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이
 
토끼풀 같은 아이야, 장차 무엇이 되고 싶니
선생님이 되고 싶니 발명가가 되고 싶니
시인 혹은 장군이 되고 싶니
너의 고사리 주먹에 쥐어진 한 권의 책이 지금은 무겁겠지만
그 속에 네가 가야 할 길이 있고 하늘이 있다
무거우면 네 연한 무릎 위에 책을 세우고
첫봄 개나리꽃 같은 아이야
별을 읽어라 바다를 읽어라 우주를 읽어라
네 눈빛이 책 속에 있는 동안
들 가운데는 자운영꽃이 피고 파랑새가 더 멀리 날고
고래가 바다를 횡단한다
네 가슴이 책을 꿈꾸는 동안
세계는 발자국 소릴 죽이고 네 숨소리를 듣는다
파도가 가라앉고 폭풍이 잠자고
태백산봉에는 흰 구름이 핀다
자두꽃 같은 아이야, 네 상상 속엔 지금
사슴이 자나느냐 연어가 돌아오느냐
들판 끝에 송아지가 우느냐
언젠가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될
이 세상의 별인
책 읽는 아이야


* 이기철 시집 『가장 따뜻한 책』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