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인생이 행복하다
무무 지음, 강은영 옮김 / 미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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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 온다고 한다. 나는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가.에 대한 대답은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단연 NO였다. 우선적으로 나는 스스로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에 속하고, 현재에 대해서도 만족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때때로 느끼는 행복들은 과연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지는 않지만,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는 약간의 혹은 상당한 정성을 들인다. 행복이라는 말이 내게는 너무 거창한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에, 개인적으로는 행복이라는 표현보다는 즐겁다는 표현을 더 말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잠시 회상하자면 대전역에서 그가 나에게 도망치듯 첫 키스를 하고 도망(?) 갔을 때, 그가 나에게 프로포즈를 했을 때, 그와 결혼식을 할 때, 그와 함께 여행을 갔던 곳곳에서 등등_ 그런 것들은 즐겁다는 표현보다는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대부분 그런 큰 순간들에 대해서만 행복을 말하다 보니, 사소한 것들에 행복을 말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생겨버린 것 같다. 그래서 일상에 잠재되어 있는 행복들을, 행복이라고 명하지 않고 그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즐거움,으로 뭉뚱그려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함께 하는 저녁식사에서 “행복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엄청난 진수성찬도 아니었고,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상일 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나도 깜짝 놀라서 “행복하다고?”하고 되물으며 웃었던 적 있었다. 소소한 것에 행복을 말할 줄 아는 남편 덕분에 행복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가끔은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나, 새삼 놀랄 정도로 나는 눈물이 참 많다. 책을 읽다가 시선이 고정된다.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잊을 건 잊자. 눈물이 많으면 인생이 쓰다. 어찌 되었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 ​맞아. 눈물이 많으면 인생이 쓰지. 눈물은 결코 달콤하지 않으니까. 대부분의 내 눈물은 남편에게서 기인하는데, 그건 내가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책은 나를 꼬집는다. 알아, 안다고. 왜 그래 나한테_ 나한테 너무 윽박지르지 말란 말이야. 




 

고독이 찾아왔을 때 기쁜 마음으로 그 시간을 즐겨라. 고독은 자아를 회복하고 살찌울 좋은 기회다. 외롭다고 투정을 부리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대신 그 안에서 나를 더 충실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보라. 고독은 결코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진짜 두려운 것은 고독 속을 파고드는 외로움이다.

나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가다가 이 문장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 책을 덮었다. 부산 여행을 할 때에 이 책과 동행하고자 함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다른 책이 아닌 이 책을 가져가기를 참 잘 했다고 생각을 한다. 이 책 덕분에 내 여행이, 내 생각이, 내 머리가 맑아지고 부드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만들어내는 감정에 쉽게 잠식당하는 나였기에 책을 읽을 때뿐이었다는 건 아쉽지만, 표시해둔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정화됨을 느끼기에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지 못하고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겨보고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 사람이 처음부터 변할 사람이었을 뿐이지 시간 때문은 아니다. 믿음을 가지고 서로의 오해와 갈등을 적절히 푼다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끼리 기다리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기다림은 필연적으로 그리움과 고통, 초조함을 동반한다. 외로움에 몸부림쳐봐도 그를 만날 수 없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소소한 일상을 함께할 수 없다. 그래서 기다림은 실망과 허무함이 남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사랑을 포기하지는 마라. 둘이 함께한 추억을 회상하고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상기하다 보면 기다림이 가치 있는 일임을 깨달을 것이다. 두 사람의 미래가 행복할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러니 관심을 덜 준다고 투정하거나 원망할 것도 없다. (……)

하지만 이왕 기다리기로 했다면 그를 믿어라. 그렇지 않다면 기다림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는 카페에 앉아 주책없이 울었다. 눈물이 쉽게 멈추지를 않았다. 2018년 1월, 남편과 나는 강제로 주말부부가 되었다. 주말부부라고 하기엔 교대 근무이기에 주말이라고 무조건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같이 일상을 공유하며 살 수 없는 주말부부로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미 주말부부는 2014년 11월에 한차례 겪은 바 있기에, 괜찮을 줄 알았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이번은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이었다. 주말부부를 시작한 지 이제 2주에 접어들고 있다. 그 시간동안 내 감정이 시시각각 침전하는 것을 나는 목격하게 됐다. 나는 나의 변화를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니까. 함께 있을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남편의 행동들에 대해서 떨어져 있는 거리,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을 의심했다. 나는 사람 좋은 척 짐짓 웃어 보이며 농담을 하면서도 매몰차게 대했고, 결국은 폭발하여 날것의 감정을 맹렬하게 드러내 보이며 사랑의 형체를 확인하려 들었다. 그가 비로소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그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 그의 생활은 힘들었고, 그 생활에 적응하고 본인의 앞가림을 해나가느라 시야가 좁아지며 전보다 나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가 덩달아 힘들까 봐, 그리고 본인의 자존심 때문에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고, 그 시간 동안 나의 불안은 증폭되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나 역시 내 감정을 앞세워 그의 변화되었을 생활들을 미루어 짐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반드시 사과를 하는 쪽이 틀렸고 사과를 받는 쪽이 옳은 것은 아니다. 잘못은 없지만 상대와의 관계가 더 소중하기 때문에 먼저 사과할 때도 있다. 나는 그를 가엾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의 안정된 쉼터가 내가 아닌 것이, 나는 많이 슬퍼졌다. (물론 그는 이 말에 반박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싸울 때를 제외하고는 나는 니 편이야.”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계속해서 지나는 지금,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도 있지만, 그건 그의 생활이 안정된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그때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해서 보류한 상태다. 손을 잡을 수 있을 때 어깨만 나란히 하지 말고, 포옹할 수 있을 때 손만 잡지 마라. 사랑할 수 있을 때 이별을 말하지 말며, 사랑을 가졌을 때 모호한 태도로 대하지 말라.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 문장을 실행해야 한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도 모자랄 시간들을 괜히 미움으로 얼룩지게 하면서 에너지만 낭비한 시간들이 애석해서라도. 우선은 그의 생활이, 그리고 우리의 생활이 안정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와 나, 우리를 위해서.

(도대체 다들 주말부부는 어떻게 하는 거죠_)








​/ 책 속의 글_


설령 싸움에서 우위를 정한들 마지막에 얻어지는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자유와 평화가 당신의 세계에 깃들 것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바꿀 수 없는 과거 때문에 현재와 미래까지 망치지 마라. 시간은 당신을 위해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 때문에 아파하고, 내일은 오늘 때문에 아파한다면, 당신은 평생을 아파하면서 보내야 한다.




결혼은 마치 설탕물 같다.

설탕은 조금 들어가고 대부분은 물인 것처럼 결혼은 무색무취의 평범한 일상이 대부분은 차지한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 평범함 속에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즐거운 기분을 회복하고 싶다면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처리해야 한다. 침착함은 특별히 즐거운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쾌한 상태도 아니다.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인생이 복잡한 것이다. 몸은 현재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로 걱정한다. 그렇게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안고 가려니 당연히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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