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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코치의 100단어 여행 영어 - 현지에서 통하는 심플한 한마디
박코치어학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한국은 영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학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습득을 한다는 것은 그 환경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지는 반면, 학습을 한다는 것은 환경보다 철자나 발음, 문법과 같은 형식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듣고 말하는 것은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 역시도 영어를 처음 배우던 중학생 때, 문법번역식으로 배웠고, 예문을 따라 쓰는 것이 숙제였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던 체코 공항에서 나는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자꾸 “pardon?” 이라고 하기에,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어서 주눅 든 적이 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 이후로는 toilet 이라는 단어 대신에 restroom을 쓰는데, 훨씬 더 잘 알아듣는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영어를 그때도 못했지만, 지금도 못한다. (삼 년 동안 변함이 없다니.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상대측에서 약간의 부정적인 (이를 테면, 잘 못 알아들었다든지, 잘못 알아들었다든지, 대답을 하지 않든지, 시큰둥하다든지 등등) 양상을 보이면,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습득하면 언어자아(=외국어를 배울 때 생기는 새로운 자아)가 형성된다고 한다. 자신이 실수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을 상당히 의식하기 때문에 외국어 습득이 어려워진다는 것인데, 그 때문에 내가 뭘 잘못했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특히 말하기에서) 입을 다물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난점으로 작용한다.
내년 가을 즈음에 동생이 여행에 욕심을 내고 있어서 무척이나 기쁜 마음으로 “그래, 여행은 갈 수 있을 때 다녀와.” 라며 용기를 북돋아주었지만, 영어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권의 나라를 쓰는 곳은 가기가 두렵다고 한다. “body language면 무엇이든 가능해!” 라고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하던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하기에 불편한 점이 꽤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내가 무엇이 필요로 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선물해줄 요량으로 내가 먼저 읽어보았다.

나는 여행영어가 주제인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가 없으나, 책이 목표에 맞게 상당히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생존영어10’ 이라고 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where is , when is, what is, can I / can you, I want / i'd like to, this is / it is, how much, da you have, i'm, i'll 해서 총 10개의 (완벽하지 않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기본적인 (‘거의 모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니 활용하기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