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 - 우리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정현주 지음 / 스윙밴드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그가 시간을 비운 일요일 오전이다. 집에 누워 책을 읽는데, 창문너머로 들리는 매미소리가 흡사 시원한 계곡물 어느 중간지점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고,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발을 동당거렸다. 기분이 싱그러워졌다. 금요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었다. 모두 에세이였다. 왜 또 에세이인가. 지금 내 마음이 엉클어졌는가, 하고 마음을 문질러본다. 그리고 우습게도 또 사랑이다. 어제는 그와 식사를 하던 도중, 눈물방울을 그렁그렁해 보였다. 과거의 우리 모습을 떠올리면서, 가끔 그때가 그립다고 말하는 나를 보며 그는 웃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어이없어서 웃었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안쓰러워서 웃을 수밖에 없었는가는 잘 모르겠다. 과거의 우리가 조금 그립다고 말하는 그런 나를 질책하지 않는 그가, 우리 지금 행복하지 않는가 묻지 않는 그가 미웠다. 그는 내 탓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 잘못이야. 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그래서 더 찔끔거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또 그의 탓을 한다. 그래야 내 못된 이기적인 생각들이 핑계와 변명밖에 될 수 없지만, 정당화가 될 테니까.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정현주. 한 자, 한 자 꼭꼭 씹었다. 소화가 될 듯 말 듯해서 계속해서 더 꼭꼭 씹어 삼키었다. 책은 말한다. 사랑혼자다시, 사랑이라고. 아니. 결국, 사랑. 이라고.

 

여자의 반지 자국이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었던 남자,

사랑이 더딘 여자가 사랑을 들키던 바보 같지만, 그것이 참 좋다고 말하는 남자,

차가운 냉면 뒤에 뜨거운 커피. 따스한 보라.

싫어하는 일도 기꺼이 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사랑.

 

서평을 쓰지 말지, 했다. 에세이에 대한 서평은 항상 참 힘이 드니까. 또, 절대 객관적일 수가 없을테니까. 내 마음을 비춰보여야 하니까. 책을 다 읽고선, 일전에 썼었던 작가의 스타카토라디오에 대한 서평을 읽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책을 읽었던 2011. 그래, 그때에도 그와 나는 사랑을 했었지. 얼마나 더디고 머뭇거리던 순간들이었는가. 행복한 만큼, 불안했던 때도 있었고,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지 못한 그때를, 순간들을, 회상했다. 다행이다. 지금 그가 없어서. 이런 주책의 내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되어서. 지금 역시 성숙하지 못해서 언제쯤 어른이 될 거냐며 나를 수없이 질책하고 질타하는데, 서평을 읽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많이 컸네, 아직 어른이 되지는 못했지만, 또 사랑에 관한한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참 많이 컸다, 나. 대견하다. 그리고 이렇게 부쩍 성장해버린 내 뒤로는 항상 당신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감사하다. 당신.

 

 

 

사랑이란 뭘까요?”

기르는 것 같아요.

밥 주고 물주고 같이 산책하고 같이 아파하고

그러면서도 떠나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것.”

 

이내 후회했다. 어제 그에게 투정부린 일들을. 그리고 고마웠다. 내 어린 마음을 언제나 처음처럼 감싸 안아주는 그가. John lenonlove(책의 첫 챕터에 나오는 추천음악이다.)를 들으며 일요일 오전이 흘러간다. 그와 함께 들었다면, 우울한 노래야. 라고 말했겠지만, 분명 그도 좋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좋아한다고 하니까. 남들이 삶을 살아야하는 이유를 물어볼 때에, 그것이 그 무엇도 아닌 나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가 우리의 집으로 얼른 왔으면 좋겠다. “오늘 달이 참 밝다. 그치, YH.“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을 하려면 오늘 뜨는 그 달이 여느 날보다 영롱하게 밝았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정말이지, 남김없이 고마운 사람, 당신.

 

 

* 읽을 영화 정리해두기

<나 이즈 굿> <바스티유> <비기너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베스트 오퍼> <그녀> <세렌디피티> <차가운 장미>

 

 

 

사랑하기 더 좋은 때란 없다.

그냥 지금이다.

지금 같이 있자.

 

손을 잡아요, 뛰어들어요, 지금.

사랑할 시간은 지금, 지금이 가장 좋아요.

 

 

저절로 웃음이 났다.

웃는 남자를 보고 여자도 웃었다.

마음에 꽃이 피는 것 같았다.

정말로 봄이었다.

 

아이의 마음으로 사랑하기를. 우리들의 아침이 사랑하는 사람을 웃게 할 즐거운 궁리들로 시작되기를. 그가 웃어서 덩달아 나도 웃는 날들이기를. 함께 걷는 세상의 골목골목이 웃으며 사랑하는 기억들로 채워지기를. 함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더 큰 자유를 만나기를. 무엇보다도 맨 먼저 사랑이기를. 우리의 가장 맨 앞에 사랑이 있기를.

 

 

사랑에 빠진 남자처럼 행동하자, 나는 다시 사랑에 빠진 남자가 되었습니다.

 

 

 

사랑해요, 계속. 끝은 좋을 것을 의심하지 말고.

봄이 반드시 올 것을 알기 때문에 기꺼이 겨울을 견디던 날처럼.

사랑해요, 계속.

 

 

사랑하여 오늘도 마음에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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