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영어 낭독 훈련 Topic Tell Show & Tell 시리즈 5
박광희.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지음 / 사람in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나는 이번해에 대학 새내기가 된다. 그동안 수능공부를 하면서 독해와 듣기 훈련은 해 보았지만, 말하기 훈련은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다니게 된 대학교에서 영어진단평가를 하는데, 과목이 말하기와 쓰기였다. 쓰기는 그래도 독해를 하면서 익히게 된 단어로 어찌어찌 하면 된다지만, 말하기는 어쩌란 말인가!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데. 사실 난 왜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어디서든 외국인을 보면 난 말을 걸고 친해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매번 간절한(?) 눈으로 외국인이 그 자리를 떠나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 영어진단평가를 계기로 정말 열심히! 영어 말하기에 도전하고픈 의지가 생겼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영어 낭독 훈련 Show&Tell 시리즈'다. 

 

  '영어 낭독 훈련'이 이미 외국어부문 베스트셀러라는 걸 알았지만 아직 읽을 기회가 없었다. 미국식 영어보다 영국식 영어를 동경하는 내게, 그 책의 저자가 영국에서 중고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은 꽤 매력적이었다. 그 후편으로 체계적인 영어낭독 훈련을 위해 나온 책이 바로 이 '영어 낭독 훈련 Show&Tell 시리즈'인데,  이 시리즈는

1.Picture Tell - 사진보고 설명하기 - 섀도우 스피킹 입문 단계

2.Tale Tell - 동화 요약해서 말하기 - 섀도우 스피킹 초급 심화 단계

3. Novel Tell - 소설 요약해서 말하기 - 새도우 스피킹 중급 심화 단계

4. Solomon Tell - 주제별 잠언 말하기 - 섀도우 스피킹 고급 심화 단계

5. Topic Tell - 주어진 주에게 대해 의견 말하기 - 섀도우 스피킹 시험 응용 단계

6,7. Vegas Tell 1,2 - 라스베이거스 체험 여행 프레젠테이션 Easy & High version - 섀도우 스피킹 여행 응용 단계 

로 이루어져있다.

 

  난 그중에서도 Topic Tell을 읽었다. 시험에 자주 나오는 여러가지 유형별로 예문을 만들어서 그걸 반복해서 듣고 읽는 훈련을 주로 한다. 한 UNIT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 예문에 나오는 단어를 테스트한 다음 에문을 보게 되어, 단어가 자연스럽게 머리에 오래 남게 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읽는 훈련을 들으면서 따라읽는 훈련을 30번 + 보지 않고 완벽한 섀도우 스피킹으로 말하는 훈련을 30번 하게 돼있어 총 60번을 읽게 되니 지문을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의 깊게 들으면서 영어 발음의 특징을 공부할 수 있게 구성한 점이나, UNIT 끝부분엔 단순 암기가 아닌 응용에 이어질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 또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매뉴얼북과 본책의 서문을 빼곤 거의 다 영어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보는 동안은 영어로만 사고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점이 좋았다. 단어도 영문풀이가 있어 좋았다.

 

  고1 겨울방학때  유명한 모 학원에서 토플 리스닝 반을 들은적이 있다. 그 반은 정말 인기가 많아서 다른 시간은 이미 정원이 다 차서 나는 아침 7시 수업을 들었다. 매일 5시에 일어나서 학원을 갔는데, 그 청해반에서 강조한 것이 "섀도우 스피킹" 이었다. 스피킹을 해봐야 영어를 어떻게 말하는지 알고, 엉어를 어떻게 말하는지 알아야 그게 제대로 들린다는 것이다. 그 겨울방학 동안 나는 그 말을 듣고 항상 길에서 섀도우 스피킹을 했다. 누가 보면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거리는게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나 영어 실력이 오른다는게 그게 무슨 대수랴. 아무튼 그 겨울방학 동안 수능 외국어영역 문제집은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는데, 그 다음 학기 영어듣기평가나 모의고사 듣기영역으 대부분 다 만점을 받았었다. (그 전학기는 결코 만점이 아니었음ㅠ) 너무 오래전이라 지금은 만점 받을 자신이 없다. 말하기에는 더욱 더 자신감이 없다. 하지만 이 책으로 내가 계속 열심히만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있다.

 

  영어로 말하고 싶지만 말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한국인에게 정말 딱 맞는 영어 말하기 훈련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렬사극시청자이신 우리 할머니 덕분에 여러 사극을 봐왔지만, '국사'를 워낙 싫어했던 나는 사극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2009년을 휩쓸었던 최고의 드라마 '선덕여왕'덕분에 사극에 푹 빠지게 되었다. 선덕여왕을 본 뒤 모르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선 인터넷 검색을 하고, 국사책을 뒤지면서까지 알고 넘어갔다. 선덕여왕이 끝난 뒤 월화, 당연히 나는 따지지 않고 역사극 '제중원'을 보게 되었다. 때는 조선 고종, '제중원'이라는 조선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 생기고, 조선 최초 서양의가 된 백정 출신의 '황정'이란 인물을 그리는 드라마다. 가장 치열하고 드라마틱했던 이 시기에 사람취급도 받지 못했던 백정이 지금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직업인 의사가 되는 스토리라니, 어제도 한시간 동안 집중하며 시청했지만 정말 재미있다. 이윤우의 역사팩션 '제중원 박서양'은 황정의 실제모델인 박서양의 이야기이다.

 

  책은 총 3부인데 '1부 의사가 된다는 것'에서는 백정의 아들이 한 사람 몫의 의사가 되기까지의 역경과 그 극복과정을 그린다. '2부 의사로 산다는 것'에서는 일본에서의 귀향후 제중원 의학당의 교사가 되어 겪는 일들을 그리고, '3부 조선인으로 산다는 것'에서는 일제에 맞서는 박서양의 삶을 그린다. 1부가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걸로 봐서, 박서양이 '백정'이라는 출신 성분을 극복하고 의사가 되기까지에 작가의 초점이 맞혀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제중원 원장 알렌, 고종 등 다양한 인물의 관점으로 서술해서 보다 입체적으로 서술하려 한 듯한 느낌도 받았다. 특히 고종의 관점으로 서술된 부분을 통해 시대적 배경 또한 잘 녹여내고 있었다.

 

  다만 책을 읽는 동안 흐름을 깨는 요소가 있어 꽤 신경이 쓰였는데, 그건 '너무나 긴' 문장이었다. 수식어가 너무 많이 붙어 글을 읽는데 무슨 내용인지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아 한 문장을 여러번 곱씹어 읽어야 했다. 책까지 펴낸 작가의 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점이었다. 그리고 드라마 제중원과 함께 보다 보니 이야기가 혼동되어 초반엔 집중이 힘들었다. 드라마 '제중원'과 비슷한 스토리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그 기대를 삼가하시길. 다만 같은 실존인물을 빌려왔을 뿐이지, 알렌등 등장인물의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고, 박서양과 알렌, 고종, 민영익 외에 다른 인물들은 겹치지도 않는다. 특히 주인공 황정과 박서양의 성격이 너무나 달라서 그 둘이 비교되어 초반 집중이 힘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먼저 알게 된 '제중원'의 황정과는 별개로, 박서양에게 빠지게 되었다. 황정은 자신의 신분과 소근개라는 이름마저 버리고 '황정'이라는 양반가의 신분을 훔쳐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 그에 반해 '박서양'은 백정이라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숨기지 않는다. 그 때문에 주위로부터 무시와 갖은 핍박을 당하고 서러운 나날을 보내지만 꿋꿋이 견뎌낸다. 그 점 때문에 '박서양'에게 더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서양의학과 알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마저도 극복해내는 점에선 너무나 대견했다.

 

  백정과 의사의 사주가 같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백정과 의사는 같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어디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그 직업과 인생이 갈린다는 것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그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치부하고 넘겼다. 하지만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신분제가 있었던 옛날에만 그랬는가 하면 그게 또 아니란 말이다. 지금은 신분제 대신 '돈'이 신분을 가르는 역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의사는 의대 또는 의전을 나와야만 하는데, 보통 서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신문에서 꼭 빠지지 않는 화두이기도 한 '사교육'때문에 돈 없으면 좋은 성적 받기도 힘든 세상이다. 이런 시대이기에, 모든 걸 극복해낸 실존 인물 '박서양'의 이야기가 더 큰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문닫기 전의 도서관을 좋아한다. 인기가 많은 도서를 빌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이날도 ’캐비닛’을 비롯해 김탁환의 ’노서아가비’,박범신의 ’고산자’,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 김형경의 ’꽃피는 고래’를 득템했다. 이 탐나는 책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손이 간 게 바로 이 ’캐비닛’이다. 에전에 캐비닛 리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기발하고 유쾌한 소설이라는 점만 머리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랬다. 유쾌한 소설이 읽고 싶었다. 요즘들어 왠지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신문은 읽어도 책은 읽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재밌고 부담없이 책장을 술술 넘길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골랐다. ’캐비닛’을 통해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문학동네소설상이라는게 꽤나 깐깐했다. 올해까지 총 15회 중, 수상작을 뽑은 건 겨우 9회에 지나지 않았다. 즉, ’상을 줄만한’ 작품이 없으면 아예 수상작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이 혹독한 절대평가!! 하지만 캐비닛은 이 입맛 까다로운 문학동네소설상에서, 심사위원 대부분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수상작이라하니,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난 다 읽고 충분히 감탄을 금치 못한 뒤에 알게 되었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험난한 취직경쟁을 뚫고 공기업에 취직한지 얼마 안된 회사원이다. 그런데 이 회사라는게, 하는 일이 너무 없어 미칠지경인 곳이다. 과장은 자신의 취미인 범선 모형 조립을 권하는 판국이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회사의 어느 곳에서, 13호 캐비닛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도 열어보지 않을 것 같은 캐비닛에 자물쇠까지 달려있다. 주인공은 1~9999까지 모든 숫자를 넣다가 몇일만에 자물쇠를 여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이 캐비닛안의 자료들이 심상치가 않다. ’심토머(symptomer)’라는 사람들의 상담내용이 주 된 내용이다. 여기서 ’심토머’라 함은, ’징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도 부르는, 현재의 인간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인간사이, 즉 종의 중간지에 있는 사람들이다.(p.30) 심토머들 중에는 손끝에서 은행나무가 자라고 혀안에 도마뱀이 크는 키메라, 갑자기 긴 수면상태에 빠지는 토포러, 기억을 변형시키는 메모리모자이커, 고양이가 되고싶어 마법사를 찾아가는 사람, 여자와 남성의 성기를 모두 가진 네오헤르마프로디토스 등이있는데, 이들 부분은 마치 판타지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치 어린시절 처음으로 ’해리포터’를 읽으며 두근거렸을 때와 같은 두근거림을 맛보았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지만, 어딘가에 있을듯한, 묘사가 너무나 그럴듯하고 뻔뻔해서 정말 사실이라고 믿게만드는 그런 힘이 있었다. 이게 작가 김언수의 탁월한 능력인 것 같다. 이를 두고 어느 리뷰어는 반발짝도 그렇다고 열발짝도 아닌 딱 ’한발짝’ 더 나아간 상상력으로 허무맹랑하지도, 그렇다고 사실같지도 않은 ’정말 어딘가 있는거 아냐?’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라 칭했다. (이 리뷰어의 참신한 표현도 정말 놀랍지만)작가 김언수의 그런 탁월한 능력에 소설이 살았다. 어디서 이런 괴물같은 작가가 숨어있었나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이런 매력적인 심토머들이 다가 아니다. 또 하나의 매력은, 이 심토머들을 통해 현대세상을 풍자하는 것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심토머들은 다양하면서도 유별나고 희귀하다. 양성의 성기를 가지고, 몇년동안 잠을 자고, 시간을 뛰어넘고, 손끝에 은행나무를 키우는 이들은 나와는 분명히 다른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으면 그들에게 공감하고, 동질성을 느끼게 된다. 그나 나나 모두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돌연변이’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분명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심토머’들에게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심토머란 현재의 인간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인간사이, 즉 종의 중간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캐비닛’에선 종은 종의 안정성이 지속되어 진화할 필요가 없는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다가, 바뀐 환경을 견딜 수 없을 때가 되면 갑자기 변화한다(p.30)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토머들이 생겨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환경이 ’견딜 수 없는’환경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혹시 그런 문제입니까? 사람들 속에서 외롭다거나, 혹은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외롭다고 느끼는 편이에요."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고요?"
  "아뇨, 저는 사실 그 반대 입장입니다."
  "반대 입장이라뇨?"
  "우리는 사실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별 도리가 없는 겁니다. 그건 이런 말이죠. 
   당신 외로운 것 알아. 당신도 나만큼은 외롭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우리는 외로워 지는 거죠. 결국 같은 말이지만."                 -p.286


   이 대화를 보면서, 정확하고도 날카로운 김언수의 통찰력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 만큼 내가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가끔씩 외로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항상 외로움을 느끼다가 어쩌다 한번씩 그 외로움을 잊는다.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김언수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사실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지만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게 더 무섭고 외롭지 않은가? 사람들이 날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서 나오는 외로움은, 희망이 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면 외롭지 않으리란 희망. 그래서 날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게되고 이해시키려고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고, 그렇지만 별 수가 없어서 외로운 거라면 별 도리가 없다. 그냥 그렇게 외로울 수 밖에. 문명은 점점 선진화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점점 불행해지는 이상한 세상. 행복한게 최고라고 하면서도 정작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방향을 추구하는 이 미국도 일본도 프랑스도 아닌 ’베네수엘라’라고 한다.. 선진국도 경제대국도 아닌 베네수엘라. 미국, 뉴질랜드 등으로의 이민은 꿈꾸면서 베네수엘라로의 이민을 꿈꾸는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대체 왜? 이곳이 가장 행복하다는데도 대체 왜?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고향도 떠나 타국으로 이민가는거 아닌가?
 
  나는 분명 유쾌한 책을 읽고 싶어서 이 ’캐비닛’을 골랐다. 흥미진진한 내용 덕분에 분명 거침없고 유쾌하게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 책은 그냥저냥 ’유쾌하기만’한 책이 결코 아니다. 수많은 물음만 남겨놓고 이 책은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주인공은 결국 세상과 단절된 어느 섬의 안전가옥에 들어가는 걸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런 해결책은 없다. 결국 문제만 던져주고 끊임없이 답을 구하게 하는 책. 그것도 몇시간째 궁리해봐도 결론은 커녕 그 실마리도 잡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가를 미워할수도 없다. 그러기엔 작가 김언수는 너무나 뻔뻔하고 매력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요즘 일본문학은 역한류라고 기사화될 정도로 우리 출판계에서 그 위상이 드높다.(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보면 아직 불이 꺼지려면 한참 먼 것 같다.)  사실 나도 이번해에는 작가 신경숙 덕분에 국내문학도 많이 읽었지만 작년엔 일본문학을 주로 읽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 우리문학도 언제까지나 일본문학의 인기에 밀리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선배들이 굳건히 한 뿌리와 줄기덕분에 신선한 열매와도 같은 ’캐비닛’이 태어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앞으로 ’캐비닛’과 같은 참신한 소설들을 국내작가를 통해 많이 만나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기출문제집 - 대한민국 이십대는 답하라 인생기출문제집 1
안철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안철수, 우석훈, 에드워드권, 강도하, 최범석 등등. 요즘 가장 핫한 인물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었다. 이들은 모두 자기분야에서 최고가 된 프로들이었다. 22살. 다른 친구들보다 많이 뒤쳐져서인지, 언젠가부터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열정과 의지가 사라진 난 이들의 조언이 절실했다. 사실 나에게 다시 열정을 불러일으킬만한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왠일인지 무기력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밑천인데'라는 노래가사를 흥얼거리다보면 '젊음이 정말 한밑천이기는 한 걸까, 이렇게 사는 한 내게 젊은 건 밑천 따위가 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들을 안고 살아가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기대가 컸다. 그래서 약간 아쉬운 점을 먼저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질문을 하는 구성이라 내용이 얕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권의 책에 많은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에 깊이가 부족했다. 한 이야기에 몰두하고 이제 막 감동을 얻으려는 차에 끝나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런 식이었다. 그에 반해 여백이 책에 여백이 너무 많아서(2~3장중에 1장은 여백인 정도로) 한 이야기의 내용과 깊이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하지만 저 점을 제외하고는 나에게 깨달음을 준 고마운 책이다. 특히 '변호사 송호창의 인생 기출문제01'은 열가지 리스트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는데, 가장 행복한 순간 열가지를 다이어리에 적어나가다 보니 5가지를 꼽기도 힘들었다. 그 이유는, 분명 내 인생에서 행복한 열가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는 자기연민에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이외수는 어느 책에서 '스스로 자기를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앞으로도 더욱 불행해질 소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분명 이 자기연민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그 계기를 이 책을 통해 얻은 것 같다.(아직 완전히 자기연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작가 황경신은 이야기는, 역시 작가라서 그런지 다른 이들의 글과 다르게 문학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서 특히 좋았다.

  아쉬움도 남지만 그래도 이 책 한권을 통해 내 인생을 돌이켜 보게 되고, 최고들에게 그들의 열정을 배우고,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돼서 좋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의정원 2010-08-1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북하우스 출판사 박정우 입니다.
님께서 쓰신 인생기출문제집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 인생기출문제집2권이 새로 출간되어서
홍보도 할겸 이벤트 소식도 전할겸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지금 우리 까페에서 인생기출문제집2권과 mp3플레이어를 드리는 이벤트 진행중입니다.
한번 들르셔서 이벤트 참여도 하시고 책 이야기, 사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무덥습니다. 감기도 더워도 조심하셔요~
아참 저희 까페 주소는요
http://cafe.naver.com/myfirstbook 입니다.
 
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사귄 반 친구인데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서 그런지 지금도 자주 만난다. 올해 그 친구의 생일에, 그 친구가 서점에서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를 읽고 싶다고 하던 말이 생각나서 그 책을 선물해 주었다. 마침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때 그 작품을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가 상영되어 그 친구와 보러가려고 했으나 안타깝게 예매에 실패하기도 했다. 며칠 뒤, 책을 다 읽었는지 친구는 아주 아주 재밌다면서 요시다 슈이치에 대한 찬양론을 살짝 읊기도 했다. 또 그때 마침 요시다 슈이치의 신간 '요노스케 이야기'가 서평 이벤트에 자주 올라서 신청하기도 했다.(떨어졌지만…) 그리고 한 달 뒤 내 생일에 그 친구에게서 선물을 받았는데 바로 이 책, 요시다 슈이치가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한 '악인'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한 동안 계속 요시다 슈이치와 얽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사실 시바 료타로, 히가시노 게이고 외의 일본 작가는 접해 본 적이 별로 없던 터라 요시다 슈이치는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일본 작가로 손꼽히지만 접해본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악인'이 내가 처음으로 접하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었다.

 

  뒤표지를 보고 대강의 줄거리를 예상하고 글을 읽어나갔다. 시종일관 흥미진진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 책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흐름이 비교적 평이하다. 사람이 죽어서 범인을 찾고, 범행동기와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평이하다는 느낌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을 때처럼 빨리 뒷내용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단숨에 읽어지지도 않았다.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나빴다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좀 더 내용에 집중하고 싶게 했다. 왜냐하면 이 책의 평이함은 사건에 얽힌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하는데서 왔기 때문이다. 만남 사이트를 통해 남자를 만나서 가볍게 관계를 맺고 돈을 받으면서 그 사실을 만만한 친구에게 자랑까지 하다 결국 짧은 인생을 끝낸 요시노, 어릴 적 상처를 외면한 채 살아오다 어느 날 사람을 죽이고 난 뒤에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누고 경찰에 붙잡힌 유이치, 그리고 무료한 생활을 되풀이하다가 경험한 일탈에서 사랑을 느끼지만, 그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고선 같이 도망가기를 결심한 미쓰요, 이 세 명의 주요 인물들뿐만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딸을 잃은 슬픔도 모자라 딸에 대한 비난을 감당해야하는 이시바시 부부. 사건 당일 요시노를 고개에 내버려두어 살인용의자로 몰려 도망치기도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뒤 무용담이라도 들려주는 듯 그 사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마쓰오. 우연히 만난 요시노의 아버지에게서 삶의 향기를 느끼고 그를 친구 마쓰오에게 데려다 주는 쓰루다 등등 다 나열할 수도 없이 많은 인물들의 사건 뒤 겪는 심적, 환경적 변화들이 묘사돼 있다. 다른 소설에선 그냥 넘어갈 듯한 주변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상세히 되어있어 전체적인 사건에 대한 이해가 한 층 깊어지고 그에 따라 공감도 커지는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뒤 곱씹는 동안 가장 많이 생각 한 건 '악인惡人이 존재하는 가'이다. 악인을 풀어보면 말 그대로 '나쁜 놈'이다. 나쁜 놈이라는 말은 자주 쓰는 탓인지 악함이 덜하게 느껴지지만 '악인'하면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난 연쇄살인범 김영철이 떠오른다.) 매스컴에서는 유이치와 같은 살인자를 아주 쉽게 '악인'으로 낙인찍는다. 하지만 악인이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유이치는 살인자이기도 하지만 미쓰요와 유이치의 할머니에겐 둘도 없이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이 사실을 넓혀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들도 누군가에겐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시노는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요시노는 사건의 피해자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파헤쳐진 그녀의 진짜 모습은 만남 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돈을 받아온 결코 '도덕적'이거나 '모범적'일 수 없는 여자다. 이 사실이 밝혀져 그녀의 부모는 전 국민에게 비난을 받고, 심지어 전화와 우편을 통해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어 수모를 당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요시노는 엄연히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었다. 죽기 전 요시노가 유이치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유이치를 악인으로 만든 피해자인 요시노가 더 악인같게 느껴지게 했다. 유이치는 요시노를 살해함으로써 악인이 되었지만, 난 왠지 요시노가 유이치보다 더 악인으로 느껴졌다.

 

  글을 쓰던 중 얼마 전 본  '집행자'라는 영화의 한 인물이 생각났다. 한 가족을 죽인 살인강도죄로 사형수를 의미하는 빨간 명찰을 달고나오는 '성환'이라는 이름의 죄수다. 그는 교도소에서 김 교위(박인환)와 매일 장기를 두며 30년 동안 우정을 쌓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하게 부녀자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장용두가 잡혀서 사형수로서 교도소에 복역하게 된다. 매스컴과 여론은 그의 사형집행을 서두르라고 한다.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장용두와 함께 성환에게도 사형 집행명령이 떨어진다. 워낙 오랜 기간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터라 그 교도소에 김 교위말고는 사형집행을 해본 교도관이 없었다. 그래서 김 교위가 사형집행 명령을 받게되고, 30년 지기 친구를 죽이게 된 김 교위는 괴로워한다. 같이 집행을 맡은 교도관 배종호(조재현)는 괴로워하는 김 교위에게 '사람을 세 명이나 죽인 살인범이라고요'라고 말하지만, 그에 반박하듯 김 교위는 '그 놈, 여기서 산지가 30년이 넘었어... 지금 그 놈 손에 칼 쥐워줘봤자 개미새끼 한 마리 못 죽일 놈이라구우.....'라고 울음 섞인 절규를 토해낸다. (대사 내용은 내 기억을 더듬어서 쓴 거라 정확하지 않다.) 영화의 후반부, 극장 안을 훌쩍훌쩍 거리는 소리로 채우면서 결국 성환은 김 교위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실수였는지 사고였는지 계획된 범죄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는 죄를 저지르고 사형을 선고받은 '악인'이었다. 적어도 피해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악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건 30년 후의 그는 너무나도 선량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유이치 또한 매스컴을 통해 알게된 보통 사람들, 그리고 요시노의 친구와 가족들에게 '악인'일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누군가에게는 '악인'인 이들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악인惡人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악의'를 품을 수는 있더라도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선인善人'또한 없는 것이다. 물론 악의를 품더라도 그것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평소에 마음을 가다듬고 훈련시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서 악의보다는 선의를 더 많이 마음속에 품고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그저 사람일뿐이다. 사람은 악인 혹은 선인으로 구분 할 수 없는 그냥 '사람'일 뿐이다. 그 안에 '악의惡意'를 품을 수도, '선의善意'를 품을 수도 있는 그저 사람일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책들에 비해 읽고 난 뒤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끝내 작가의 집필의도를 짐작 할 수가 없다.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던 것일까? 서문이나 작가노트 같은 것을 남겨주었다면 조금이나마 짐작이 가능했을 지도 모르는데 그런 것마저 없으니 답답하다. 옮긴이는 <옮긴이의 말>에서, '그들은 사람이란 얼마나 약하고, 악하고, 외롭고, 강하고 그리고 우아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며, 우리는 그들에게서 고귀함과 나약함이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엿본다. 《악인》은 이렇듯 하찮은 것, 천박한 것, 그래서 차마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인간의 감춰진 모습들을 품위와 우아함으로 녹여내며 독자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베어들게 한다. 그동안 작가에게 감지되던 강력한 힘이 유감 없이 발휘된 걸작이라 할 수 있다'며 이 책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이렇게 문제를 던져놓고, 아무런 힌트조차 없이 입을 닫고 있는 작가에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개운하지가 않다. 중간에 답지를 들춰보고 싶은 걸 참고 수학문제를 열심히 풀어서 답을 구했는데, 답지가 없어 답을 맞춰보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 답을 찾아냈기에, 그의 답이 없어도 상관은 없다. 독자들이 모두 자신의 답을 정답으로 삼길 바래서 입을 열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생각 없이 사는 듯 한 내 일상에 문제를 던져준 작가에게 고맙다. 

 

 

 

 

 그런데 도망만 치던 하루하루가‥‥‥,

등대 오두막에 숨어 떨던 하루하루가‥‥‥,

눈이 내려 두 사람이 얼어붙었던 하루하루가 아직도 그리워요.

정말이지 바보처럼 아직도 그 생각만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요.

분명 저 혼자만, 혼자서만 들떠 있었던 거겠죠?

요시노 씨를 죽인 사람인데요, 나를 죽이려 했던 사람인데요.

세상에서 하는 말이 맞는 거죠? 그 사람은 악인이었던 거죠?

그런 악인을 저 혼자 들떠서 좋아했던 것 뿐이죠. 네? 그런 거죠?

-474~47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