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 내 인생을 바꾼 365일 동안의 감사일기
제니스 캐플런 지음, 김은경 옮김 / 위너스북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상당히 부정적이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분명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을 읽으며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퇴치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책을 읽기 직전까지의 내 환경은 감사할 일이 전혀 없었던 까닭이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힘들게 할까, 어떻게 하면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할까! 만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인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감사는커녕, 그런 여유도 없었고, 현재 내가 처해있는 환경에서 감사를 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에 근접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내가 왜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까. 라는 후회가 나를 에워쌌고,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시작했던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힘든 일을 겪어 감사 거리가 전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어. 그럴 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지 않아서, 혹은 내게 두 다리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쓰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나도 한 번 그런 적이 있거든. 두 다리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쓴 적이 말이야.” p.32

 

 

이 부분은 책을 읽으며 가장 와 닿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때에, 나도 감사일기라는 것을 쓴 적이 있다. 아니, 감사일기라고 하기는 거창하고, 가지고 다니는 수첩에 써지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였다. 정말 감사할 거리가 없으면, 내가 오늘 눈을 뜬 것에 대해 감사하다. 내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에 감사하다. 라고 쓰다가, 이게 정말 감사할 거린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것에 대해 나는 감사하다고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지, 진정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것은 비극적으로 생각했을 때에야 감사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은 감사할 것 천지였다. 눈알이 노랗지 않고 하얗다는 것도, 다섯 손가락 관절이 모두 무사하다는 것도, 숨을 쉴 때 몸의 기관 중 어떤 것도 거슬리지 않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들이었다. 나는, 비극적으로까지 생각을 하며 감사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건대, 내가 감사하는 것은 항상 상대적이었다. 이를테면, ‘그러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와 같은. 그러다 보니 나에게 감사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비교대상이 나보다 낮아야만 했다. 나는 타인을 낮출 생각이 없지만, 감사를 하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보다 나은 사람들 (어떤 면에서든)에 대해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은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아마 성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이 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까닭은, 한 종교와 빗대어 생각이 되기 때문이었다. 일 년 전 즈음, 같은 직장동료가 종교인이었다. 모든 것은 그분이 원하는 혹은 그분의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난 정말 궁금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절대 부정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 그분이 지켜준다면 왜 인간에게는 나쁜 일이 생기는 거냐고. 그런 일을 겪었을 때에도 그분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지 않더냐고. 그것에 대한 대답이라는 것은, 그것까지도 그분의 뜻이고, (시험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분은 항상 인간이 겪어낼 수 있는 고통만을 주고, 그분은 언제나 본인을 지켜준다고 말을 했다. 나는 좀 다른 대답을 원했던 것도 같다. 이를테면, 그러게요. 그때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라는 정말 인간적인 대답 말이다. 그래서 힘든 일 속에서도 감사를 잃지 말아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저를 시험하려 하시지만, 저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하는 그 사람이 오버랩 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로 남편 J의 덕분이다. J는 항상 모든 순간에 내게 표현을 하는 사람이다. “잘 먹을게.”, “집안일하느라 고생했어.”, “한 달 동안 열심히 살았네. 다 당신 덕분이야.”,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등등. 나는 그에 비하면 정말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인데, 그 표현의 힘을 알기에 부단히 노력하기도 한다. 나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책을 읽고 멍하니 생각에 잠기다가, 나는 감사할 줄 아는 남자와 함께 살고 있었구나. 이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라는 생각이 돌연 들더란 것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데, 나는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몇 년 동안 이런 나를 바라보면서도 끊임없이 항상 표현을 해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다.

 

 

 

 

 

감사 표현은 직장에서 유일하게 가장 오래 지속하는 동기부여제입니다. 외적인 동기부여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요. 봉급 인상은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지고, 보너스는 받으면 다 써버리게 되고, 새로운 위치도 일단 그 자리에 오르면 그다지 중요하지 여겨지질 않지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한 일에 고마워한다는 점을 알게 되면 그 효과가 오래가지요.” p.206-207

 

 

그리고 두 번째로 내게 직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직장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이 내게 감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급여를 받으면, 받는 만큼 당연히 일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하지만, 일을 하며 발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급여만 바라보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 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에서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순간은, 일로써 인정을 받는다는 것인데, 이는 금전으로는 치환할 수 없는 내적 동기가 발생되는 것임을 느껴본 적 있다면, 위에 발췌해놓은 글에 누구든 공감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나 앞날을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에 화가 날 수 있는 유일한 두 가지 방법이죠.” p.234

 

 

이 책을 읽고 나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는 것에 동기 유발은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엄청난 발전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아마 살아온 대로 살아갈 것이지만, 다시 한 번, 수첩에 감사하는 것들을 써보려고 생각하고 이미 실천 중이다. (물론 눈이 잘 보여서 감사합니다. 나는 머리카락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속쌍꺼풀이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입술이 작아 립스틱을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하는 그런 것을 쓰지는 않을 생각이다. 오늘 감사할 일이 없는 것 같다면 억지로 그것을 찾지는 않을 것이며, 내일은 감사할 일이 생기겠지. 하고 조금 더 평온한 마음으로 세상을 둥글게 살아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성적이 나왔다. 이제야 일 년을 마친 것인데, 나는 2016년을 굉장히 힘들고 고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순간도 많았지만, 좋지 않은 순간은 더욱 많았다.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힘들었고,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만큼,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성적은 생각보다 잘 나온 것도 있고, 못 나온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이번 학기를 잘 마친 것에 대해 나에게 잘 했다고, 고생 많이 했다고, 잘 버텨주어서 고맙다고 그렇게 이야기해본다. and, the time is always now!

 

 

 

ps. 오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는데, “어휴 다행이다. 하마터면 무릎이고 얼굴이고 다 까질 뻔했어!”라고 생각했다. 이는 다행이다 = 감사하다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 수첩엔, ‘넘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쓸 예정이다. 추울 때 넘어지면 얼마나 아픈데! 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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