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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 우선 생활습관 - 즐거운 계획이 나를 행동하게 하는
닐 피오레 지음, 김진희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생각보다 시간 관리를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그에 맞게 일일 계획을 세우고, 하루의 시간을 오전과 오후 여러 갈래로 쪼개는 작업 역시 빼놓지 않는다. 일일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전날 밤 침대에서 슥슥 써내려가는 날이 많다. 그래서 J는 내게 자주 묻는다. “뭐해?” “응, 내일 계획짜.” 내가 일일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 전에 생긴 습관 같은 것인데, 처음에는 하루의 일을 체크하고 동그라미가 빼곡하게 들어찬 스케줄러를 보면서 작은 희열을 느끼곤 했다. 내게는 그것이 오늘을 잘 살아내었다는 근거가 되는 지표인 셈이었다고 믿는 까닭이다.
어떠한 생산적인(월급을 받는) 일을 하지 않고 지낸 지 꼭 두 달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시간 관리를 소홀히 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부터 일을 미루는 습관 같은 게 생겼다. 이를테면 “오늘 못하면 내일 하지 뭐.”의 식이었는데, “오늘 꼭 해야만 해!”까지는 아니었어도, 몇 개의 항목이 꾸준하게 몇 주씩이나 딜레이가 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왜 이렇게 되어버렸지? 생각했다. 우리는 저마다 삶에서 일정 부분 일을 미루며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내게는 허용될 수 없는 일이 허용되고 있는 셈이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찾은 책, 「내 시간 우선 생활습관」
우선 내가 요즘 미루고 있는 일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1. 책장 정리
2. 작은방 한편에 있는 이면지와 책 그리고 교안 정리
3. 건설안전기사 실기 준비
였는데, 왜? 왜! 왜! 미루는가?
a. ……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닥치면 언젠가는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
b. 이왕 할 거면 ‘제대로!’라는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에, 그 일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마음이 든다.
c. 한 가지 일에 전념하느라 다른 기회를 놓치며 살게 될까 봐.
d. 게을러서
+
1. 책장 정리에 관한 건, a와 d가 해당할 것 같고.
플러스로, 집에 팔거나 나눔 하거나 처분할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결정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가지고 있는 책들만 수두룩 빽빽하다.
하지만 도서관에 가면 빈손으로 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그 책들을 읽는 것만 해도 내게는 벅찬 느낌
2. 작은방 한편에 있는 이면지와 책 그리고 교안 정리 역시 a와 d가 해당.
그런데 며칠 전 당분간 작은방에서 지내기로 결정하면서 조금씩 정리해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차곡차곡 쌓여있는 이면지는 왜 버리질 못하는가.
3. 건설안전기사 실기 준비는, a,b,c,d 모두 해당이 된다.
그리고 공부의 경우에는, 중간에 하다가 손을 놔버리면 다시 시작하는 게 더 두려워진다. 이건 나의 최대 단점이다.
내가 현재 미루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왜 미루는지에 대해 써 내려가는 시간을 가진 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건 정말 옳은 선택이었다. 일을 미루는 일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일을 미루는 것은 어떤 일이나 결정을 시작하고 마치는 데 대한 불안을 감당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기제다.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옳은 말이어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 일을 영원히 하지 않을 것도 아닌데... (그만 좀 미뤄, 특히 공부_)
일을 미룬다는 여섯 가지 신호 중에서 내가 해당되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직장을 다녔을 때의 내 모습도 생각해서.
할 일이 끝도 없이 많다. (집, 회사)
‘해야 해’와 ‘원래 이해야 해’라는 말을 늘 떠올린다. (집)
일을 미루게 될까 봐 불안하고, 압박을 느끼며 늘 두렵다. (회사)
항상 일을 하고 있거나, 일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어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집)
일을 미룰까 봐 늘 노심초사한다. (회사)
완벽하게 하려다가 일을 마치지 않고 미룬다. (집)
우선순위가 낮은 일을 할 때도 완벽을 기한다. (집, 회사)
내가 게을러지겠다고 작정하면 한없이 게으른 나무늘보가 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특히 직장에서) 일을 미루는 행위 자체를 경계해왔고, 일을 다 끝내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해져서 차라리 일을 다 하고 쉬겠어!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서 일이 끝난 것을 상사에게 항상 들키곤 했다. 최대단점) 그 때문에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일을 미뤄둔 적이 없어서 나는 해당이 되는 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해당되는 게 많아서 조금 놀랐다. 나는 단순하게 일을 미룬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회사에서는 경계를 하기 때문에 일을 미루는 행위를 하지 않지만, 집에서는 그게 느슨하게 다 풀려버리는 꼴이었다. 그나마 집안일을 미루는 게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생활을 미뤄두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우리는 살면서 어디에서든 우리의 능력이나 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과 맞닥뜨릴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은 우리의 일이나 능력에 대해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피해자가 되거나 일을 미루게 되는 것은 그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 때문이다. (P.50)
1.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확인하기
→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기록하기로 했다. 이렇게 기록을 하면 각 행동에 자신이 할애하려고 했던 시간과 실제로 쓴 시간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 일에 A, B, C 등급을 매겨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집중해서 일한 점에 주목한다.
2. 언제 어떻게 미루었나. (일 미루기 일지 쓰기)
→ 날짜와 시간, 일과 우선순위, 미룬 일에 대한 생각과 느낌, 일을 미룬 변명, 일을 미룬 대신 취한 행동, 일을 미룬 대신 취한 행동 뒤 드는 생각
3. 심리적 안전망 마련하기
책에서는 일을 미루는 행위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왜 그 일을 미루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일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인데, 대부분은 그 문제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내일은 꼭 해야지. 하고 다짐을 하게 된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게 우선순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남탓을 하며 ‘- 때문에 이 일을 미루게 되었어.’라고 생각하는 점은 가장 경계해야할 1순위임에 틀림이 없다. 일을 함에 있어서 누구 탓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내가 그 일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지금 해야 할 혹은 할 일을 미루는 것이 그렇게 급하지 않은 편이고 언제 시작해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잠정적으로 이건 언젠가 해야겠어.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루고 있으며, 누군가 내게 독촉을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상관없지만, 책은 회사에서 일을 미루는 일의 사례를 더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대부분 직장에서 일을 미루는 경우는 내가 생각하기엔,
1. 내가 익숙한 일이라서 언젠가 할 수 있으니까
2. 일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혹은 일이 어려워서
3. 요구되는 양이 방대해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4. 다른 일들이 바빠서 계속해서 미뤄두는 경우
등등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일이 어려운 경우에는 미뤄두지 말고 처음부터 상사에게 시간을 달라든지 아니면 도움을 요청하면 어떤 피드백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몇 년 전에 처음으로 다른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내 비루한 실력이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한계에 부딪힌 일이었고, 유리멘탈을 가진 나는 퇴근을 하면서도 그 일을 내일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휩싸여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다음 날 출근을 했다. 결국 나는 그날 오전, 실장님께 아무래도 내가 이 일을 끝내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할 것 같고 내가 이 일을 끝낸다고 하여도 실장님께 만족감을 드리지 못할 것 같다. 실장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여 함께 일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실장님께 욕도 많이 먹었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해줘서 일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만약 내가 당시의 실장님이었다면, (당시에 일이 급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을 주고 그때까지 해보다가 안 되면 가져오라고 할 것 같은데, 그때 나에게 그 일은 며칠이나 시간을 두고 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초부터 다시 해야 하는 일인데, 그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았다는 것을 어쩌면 섬세하신 실장님은 너무 잘 알고 계셨던 게 아닐까. (회사 다닐 때는 엄청 싫어했던 상사였는데, 그 시절을 통과하고 나니 참 감사한 분이셨다.)
1. 이것을 선택하겠어.
해야만 한다 → 선택한다
EX) 도서관에 가야 해. 치과에 가야 해 → 도서관에 가야지, 치과에 가야지.
2. 반드시 끝내야 해 → 언제 시작할까?
망설이는 상태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상태로 집중하게 해준다.
3.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하면 돼.
4. 인간이니 실수할 수도 있어.
5. 놀 시간을 꼭 내야지.
책에서는 일을 해내는 사람에 대해서도 말을 하고 있는데, 말이라는 것은 참 오묘하다. 말을 내뱉으면 나의 마인드도 그 상황에 맞게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이 책은 작거나 사소한 일을 미루는 사람들보다는, 회사에서 일을 미루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에서 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 가장 강조하는 말은, 놀 시간을 꼭 내라! 는 것이었다. 그 말은 어떻게 보면, 쉼 없이 일하는 직장인이 여름휴가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에게는 일할 시간도 중요하지만 놀 시간 역시 꼭 필요하다는 것, 그것은 휴식이 아니고 회피도 아니고 비타민 같은 것. 30분만 일을 하라는 것도 있었지만,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선 그렇게 수긍은 가지 않았다. 나의 경우에는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몸에 기운이 쏙 빠져버려서 그 일을 더 미루게 되는 역효과를 낳게 되기 때문에, 한 번 하면 그 일이 끝날 때까지 해야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데 몇 날 며칠 동안 해야 하는, 호흡이 긴 장기 레이스 일의 경우에는 이 방법을 써보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