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2007년 대학 1년생이었던 나, MCM이 좀 알아주는 20대 초반이 들고 다니는 전형적인 브랜드였는데, 이제 막 친해지려고 하던 참의 아이가 나한테 그러더라. “나 이거 가방이랑 지갑 MCM꺼야.” 마땅히 할 말이 없어서, “그래서?”라고 대꾸했고, 그 이후 나는 그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한 나의 모든 것(내 옷, 가방, 구두)은 당시 보세였고, 지금이야 보세도 나름대로 인정해주기는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 싸구려로 통했던 시절이었다. 내가 가진 것 중 브랜드를 고집했던 건 운동화 오직 그거 하나였다.

 

 

 

 

 

그리고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 하필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건설도 불황이었기 때문에, 학교 졸업하면 우왕좌왕할 게 뻔했던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때 가닥을 잡지 못하면 나는 평생 그러고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일 년이라도 더 늦추기 위해서. 각설하고, 그때 당시 휴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옷가게 알바를 시작했다. 부모님의 압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여자애들이 소위 환장한다는 MCM의 그 어떤 것을 사기 위해서였다. 한 달 알바비로 85만원을 받았고, 그 돈을 가지고 백화점을 갔다. 그 돈은 지갑과 가방을 사고도 남는 돈이었고, 매장을 둘러보고는 생각했다. ‘겨우 이딴 게 왜 좋은 거지.’ (참고로 MCM을 욕하는 게 아니니 오해는 말 것.) 혼자 판단하건대, 대학교 때 그 아이는 브랜드 상품=본인의 가치가 동일시 된다고 믿었고, 그로 인한 자존감이 상승한다고 생각했기에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구태여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책을 읽고 잠시 했었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라 함은,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에는 소위 말하는 몇 백 만 원의 명품 구두가 바로 그 화자,인 까닭이다. 구두는 자신이 만난 일곱 명의 여자에게 애정을 주는데, 마녀 상사를 둔 사회초년생 리즈, 오랜 연애 중인 간호사 비비안, 남편의 울타리에 살고 있는 올리비아, 두 달을 못 넘기는 연애를 하는 공무원 마릴린, 아이 둘을 케어 해야 하는 전업주부 그레이스, 연기를 하고 싶지만 현실은 인터넷으로 성인용품을 파는 오드리, 유부남을 사랑하는 소피아 가 그 주인공이다.

 

 

 

 

 

 

 

회사에 다닐 때 난 항상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고 거기 도달하는 게 좋았어. 내가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그런 대상이 뚜렷한 게 좋았어. 그런 게 욕망이겠지? 그런데 나를 없애고 아이들만을 위한 삶을 살다 보니 바로 그게 없어진 거야. 내 욕망은 없어지고 아이들과 당신을 통해서만 욕망을 투영해야 하는 삶. 난 그래서 숨이 막혔나 봐.” _p188 (그레이스)

 

 

책을 쉬지 않고 두어 시간동안 내리 읽으며 공감을 톡톡톡 찍어 내려갔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숨을 깊게 내쉬고 - 나는 누구를 닮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취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실수로 이어진 일로 인해 잔뜩 주눅 들어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리즈와 별반 다를 게 없어보였고, 결혼은 하고 싶지만 내 생활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마릴린을 닮았으며, 아이가 생긴다면 는 없어지고 아이만을 위한 삶이 되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모습을 그레이스의 모습에 대어보았다. 또 걱정인형 나셨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 속에서 벗어나기.’

 

인간의 삶에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은 없지만 자신만의 정답은 필요한 것 같다. 그 정답을 보기 위해서는 자기 삶의 안개, 즉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모호함을 걷어 내야 한다. _p77

 

 

최근에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주로 회사 동료들), 내가 자존감이 상중하로 따졌을 때, 중상위권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랐었다. 나는 자존감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더욱 놀라운 말들이었다. 나는 오히려, 억지로 (단어가 문장과 조금 맞지 않지만) 자존감을 높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 나는 몸매가 좋지도, 얼굴이 예쁘지도, 마음이 예쁘지도, 웃는 모습이 예쁘지도, 체력이 좋지도 않다. 때문에 그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나의 내·외적인 모습을 부정하고, 비하하며, 창피하게 느낄 때도 있었으니 말 다 했다. 무언가 내가 잘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남들에 비해 빼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만족하는 수준에 그칠 때가 더 많았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보통 이 정도는 해.’ 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이, 어쩌면 자존감 상승에 방해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언제나, 나 자신만 두고 보았던 것이 아니라, 남들과 비교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를 있는 그대로 직시한다는 일이었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 거,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나를 위한 채찍과 칭찬을 스스로에게 무던히 해주어야 하는 거였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나는 나를 사랑해. 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내가 나라서 만족해. 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을 조금 더 동글동글하게 매만져주고 싶다. 남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밑줄 긋기.

 

 

 

삶에서 가치를 찾으려면 먼저 자기 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에서 풍요로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_p45

 

 

 

 

 

마음 놓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기’ _p50

 

 

 

 

 

사람은 행복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을 때 행복해진다.’ _p88

 

 

 

 

 

인간은 자기의 삶을 자기 의지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때 자유를 느낀다. 선택의 결과가 어찌 되든 자기 의지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성공적이어도 남이 대신 해주는 결정 속에서만 사는 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행복도 자유의 범위 안에 있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_p119

 

 

 

 

 

현실에 발을 디디고 불꽃처럼 살아 보기’ _p128

 

 

 

, <파랑새>라는 동화에서 틸틸이랑 미틸이 파랑새를 찾는다고 온갖 고생하다가 마지막에 자기 집에서 파랑새를 찾잖아. 그렇다고 걔네가 한 고생이 말짱 헛건 줄 아니? 그게 걔네가 그 뻘고생을 해서 보는 눈 생기고 철이 드니까 집에 있던 파랑새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거야. 그냥 가만히 앉아서 눈을 부릅뜨고 있었으면 파랑새 끝까지 못 찾았을걸. 원래 가까이 있는 좋은 건 엉뚱한 데 멀리 가서 멍청한 삽질을 해 봐야 찾아지는 거야.” _p150

 

 

​​

 

자신이 다른 것을 포기하고라도 얻고 싶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_p153

 

 

 

욕망의 완전한 주인이 될 때 삶은 당신 편이 된다.’ _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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