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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며칠전부터 계속 위시리스트에에 콕 박혀서 나올 줄 모르던 요녀석을
카페에서 이벤트 한다길래 앞뒤 볼 것 없이 신청했더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당첨이 되었다.
그래서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이제서야 왔다.
요 녀석 때문에 목이 10cm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오자마자 너무 기뻐서 책을 어루어만지며 바로 책상 위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입부가 잘 안읽힌다는 다른 분들의 말을 보고 '어? 난 괜찮은데?' 이랬었는데,
역시나 5,60페이지까지는 진도가 안나가는건 사실이었다.
그저 정신병원의 체험기를 적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중간중간 이 책을 왜 이렇게 보고싶어 했나 라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를 지나고 나면 흥미진지해지는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정신병원에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친자 두가지로 분류가 된다.
어머니가 자살한 이유 계속 내면의 자아가 수명에게 말을 시키게 되고,
말더듬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수명이 말을 느리게 해도 다 들어주던
내면의 자아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수명은 노력을 계속 하지만,
나중엔 그것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정신병원엘 들어오게 된다.
한편, 아무런 장애가 없는 승민에게 정신병원은 한없이 미치게 만드는 존재였다.
승민은 책에서 ''시간이 없어. 그래서 미치겠어."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곧 그 이유가 드러나면서부터 이야기는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작가는 이따금 우리에게 블랙유머를 선사하기도 하고,
속도감있는 문체들로 하여금 우리를 그쪽 세상으로 끌어들인다.
난 분명 정신병원이란 곳엔 한번도 가본적이 없고
영화가 아닌 책을 읽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곳의 상황들이 필름으로 얽혀져 스쳐 지나간다.
또한, 수명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며 쓴 이 책을 나도 역시 수명의 입장에서 읽었다.
수명은 거부나 반항이 내면에서 일어도 밖으로 표출하지않고
그저 순종적으로 현실을 도피하려는 모습이
나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 수명이 승민에게 시계를 돌려주자 승민은 말한다.
'네 시간은 네거야'
그렇지. 내 시간은 내거지. 그렇다면 난 지금 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난 지금 그저 다른 사람들과 세상의 흐름을 쫓아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책의 끝자락에도 승민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오지않는다.
나는 희망한다.
승민은 그가 가고 싶어한 '별들의 바다'에 갔을거라고.
자아의 성찰과 자유에 고뇌하는 현대인들에게 딱이면서 아낌없는 질타를 주는 책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