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가족이 있다.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 회사일에 바빠 집안 일에는 신경을 잘 못쓰는 아버지, 아이를 낳고부턴 아이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어머니, 그리고 모든걸 다 자기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이 저지른 살인마저도 관심없는 아들. 이 가족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2006년도에 출간된 이 소설에서 나는 현사회가 끌어안고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과 직면해야했다. 고령화사회, 가족간의 의사소통 부재, 히키코모리, 유아동에 대한 성도착증, 자각없이 행해지는 살인등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한편의 추리소설속에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 사회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게 작가의 의도 였을까?? 

    평범한 가정의 가장인 아키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급히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왠 소녀의 시체가 뉘어 있고, 그 시체는 다름아닌 자신의 아들 '나오미'가 죽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그와 그의 아내 야에코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시체를 유기하기로 결심한다. 명분은 미래가 창창한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아들을 잘못둔 죄로 어두워지는 그들의 미래와 주위 사람들의 힐난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쨋든 시체를 집근처 공원에 유기하고 그들은 예전과 같은 평범한 가정인 척 분하지만, 점점 좁혀져 오는 수사망에 두려워하다 결국 진범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내세운다. 

  이 소설의 주체는 이 가정이다. 초반부부터 도무지 아키오에게 공감가는 부분이 없어서 답답하기까지 했다. 나는 커서 이런 부모는 절대 돼지 말아야지 하면서 아키오를 내 마음속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무지한 아버지이자 무지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키오를 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우리 엄마에게 나는 과연 어떤 딸인가. 우리 할머니에게 나는 과연 어떤 손녀인가. 감히 그 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창피하고 부끄러운, 죄책감이 드는 답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 이었다.  

  아직 부모가 되 본적이 없기에 부모님의 마음을 헤어릴 순 없다. 상상해본다 한들, 내가 상상하는 것의 이상이라는 것만 알 뿐이다. 아키오의 어머니는 아들의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기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마음만 먹었으면 모든 상황을 제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녀는 끝까지 그러지 않고 오로지 아들이 스스로 깨닫기만을 바랬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자신이 선물했던 명패를 아직도 달고 게신 어머니. 직접 선물한 자기자신도 까마득히 잊어버린 그 명패를 항상 가지고 계시며 그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오신 어머니. 어머니의 그런 본모습을 함께 살면서도 알아채지 못한 아들.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답답하게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나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깨닫고 난 뒤 날 보는이 하나 없는데도 한 없이 내 자신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이 책은 나에게 여느 가족소설 못지 않게 나에게 '가족'이란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해주었다. 아키오네 가족과 가가네 가족. 모두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아픔과 상처들을 안고 있는 가족이다. 이 세상의 모든 가족들이 그럴 것이다. 이 세상에 '평범한' 가족이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기들만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그걸 가능하게 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씁쓸한 소설속의 모습이 우리네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더 나를 씁쓸하게만 만든다.

"어떤 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는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의해서 결정돼. 그 사람이 그런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건 모두 그 사람의 삶이 방식이 그래씩 때문이라고 할 수 밖에 없어." ...중략..."따뜻한 가정을 만든 사람은 세상을 떠날 때도 따뜻한 시선 속에서 떠날 수 있어. 하지만 가정다운 가정을 만들지 못한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만 그런 것을 바란다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닐까?"   - p.140



P.S 이 이야기의 전말을 빨리 알아차리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이책의 제목인 '붉은 손가락'에 주의하면서 책을 읽어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꼼꼼히 책을 읽어나간다면 미리 이 책의 반전을 알아 차릴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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