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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배치의 방정식 - 안락한 집과 공간을 만드는 건축의 기본정석 25
이즈카 유타카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5년 6월
평점 :
우리의
두 번째 신혼집은, 연식이
내 나이만큼의 15평
남짓인 작고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이다. 사실
우리는 기존에 25평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10평이
더 적은 이곳에서 살 수 없을 것만 같았기에, 다른
아파트를 알아보았지만, 주말부부
2주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이곳으로 이사를 결정해야만 했다. 지금이야, 아늑한
우리만의 공간이지만, 입주청소를
할 때까지만 해도 상태가 심각했기에, [그래도
도배, 장판도
다 한 상태였는데..] 입주
청소하는 분에게 “실례지만, 여기에서
사람이 살았었다구요?”라는
물음을 받았었고, 나는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월세도
아니고, 전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가도 아닌 사택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
당장은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욕구가 적다. 하지만
1년
넘게 산다는 전제 하에 적어도 집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으려는 편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자는 것이 첫 번째 까닭이다. 그렇다고
뭔가를 새로 사들이지는 않지만, 공간
효율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에 여념이 없다. 처음부터
이사할 때 짐이 될 만 한 소파, 식탁은
구매하지 않아서 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장롱, 침대, 책장, 책상
등 큼직한 물건이 있기에 공간배치를 잘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가구배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앞서
우리는 집에 대한 욕구가 적은 편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남편 J군이
퇴직을 하면, 그때에는
집을 직접 지어 살겠다며 열심히 지금을 살고 있는 까닭이다. 그
언젠가 누구도 아닌 우리만의 공간을 직접 만든다는 것. 생각만
해도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까닭은 사실, 내가
스물여섯 해를 온전히 주택에서만 자라왔는데, 그것은
최고의 행복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구석에서도
망나니처럼 뛰어다니던 나는, 대전에
있는 친정집만 가면 발날을 위로 꼿꼿하게 기울이고, 발바닥을
평평하게 만들며 부러 발바닥을 짝짝짝짝-거리며
뛰어다닌다. 그리고
난, 마당과
다락과 발코니가 함께 있는 작은 집을 가지고 싶은데, 아파트는
그럴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고. 1년
6개월을
살아도 여전히 엘리베이터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고. 말하자면
이유는 참 많겠지.
아직
책을 이야기하기 전인데, 사족이
길었다. 책은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 공간배치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는 게 아니라, 그
언젠가의 우리 집을 위해 도움이 될 만 한 이야기들이 쏙쏙 담겨져 있었다. 또, 내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그에
무척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참 많아서 책을 읽는다기보다 꽤 유용한, 무척
실질적인 공부를 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만 써야겠다.
1.
모방은 오리지널 작품의 어머니
나
역시도 원룸 하나의 공간 배치를 한다하더라도, 자료들을
모두 끌어 모아 몇 가지 계획안을 제시하는 편이다. 언젠가
노하우가 생긴다면 굳이 책을 보지 않더라도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좀 더 효율적이면서, 좀
더 특이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건축주들은 획일적인 것을 요구하더라는 괴기한 현상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우리 인체 설계에 맞는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어쩌면
그게 지금 주거방식과 비슷해서 거부감이 없는 까닭이겠지.
2. 기본
토대인 두부부터 만든다.
모든
건물은 두부에서 나온다. 대지가
어떻게 생겼든, 건물은
두부모양인 정사각형이 가장 보기가 좋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요즘
내가 용을 쓰며 계획하고 있는 대지를 가져다주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나올는지, 한
번 봐달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내
한계를 맛보게 하는 그 대지. 생각하니
또 울고 싶다.
3. 현관은
코너에 있어도 좋다.
나는
설계를 할 때에 웬만하면 현관은 중앙에 배치하는 편이다. 그게
집에 들어왔을 때, 집의
정중앙으로 가는 쓸데없는 복도가 생기지 않고, 또
길어지지 않으며, 집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저자는 현관이 코너에 있다면 주차장과의 위치관계가 좋아진다고 얘기한다. [주차공간은
저자가 집을 설계하는 데 있어 1순위라고
생각한다.] 또한, 현관이
코너에 있음으로써 현관 포치가 생기고, 마당과
단차가 생기는 현관 앞 바닥도 배치하기가 쉬워진다고 얘기한다.
4. 창문은
중앙을 피하라.
일을
할 때 가장 중앙에 혹은 양쪽 사이드로 창문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방안에 빛이 골고루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까닭이고, 건물의
외관에서 보았을 때도 중간은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자는 창문은
중앙이 아니라 상하좌우의 구석에 붙여서 배치한다. 라고
말하며 이렇게 하면 옆의 벽이나 천장에도 빛이 들어가고 방 전체가 밝아지며, 창문을
둘러싸는 벽면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선이 뻗어나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상을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그런
집을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5. 2층
건물을 2.5층
건물로.
이건
나도 미래의 우리 집을 생각하며 계획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 화장실과
침실은 좀 낮게, 거실과
부엌은 높게, [부엌은
냄새 빼려고;] 그러면서
필요 없는 냉·난방비를
줄이며, 집이
획일적인 천장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놀이터가 된다. 그러면서
책에서는 플러스로 천장에
보드를 시공하지 않는 선택도
함께 기재를 해 놓았는데, 이게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건지, 실
시공사례가 있는지 찾아봐야할 일이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눈을 반짝이기도 했고, 알고
있던 것에 대해 한 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도 있다. 책은
전체적으로 그림과 도면으로 되어있기에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훗날
자신만의 집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건축을
공부하는 혹은 관심 있는 사람이거나, 실제
설계를 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롭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밑줄을 쫙쫙 그어가며, 남편
J군과
나중에 우리 집을 함께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행복한
웃음을 입에 걸고 참 재미있게 읽었다.