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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평점 :
얼떨떨했다.
그
얼떨떨함이 하루 동안 지속되었다.
왜
자꾸 그 생각이 하루에 수백 번, 수천 번씩 뇌 회전을 동안에도 계속 그 자리에 고여있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오기와
장모,
그
행동과 말 하나하나들이 육중하게 머리를 눌러댔고,
급기야
두통이 일었다.
그
두통을 털어버리는 것이 다름 아닌 서평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글
파일을 열어놓고도 얼떨떨했다.는
그 한 문장으로 서평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것
이상으로 부연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따라서
나에게 편혜영 작가의 『홀』은
기-승-전,
얼떨떨했다.로
끝날 예정이다.
하필
오기에게만 그런 일이 닥쳤다.
오기의
세상만 무너졌고,
오기의
삶만 갈가리 찢어졌다.
p153
아내가
먼저 죽은 것이 오기에게는 다행인 걸까,
아내가
정말 정원 가꾸기를 즐겨 했던가,
무슨
생각으로 정원을 가꾸었을까,
장모가
오기에 대해 아는 것은 어디부터 어디일까,
장모가
판 그 구덩이는 정말 연못을 만들려고 판 것이 맞는 걸까,
장모의
생각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은 그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
그저
작가가 써둔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유추해야만 해야만 했고, 그것에 대한 대답이 맞는지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소설의
묘미는,
장모의
표정,
행동,
말-이
전부였다는 것에 있었다. 그
홀에 나는 완전하게 빠져버렸고,
미처
다 빠져나오지 못해 허우적거리고 있는 꼴이다.
소설은
구멍으로 시작되어 구멍으로 귀결되었다.
오기의
유년시절의 구멍을 읽으며,
당신도
그 구멍 속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살아내야만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삶을 지녔구나.
하고
생각했다.
유년시절의 구멍이,
아내를 만나 메워지는 듯하다가
다시금 눈에
뜨일 정도로 커져버렸다.
아마
불만족한 부부생활에 기인하여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오기는 학교 후배 제이와의 외도가 있었고,
그
구멍은 점차 커져갔다. 강원도
여행에서 생긴 교통사고는 그 구멍이 얼마나 큰지 확인시키는 일종의 ‘피할
수 없는, 그리고 피해서도 안 되는 하나의 필연적인 사건’이었다.
처음부터
오기의 구멍은 메워질 수 없었는데,
그것을
오기가 몰랐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리고
오기는 그 구멍 속으로 자의/타의에
의해 빨려 들어가고 만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저
그럴 때가 되어서였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계획되어있는 삶을 순차적으로 살고 있는데,
삶이라는
놈이 우연을 가장하여 잠시 도와주는 척하다가 곤경에 빠트리곤 종내는 구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입가에 미소를 걸쳐놓고 보는
것.
어쩌면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떨떨함에서
빠져나와 비로소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오기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내가
열중하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응원하고 싶었다.
재능은
있지만 계속해서 헛된 시도를 하고,
어떤
성취감도 얻지 못한 채 비아냥과 조롱만 늘어가는 아내가 애틋했다.
오기가
지난 시간을 제 영역을 확장하는 데 보냈다면 아내는 시간을 보낼수록 홀로 남겨졌다.
확실히
젊은 시절의 아내를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p.84
여기서
서평을 끝내려고 했는데,
이
이야기는 반드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하나 있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굉장히,
치명적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정원을
가꾸는 건 전문가한테 맡기고 당신은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때?”
“다른
일?”
“이런
거 말고 당신이 성장할 만한 일 말이야.”
“나는
이미 성장기가 지났어.
식물이야
계속 자라지만 사람은 아니야.
어느
나이가 지나면 더 자라지 않아.”
“그런
성장을 말하는 게 아니잖아.
당신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계속
성장하는 게 있기는 있어.”
“그게
뭔데?”
“암.
암은
성장기가 다 지난 사람한테서 자라잖아.”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뜻이잖아.”
“내가
지금 정말 하고 싶은 게 이거야.”
(p.88-89)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쩐 일인지,
‘자신의
삶‘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그것은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는 일이라고 자신만의 선에서 치부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말한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하고
싶은 일을 해.”
그것이
진정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원하지
않는다면 왜 그토록 그것에 매달리고 있는지 모르면서 쉽게 이야기하곤 하는 것이다.
아마
오기의 아내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구멍을
메울 수는 없었어도 구멍이 더 커지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대화,
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어쩌면,
이미
아내는 ‘홀=구멍’에
빠트려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구멍에서 오기가 자신을 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도.
(음, 모르겠다. 내가 너무 오기 씨의 아내에게 심취해버린 걸까.)
마지막으로,
장모가 읊던 ‘다스케테
쿠다사이’는
누구에게나 다 통용되는 말이었다.
장모에게도,
오기에게도,
아내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
삶의 진통을 겪고 있는 당신에게도,
말이다. 오기
씨의 구멍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빠지는지 확인하였다면- 이제 나의 삶의
균열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확인해봐야 할 차례다. 나는 그 구멍에 안 빠질 거라는 헛소리는 오만이자 착각이다.
오기
씨.
교통사고
–
의사
왈,
의학이
아니라 의지
열
살,
엄마의
죽음이 가져다준 구멍
변덕스러운
아내는 곧잘 생각의 가지치기를 한다
이사-
크고
작은 열네 개의 전구
강원도
여행,
운전은
오기 씨
아내의
반지 →
장모
8개월
만에 집에 돌아오다
장인-
트집
잡기 좋아함
장모-
시종일관
알 수 없는 표정
호루라기
2번-
간병인
호출
간병인의
아들이 드나들기 시작
도둑질로
인하여 간병인이 내쫓김
다스케테
쿠다사이
오기와
장모는 서로에게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
p138
/
오탈자
p64
15째줄.
자연스럽게
그런 애기가 나온 것 같았다.
▶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