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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 - 불안한 미래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직장인들을 응원하는 책
양은우 지음 / 영인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언젠가부터 욜로족이 증가하고 있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이다. 욜로족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가치관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그것은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이니만큼 존중해주어야 하니까. 실제로 내 주변에도 월세와 생활비만 딱 벌어서 사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더 이상 일에 쓸데없이 저당잡히지 않는다는 삶에 대해 스스로 매우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2년 전, “엄마 나 이거 하고 싶어요. 저것도 하고 싶어요. 갖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윗집 언니는 정말 무덤덤하게 “사람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어.”라고 말을 했다. 그것이 그때 고작 네 살짜리 아이한테 한 말이어서 놀라웠지만, 나 역시도 그 논리에 공감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람이 일을 통해서 만족하고 혹은 인생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제적 어려움에서 해방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없다면 그 일 또한 고통스러운 생존의 수단이 될 뿐이다. 비록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경제적으로 기본적인 요구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그 일로부터 만족을 느낄 수 있을까? (P.66)
어릴 적, 내가 아주 잠시 만났던, 기억 속의 그 사람을 꺼내어본다. 그 사람에 대해 누군가한테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었고, 할 이야기가 많지도 않았으며, 그 정도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이야기를 이렇게 꺼내게 되다니. 당시 그 사람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좀 적거나 내 나이 정도 되었겠지. 나와 아홉 살이 차이가 났으니까. 아닌가, 일곱 살 차이가 났던가. 그 사람과 연애를 하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지만, 약간의 스킨십이 있었으니 연애를 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데, 내가 그 사람과의 만남을 지속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단호했다. 그 사람이 (그것을 욜로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지금의 욜로족과 ‘비슷한’ 사람이었다. 서른 가까이 되는 그 사람의 직업은 사진 기사였다. 실제로 내 앞에서 카메라를 가져온 적이 없어 사진을 잘 찍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결혼식장이나 돌잔치에 카메라를 들고 가서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본인이 찍은 사진을 보여준 적도 있었는데, 그게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에는 만날 수가 없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말을 아끼고 싶어했다. 말을 하지 않았으니 나도 구태여 묻지 않았는데 이따금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은 일에 대해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 사람은 그때 벌어 그때만을 사는 사람이었다. 낭비하거나 사치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일이 없으면 돈에 쩔쩔 매었다.
나는 조금 많이 두려웠다. 나는 당시에 나의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전 휴학을 했지만 언젠가는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그 사람처럼 될까 봐. 내 용돈으로도 충분히 카페 데이트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데이트 장소는 인근 놀이터였던 것도 기억이 난다. 나는 그런 것들이 초라했다. 고등학교 때나 하던 그런 것들이 즐거울 수는 없었다. 나는 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에 대해 생각도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에, 오로지 그 순간만을 이야기했다. 나는 당시에 너무나도 어린 생각을 지녔기에 누군가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적어도 그 사람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도 확실했다.
그리고 나서 몇 번의 연애 이후에 지금의 그이를 만났다. 일에 대한 프라이드도 있었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으며, 일에 대한 욕심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그이는 말했다. “취미는 취미로만 해야지, 생계의 수단이 되면 안 돼. 더 이상 취미가 될 수 없어.”라고. 나는 당시 그가 내뱉는 말들에 홀랑 빠진 것 같다. 그것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지금의 직업을 가지기 이전에 스물한두 살에 단순히 축구 유니폼이 좋아서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준 것들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급을 받으면 축구 유니폼을 다시 구입했다고 했다. 그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여전히 축구 유니폼을 수집하는 것도 좋아하고, 컴퓨터 조립도 잘 하고, 컴퓨터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청탁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서 집에 남의 컴퓨터를 들고 오거나 그로 인한 야근을 하는 경우는 그의 몫) 그는 그런 일들로 돈을 벌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한다. 취미는 취미로만 남기고 싶다고.
결혼 후 나는 그의 일 욕심에 힘들 때도 많았고, 지금도 그럴 때가 참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일하는 모습의 그이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 나는 무척, 몹시, 매우, 대단히 존경한다는 것이다. 그이는 본인에게 주어진 어떤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하고, 잘 하고 싶어 하며, 최고가 되고 싶어 한다. 실제로 그는 항상 최고의 반열에 들어서고, 사람들은 그이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을 한다. 말뿐이라면 내가 믿을 수가 없겠지만, 그가 받아오는 보너스의 퍼센티지는 A등급도 아닌 S등급으로 늘 남들보다 월등하게 앞섰고, 그가 받아오는 표창장, 상금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이를 아는 사람들 틈에 함께 있으면 그이를 칭찬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그이의 아내인 게 퍽 자랑스럽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일에 대해서만큼은 나는 다른 누군가도 아닌 그이를 닮아가고 싶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그이를 칭찬을 하고 추켜세워주지만 굳이 말을 하지는 않는다. 이미 잘 하는 일들이 아닌 잘 하고 싶어 하는 일들에 대해 부담을 가지게 될까봐 그렇다. 나는 내가 그런 그이에게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배움에 있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내가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럼 해야지!”라고 묻고, 그 뒤에야 “어떤 걸 배우고 싶은데?”라고 묻는다. 나는 그의 그런 대답 방식조차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콩깍지가 단단하다. 벗겨지긴 하나. 일에 대해서는 벗겨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기계발
1. 현재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일을 본질적으로 더 잘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
2. 현재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일을 해 나가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기회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
3. 현재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일 이외에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
4. 본업과 무관하고 자신이 꼭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지만 미래의 어느 순간엔가 현재의 본업을 대신하여 경제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
5. 기타 현재 본업과 관련 없지만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거나 막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공부를 하는 것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나를 위해 투자하는 모든 것을 자기계발이라고 하는 생각하는 편인데,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자기계발에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종이에 끄적여봤다. 크게는 건설안전기사 자격증, 한국사 강의 듣기, 한국어 교원 자격증과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이 있었다. 건설안전기사는 1번에 속하고, 한국사 강의는 3번에 속한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과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은 3번에 속했었지만, 2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어쩌면 4번에 속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현재 본업을 언제까지 이어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과 더불어 불안함도 존재함을 느끼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조금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한국어 교원 자격증 2급과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은 올해 취득한 상태인데, 나는 올해 상반기에 이직할 회사를 고르는데, 여전히 본업을 중심에 두고 찾고 있다. 책에서처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배운 게 이거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 저자는 여기에서 1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는 순간부터 자유를 담보 잡히고 대신 소득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그 삶이 주는 편안함에 취해 버려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게을러진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사회적 지위의 상실 위험은 증폭되고 있다. 현대의 삶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수단인 ‘돈’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가로막힘으로써 사회의 하류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P.61)
조금 우스운 사실이 있다. 책 제목만 보더라도, <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인데, 저자는 회사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재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강연이나 강의를 꿈꾸며 지냈지만 이제 나는 ‘과연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막연히 이 일이 좋아 보였던 건 아닌지 반성하고 있다. (P.75)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고 타인에게 말했지만 실제로 본인의 꿈꾸던 삶이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얼마나 허황된 것들이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회사를 무작정 떠날 생각 말고, 그곳에서 본인의 본업을 통해 자기전문화를 꾀하라고 말한다. “삶의 자유도와 행복은 자신이 하는 일의 전문성과 비례한다”는 말에 대해 나는 깊이 공감한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그 전문성으로 인해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버려진 개인은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이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국가와 사회에 압력을 가하면서도 그 압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우리는 스스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사회는 개개인들을 위해 쉽게 변하지 않으려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이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퇴보하고 뒤처지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는 경쟁이라는 말을 굳이 쓰고 싶지 않지만, 평생직장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해져서 만연해있는 게 사실이니까.
시간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투자하여 차별화된 역량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자산을 이용하여 보이지 않는 자산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자기계발
저자는 계속해서 역설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기전문화’가 필요하다고. 그래야만 우산 속에서 당당히 걸어 나올 수가 있을 것이라고.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했던 이유는 단순하게 나도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말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한 것은, 이 책과는 좀 다르다. 이직을 최소화하고 몇 년이 되었든 그곳에서 좀 깊이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까닭이었다. 기존에 나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 조금 더 색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하고 싶은 일은 페이가 맞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로 이직을 감행했다. 그 결과, 부끄럽지만 7년이라는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것에도 전문화를 갖추지 못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물론 지금도 알아보는 일들 중 원하는 일에 대해서는 페이가 맞지 않는 일이 참 많다. 특히 내가 가려는 곳이 그렇다. 오히려 그보다 쉬워 보이는 일들의 페이가 좀 더 센 것도 많아서 좌절하기를 몇 차례. 2012년의 힘겨움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돌아갈 곳은 그곳뿐인 것 같으니까 나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서 내 전문화를 좀 더 꾀하고 싶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되니까, 내 미래를 위해서라도. ‘좋아하는 일을 찾지 말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말을 되새기면서, 나의 역량을 좀 더 키워가야지. 개인적으로는 이직을 앞둔 상태이고 근래에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이 책은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