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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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가족이 있다.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 회사일에 바빠 집안 일에는 신경을 잘 못쓰는 아버지, 아이를 낳고부턴 아이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어머니, 그리고 모든걸 다 자기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이 저지른 살인마저도 관심없는 아들. 이 가족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2006년도에 출간된 이 소설에서 나는 현사회가 끌어안고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과 직면해야했다. 고령화사회, 가족간의 의사소통 부재, 히키코모리, 유아동에 대한 성도착증, 자각없이 행해지는 살인등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한편의 추리소설속에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 사회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게 작가의 의도 였을까?? 

    평범한 가정의 가장인 아키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급히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왠 소녀의 시체가 뉘어 있고, 그 시체는 다름아닌 자신의 아들 '나오미'가 죽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그와 그의 아내 야에코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시체를 유기하기로 결심한다. 명분은 미래가 창창한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아들을 잘못둔 죄로 어두워지는 그들의 미래와 주위 사람들의 힐난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쨋든 시체를 집근처 공원에 유기하고 그들은 예전과 같은 평범한 가정인 척 분하지만, 점점 좁혀져 오는 수사망에 두려워하다 결국 진범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내세운다. 

  이 소설의 주체는 이 가정이다. 초반부부터 도무지 아키오에게 공감가는 부분이 없어서 답답하기까지 했다. 나는 커서 이런 부모는 절대 돼지 말아야지 하면서 아키오를 내 마음속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무지한 아버지이자 무지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키오를 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우리 엄마에게 나는 과연 어떤 딸인가. 우리 할머니에게 나는 과연 어떤 손녀인가. 감히 그 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창피하고 부끄러운, 죄책감이 드는 답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 이었다.  

  아직 부모가 되 본적이 없기에 부모님의 마음을 헤어릴 순 없다. 상상해본다 한들, 내가 상상하는 것의 이상이라는 것만 알 뿐이다. 아키오의 어머니는 아들의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기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마음만 먹었으면 모든 상황을 제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녀는 끝까지 그러지 않고 오로지 아들이 스스로 깨닫기만을 바랬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자신이 선물했던 명패를 아직도 달고 게신 어머니. 직접 선물한 자기자신도 까마득히 잊어버린 그 명패를 항상 가지고 계시며 그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오신 어머니. 어머니의 그런 본모습을 함께 살면서도 알아채지 못한 아들.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답답하게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나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깨닫고 난 뒤 날 보는이 하나 없는데도 한 없이 내 자신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이 책은 나에게 여느 가족소설 못지 않게 나에게 '가족'이란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해주었다. 아키오네 가족과 가가네 가족. 모두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아픔과 상처들을 안고 있는 가족이다. 이 세상의 모든 가족들이 그럴 것이다. 이 세상에 '평범한' 가족이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기들만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그걸 가능하게 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씁쓸한 소설속의 모습이 우리네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더 나를 씁쓸하게만 만든다.

"어떤 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는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의해서 결정돼. 그 사람이 그런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건 모두 그 사람의 삶이 방식이 그래씩 때문이라고 할 수 밖에 없어." ...중략..."따뜻한 가정을 만든 사람은 세상을 떠날 때도 따뜻한 시선 속에서 떠날 수 있어. 하지만 가정다운 가정을 만들지 못한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만 그런 것을 바란다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닐까?"   - p.140



P.S 이 이야기의 전말을 빨리 알아차리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이책의 제목인 '붉은 손가락'에 주의하면서 책을 읽어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꼼꼼히 책을 읽어나간다면 미리 이 책의 반전을 알아 차릴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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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여라
존 어데어 지음, 지덕언 외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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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등학교 2,3학년을 함께한 친구가 있었다. 사실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는 건 그 친구의 '리더십' 때문인 것 같다. 2학년 내내 반장을 맡아온 그녀는, 3학년때는 아쉽게도 부반장을 했다. 그때 몇표차이로 부반장이 된게 내심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체육대회나 축제때에는 과대는 분명 다른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친구들이 그녀를 실질적인 과대로 생각하고 따랐을 정도로 항상 사람들을 이끄는 데 탁월했다. 또한 그녀는 책상에 반 아이들의 목록을 표로 프린트해서 붙여 놓은 다음, 짬짬히 반아이들 한명 한명을 위해 기도하는 세심함까지 가졌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내가 가지게 된 생각은 '리더는 타고나는게 아닐까? 아니면 어쩜 저럴수 있지?'였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라고 말해주며 나도 몇가지 요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뛰어난 리더가 될수 있다고 나를 북돋아주었다. 사실, 나는 이때까지 남을 이끄는 '리더'가 되 본적도 없으며, 기회가 있었을때도 거절했었다. 남을 이끄는 것 자체가 마음에 내키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익숙하지 않게되고 그러면 더 피하게 되는 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문득, 죽을때까지 이렇게 남에게 이끌리는대로 살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남을 이끌어본적이 한번도 없는 터라,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게 하나도 없었다. 그 전에도 관심이 없었기에 '리더십'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읽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좋은 기회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었고, 나의 든든한 리더십 입문서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특성(인격-어떤사람인가?), 상황(지식-얼마나 아는가?), 기능-(임무-무엇을 하는가?),가치관(믿음) 이 네가지를 갖춘 사람이 리더라고 한다. 거기에 사람들에게 있어서 '희망의 딜러'가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처음에 언급했던 그 친구가 계속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이 모든 요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책상에 반 아이들의 목록을 표로 프린트해서 붙여 놓은 다음, 짬짬히 반아이들 한명 한명을 위해 기도하는 세심하면서도 이타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었고, 경찰대를 지원할만큼 학생으로서 뛰어난 성적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체육대회라든지 중간고사등 눈앞에 가시적인 목표가 있을때마다 우리에게 무얼 어떻게 해야되는지 솔선수범하며 깨우쳐주고, 희망을 주었었다. 왜 그땐 이런걸 몰랐던 걸까? 그저 그녀는 사람을 잘 이끄는 구나- 이렇게 생각할뿐 이런 세부적인 '요소'를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좀더 미리 읽었더라면 나도 그녀같은 리더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니, 지금이라도 이렇게 알고 있으니 난 앞으로 리더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을 한 셈이다.

  사실 실용서적을 읽은 적이 거의 없어 이런 류의 책이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에는 도저히 나한테 맞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 수록 나에게 뛰어난 입문서가 되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친구에게 이 책을 살짝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 꼭 교과서 같애-' 였다. 그만큼 도표나 핵심정리등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해주며 피드백시켜주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열의enthaausiasm이라는 단어는 '영감을 받다'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those 안에'라는 뜻입니다. 원래 사람에게 어떤 영혼이나 신이 깃들어 마음이 고조된 상태를 뜻했죠" 라는 문장과 같이 단어의 어원을 풀이하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역시나 그건 약간 딱딱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이 책은 두 인물의 대화형식으로 되어있는데 보통 대화형식은 마치 내가 그 당사자인 것처럼 이야기가 쉽게 느껴진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딱딱하게 느껴졌었다. 물론 '리더십'에 관한 책을 처음 읽는 터라 예비지식이 없어서 익숙치 않아서 인지도 모르지만 책이 빨리 읽히고 어렵단 느낌은 들지 않는 데도 뭔가 머리에 쏙쏙 스며드는 느낌이 없었다. 그리고 실전에서 적용할수 있는 팁이라던가, 실례가 부족했던 것도 아쉬웠다. 리더십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태도에 접근하는 책인 것 같다. '리더십'에 대한 기본개념을 세워준달까?? 그런면에서 어느정도 리더십에 대한 지식이 있고, 빨리 실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리더'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가, '리더십'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입문서'혹은 '기본서'로서 추천하고 싶다.

 
"나의 하나님께 불꽃 같은 심장을, 나의 동료들에게 사랑의 심장을, 나 자신에게 강철같은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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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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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빵집 문에는 분명히 아침 8시에 문을 연다고 써붙여 놓았지만 8시 20분이 되어도 문을 안여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모든 일들이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듯했고, 시간이 많이 걸릴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로나에게 물었다. "이런 일들이 당신을 돌게 만들지는 않나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린 어디로 가야 할 일도 없잖아요." 그건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지금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때보다 조급해 한다는 것이었다.  -p.4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정리하는 일이다. 적어도 문장 속에서. -p.79



  작년 여름, 논산에 있는 '마음수련원'이란 곳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저 다녀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이 새롭게 보일거라는 말을 듣고 의심쩍어하면서도 무작정 집을 떠났다. 그곳에 일주일간 있으면서, 티비와 컴퓨터는 물론이고 심지어 휴대폰, MP3까지 사용하지 못했다. 일주일 내내 하는것이라곤 오로지 명상. 밥먹고 넓은 방에 모두와 앉아서 나의 지나온 삶을 생각하고 그리고 그것들을 버리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엠피쓰리와 컴퓨터는 둘째치고 휴대폰을 사용할수 없음에 불안했다. 그리고 쓴 풀만 가득한 식단도 불만이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주위 산들이 내뿜는 푸르름과 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깨끗한 공기, 시원하고 기분좋은 바람, 아침에 눈뜨자 마자 듣는 기분좋은 새와 벌레들의 소리를 느꼈다. 그리고 쓰기만 했던 풀들도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새벽에 밖으로 나가면 안개에 둘러쌓여 정말 1m앞도 분간할수 없었다. 오직 내주위만 아스란히 보였다. 몽환적이면서도 푸근한 그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했다. 그동안 내가 괴로웠던 건 오직 내가 만든 틀에 나를 가두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곳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고 싶진 않았다. 그곳이 좋았지만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시내로 나와보니 큰 길에 버스며 승용차들이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고, 그 덕에 공기 또한 탁하며 버스 터미널엔 풀벌레나 새소리가 아닌 사람들과 TV소리로 귀가 따가웠다. 집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자 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기 싫다....아니 다시 그 자연속에 있고 싶다...


  아마도 제이미 제파가 부탄을 떠나 캐나다로 돌아갔을 때 느낀 심정이 그때의 내 마음과 조금 닮아 있을 듯 싶다. 아니 나는 상상할수 없을 만큼 그런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그녀는 1,2주가 아닌 무려 2년동안 부탄에 있으면서 피부색과 눈동자색과 머리색이 다른 것보다 더 많이 다른 그들의 가치관과 마주했을테니 말이다. 처음에 그녀는 24년간 캐나다 밖을 떠나보지 못한 것이 싫어 무작정 부탄에 왔다. 부탄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믿을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을 맞이했다. 그들이 '멀미 혜성'이라 부르는 버스에서는 바닥에 토하는 사람을 물론이고 버스 뒤에서 아낙이 애를 낳아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배정받은 페마 가첼에서는 밤마다 쥐들의 올림픽이 열렸고, 쉬쉬 소리내는 곤로는 종종 생명을 위협했고, 수도꼭지는 물이 나오는때보다 안나오는 때가 더 많았고, 지붕에 난 구멍은 비가 올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빗방울을 떨어뜨렸다. 


  이런 곳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캐나다로 돌아갈 것을 다짐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탄과 사랑에 빠져있었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그곳에 그녀는 적응을 했고, 그 곳을 사랑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녀들이 가르치는 아이들 역시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는 그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나갔다. 그곳에서 부탄왕도 만나는 경험을 하다 좋은 기회가 생겨 강룽에 있는 세루체 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부탄의 남부와 북부의 오래된 적대관계를 새롭게 알게 되고, 외국인으로서 자신은 그 문제에 어떠한 간섭도 할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도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알게 되고, 결국엔 그 사랑의 결실과 함께 가족을 이루어 부탄에 정착하기에 이른다.


  과연 그녀는 부탄에서의 첫날, 이런 그녀의 앞날을 손톱만큼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세상에는 그곳을 여행함으로써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행자를 변화시키는 이상하고 놀라운 장소가 있다.

책의 표지에 쓰여 있는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화했다. 캐나다에서 대중교통이 있는데도 승용차를 사용하는 게 사치로 느껴졌고, 쇼핑센터의 모든 물건이 그닥 필요없는 물건처럼 보였다. 식사하는 내내 틀어놓은 TV가 거슬렸고, 개인사생활이 보장되어있다는 것은 즉 안전하지 않다는 말로 들렸다. 그대신 그녀는 몇시간씩 걷는것에 익숙해졌고, 멀미혜성조차 감사한 존재가 되었다. 비닐봉지며 양철통들은 쓰고난뒤 또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깨끗히 씻어 말려놓는 습관이 생겼고, 부탄인들처럼 오른손으로 식사하는 법을 익혔고, 비밀이 없는 부탄이 불편하기 보단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이렇게 차근차근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함들이 과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편리하게 해주는것은 확실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건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면 과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건 무엇일까. 


  우리는 가끔 행복하다는 것과 편리하다는 것을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단 1분도 자신의 내면에 눈돌릴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면서 그것이 자신의 행복과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현대인들을 보면 우리는 꽤 자주 그런 혼동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관은 옳고 그와 다른것은 모두 배척한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런 걸 알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깨어있지 않기 때문일까? 너무 오랜 기간 해온 생각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기가 힘들기 때문일까?
 

  제이미는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 불교 윤리도 전해준다. 그 내용이 마음수련원에서 배운 점과 많이 닮아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모든 마음의 괴로움은 집착에서 벌어진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또한 삶에 대한 집착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삶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죽음에도 초연해 질 수 있다. 부탄인들은 시체를 태울 때 관에 넣어서 안보이게 태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태운다. 제이미는 그 끔찍한 광경에 질색하지만 주변의 부탄인들은 모두 초연한 모습이다. 그모습에 제이미는 지금의 육신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육신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말은 진부할정도로 많이 알려진 말이다. 하지만 제이미는 단지 아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부탄에서 오감을 통해 그런 사실 하나 하나를 깨달아간다. 


  우리는 아는것은 많지만 정작 깨달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해 부탄인들은 우리에 비해 지식이나 아는것은 적을 지 몰라도, 삶의 본질에 대해 그들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에 대해, 만물의 진리에 대해 더 많이 깨달은 게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고 우리는 불행한게 아닐까. 만약 무엇하나 부족함은 없지만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그녀와 내가 얻은 마음의 평안을 그 누군가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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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더 사랑해
션.정혜영 지음 / 홍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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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미 제파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읽고 난 뒤, '행복'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80년대, 부탄의 생활수준은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지만, 물질적으로 풍족했고 편리했던 캐나다에서 느끼지 못한 행복을 그녀는 부탄에서 느끼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정착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그런 삶의 행보를 보며, 내가 편리한 것과 행복한 것을 혼동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확실히 현대사회는 편리하다. 게다가 나날이 편리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한가? 그 답은 해마다 늘어가는 우울증 발병률, 자살율이 보여주고 있다. 많은 걸 누리고 있음에도 더 불행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별 기대 없이 보게 된 이 책에서 그 답을 얻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면, '오늘 더the 사랑해'는 행복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그리고 내가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는지 깨닫게 해준다.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부부, 션과 정혜영이 쓴 '오늘 더the 사랑해'는 그동안 미니홈피에 올린 여러 사진과 글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한다. 대충 눈으로 훑어볼 때만 해도 TV를 통해 보아온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 훈훈한 봉사활동 이야기겠거니 했지만 그 이상의 책이었다. 책은 사진과 미니홈피의 글들로 이루어진 만큼, 2시간 정도면 다 읽어진다. 하지만 그 두시간 내내 내가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했었는지는 읽어 본 사람들만 알리라 생각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그들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그토록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찬양,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 서로에 대한 사랑, 이웃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는 마음,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었다.


나는 혜영이를 공주처럼 생각하고 공주처럼 대해 주며 산다.
공주의 남편인 나는 왕자가 된다.
나는 우리 딸 하음이도 공주처럼 생각하고 공주처럼 대해 주며 산다.
공주의 아빠인 나는 왕이 된다.
공주가 되고 싶으면 남편을 왕자로 대하고, 왕자가 되고 싶으면 아내를 공주로 대하고,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고 대해 주면 나도 그만큼 귀해지는 것 같다.          -p.136


   이 구절을 읽고 션에게서 하나님을 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정혜영이 그를 볼 때마다 예수님이 생각난다고, 예수님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정말 신기하게 남편의 모습에서 예수님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처럼(p.27) 나도 그랬던 걸까? 오랜 기간 무대 위에서 힙합가수로서의 션을 보아왔고, 연예정보프로를 통해서 션과 정혜영 부부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보아왔고, 무릎팍도사를 통해서는 이웃을 사랑하고 아내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그를 보았다. 하지만 이 구절을 읽고 나자, 아니 이 구절뿐만이 아니라 이 책에 적힌 그의 글 속 단어 하나하나가 그가 얼마나 따뜻하고 맑은 마음을 지닌 '아름다운' 사람인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이상의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도... 그의 피앙세 정혜영 또한, 션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된 비교적 초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남편을 믿고 보통 사람이라면 못마땅하기만 할 그의 이웃사랑의 실천을 지지해 주고 함께 하고 있다. 그것만 봐도 그녀 또한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 사람인지 느껴졌다.

   나는 무교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느낀 것 또한, 행복해지려면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느낀 것은 내가 그동안 행복을 세상에서 즉, 나의 내면이 아닌 바깥 세상에서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는 한, 난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 그들은 현명하게도 그들 내면에서 행복을 찾고, 실천함으로서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이 세상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게 때로는 손해일 때가 있다.
세상적인 손해.
하지만 나는 그 손해가 전혀 손해 같지 않다.
왜냐면 내 마음에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p.38

 

 결혼기념일, 그리고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를 기쁜 마음으로 밥퍼에 보내준 나의 아내.
나는 밥퍼에 가서 나의 아내의 마음까지 드렸다.
그리고 올해도 작은 것을 드렸지만
더 큰 행복을 가지고 돌아왔다.      -p.168


   이런 구절들을 읽으면서, 그들이 그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은 내면에서 그들의 행복을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그동안 세상적인 것에 잣대를 놓고 괴로워 한 내가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져서 부끄럽기도 했다. 세상적인 것에 행복을 따지는 건, 마치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과 같지 않은가? 이제야 새삼 깨달았으니, 나에게 남은 건 앞으로의 하루하루를 깨달음에 대한 실천과 행동을 노력으로 다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쉽지 않고, 괴로움도 찾아올 테지만 그때마다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나를 다잡고 또 다시 새삼 깨닫고, 그런 과정들을 반복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이들처럼 본보기가 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처럼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꼭 한번 이 책을 읽고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고 맑아지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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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완결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알 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 였다.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 지는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의 독특한 내용이 인상적이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운까지 더해 이 책의 시리즈 중 완결편을 읽었다. 일단, 책이 너무 귀엽고 앙증맞은 크기라 놀랐고, 표지가 색색이 알록달록 너무 예뻐서 놀랐다. 표지 뿐만 아니라 책 안의 디자인도 그래서 그런 재미도 쏠쏠했다.
 

  이번 완결편에서는 앞의 세 권과는 달릴 '미래'에 중점이 맞추어져 있다. 앞으로 지구상에서 인구 구성, 에너지, 환경, 식량 등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조금 막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해결책도 함께 제시해 준다. 특히 '빈곤의 종말'의 저자이기도 한 제프리 삭스는 선진국 사람들의 수입 중에서 대략 0.7%만으로도 빈곤을 근절하는데 충당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즉 선진국 시민이 깨닫기만 해도 세계가 바뀐다는 말이다.

 

  전에 한비야씨의 저서에서 매달 2-3만원씩만 기부해도 세상을 바꾸고 굶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선, '나도 나중에 어른이 되어 취직하면 매달 2-3만원씩 기부할테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릴 때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모른다. 왜 '나중에'일까.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데. 나중이 되면 분명 지원받지 못한 여러 사람들이 이미 굶어죽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느껴도 실천으로 옮기기는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기부'라는 것이 크든 작든 지금 당장으로선 내 손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션과 정혜영 부부의 '오늘 더 사랑해'에서 그들은 기부를 생활화 하고 있었다. 특히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며 그런 좋은 일을 한다는게 새로우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결혼기념일에 여행대신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게 효율적이면서도 착하고 아름답달까...

 

  세게를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게 신선했다. 모두 10명의 체인지메이커들이 나온다. 나는 특히 말라리아와 오염물로 죽는 사람을 감소시키는 제품을 개발해서 비즈니스로서도 성공한 미켈, 세계의 외교형태에 분노를 느끼고 영국 외교관을 관두고 작은 나라와 소수민족을 위한 외교 어드바이스를 시작한 칸 로스, 잘나가던 은행 직원에서 이주노동자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송금서비스 사업가로 변신한 도치사코 아쓰마사, 엘리트 대졸자가 2년간 가난한 동네의 공립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체제를 만든 웬디, 사정이 딱한 아이를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는 어른에게 소개하고 인연을 맺어준 카트린느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겼을까. 모두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서, 그 분량이 아쉬울 정도 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 책이 나왔으면 싶다.

 

  이번 완결편을 읽고 시리즈 중 앞 권인 1,2,3권도 모두 찾아 읽어보았다. 솔직히 이번 완결편보다는 2,3권이 더 마음에 들었다. 2권은 -'세게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뒷이야기 - 라고 해서 세계인구, 성별, 나이, 사랑, 인종과 지역등 분류별로 더 자세히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이해인수녀님, 한비야, 서홍관, 더글러스 루미즈등의 글도 참 좋았다. 3권은 음식이 주제인데 생존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주제라서 그런지 더 많이 와닿았다

 

  이 책을 두고 '아, 난 이 사람들보다 더 가졌으니 이 사람들 보다 더 행복하구나'하는 생각을 유도하는 책이라고 하는 비판도 있다지만 그건 해석의 차이인 듯하다. 이 책은 가진 것보다 못가진 것에 집착하며 행복을 놓치는 현대인들에게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그리고 나보다 못가진 사람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지게 해서 자연스럽게 그 해결책을 생각하게 만드는 '착한' 책이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게 좀 아쉽기도 했다. 반일감정이라던가 그런게 아니라, 항상 생각해 온 것이지만 일본은 이런 전인류적인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많고 국민들의 인식도 상당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민적인 관심도와 인식도가 현저히 낮은 것 같아서, 이렇게 좋은 책의 저자가 '역시나' 일본인이었다는 것이 약간 아쉽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작가의 이런 착한 책이 출판되어 이슈가 되며 널리 읽혀서 체인지메이커들이 급증한다는 뉴스를 보게 되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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