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완결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알 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 였다.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 지는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의 독특한 내용이 인상적이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운까지 더해 이 책의 시리즈 중 완결편을 읽었다. 일단, 책이 너무 귀엽고 앙증맞은 크기라 놀랐고, 표지가 색색이 알록달록 너무 예뻐서 놀랐다. 표지 뿐만 아니라 책 안의 디자인도 그래서 그런 재미도 쏠쏠했다.
 

  이번 완결편에서는 앞의 세 권과는 달릴 '미래'에 중점이 맞추어져 있다. 앞으로 지구상에서 인구 구성, 에너지, 환경, 식량 등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조금 막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해결책도 함께 제시해 준다. 특히 '빈곤의 종말'의 저자이기도 한 제프리 삭스는 선진국 사람들의 수입 중에서 대략 0.7%만으로도 빈곤을 근절하는데 충당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즉 선진국 시민이 깨닫기만 해도 세계가 바뀐다는 말이다.

 

  전에 한비야씨의 저서에서 매달 2-3만원씩만 기부해도 세상을 바꾸고 굶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선, '나도 나중에 어른이 되어 취직하면 매달 2-3만원씩 기부할테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릴 때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모른다. 왜 '나중에'일까.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데. 나중이 되면 분명 지원받지 못한 여러 사람들이 이미 굶어죽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느껴도 실천으로 옮기기는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기부'라는 것이 크든 작든 지금 당장으로선 내 손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션과 정혜영 부부의 '오늘 더 사랑해'에서 그들은 기부를 생활화 하고 있었다. 특히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며 그런 좋은 일을 한다는게 새로우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결혼기념일에 여행대신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게 효율적이면서도 착하고 아름답달까...

 

  세게를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게 신선했다. 모두 10명의 체인지메이커들이 나온다. 나는 특히 말라리아와 오염물로 죽는 사람을 감소시키는 제품을 개발해서 비즈니스로서도 성공한 미켈, 세계의 외교형태에 분노를 느끼고 영국 외교관을 관두고 작은 나라와 소수민족을 위한 외교 어드바이스를 시작한 칸 로스, 잘나가던 은행 직원에서 이주노동자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송금서비스 사업가로 변신한 도치사코 아쓰마사, 엘리트 대졸자가 2년간 가난한 동네의 공립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체제를 만든 웬디, 사정이 딱한 아이를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는 어른에게 소개하고 인연을 맺어준 카트린느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겼을까. 모두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서, 그 분량이 아쉬울 정도 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 책이 나왔으면 싶다.

 

  이번 완결편을 읽고 시리즈 중 앞 권인 1,2,3권도 모두 찾아 읽어보았다. 솔직히 이번 완결편보다는 2,3권이 더 마음에 들었다. 2권은 -'세게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뒷이야기 - 라고 해서 세계인구, 성별, 나이, 사랑, 인종과 지역등 분류별로 더 자세히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이해인수녀님, 한비야, 서홍관, 더글러스 루미즈등의 글도 참 좋았다. 3권은 음식이 주제인데 생존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주제라서 그런지 더 많이 와닿았다

 

  이 책을 두고 '아, 난 이 사람들보다 더 가졌으니 이 사람들 보다 더 행복하구나'하는 생각을 유도하는 책이라고 하는 비판도 있다지만 그건 해석의 차이인 듯하다. 이 책은 가진 것보다 못가진 것에 집착하며 행복을 놓치는 현대인들에게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그리고 나보다 못가진 사람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지게 해서 자연스럽게 그 해결책을 생각하게 만드는 '착한' 책이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게 좀 아쉽기도 했다. 반일감정이라던가 그런게 아니라, 항상 생각해 온 것이지만 일본은 이런 전인류적인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많고 국민들의 인식도 상당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민적인 관심도와 인식도가 현저히 낮은 것 같아서, 이렇게 좋은 책의 저자가 '역시나' 일본인이었다는 것이 약간 아쉽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작가의 이런 착한 책이 출판되어 이슈가 되며 널리 읽혀서 체인지메이커들이 급증한다는 뉴스를 보게 되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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