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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안용님과 썸머님, 람이님 블로그에서 보았던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가 도서관에서 나를 대출해주세요. 라고 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렇잖아도 요즘, 소설에 물리고 있는 참이어서 그랬는지, 그도 아니면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기에 머릿속이 엉켜 갈피를 못 잡는다던지 하는 까닭으로 오랜만에 만난 에세이에 지루함보다는 반가움이 먼저였다.
사실 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감명 깊게 읽은 편이다. 평택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기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그 책에 흠뻑 빠졌었다. 이후 저자 자신은 금수저이기 때문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일 텐데 남에게 충고나 조언으로 불편하게 한다는 혹자의 말도 있었지만,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뼈마디 하나하나가 아픈 자아성찰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기에 더욱 열광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은 쳐다보지 않는 책이 되었을지언정.> 그리고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첫 문장부터 빠져들어 읽기 시작했다. 사실 별 거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근래에 힘들어하는 부분을 어루만져 준 까닭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었냐가 성격과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는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도 통감하는 부분이긴 하다. 그래서 그들이 충족되지 못했던 부모와의 관계를 개서내보고자 소통을 시도해보고 부모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점도 십분 이해는 갔다. 불행히도 그것들은 대개 성공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지혜롭고 관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나이 들수록 점점 고집스러워지고 어린아이처럼 이기적이 된다.
부모님이 나이가 더 드셨다고 자식이 바라는 대로 변해줄 리 만무하니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더욱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그런 좌절된 마음은 더더욱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부모가 꿈쩍하지 않으면 나도 더 이상 여기서 한 발자국도 꿈쩍하지 못할 것처럼 엄포를 놓는다. 말로는 저항이지만 여전히 부모 앞에서는 불안한 눈빛으로 눈치 보며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움츠린 어린아이다. p63-64
항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이 서른 넘어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어떻게든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버려야 한다. 애초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든, 누구나가 인생의 한 시기에는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가는 것이고, 훌쩍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리면서 고여 있기를 자처하면 슬슬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기량이나 자립도를 묻게 된다. p65
알고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고로, 나는 이 에세이를 읽어도 내가 경험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이렇게 글로 한 번 보고, 보고, 또 보아도 실천이 되지 않을 것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물론 저자도 이 글이 자신의 태도에 쓰고 싶었던 것이지, 누군가를 훈계하거나 조언을 하려고 쓴 글이 아닐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혹여나 그렇다면, 아주 많이 싫을 것 같다. 저자도 말하지 않았는가. 변화는 변하지 않는 것에서 오며, 모든 것은 경험한 것들을 통해 체득된다,고.
나는 가치관이 바르지 않아도, 가치관이 직립된 사람을 좋아했었다. 그것이 간혹 오만하고 방자하며 거만해보이기까지 할 때도 있지만, 그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 그런데, 나는 저자가 부럽기까지 했다. 한 가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방면인 것이 아닌 그것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내려져있다는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그 나이 대에도 (찾아보니 불혹의 중반을 지내고 있었다.) 그것들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 적은 나이지만 나의 경험만으로 내린 기준을 정의로 삼고 살아가던 나는 그 누구도 감히 유추할 수 없는 하나의 큰 사건과 그 외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겪고 나니, 그런 가치관도 바뀔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겸손하고 겸허하게 살아가야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란 것이다. 따라서 읽을 때는 공감하며 읽던 것들도 책을 덮고 나니 괜한 후회가 밀려온다. 어쩌면 요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말뿐인 위로가 아니라, 해결방안인가 보다. 물론, 작가의 탓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 마지막에 쓰여진 담화는 많이 지루했다. 책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런 이야기들까지 책에 실을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는 부분이었다.> 나에게는 저자의 에세이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고, 그 언젠가는 소설을 읽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