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
이애경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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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마음들로 현기증이 이는 가을의 초입, 바쁜 일상들에 치여 근 한 달을 책과 멀리했다. 하지만 마음이 동동거리는 책이 없어 책장을 쓰윽 훑어보다가 집에 있던 황경신 작가의 생각이 나서, 이병률 작가의 끌림을 들었으나, 이내 다시 두 권 모두 책장 속으로 넣고 마는 사태에 봉착한다. 나는 조금 지겨워져서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가서 손끝에 와 닿는 책의 감촉을 느끼고 있는데,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책 제목에서 현재 내가 그런 마음인데, 하고 읊조리며 책을 집어 들었다. , 이애경이다. 이 작가를 2011년에 처음 만났었다. 2011년 어느 날, 그녀가 말했던, 버금딸림음의 시기를 겪던 스물네 살의 나,는 조곤조곤한 그녀의 글을 읽으며 누구나 다 그러는 시기가 있어.’라며 작은 어깨를 쓰다듬어주는 작은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가 나온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마음이 가지 않았다. 전작인 눈물이 그치는 타이밍도 그랬고. 생각해보건대, 스물네 살의 나,는 불안정하고 위태로워서 그녀가 해주었던 위로가 공기 중에 은연하게 흩어지는 호흡같은 것이어서 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성질의 것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은근한 생각도 들었던 까닭이다.

 

 

독자라는 가면을 쓰고 이런 무례한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글은 이전보다 조금 더 여물었고 옹골차졌다. ‘여행에 대한 생각 그러니까, 에세이만 가득한 것을 읽고 싶었던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여행이야기만 잔뜩 즐비하게 늘어져있는 것을 읽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책을 읽기 전, 몇 권의 책을 중도포기 했고, 그러면서 갸웃하면서 읽어나간 책이 현재 심리상태에 꼭 알맞아서 더 이상의 어떤 간도 필요 없을 정도였다. 책을 읽고도 책을 다 놓지 못하고, 여전히 서성거리고 있다. ‘여행을 통과하고 만나서일까. 아니면 내가 여행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일까. 둘 중 어떤 것일지 모르겠으나, 단어 하나하나에 두근거림과 문장 하나하나에 설레임이 공존하는 듯 했다. 그것은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기는커녕,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준비하는 게 많아 바쁜 그에게 말했다. “한 주만 시간을 내줘. 어디든 좋아. 어디든 가자!그렇게 우리는 이 달의 마지막 날에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은 고정되어 있던 것, 단단하게 굳어가던 마음을 한 번씩 흐트러뜨려 질서를 다시 잡고, 뭉친 마음의 근육을 풀어주는 처방전과도 같다.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데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될 때, 정해진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 그 익숙함을 흔드는 무언가에 거부 반응이 일어날 때,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질 때, 통장에 적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체크하며 나도 모르게 안주하려 할 때, 큰마음을 먹고 전해줬을 선물에도 딱히 감동하지 못할 때, 터벅터벅 힘없이 돌아오는 퇴근길이 늘어갈 때,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냥 똑같지 뭐."라고 대답하는 나를 발견할 때. 그때가 바로 익숙함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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