, 생각하고, 강연하고, 쓰는 일을 게속해 나갈 작정이다. 다들 내가 다작한다고 아우성인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젊은 날을 통해 내가 얻어낸 가장 큰 수확은 진정으로 내가 글을 읽고, 창조하고 그 결과물을 작품으로 내놓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나에게 그것은 노동이 아니라 환상적인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의무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향해서 개인을 향해서 외치고 싶은 말들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읽는 작업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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